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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껌의 서재입니다.

광인이 되어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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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껌
작품등록일 :
2023.05.11 13:24
최근연재일 :
2023.11.1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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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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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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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글자수 :
187,767

작성
23.07.0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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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마석화(2)

DUMMY

"사교회에 참석하라..."

"주인님이 작위에 오르시고 나서 이후로 처음이군요."


그가 부모를 죽이고 취임식을 마치고 나서 사교회에 불렸다. 아니. 불려진 것이다. 이제 갓 영주가 된 자로서 초반부터 안 좋은 이미지를 안겨 줄 수는 없으니.


"계속 가만히 있으면 좋았을 것을."

"주인님의 행보가 걱정되는 것이겠지요."


앞 길을 막는 것이라면 폐륜이라도 서슴치 않는 이다. 그들로서도 어지간히 얽히고 싶지 않았겠지.


"승냥이 떼같이 몰려 오더니만 이번에도 그러할까?"

"그건... 죄송합니다. 잘 모르겠군요."


이레적인 상황이니만큼 경험이 많은 그이더라도 짐작이 가는 것이 그리 없다. 다만 상황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갈 것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주인이 그것을 묻는 것은 아닐 것이다.


"조촐하게 가야 하는가. 화려하게 갈 것인가."


두 눈을 지긋이 감으며 생각에 잠겨본다.


'나이 든 꼰대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조촐하게 가야 하는가. 아니면 개선식이라도 하듯이 화려하게 가야 하는가. 그렇다면 그가 써야할 뇌물 또한 상당할 것이다. 얻는 것이 없지는 않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는 두 눈을 반개하며


"조용히 가자. 승자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예."


그는 결국 조촐하게 가기로 결정했다. 자신의 사람도 아닌 것들에게 베푸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더구나 그것이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자들이라면 더욱이.


자신에게 오물이라도 묻은 듯 경멸 어린 시선들... 그가 보기엔 그들 또한 자신과 다를 바가 없기에 화가 치솟는다.


무엇이 다른가? 폐륜? 가족을 죽이는 것은 귀족의 소양이 아닌가?


고고한 척하는 꼬라지가 역겹기 그지 없다. 권력! 명예! 살아가는데 하등 쓸모 없는 것들에 사로잡힌 추악하고 더럽기 그지 없는 녀석들이! 나와 뭐가 다르지?


자신이 아직 낮은 위치에 있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나는 그들의 턱 밑까지 다가갈때까지 소리 없이 다가가리라.


기꺼이 그들의 목을 꿰뚫을 비도가 되리라.


"소수 정예로 가자. 맛집이라도 되는 것 마냥 찾아올 녀석들이 있을지 모르니."


현재 그의 소속인 후작께서 친히 초대한 만큼 건드릴 간 큰 녀석은 없을 것이다. 그에게 해가 가해진다면 그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가 직접적으로 그에게 무언가를 바치는 것도 아니지만 형식상으로 후작의 줄에 묶여있는 처지다. 그러니 그를 명분 삼아 자신의 이득을 볼 것이 뻔하다.


하지만 그마저도 발뺌을 하며 얼굴을 갈아엎을 녀석들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기에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후작의 입김이 강하고 그의 영지 내에서 벌어지는 일이니 그가 모르는 것은 불가능하건만, 멍청한 작자들은 어디서든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걸 후작 또한 모르지는 않겠지."


그가 보낸 초대장의 뒷면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뜬다.


-이제 약속한 시일이 지났다. 내가 더 보호해줄 필요는 없겠지. 지금껏 면해온 세금 또한 정상적으로 받겠다.


-맛있는 냄새라도 풍기면서 오도록.-


"별로 받은 것은 없다만, 밥값은 하라는 건가?"


지금껏 지원받은 것은 없고, 보호 받은 것 또한 없으나 세금을 면제받은 것은 사실이다. 왕에게 바쳐야 할 곡물은 보내고 있지만, 그의 주군에게 바쳐야 하는 것 또한 존재한다.


그것이 후작에게는 그리 크지 않는 것을 안다. 자신이 보내든 말든 상관없으니 그걸로 입을 닦은 것이기도 하다. 어린 나이에 집권하게 된 자신을 지원하는 것 대신 험난한 세상으로 내쫒은 다음 생색만 내는 것이다.


물론 자신은 불의의 사고로 인해 가족을 잃은 것은 아니다만, 이를 후작 또한 모르지 않겠지. 그러니까 버림받은 것이다.


이제 쓸모가 있는 것인가 하고 궁금해서 불러온 것이고, 이건 그 숙제라고 봐도 되겠지.


이번에 쓸모가 없다면, 내게 다음은 없겠지.


"갈 인원은 모자르게 보내게. 마차를 보호할 사람이 모자르더라도 말이야."

"위험합니다."


집사는 경기를 일으키며 아니된다고 한다.


"필요한 일이야."


초대장을 펄럭거리면서 너도 보았지 않느냐는 행동을 보인다.


"그래도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자작님을 노리는 이 외에도 잡것들이 달라 붙을 겁니다."


눈치도 없는 산적부터 해코지 하려는 시골 마음의 인심까지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


"내 부하들이 그것밖에 못한다면 말이야. 그렇게 되어야 하는게 맞지."


자신이 죽게 된다면 그것 또한 나의 역량이 아닌가. 자신이 제일 주력으로 신경쓰던 것이다.


"흐으..."


집사는 이에 반박을 하지 못한 채 침음성을 뱉는다. 그가 얼마나 병력에 신경 쓰던 것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모르는 이가 본다면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정도로 병적으로 사병을 키웠다.


현재 밖으로 드러난 것 외에도 키우는 이들이 있다. 그것을 위해 재정을 얼마나 손 봐야 했는가.


"따르겠습니다."

"그래. 이번에는 젠하우어 남작하고 카이렌 남작하고 같이 가지. 카이렌 남작에게는 병사로 복장을 입어달라고 전해주게."

"예."


카이렌 남작은 큰 불만 없이 이에 따를 것이 분명하다. 합당한 대가를 보내야겠지만 말이다.


"간만에 시끄러워지겠네..."


그것이 마냥 싫지는 않은 듯 그의 눈이 반월을 그리고 있다.


기기긱...


자신의 친구를 죽인 녀석을 지켜보고 있는 고블린이다. 대다수의 오크가 죽었을 때 급습하여 그들의 항복을 받아내며 더욱 큰 세력을 꾸리게 된 고블린이다.


이미 인간들이 지나간 지도 오래였고 가까웠던 영지인 호른 영지에 있던 녀석도 아니다. 고블린이 딱히 추적술에 능한 것도 아니니 찾지 못하는 것이 맞으나, 그가 친우를 찾아갈때의 기시감 보다 더욱 선명한 감각이 그를 이끌었다.


이상한 인간이다. 그에게선 친우의 냄새가 베어있다. 심지어 친우를 죽인 자가 친우보다 더욱 각별히 느껴진다.


이것은 사랑의 감정도 우정의 감정도 아니다. 그저 막연히 우호적이게 된다.


이유 없는 호의. 그것이 자신을 지배한다.


기긱. 기기긱.


몬스터들의 지배자인 그로서는 길게 자리를 비우지 못하건만 그 작은 시간 마저 할애하고 있다.


더구나 지능도 낮은 녀석들이기에 사고를 치고 자신에게 조언을 구하기에 끊임없이 사건사고가 늘어난다. 이번에는 오크 또한 들여놓으니 문제가 많다.


기기긱.


저기 인간들 만큼만 하면, 편하겠다고 생각하며 돌아가는 고블린이다.


흠칫.


필립은 고블린이 자신을 주시하는 것은 모르고 있지만, 이따금 따가워지는 시선이 느껴지기에 주변을 살피게 된다.


"뭐지?"


요근래 자주 이런 느낌이 든다. 이전보다 힘들어진 훈련이지만, 이상하게 육체는 그 전보다 적응을 잘하고 있기에 기운이 없는 것도 아니다.


"어딜 보냐!"

"악!"


집중이 깨어지자 곧바로 날라오는 로우킥이다.


'아씨...'


귀신이라도 홀린 것인지. 애꿎은 산을 흘겨본다. 그는 아무곳이나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나 그것은 사실 고블린이 있던 장소다. 심지어 고블린이 그 자리에 있을 때 말이다.


인간의 시력이 그렇게 좋지 않기 때문에. 심장의 마석화가 아직 절반에 불과하기에 그것을 알아볼 여력이 없던 것이다.


"기본적인 것들은 숙지하고 가야지!"


로크는 이번 사교회에 있어서 잔류하는 인원이다. 아무래도 소대의 인원 전부가 가는 것은 아니니 자신의 통제에서 무엇인가가 벗어나는 것을 싫어하는 카이렌 남작이 그를 믿고 남긴 것이다.


'그러면 나는 왜...'


굳이 자신을 데려가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막내는 두고 가는게 좋지 않습니까?"


필립이 아직 사교회의 일정에 참석하는 것이 결정되기 전의 일이다.


"막내라고 너무 감싸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나? 이제는 그가 낙오하는 일도 없고 훈련에 그렇게 뒤쳐지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잘 못 들었나?"

"일단 대외적으로 보이는 일입니다. 그런 모자란 녀석을 데려가는 것은 조금... 우려되는 군요."


막내를 보호하기 위한 말이지만, 딱히 위하는 어투는 아니다.


"그러니까 더욱이 데려가는 거야."

"예?"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말이야."


카이렌 남작은 사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은 바는 없다. 아마 젠하우어 남작은 자세히 알고 있고 이에 물어보자면 자세히 설명해 줄 터이지만, 굳이 그러하지 않았다.


상황상 이해 되는 바가 있기에 넘어간 것이다. 그에게 병사의 옷을 입히는 굴욕적인 일이 있기는 하지만, 이에 대한 보상으로 다음 공적이 자신에게 있다면 그에 대한 확실한 예우가 있을 예정이다.


그가 이번에 적장을 잡은 보상으로 받은 것이 없기도 했다. 물론 여러 공장이 벌어진 뒤에 있던 수월한 작업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하는 법이다. 이에 대해 확언을 들으니 마음이 편한 남작이다.


"아마 위험하겠지."

"그렇다면 더욱이 데려가시면 안 되지 않습니까? 이번에 인원도 적게 차출하는 것 아닙니까?"


굳이 소수로 나가는 상황에서 실력도 인정받지 않은 막내가 가는 것이 맞냐는 말이다. 아직 믿음도 가지 않기도 하고 말이다.


아직 그들의 삶에 온전히 받아지지 않은 필립이다. 이제서야 가끔식 같이 하는 훈련이 있을 정도로 그들과의 격차가 있고, 아직 입대하게 된지 얼마 안 된 것도 있다.


더구나 그가 들어오고 나서 일어난 사고도 있고 말이다. 바이셔...


시끄럽고 사고도 가끔식 치고 그 때문에 필립 전에 들어온 막내가 도망가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뒤를 맡길 수 있는 전우였다. 그가 험악하기는 해도 막상 목숨을 맡겨야 할 때가 있다면 그는 든든했다.


실력 하나 만큼은 그의 독설만큼이나 훌륭했다. 근데 그런 사람이 막내가 들어오자 마자 죽었다? 그것도 같이 휴가를 가던 중에?


심지어 바이셔가 죽고 막내가 다치긴 했지만 홀로 살아 돌아왔다? 바이셔는 남을 돌봐주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가 목숨을 걸고 막내를 지킬 일이 없다. 더구나 이름도 모를 녀석에게 죽을 정도의 머저리는 아니다.


그래서 그는 필립을 바이셔를 죽인 범인으로 의심한다. 만에 하나 불운으로 인해 바이셔가 죽었을 가능성이 없을 수는 없어서 대놓고 뭐라 하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나는 자네를 믿어. 내가 가르키는 것 만큼은 아니겠지만, 자네의 지도가 쓸만한 병사를 만들었다고 말이야."

"그는 이상합니다."


그는 여러 말로 설명하기 보다 함축적인 의미로 답하였다. 이게 현재 필립에게 가장 걸 맞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이상하지. 그래서 그런거야."

"제거하실겁니까?"

"글쎄..."


그는 굳이 카이렌 남작이 필립을 데려가는 이유를 봤을 때 그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애매한 대답이 돌아온다. 동의하는 것도 부정의 의미도 아닌 대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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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악의 재림 23.11.12 5 0 11쪽
36 마물 토벌(6) 23.10.16 7 0 11쪽
35 마물 토벌(5) 23.10.15 8 1 11쪽
34 흑마법사(2) 23.10.14 10 0 11쪽
33 마물 토벌(4) 23.10.13 11 0 11쪽
32 흑마법사(1) 23.10.12 11 0 11쪽
31 마물 토벌(3) 23.10.11 11 0 11쪽
30 마물 토벌(2) 23.10.10 10 0 11쪽
29 마물 토벌(1) 23.10.09 10 0 11쪽
28 스콰이어(4) 23.10.09 9 0 11쪽
27 스콰이어(3) 23.10.08 12 0 12쪽
26 스콰이어(2) 23.10.08 14 0 11쪽
25 스콰이어(1) 23.10.06 16 0 12쪽
24 사교회(4) 23.10.05 14 0 11쪽
23 사교회(3) 23.10.04 16 0 11쪽
22 사교회(2) 23.08.03 17 1 11쪽
21 사교회(1) 23.07.15 23 0 11쪽
20 마석화(5) 23.07.13 29 0 11쪽
19 마석화(4) 23.07.11 24 0 11쪽
18 마석화(3) 23.07.09 27 0 12쪽
» 마석화(2) 23.07.06 29 1 11쪽
16 마석화(1) 23.07.04 30 0 11쪽
15 마물과 기생충(4) 23.07.03 27 1 11쪽
14 마물과 기생충(3) 23.07.01 25 1 12쪽
13 마물과 기생충(2) 23.06.30 27 0 11쪽
12 마물과 기생충(1) 23.06.29 32 0 11쪽
11 벌레(5) 23.06.28 38 1 12쪽
10 벌레(4) 23.06.27 34 1 11쪽
9 벌레(3) 23.06.26 40 1 11쪽
8 벌레(2) 23.06.25 4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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