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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껌
작품등록일 :
2023.05.11 13:24
최근연재일 :
2023.11.12 20:3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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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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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글자수 :
187,767

작성
23.08.0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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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사교회(2)

DUMMY

대단히 아쉬운 일이겠지만, 그 뒤로 무슨 일은 없었다.


"엉뚱하게 코 꿰일 일은 피하는 게 좋은 거겠지."


이쁘게 생긴 여성이었고 나 또한 건장한 남성이니 분위기도 좋겠다. 휩쓸리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지만, 그건 싫었다.


"어제 밤은 좋았나?"


뜬금없이 카이렌 기사님이 그리 물어보았다.


"아뇨. 아쉽게도 그러한 일은 없습니다."

"흠. 아쉽네."

"예?"


그건 참으로 의뭉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가 그러한 일을 바라고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혹여나 다음에 그런 일이 있으면 그냥 받아들여. 혹여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

"기능에 문제가 있지는 않습니다..."


귀가 빨개진채 대답하는 필립이다. 이성과의 경험이 없던 것은 마냥 아니지만 이런 식의 대화가 익숙하지는 않다.


"높으신 영애이시니 만족시키도록."

"..."


대답을 하지도 않았건만 그저 어깨를 두들기며 가는 양반이다.


'딱히 그러긴 싫지만 말이지.'


아마 그러한 상황이 다시 온다면 노력하는 척이라도 보여야 할 것이다. 사람을 벌레 취급하는 사람이다. 눈 밖에 나면 끝장일 것이다.


내가 명예에 죽고 사는 것도 아니고, 한 번 눈감고 지나가면 될 일이다... 그렇게 문제가 될 정도의 소지는 아니지 않은가.


그는 그저 마음이 답답해져 온다. 이미 한껏 억눌려 있는 자존감이지만, 종마같은 역할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어느 귀한 분의 따님이신 줄은 모르겠지만, 높으신 사람이라니 이 또한 자신의 목줄이 되리라.


"넘어져도 톡 튀어나온 돌맹이에 머리가 찍히는 꼴이야..."


재수가 한 없이 없으려니 악재가 덮쳐온다.


끼이이이


"..."


그저 고개로 묵례를 하고 다시 문을 닫으며, 천천히 자신의 주군에게로 다가가는 카이렌 남작이다.


"어때?"

"문제 없을 겁니다."


크흐흐흐


그저 음험한 웃음을 흘리는 덴하르트 하인리히 자작이다. 어찌 된 영문인지 항상 곁에서 보좌하고 있을 집사가 보이지 않는다.


"후사라도 봤으면 좋겠네."

"그러게 말입니다."


어느 영애인지는 몰라도 그와는 사이가 좋지 못한 이의 딸인 모양이다. 이리도 악담을 하니 말이다.


"소문이 났으면 좋겠네."

"조용하게 말입니까?"

"그렇지. 그래야 잘 퍼지지 않겠나."


영애의 추문이 퍼지기를 기대하는 자작이다. 그녀의 가문이 이 일로 피해를 보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면 그렇게 하지요."


자신만만하게 이러한 일은 문제 없다는 듯 다시 조용히 퇴장하는 카이렌이다.


"데려오기를 잘했어."

"맞는 말입니다."


어디서 튀어나온지도 모를 집사가 자신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는 듯 존재감을 드러낸다.


"눈여겨볼 친구입니다."

"우리와 같은 눈을 하고 있는 친구야. 문제가 없다면 동행하는 것 정도야."

"그렇지요."


집사의 눈은 서늘하기만 하다. 그는 카이렌 남작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하긴 위험해 보이는 사람이 자신의 주인 밑에 있으니 기분이 나쁠 만도 하다. 충성심보다는 더 높은 허영심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후작의 영애께서는 어찌하여 이 곳에 왔을까."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송구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는 집사다.


"나도 모르는 것을 자네가 어찌 알겠나."


"하하. 어찌 되든 좋은 일이지. 우리는 모르는 일이야."

"그럼요.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


어제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부대끼고 있다.


"오늘은 별로 심심하지는 않겠네."


오히려 사람들에 치이는 느낌에 어지럽기 그지 없다.


하나같이 반짝이는 장신구들과 향수냄새가 어지럽다.


필립은 어제와는 다른 이유로 술을 찾게 된다.


'이게 무슨 고생이야.'


다른 이들은 자신을 부러워 한다지만, 자신은 이러한 자리가 불편할 따름이다. 부러워 하는 녀석이 온다고 해도 사실은 자신과 다를 바 없으리라.


어제만 해도 그가 대화를 나눈 것은 누군지 모를 영애 하나뿐이다. 다른 이들은 그에게 관심도 없다.


보통 자신이 먹던 술과 다른 색깔의 음료를 보며 신기해하고 있을 때였다.


'탁하지 않고 깔금하다.'


그가 느끼는 것은 그저 더 깨긋한 술을 마신다는 감상 외의 것은 없었다. 그가 이러한 것에 교양은 없기 때문이다. 술을 즐기지도 않고 말이다. 딱히 안 마시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없어서 못 마실 정도는 아니다.


"뭘 그렇게 보고 있으신거죠?"

"!"


조금 놀라 손에 흐르는 술이다. 그렇다고 그게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손에 남는 끈적함도 없었기 때문이다. 맑고 고운 술...


"아... 안녕하십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바보같은 인사를 하고 말았다.


"푸흡"


영애는 그러한 모습에 참지 못하고 웃음을 흘린다.


"하하하."


그저 멋쩍은 웃음을 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웃긴 상황이기 때문이다.


영애는 웃음을 참으며 내게 손수건을 건네주려다가 흠칫하더니 이내 자신이 직접 닦아주었다.


"그..."

"가만히 있어요."


그녀는 섬세하게 필립의 손을 닦아주었다.


"죄송합니다."

"? 아뇨. 놀래킨 제가 문제죠."


웃으며 그리 답하여 주는 영애다. 마음이 참 고우신 분이다.


'보드랍다...'


그가 만나온 여성보다 더 보드라운 피부다. 거칠고 튼 손이 아니라 매끈한 피부의 손이다.


몸이 간지러워질 지경으로 부드러운 손이다.


"됐다."

"제가 세탁해서 드리겠습니다."


이 정도는 자신이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신분이 높은 사람이 자신에게 이러한 것도 과한 호사이다.


"아뇨. 괜찮아요."


그러며 자연스레 손수건을 회수해 가는 영애다. 자신의 손길이 닿는 것이 싫었던 걸까?


"그러고 보니 제 이름은 알고 계신가요?"

"모르겠습니다. 영애의 이름을 알 수 있는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허리를 숙이려 들었지만 그것을 손으로 제지하는 영애다.


"이러면 제가 괴롭히는 것 같자나요."

"죄소.."


볼을 빵빵하게 부풀인 채로 불만을 표시하는 영애다.


"이름을 알려주실수 있을까요?"


전보다 과하지 않게 오글거리지만 조금은 신사마냥 굴어본다.


'흠...'


이러한 것에 익숙지 않아 침음성을 삼켜본다.


"엘라이아 체르바라에요."


뭣도 모르는 자신이 들어도 알 성이다. 체르바라. 체르바라 후작. 아무래도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것으로 보이는 사람은 후작님의 따님이신 모양이다.


"제가 어제 무슨 결례를 저지르진 않았나요?"


술에 취해 있던 터라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가물가물하다.


"글쎄요?"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괴롭히는 것 같다니까요?"


그녀는 이 상황이 그저 재밌는 모양이다. 나로서는 피가 말려오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상한데.'


아무리 그녀가 첫 사교회에 등판했다지만, 둘째날까지 이렇게 한가할 리가 없다. 그리 생각하고 주변을 잠시 둘러 보지만 역시나 카이렌 남작이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언변이 뛰어난 모양이지.


어찌되든 우리 영주님 또한 바쁜 모양새로 보이고 말이다.


끄응


"어딜 보시는 거죠?"


화는 나지 않았지만 날카로운 목소리가 귀를 때린다.


"영애님을 계속 보고 있으니 눈이 아파와서요."

"왜요?"

"눈이 부셔서 그런가 봅니다."


변명이라고 어이가 없는 말을 내뱉었다.


"흐음..."


그 말이 그래도 싫지는 않은 눈치로 보인다. 그녀는 자신의 옷 매무새를 다듬이며 기분이 좋은듯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엘라이아."

"예?"

"엘라이아라고 부르라고요."


'그건 조금...'


이건 조금 당혹스러운 부탁이다. 가뜩이나 심한 신분 차이다. 이러한 것까지 넘어가는 것은 힘들다.


"엘라이아 영애님이라 부르는 것은 안되겠습니까?"

"그 영애님이 듣기 싫은 건데 말이죠. 좋아요. 그렇게 불러요."


자신도 무리한 부탁이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배려해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잘 넘어간 모양이다.


'이성과는 영 뭔가가 없어서 무슨 문제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네.'


다른 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벌레의 관찰을 멈추지 않는 남작이다. 그게 너무도 자연스러운 시선처리였기에 다른 이들은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카이렌 남작은 자신의 생각보다 더 잘 될 거라는 생각에 더욱 다른 이들과 어울리며 자신을 뽐낸다.


"테라스로 나갈래요?"

"예..."


딱히 거절할 명분도 없었기에 따라가는 필립이다.


그렇게 나간 테라스에는 이미 연인끼리 애정행각을 보이거나 중요한 대화라도 하는 것인지 속삭이듯 대화하는 이들이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어머."


영애는 그러한 것에 면역이 크게는 없는지 얼굴을 붉히고 있다.


"다시 들어갈까요?"

"아뇨."


단호하게 거절을 하며 더 안쪽으로 난간까지 다가가는 영애다.


'에휴...'


뭔가 좋은 듯 싫은 상황이다.


"일어나!"

"... 제이크 병사님?"


피곤해서 좀 오래 잔 모양이다. 다른 이가 자신을 깨우는 것을 보니 말이다.


"제가 좀 오래 잔 모양입니다."

"어제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아뇨... 딱히..."


무슨 일이 있기는 했다. 그것도 큰 일이.


후작님의 따님과 하룻밤이라니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 그것이 하필 내 이야기가 됬을 뿐이다.


오랜만에 안아본 이성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여성다운 여성이었기 때문일까. 밤새 용두질을 했었다.


자신의 정력이 그정도는 안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영애와 궁합이 잘 맞는 모양인지 최고의 하룻밤을 지냈다.


덕분에 새벽이 물러나고 아침이 다가오려는 찰나에 잠들었지만 말이다. 늦게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런 것치고는 또 많이 잔 느낌이 쌔하다.


"남작님이 널 얼마나 괴롭힌거야?"

"예?"

"아무튼 곧 점심이니까 그때까지는 정신차리고 있어. 고생 많았다."


뭐가 어떻게 된 모양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작님이 어떻게 해결을 한 모양이다.


"하하하. 벌레가 밤일은 잘하네."


남작은 뒤늦게 들어오는 그를 창가에서 바라보며 웃기다는 듯 폭소를 터뜨린다.


"그러게 말입니다."

"동의."


그리고 쌍둥이들도 동의를 표한다.


"너네는 잘 되가고?"

"이제부터 해야지요."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소문은 밑에서부터 퍼져 나가는 것이 좋다. 그렇게 고른 인재가 쌍둥이들이다.


"뭐 잘하겠지."

"예."

"예."


쌍둥이라 눈에 띄일지는 모르지만, 조용히 정보 수집하는 능력이 뛰어난 이들이다. 그렇다면 그 반대 또한 착실히 해낼 것이다. 남작은 그렇게 판단했고 쌍둥이들 또한 그것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로크를 데려올걸 그랬어."


그라면 이것에 다른 이득도 볼 가능성을 보여줬을 것이다. 그건 좀 아쉬운 일이다.


"이것도 예상치 못한 소득이라고 봐야지."


잘만 이용하면 조금 떨어지는 부스러기라도 있을 것이다. 그것만 해도 적지 않을 이득이다.


"새로 생긴 사람들도 있고."


이번 사교회 동안 안면을 트게 된 이들도 많다. 오기를 참으로 잘했다.


작가의말

 날이 많이 더워요. 더위에 조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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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악의 재림 23.11.12 5 0 11쪽
36 마물 토벌(6) 23.10.16 7 0 11쪽
35 마물 토벌(5) 23.10.15 9 1 11쪽
34 흑마법사(2) 23.10.14 11 0 11쪽
33 마물 토벌(4) 23.10.13 11 0 11쪽
32 흑마법사(1) 23.10.12 11 0 11쪽
31 마물 토벌(3) 23.10.11 12 0 11쪽
30 마물 토벌(2) 23.10.10 10 0 11쪽
29 마물 토벌(1) 23.10.09 10 0 11쪽
28 스콰이어(4) 23.10.09 9 0 11쪽
27 스콰이어(3) 23.10.08 12 0 12쪽
26 스콰이어(2) 23.10.08 14 0 11쪽
25 스콰이어(1) 23.10.06 16 0 12쪽
24 사교회(4) 23.10.05 14 0 11쪽
23 사교회(3) 23.10.04 16 0 11쪽
» 사교회(2) 23.08.03 18 1 11쪽
21 사교회(1) 23.07.15 23 0 11쪽
20 마석화(5) 23.07.13 30 0 11쪽
19 마석화(4) 23.07.11 24 0 11쪽
18 마석화(3) 23.07.09 27 0 12쪽
17 마석화(2) 23.07.06 29 1 11쪽
16 마석화(1) 23.07.04 30 0 11쪽
15 마물과 기생충(4) 23.07.03 28 1 11쪽
14 마물과 기생충(3) 23.07.01 25 1 12쪽
13 마물과 기생충(2) 23.06.30 27 0 11쪽
12 마물과 기생충(1) 23.06.29 32 0 11쪽
11 벌레(5) 23.06.28 38 1 12쪽
10 벌레(4) 23.06.27 34 1 11쪽
9 벌레(3) 23.06.26 40 1 11쪽
8 벌레(2) 23.06.25 4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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