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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꿈꾸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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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5.15 19:37
최근연재일 :
2024.06.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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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2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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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노예 제도 (2)

DUMMY

띠링!


노예 제도의 부활이라는 베르폰트의 말과 함께 메시지가 도착했다.

나는 슈트 재킷 안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이제 스마트폰을 꺼내는 데 일말의 주저함도 없었다.


[네 번째 퀘스트, 노예 제도 부활!]


짧은 메시지였다.

메시지를 확인한 참가자들이 술렁거렸다.


“아, 그 전에 지금 파트너가 어떻게 정해졌는지 그것부터 말해야겠군요. 간단합니다. 1위는 24위와, 2위는 23위, 3위는 22위와 짝지었어요. 1위부터 12위까지는 주인, 13위부터 24위까지는 노예입니다.”


그 말에 곳곳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지금부터 한 팀씩 나와서 앞으로 어떤 주인과 어떤 노예가 될 것인지, 그에 걸맞는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합니다!”


그 말을 하는 베르폰트의 눈에 광기가 스쳤다.


“나를 포함해 심사 위원은 모두 여섯. 저기 계신 스태프들은 심사 위원이자 유능한 힐러입니다. 또한 이 안에 있는 거라면 무엇이든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으니, 다들 창의력을 발휘해 보세요! 쇼는 30분 뒤에 시작합니다!”


베르폰트의 말이 끝나고 메시지가 도착했다.


[노예와 함께 퍼포먼스를 준비하세요. 심사 위원들은 각각 -100,000에서 +100,000 사이의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포인트는 공연이 끝난 뒤에 합산해 골드로 지급됩니다.]


매번 실망시키지 않는 베르폰트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

서바이벌에 이어 올림픽, 포커 게임, 이번에는 노예 제도의 부활이라니···

이런 잡탕 프로그램이 과연 대중들에게 먹힐까 싶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내가 생각할 영역이 아니다.


포커 게임 때도 그랬지만, 마이너스가 날 수 있다는 것은 내게 큰 부담이었다.


“주인님, 시간이 흐르고 있어요.”


악마종이 내 옷깃을 잡고 말했다.


“아, 그래요. 일단은 좀 지켜봅시다.”

“좋아요!”

“이름이 카··· 뭐라고 했죠?”

“카미요. 카미라고 편하게 불러 주세요!”


이미 이 악마종 여인은 이미 역할에 몰입한 것 같다.


“카미, 일단 흩어져서 무얼 할 수 있을지 사전 조사부터 좀 합시다. 뭔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말씀 주세요.”

“네, 주인님!”


나는 그렇게 말하고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대부분 참가자들은 파트너와 이야기를 주고받느라 바빴다.


그들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소품함.

석상마다 그 앞에 나무로 된 상자가 놓여 있었다.

반라의 거대한 석상들마다 놓인 소품들의 종류와 옷가지가 조금씩 달랐다.

채찍을 비롯해 검과 쇠사슬 달린 투박한 철제 수갑, 둔기···

홀 안을 돌며 석상 앞의 소품함을 살펴보는 동안, 베르폰트가 어떤 그림을 원하는지 생각해 보았다.

참가자들은 대화에 골몰하느라 이 낡은 나무 상자들에는 관심도 없었다.

나는 그들이 대화하는 동안 모든 소품함을 조사했다.

남은 시간은 20여분.


“여러분!”


내 외침에 몇몇이 돌아봤고, 이내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나를 봤다.


“여기 역할극을 위한 소품이 있어요!”


참가자 하나가 주춤거리며 내 쪽으로 왔고, 다른 참가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미가 부랴부랴 내게 다가왔다.


“주인님, 왜 다른 팀을 도와 주시는 거예요?”

“그야··· 우리는 저걸 쓰지 않을 거니까요.”

“예에?”


카미는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소품들 옆에는 갖가지 자극적인 의상들도 걸려 있었다.

석상들이 걸친 옷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반라에 가까운 의상.

어느새 너도나도 소품과 의상을 차지하겠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모두가 소품함을 오가느라 분주했다.


“1분 전입니다!”


스태프가 외쳤다.


“퍼포먼스 순서는 제비뽑기로 결정하겠습니다!”


다른 팀들이 퍼포먼스 준비 막바지로 정신없는 가운데, 나는 제일 먼저 앞으로 나갔다.

스태프가 내게 제비가 든 함을 내밀었다.

안에 손을 넣었더니, 구슬 같은 게 만져졌다.

나는 만져지는 것들 중 가장 큰 구슬을 꺼냈다.


“2팀, 마지막 순서!”


옳거니.

여기 와서 느낀 건데, 나는 억세게 운이 좋은 놈이다.

그제야 참가자들이 부랴부랴 스태프 앞으로 왔다.


모두 제비를 뽑고, 열두 팀의 퍼포먼스 순서가 정해졌다.


“제비뽑기가 끝나고 1분 뒤, 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


무대는 홀 중앙.


쿠구구구구구-


바깥에서 들려온 천둥 소리가 공연 시작을 알렸다.

첫 팀이 석상 뒤에서 등장해 무대로 왔다.

주인은 하늘거리는 천을 둘러 허리를 끈으로 묶었고, 노예는 놀랍게도 벌거벗고 있었다.

곳곳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네 이년!”


짝!


무대에 오르자마자 주인은 노예의 따귀를 갈겼다.

정말 있는 힘껏 때렸는지, 따귀 한 대에 노예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노예의 표정이 몹시 안 좋았다.

미리 약속된 퍼포먼스가 아닌 모양.

노예가 울부짖었다.


“왜 이러세요 주인님!”

“이 천한 것이 어디라고 말대꾸를!”


휘익-


찰싹!


채찍이 바닥을 내리쳤다.

빗나간 것이었다.


···


“이년이 어디라고 말대꾸를!”


짝!


이번에는 반라의 노예의 어깨에 채찍이 적중.


“크아아악!”


반라의 여성 오크가 동물 울음소리 같은 비명을 질렀다.

오크의 눈빛은 당장에라도 주인을 덮칠 듯했는데.

그것이 도리어 주인의 화를 돋구었다.


찰싹! 짝! 짝! 찰싹! 짝!


채찍질이 바닥과 노예를 번갈아 강타했다.

갈수록 거세지는 채찍질에 마침내 여성 오크 노예의 몸에서 피가 터져나왔다.

오크는 더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대신에 턱뼈가 불거질 만큼 이를 악물었다.

채찍질이 거듭될수록, 그녀의 몸은 차츰 바닥에 더 납작 달라붙었다.


“공연 끝났습니다!”


공연 시간은 3분.

3분이 원래보다 길게 느껴졌다.


짝.


최초의 박수와 함께 산발적으로 박수가 나왔다.


“9-16팀 수고하셨습니다. 점수는 1분 후에 발표하겠습니다.”


연기는 어설펐고, 폭력적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마 중간쯤 되는 점수는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스태프가 노예를 치료하고 가운을 준비해 주었다.


“점수를 발표하겠습니다.”


수습된 무대 중앙에 선 스태프가 말했다.

고요했다.

쏟아지는 빗소리 말고는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200, 500, 700, 100, 200, 200.”


마이너스 점수를 준 심사 위원은 없었지만, 그리 높은 점수는 아니었다.

이 공연에서 점수를 낮게 받으면 얼마든지 순위가 뒤집힐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팀 차례였다.

이번에는 남자 언데드가 노예, 여성 드워프가 주인 역할이었다.

남자 노예는 주요 부위를 가린 채 구부정하게 등장했고, 드워프는 무대에 오르자마자 언데드를 사정없이 채찍질했다.


짝! 짝짝! 짝짝짝짝!


후두둑.


살점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거센 채찍질이었다.

첫 번째 팀과는 다르게 채찍의 길이가 짧아서 적중도가 100%에 달했다.


대사는 한 마디도 없었다.

언데드의 끄윽, 끅, 하는 신음 소리만 실내에 울려 퍼졌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바닥에 핏물이 고였다.

아무도 박수를 치지 못할 정도로 분위기가 살벌했다.


“5-20팀 점수는···”


스태프의 목소리마저 침울했다.


“1,500, 2,000, 3,000, 4,500, 3,500, 5,500.”

의외의 결과에 관객들 사이에서 감탄성이 흘러나왔다.


“흠···”


심기가 불편했다.


“괜찮을까요 우리···”


옆에 앉은 카미가 걱정스레 중얼거렸다.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주인님. 저 저것보다 훨씬 심한 학대도 당해 봤어요. 우리 악마들은 고통을 무척 잘 견딘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우리도 준비···”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순순히 입을 다물었다.


세 번째, 네 번째···

여섯, 일곱 번째 공연까지도 학대··· 아니, 거의 학살의 현장이 이어졌다.

공연이 거듭될수록 폭력의 수위가 올라갔고 급기야.

둔기에 곤죽이 되다시피 한 노예 역할의 엘프 여성이 쇼크로 정신을 잃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힐러 둘이서 힐을 퍼붓자 엘프는 거짓말처럼 소생했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웃는 얼굴로 관객과 심사 위원들에게 무대 인사까지 했다.

그녀는 지금껏 등장한 이들 중 가장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심사 위원들의 점수 또한 노예 구타 팀들 중 가장 높았다.


“15,000, 18,000, 21,000, 17,000···”


폭력성이 짙어질수록, 심기가 더욱 불편해졌다.


“이러다 누구 하나 죽겠는데···”


양상이 달라진 것은 여덟 번째 공연에서부터였다.

공연 시작부터 일부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알몸으로 등장한, 조각 같은 몸매를 가진 남자 엘프 때문이었다.

자세히 보니 아는 얼굴.

슈뢰딩거였다.

지금껏 안 보이길래 탈락한 줄 알았는데···


“여봐라! 노예를 들여라!”


그는 무대가 제 집 안방인 양 벌렁 드러누워서 팔을 머리에 괴고는 외쳤다.

양 옆에서는 숙덕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몸 좋은데?”

“대체 뭘 하려는 걸까?”


상대 노예는 악마종 여성이었다.

악마종의 등장에 카미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녀가 얼굴을 구긴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등장한 악마종 여성도 슈뢰딩거와 마찬가지로 알몸.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다.


“주인님.”


수줍은 듯 슈뢰딩거 앞으로 가서 무릎 꿇은 여종.


“이리. 가까이 오거라.”


슈뢰딩거가 누운 채로 손짓했다.

여종은 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주인이 여종의 볼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린다.


“어서, 어서 나를 기쁘게 해다오.”


악마는 슈뢰딩거의 뒤로 갔다.

그러고는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으음···”


슈뢰딩거의 야릇한 신음에 관객들도 따라서 신음을 흘렸다.


“아이샤···”


주인은 여종의 이름을 부르며 구름 위를 노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슈뢰딩거의 저런 표정은 처음 봤다.


어깨를 비롯해, 주인의 몸 곳곳을 탐닉하던 여종이 주인을 엎어뜨리고는 아예 그 위로 올라갔다.


“아아아!”


그 신음성은 배우들의 것이 아니었다.

두 종이 자아내는 분위기에 심취한 관객들이 낸 소리였다.

주인의 허리에서 말을 타듯 움직이며 등을 누르던 아이샤가 앞으로 미끄러지며 몸을 포갰다.

그러고는 황홀한 듯, 몸을 비비며 신음을 흘렸다.


“으으응···”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된 슈뢰딩거.

그때였다.

아이샤가 자신의 머리를 틀어올린 비녀를 빼들고 눈을 부릅떴다.

그런 뒤에···


푸욱-


주인의 옆구리를 찔렀다.


푹! 푹! 푹! 푹! 푹!


옆구리에 이어 등을, 뒷덜미를 사정없이 찔러 댔다.


“크허억!”


생각지도 못한 반전에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슈뢰딩거의 몸 곳곳에서 피가 솟구치는 가운데 베르폰트가 외쳤다.


“스태프!”


당황한 스태프가 그제서야 공연의 끝을 알렸다.

힐러 하나가 황급히 슈뢰딩거에게 다가가 힐을 넣었다.

다른 힐러도 부랴부랴 그쪽으로 갔다.


관객들도 그리로 몰려들었다.


“큭큭큭···”


누군가 웃고 있었다.


웃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슈뢰딩거였다.

그에 주변 모두가 술렁거렸다.

그런 뒤에는 환호성과 박수가 섞여 나왔다.


“결과 발표하겠습니다.”


무대를 쥐락펴락한 것 만큼 결과도 충격적이었다.


“45,000, 49,000, 51,000, 55,000···”


단연 최고 점수.

게다가 점수 차는 계산할 필요도 없이 압도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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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말할 수 없는 비밀 (1) 24.06.10 54 0 12쪽
30 안전제일! 24.06.09 64 1 12쪽
29 메타포 24.06.08 62 0 12쪽
28 퇴출 24.06.07 70 1 12쪽
27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24.06.06 79 0 14쪽
26 구사일생 24.06.05 82 1 12쪽
25 네임드 24.06.04 95 2 11쪽
24 인스턴스 던전 24.06.03 101 1 11쪽
23 쌍둥이 형제 24.06.02 116 1 11쪽
22 각성자 테스트 (2) 24.06.01 131 1 12쪽
21 각성자 테스트 (1) 24.05.31 150 2 13쪽
20 헌터. 헌터··· 헌터? 24.05.30 172 1 12쪽
19 퇴사 24.05.29 178 1 10쪽
18 인생 2막 24.05.28 185 1 10쪽
17 각성 24.05.27 194 2 11쪽
16 막다른 길 24.05.26 173 1 12쪽
15 마피아 게임 24.05.25 176 2 12쪽
14 세기의 커플 탄생! 24.05.24 18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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