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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꿈꾸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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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5.15 19:37
최근연재일 :
2024.06.26 06:00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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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55
추천수 :
56
글자수 :
223,471

작성
24.05.21 00:05
조회
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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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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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노예 제도 (1)

DUMMY

미니 게임 종목이 3*3 큐브라는 말을 들은 참가자들이 하나둘 불만을 토로하자, 삽시간에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크흠!”


베르폰트의 헛기침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1분. 1분 동안 큐브를 더 많이 맞춘 종의 승리입니다. 스태프들이 큐브를 준비할 동안 다들 좀 쉬세요. 담배 피울 분들은 피우시고.”


그는 그 말을 남기고는 건물 밖으로 나갔다.


사실 내게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5위나 6위나, 애초에 바란 적도 없었던 순위였으니.


“힝··· 큐브라면 그 정육면체 퍼즐 같은 거 말하는 거죠?”


사브리나의 입이 댓 발 나왔다.


“아마도요?”

“제가 6위네요. 끙··· 미리 축하해요 사지마씨.”


나 역시 큐브 맞추는 법을 몰랐다.

하지만 입을 다물었다.

사브리나도 언제 경쟁자로 돌변할지 모르는 일이니까.


“5위든 6위든 뭐가 중요해요.” 내가 말했다.

“그쵸? 난 지마씨가 그렇게 큰 돈을 딴 줄도 모르고 혼자 침울해 있었잖아요.”

“저··· 근데 고백할 게 있어요.”

“고백이요?”

“네. 아까 베팅할 때 뭔가에 홀렸는지, 약속했던 것도 까맣게 잊고 최대 한도까지 다 끌어다 썼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도합 180,000골드에 180,000를 추가로 끌어다 쓸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다.

죽어도 빚을 내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이 조항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아···”


돈을 끌어다 썼다는 말에, 사브리나의 미간이 구겨졌다.

그런 무서운 표정은 처음이었다.


“그랬단 말이죠?”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나는 머리를 꾸벅 숙이며 사죄했다.

이겼으니 망정이지, 졌다면 둘 다 개털이 되는 거였으니 화가 날 만도 하다.

3초쯤 고개를 숙였던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음?

고개를 들었을 때, 사브리나의 구겨진 미간은 이미 다리미로 다린 듯 펴져 있었다.

대신에 광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이 승천했다.


“사지마씨가 약속을 어긴 덕분에 우리가 3등을 했다는 말이군요? 한 번 더 안아 달라는 뜻인가요?”


사브리나가 양팔을 활짝 벌리며 말했다.

나는 괜찮다고 대답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사브리나는 담배 피우러 안 가요?”


해독 능력이 좋은 터라 많은 각성자들이 부담없이 술, 담배를 즐긴다.

많은 각성자들이 담배를 피우고부터는 담배의 냄새도 가지각색으로 개발되었고, 급기야 냄새가 없는 담배까지 나왔다.

지금도 참가자 다수가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저는 안 피워요.” 사브리나가 말했다.

“각성자들은···”


나도 모르게 말끝을 흐렸다.


“뭐라고요?”

“아닙니다.”


우리가 그러고 있는 동안 어느새 스태프들이 큐브를 들고 나타났다.

담배를 피우러 나갔던 참가자들도 하나둘 돌아왔다.


참가자 스물 네 명이 각각 하나씩 큐브를 받았다.


“파트너와 등을 맞대고 서 주십시오!”


여전히 불평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지만 게임은 예정 대로 진행됐다.


“시작!”


다른 퀘스트 때처럼 긴장되지는 않았다.

물론 이기고 싶었지만, 승패의 무게가 다른 때보다는 확실히 덜했다.


간단한 룰이었다.

1분 동안 더 많은 조각을 맞춘 자가 이긴다.


나는 대강 색깔에 맞춰 가며 퍼즐을 이리저리 돌렸다.


1분은 무척 짧았다.


“10초 전입니다!”


스태프가 외쳤고, 게임은 정확히 10초 후에 종료되었다.


“사지마 14개. 사브리나 7개. 사지마 승!”


허허···

이겼네.


최종 순위가 발표되었고, 그날 일정은 그걸로 끝이었다.


*


나흘째 아침이 밝았다.

3위···

292,810골드···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원래는 각각 5위와 6위로 알고 있었는데, 발표가 정정되어 나와 사브리나는 각각 3, 4위가 되었다.

우리 팀이 종합 2위를 차지한 것이었다.


“후후···”


절로 웃음이 난다.

회사고 뭐고 이젠 안녕이다.


더 나은 곳으로 이사하고, 차도 바꿀 수 있을 만한 돈이 생겼다.


“이참에 전세 말고 아예 집을 살까?”


정말로 그럴 만한 돈이 수중에 생긴 것이었다.

좀처럼 실감은 안 났지만.


핑크빛 미래를 설계하던 중···

잠시 미뤄 둔 생각이 떠올랐다.


“스마트폰.”


사이즈가 좀 작긴 해도, 못 보고 지나칠 정도의 크기는 결코 아니다.

그런데 사브리나도, 스태프들도 내 스마트폰을 보고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아니.

아예 못 본 것처럼 행동했다.

나중에는 확실하게 확인하기 위해 아예 테이블 위에다 스마트폰을 올려 두기까지 했었다.

그 결과, 아무도 내 스마트폰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흠···”


게다가 어제 아침 바탕화면에 생긴 어플.

이 어플은 내가 꾼 꿈을 이미지로 저장한다.

배터리 또한 여전히 만땅.


“음?”


하루 사이, 이미지의 개수가 늘었다.

열두 장에서 열다섯 장이 되었다.


“꿈을 꾼 기억이 없는데.”


그렇게 말하며 어플을 실행해 이미지를 확인했다.

새로 생긴 이미지를 살펴보다 보니 새록새록 기억이 돌아온다.


“음···”


내가 별것도 아닌 일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걸까.


좀 생각해 봐도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꿈은 자면서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이 스마트폰에 저장되는 것은 정상의 범주를 벗어난 일임이 분명했다.

게다가 정말로 이 스마트폰을 볼 수 있는 이가 없다면···

그러한 사실을 증명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는 뜻.


꼬르륵.


배꼽시계가 울렸다.


“그래,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밥이나 먹자.”


기분 탓인가?

부엌이 넓어진 것 같은데···

여긴 조립식 주택 주제에 내가 사는 집보다 넓은 것은 물론, 사용성도 좋다.

집에서는 부엌이 좁은 탓에 프라이팬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데, 이곳에서는 휘파람을 불며 스크램블드에그를 만들고 있으니.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서는 조금 놀랐다.

100이라고 적혀 있던 숫자가 3으로 바뀌었다.

그건 둘째 치고···


“집이 커졌어?”


그건 착각이 아니었다.


“어쩐지···”


어제까지만 해도 99번과 101번이 내 집 양옆에 있었던 데다 지붕의 높이가 똑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2번과 4번 집이 내 양옆에 있었다.

게다가 셋 다 크기가 달랐다.

부엌이 넓어진 건 기분 탓이 아니었다!


“허!”


나는 멍하니 새로 지어진··· 아니, 재구성된? 주택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포커 게임 때 테이블 위치가 바뀐 것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기술력!


“사지마씨!”


돌아보니 사브리나였다.

그녀가 나보다 지붕이 낮은 오른쪽 집에서 나왔다.

그녀는 첫날 입었던 레깅스와 윈드브레이커를 입고 있었다.


“사브리나.”


나는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함께 산책을 했다.


띠링!


산책하던 중 메시지가 도착했다.

나는 서슴없이 스마트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했고, 사브리나는 허공을 검지로 눌렀다.


[금일 정오, 네 번째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1위부터 12위까지는 본인 숙소 앞에, 13위부터 24위까지는 지정된 위치로 가서 대기해 주십시오.]


“정오면··· 아직 시간 여유가 있네요.”

“그런데 정확한 퀘스트 내용이 없네요.”


사브리나가 허공에 손가락을 놀리며 말했다.


우리는 자갈길을 지나 어제 포커를 쳤던 건물까지 걸어갔다.


“어제 정말 대단했어요 지마씨.”

“뭘요···”


칭찬에 붉어진 얼굴을 숨기려, 양손으로 차양을 만들고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날씨다.


*


정오가 되기 10분 전, 숙소 앞에 섰다.

양옆을 돌아보니 사브리나와 2위는 아직 숙소를 나서지 않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맑았는데, 하늘 저편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나는 숙소 앞, 낮은 담벼락 앞에 있는 벤치에 가서 앉았다.


저 멀리, 길 건너편 주택에서 누군가가 나오는 게 보였다.

그 누군가는 양옆을 두리번거리는 듯하더니 이쪽을 봤다.

그러고는 걸어왔다.


그는··· 아니, 그녀는 정확히 내 쪽을 향하고 있었다.

상대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차츰 세부가 눈에 들어왔다.

굴곡진 몸매와 걸음걸이, 뿔, 창백한 피부.

옷차림은 전체적으로 수수한 듯하지만 자극적인 면이 있었다.

검정 브라가 비치는 화이트 블라우스에 엉덩이가 달라붙는 하이웨스트 진.


꿀꺽.


나는 침을 삼켰다.

역시나 그녀는 나를 향해 온 것이 맞았다.

붉은 두 눈동자가 바로 앞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눈동자보다 화사한 레드 컬러의 립을 칠한 입술이 열렸다.


“안녕? 주인님.”


뭐라고?

내가 제대로 들은 건가?


“아, 찌밤? 뭐야? 아씨··· 짜증나.”


앞에 선 악마종은 신경질적으로 중얼거리며 가느다란 손가락을 허공에 놀렸다.

시스템 창을 확인하고는 태도가 돌변했다.


“안녕하세요 주인님··· 제 이름은 카미예요. 저랑 함께 가시죠.”


아주 공손하게.


나는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악마와 나란히 걷고 있었다.

그것도 팔짱을 낀 채.

걸을 때마다 이따금 그녀의 가슴이 팔에 닿았다.


아···

안 되겠다.

나는 팔을 뺐다.


“안 돼요··· 주인님. 그러시면 제 점수가··· 아니, 제가 섭섭해요.”


아하.

그런 거였나.

이번 퀘스트는 일종의 역할극 같은 건가?


악마종과 나는 함께 자갈길을 지나 다시금 고대 건물들이 밀집된 지역으로 왔다.

그중 유일하게 24시간 폐쇄되지 않은 공간에 도착했다.

지붕을 떠받친 배흘림 기둥들 사이로 언뜻 석상들이 보였다.


내부는 그리 넓지 않았다.

홀 가장자리로 거대한 석상들이 있어서 압도되는 기분을 느꼈다.

마치 몸이 작아진 느낌이랄까?


“저, 혹시 순위가 어떻게 되시나요?” 내가 물었다.

“말씀 편하게 하세요 주인님. 저는 22위예요.”


3위와 22위라.

무슨 꿍꿍이지.


하나둘, 참가자들이 도착했다.

그들 모두가 우리처럼 쌍쌍이였다.

한 커플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남녀 커플.


스태프 다섯을 거느린 베르폰트가 왕처럼 거만한 걸음걸이로 홀에 들어섰다.

더는 그가 왜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참가자들은 베르폰트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섰고, 스태프들은 참가자들 바깥으로 물러났다.


“혹시 아직 안 오신 분 있으신가요?”


참가자들은 서로를 돌아볼 뿐, 대답하지 않았다.


“스태프?”


베르폰트의 말에 스태프가 인원 점검을 했다.


“다 왔습니다.”

“좋습니다. 바로 시작하도록 하지요. 네 번째 퀘스트는···”


그는 1초쯤 뜸을 들이고 말했다.


“노예 제도의 부활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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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사일런스 우드 (2) 24.06.18 34 0 11쪽
36 사일런스 우드 (1) 24.06.17 35 2 10쪽
35 한계 돌파! 24.06.14 42 0 13쪽
34 불편한 계약 24.06.13 4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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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말할 수 없는 비밀 (1) 24.06.10 55 0 12쪽
30 안전제일! 24.06.09 64 1 12쪽
29 메타포 24.06.08 62 0 12쪽
28 퇴출 24.06.07 70 1 12쪽
27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24.06.06 80 0 14쪽
26 구사일생 24.06.05 82 1 12쪽
25 네임드 24.06.04 95 2 11쪽
24 인스턴스 던전 24.06.03 101 1 11쪽
23 쌍둥이 형제 24.06.02 117 1 11쪽
22 각성자 테스트 (2) 24.06.01 131 1 12쪽
21 각성자 테스트 (1) 24.05.31 150 2 13쪽
20 헌터. 헌터··· 헌터? 24.05.30 172 1 12쪽
19 퇴사 24.05.29 179 1 10쪽
18 인생 2막 24.05.28 185 1 10쪽
17 각성 24.05.27 194 2 11쪽
16 막다른 길 24.05.26 173 1 12쪽
15 마피아 게임 24.05.25 176 2 12쪽
14 세기의 커플 탄생! 24.05.24 18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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