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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꿈꾸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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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쿤
작품등록일 :
2024.05.15 19:37
최근연재일 :
2024.06.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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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6.07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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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퇴출

DUMMY

[긴급 세이프티 모드 사용에 따른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그러한 메시지가 떠올랐던 것.


“사지마님?”


테스트실 직원의 부름에 고개를 들어 보니 재촉하는 눈빛이었다.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그렇게 말하고는 어플을 껐다가 다시 켜서 이미지를 터치했다.


[긴급 세이프 모드 사용에 따른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변함없는 메시지에 심장이 철렁했다.


스마트폰을 집어넣고 직원의 얼굴을 보았다.


‘안 들어가고 뭐해? 뒤에 다른 종들 기다리잖아?’


딱 그런 표정.


“저 죄송한데··· 다시 와도 될까요?”


직원은 잠시 멍하니 나를 바라보다가 대답했다.


“네, 그렇게 하십시오.”


얼굴이 화끈거렸다.

테스트실을 나오자마자 두리번거리며 화장실을 찾았다.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레몬 향이 훅 끼쳐 왔다.

나를 보는 시선들을 무시한 채 곧장 변기로 직행했다.


쾅!


문을 처닫고는 변기에 앉아 곧장 스마트폰을 꺼냈다.


[긴급 세이프 모드 사용에 따른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몇 번을 더 해도 결과는 같았다.


“망할···”


욕지기가 난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얼마간 변기에 앉아 있던 나는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다시 테스트실로 갔을 때는 레미밖에 없었다.


“어디 갔다 온 거예요? 사브리나랑 베르폰트는 당신을 찾으러 갔어요.”

“화장실이 급해서요. 하하··· 죄송합니다.”

“아, 뭐야.”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금 테스트를 신청한 뒤 줄을 섰다.


테스트를 받았다.

레미는 대기석에 앉아 시스템 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결과 나왔어요?”


그녀 옆에 앉으며 물었다.


“결과야 아까 나왔죠. 피디님이 우리 각성 결과 가지고 뭘 한다는 것 같던데? 한번에 확인해야 한대요.”

“그렇군요.”


레미는 나를 흘끗 보고는 다시 시스템 창으로 눈을 돌렸다.

나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스마트폰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는데 속이 부글거렸다.

그러던 중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혹시.

오류라는 게 자고 일어나서 이미지가 늘어나지 않은 것과도 관련이 있는 건가?

지금까지는 스마트폰이 먹통이 된 이유가 단순히 엄청난 힘을 끌어다 쓴 쿨타임 같은 걸로만 생각했었다.


생각을 정리해 보자.

나는 동영상을 소모했다.

그 결과 딜레이가 생겼다.

딜레이 동안에는 잠을 자도 꿈을 꾸지 않는다.

꿈을 꾸지 않으면 이미지가 생성되지 않는다.

흠···

그럴 듯한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한참 그러고 있는 동안 사브리나와 베르폰트가 차례로 돌아왔다.


“화장실 갔다 왔대요.”


레미의 말에 베르폰트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고.


“한참 찾았어요.”


그 말을 하는 사브리나의 가슴께가 젖어 있었다.


대기석에 앉아 있는 우리 앞으로 직원이 다가왔다.


“결과 말씀드리러 왔습니다.”


직원의 말에 베르폰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면허증 갱신은 마나 수치가 1%이상 움직인 경우에만 가능하십니다.”


직원은 공유 시스템창을 꺼내 휙휙 넘겼다.


다다다다.


휙휙, 다다다다.


능숙한 손놀림.


직원의 손이 멈추자 레미와 사브리나, 베르폰트의 결과가 차례로 떠올랐다.


「이름: 레미

종족: 악마

각성 등급: H급

마나 수치: 14.062%」


「이름: 사브리나

종족: 엘프

각성 등급: E급

마나 수치: 21.421%」


「이름: 베르나르 베르폰트

종족: 엘프

각성 등급: F급

마나 수치: 18.454%」


「이름: 사지마 (면허 발급 보류)

종족: 인간

각성 등급: 등급 외

마나 수치: 00.062%」


“어머? 저···”


사브리나가 화색을 띠며 말하려다 주변을 돌아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베르폰트의 얼굴이 구겨져 있었던 것.

그는 충격을 받은 얼굴로 침묵을 지켰고, 직원도 그의 눈치를 보느라 가만히 서 있었다.

레미와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베르폰트는 자신의 시스템창을 조작했다.


“서명해 주십시오.”


그는 직원에게 비밀 유지 각서를 디밀었다.


“하하··· 어차피 테스트 결과는 기밀입니다만···”

“닥치고 서명해.”


그 말에 직원이 고분고분 각서에 서명하고 물러갔다.


“사지마씨.”


베르폰트는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네?”

“어떻게 된 겁니까.”


그의 카리스마에 무거워진 주변 공기가 어깨를 짓누르는 듯했다.


무섭다···

나는 그런 감정을 억누르며 대답했다.


“뭐가요.”

“당신 마나 수치. 지난번엔 분명 H급에 달하는 수치 아니었습니까. 이런 경우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습니다. 일주일 만에 마나 수치가 10% 넘게 떨어지다니···”


하긴, 그 반대도 희귀한 일이라고 했었지.


“그날 일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나는 최대한 냉정을 유지하려 애쓰며 말했다.


아니.

더 생각해 봐도 가장 억울한 건 나였다.

내가 그 호랭이 녀석을 처치하지 않았으면 모두 골로 갔을지도 모르는데.

이 쪼꼬미가 은혜도 모르고 내게 따지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괘씸했다.


베르폰트가 또다시 무게를 잡고 나를 추궁하면 화낼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아··· 역시 그랬군요.”


너무 순순히 얼굴에 힘을 풀었다.

그의 얼굴이 풀리는 걸 보니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잠시 플랜B를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일단 사지마씨는 댁으로 돌아가 좀 쉬는 걸로 합시다. 일주일 후 다시 테스트를 받도록 하지요.”


그 길로 우리는 테스트실을 나섰다.


*


정신을 차려 보니 1234지구의 낡은 내 집이었다.

아카데미 숙소에서 간소하게 짐을 꾸리고 집으로 온 것이 바로 어젯밤 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오래된 일처럼 느껴졌다.


[긴급 세이프티 모드 사용에 따른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스마트폰은 계속 같은 상황이었다.


“하···”


어제 나를 대하던 베르폰트의 표정이 떠오른다.


마나 수치 00.062%.

그것은 비각성자 치고도 희귀할 만큼 낮은 수치였다.

그전 테스트 수치였던 14.065%에서 14프로가 넘게 하락했다.

이유를 아는 내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스마트폰으로 각성을 한 것과 안 한 것의 차이였으니.

하지만 베르폰트로서는 황당할 수도 있었을 테지.


씨익.


입꼬리가 올라간다.

4년 전, 의무 교육을 마친 직후 나의 테스트 수치는 0%.

각성하지도 않았는데 거기서 0.062퍼센트가 오른 것이었다.


그나저나···


“계약은 어떻게 되는 거지?”


정신을 잃었던 1주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피디에게 묻지 않은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지금 이 시간들은?


계약서나 한번 훑어보려고 책상 위를 봤는데.


“어?”


잠시 머릿속이 텅 비었다.


“여기 둔 것 같은데···”


계약서를 책상 위에다 올려 둔 기억이었는데 확실친 않았다.


두근.


불길한 예감이 몸을 관통했다.

나는 가만히 서서 어지러운 책상 위의 이미지를 되살려 내려 애썼다.


“아 she밤.”


아무래도 가물가물하다.


후다닥 가서 현관문을 열어젖혔다.

그런 다음 천천히 어젯밤을 곱씹었다.


차근차근 동선을 되짚어 봤지만 이상한 건 찾지 못했다.

집을 구석구석 뒤졌는데도 계약서는 나오지 않았다.


“아오,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나는 소리치며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얼마간 몸을 뒤척이다가 베르폰트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바쁜가···”


이번에는 레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아놔.”


나는 사브리나에게 전화를 걸려고 하다가 손을 멈추었다.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계약서를 작성한 변호사의 얼굴.


스마트폰을 뒤져서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오니···


“허허···”


이게 무슨 상황이지?

집에 계약서도 없고, 변호사의 행방도 묘연하다.


“찝찝한데.”


*


저녁 즈음 레미에게 전화가 왔다.


―간만에 샵 나와서 좀 바빴어요. 왜요?

“피디님한테 전화를 걸었더니 안 받더라구요.”

―그래요? 그 양반 바쁘니까 그렇겠죠.

“아···”

―저야 사지마씨 전용 스타일러로 고용된 거였어서 사지마씨 없으면 거기 있을 이유가 없고.

“그렇군요.”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그래, 까짓 일주일. 금방이지.”


싱숭생숭한 마음을 달래 줄 만한 게 없을까?


···


나는 스마트폰 앱을 실행했다.


“흐흐흐··· 역시.”


계좌의 잔고를 확인하니 기분 좋음 버튼이 눌렸다.


*


며칠에 걸쳐 인터뷰 요청과 예능 출연 요청이 들어왔지만 거절했다.

계약서는 없지만 계약서에 적힌 ‘전속 계약’ 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집에서 뒹구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더는···


“안 되겠다!”


나는 짐을 호출했다.


짐은 마침 근처였다며 전화를 받고는 30분 안에 집앞으로 튀어 왔다.


“형님!”


그는 활짝 웃는 얼굴로 나를 맞았다.


“촬영 중 아니셨습니까?”

“어 맞아. 몸이 안 좋아서 좀 쉰다고 했어.”

“어디 안 좋으십니까?”

“딱히 그런 건 아니고··· 만성피로지 뭐.”


짐에게는 대충 둘러댔다.


“어디로 모실까요!”

“그냥 바람이나 좀 쐬자.”


짐의 택시를 타고 흘러가는 풍경은 느렸다.

고작 몇 번이었지만 음속 열차의 속도에 적응한 모양.


한동안 말없이 1234지구 외곽의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러는 동안 머릿속의 엉킨 실타래가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다.


몇 번, 내 쪽으로 다녀가는 짐의 시선을 느꼈지만 내게 말을 붙이지는 않았다.


“드라이브라는 거.”


삼십여 분만에 내가 입을 열었다.


“왜 하는지 알 것도 같아.”


*


베르폰트가 나를 다시 호출한 것은 집으로 돌아온 지 일주일째 되는 날이었다.


―복귀하시죠.


짧은 통화였다.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지마씨!”


레미가 협찬 받은 옷들을 싸 들고 집으로 왔다.


그녀가 보는 앞에서 간이 패션쇼를 하며 녹화 때 입을 옷을 추렸다.


“아니야!”


“이것도 아니!”


“놉!”


레미는 헤어 메이크업 아티스트답게 깐깐했다.


당장 입을 옷을 제외하고는 그녀의 인벤토리에 넣었다.


짐의 택시가 집 앞에 도착했고···


짐의 택시에서 내려 음속 열차 플랫폼으로 향했다.


“다녀오십시오 형님!”


짐이 조수석 창문을 열어 내게 손을 흔들었다.

복귀가 정해지자 일은 일사천리였다.


레미와 함께 열차에 탔는데, 이번에는 특실이 아닌 일반석이었다.


“자기랑 같이 안 탄다고 싼 거 끊었네. 쫌생이 같으니라고.”


레미가 투덜거렸다.


일반석은 거의 빈자리 없이 종들이 그득했다.

종들이 많은데도 더는 그전처럼 신경이 곤두서지 않았다.


“봐요 봐요, 이거 이렇게 입는 거라구욧!”


레미가 시스템 창을 내게 디밀었다.


“음?”


내가 입은 맨투맨과 같은 옷을 입은 엘프였다.

나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스타일링 했다.


“흠···”


뭘 보라는 거지?

내가 더 멋있는 것 같은데···


이동하는 동안 내내 레미는 떠들었고, 나는 그녀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헤븐에 도착해서 언덕에 웅크린 건물을 보는데 어쩐지 뭉클했다.


베르폰트의 숙소는 처음이었다.

테이블 위 재떨이에 담배 꽁초가 그득했다.


“왔습니까.”


그곳에 모인 이는 모두 넷.

사브리나가 나를 보고는 양쪽 입꼬리를 올렸다.

분위기가 뭔가 달라졌는데, 달라진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테스트 결과 사브리나님의 마나 수치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반대로 사지마님은 대폭 하락했고요.”


재떨이 옆에 빵과 커피가 놓여 있었지만 거기에 손을 대는 이는 없었다.


“사지마님이 없는 일주일간 사브리나님의 던전 공략 녹화를 마쳤습니다.” 베르폰트가 말했다.


피디는 기획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시청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머리로는 납득이 가면서도 뱃속이 불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저는 왜 다시 부른 겁니까?”


당장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입을 열었는데···

내 질문에 베르폰트가 입을 일자로 다물었다.

분위기가 싸해졌다.


베르폰트의 한쪽 손에는 거의 다 타들어 간 담배가 들려 있었고, 다른 한쪽 손으로는 턱을 만지작거렸다.

그는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고는 나를 봤다.


“들러리가 되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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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사일런스 우드 (1) 24.06.17 3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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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불편한 계약 24.06.13 4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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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말할 수 없는 비밀 (2) 24.06.11 54 1 12쪽
31 말할 수 없는 비밀 (1) 24.06.10 54 0 12쪽
30 안전제일! 24.06.09 64 1 12쪽
29 메타포 24.06.08 62 0 12쪽
» 퇴출 24.06.07 70 1 12쪽
27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24.06.06 79 0 14쪽
26 구사일생 24.06.05 82 1 12쪽
25 네임드 24.06.04 95 2 11쪽
24 인스턴스 던전 24.06.03 101 1 11쪽
23 쌍둥이 형제 24.06.02 116 1 11쪽
22 각성자 테스트 (2) 24.06.01 131 1 12쪽
21 각성자 테스트 (1) 24.05.31 150 2 13쪽
20 헌터. 헌터··· 헌터? 24.05.30 172 1 12쪽
19 퇴사 24.05.29 178 1 10쪽
18 인생 2막 24.05.28 185 1 10쪽
17 각성 24.05.27 194 2 11쪽
16 막다른 길 24.05.26 173 1 12쪽
15 마피아 게임 24.05.25 176 2 12쪽
14 세기의 커플 탄생! 24.05.24 18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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