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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꿈꾸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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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5.15 19:37
최근연재일 :
2024.06.28 06: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7,747
추천수 :
56
글자수 :
233,931

작성
24.06.24 06:00
조회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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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1쪽

GIFT

DUMMY

“네. 혼자서는 자신이 없는데, 사브리나랑 함께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법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굴려 온 생각이었다.

머릿속에 있던 생각을 밖으로 꺼낸 뒤에도 마음의 변화가 없다는 건.

스스로 어느 정도 확신이 있다는 뜻이이었다.


“저는 E급이고 사지마씨는 C급인데··· 괜찮겠어요? 이렇게 파티를 맺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그 따위 등급이 무슨 상관이에요. 그것보다 사브리나, 단순한 거 좋아해요?”

“아? 그건··· 네, 뭐···”

“그럼 일단 웡도 불러서 함께 얘기해 보죠. 웡이 사브리나 엄청 따르는 것 같던데.”

“알겠어요···”


사브리나가 연락하자 웡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달려왔다.


벌컥!


웡은 숙소 방문을 힘차게 열어젖혔다.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헉헉··· 저··· 헉헉, 왔어요! 헉헉···”


사브리나가 냉장고에서 식혜를 꺼내서 따라 주었다.

웡은 식혜를 단숨에 비웠다.


사브리나가 나를 쳐다봤다.


“흠흠. 정기적인 던전 파티를 구성해 보려고 하는데요. 파티원으로 사브리나님이 웡님을 추천했어요.” 내가 말했다.


웡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눈빛이었다.

내가 말이 없자 사브리나를 쳐다본다.


“말 그대로예요. 우리 팀에 들어와 주세요!”


사브리나가 말하자 그제야 웡의 얼굴이 감격으로 물들었다.


“좋아요, 너무 좋아요!”

“아직 세부 사항은 말하지도 않았는데···”

“그딴 거 상관없어요! 무조건 하겠습니다!”


허허, 웡은 내 생각보다 사브리나를 더 좋아하는 모양이다.


내가 월, 수는 일정이 있으니 일단 화, 목, 금, 토, 일 정도로 던전 일정을 조율했다.

내 일정 때문에 사브리나와 웡도 덩달아 휴일이 월, 수가 되었지만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정기적인 던전 파티는 다섯 명이라고 한다.

다들 그러는 것처럼 우리도 무작정 다섯 명을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는지는 의견이 분분했지만.


“아니. 던전에 들어가는 건 사브리나와 저, 둘이면 됩니다.”


내가 일축했다.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C급 각성자라면 대개 D급까지 솔로잉이 된다고 했는데, 그 D급조차 체감상 너무 쉬웠다.

오거 서른여 마리와 두목을 처치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 20분 남짓?

시스템창을 뒤져 보니 혼자서 그 정도 속도면 오버파워다.

게다가 마나 수치는 C급이지만 내게는 스마트폰이라는 비장의 무기까지 있다.

이미지를 소모하면 얼마나 마나 수치가 더 뻥튀기 될지 모르는 일.

그러한 상상을 하노라면 기대감으로 심장이 콩닥거린다.

하루빨리 실험해 보고 싶다!


일반적으로 공략가는 헌터가 아니기에 파티에 소속되는 일은 없었지만 웡에게는 조금 다른 제안을 했다.


“엔분의 일. 공략비를 따로 책정하는 대신에 획득한 결정을 머릿수 대로 나누는 겁니다. 혹시 다른 의견 있으시면 편하게 말씀 주세요.”


···


웡은 말이 없었다.

당연했다. D급 던전 이상부터는 공략비보다는 결정 가격이 훨씬 높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공략가는 세금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헌터는 다르다.


“이참에 웡도 헌터로 등록하시죠.” 내가 말했다.


내 말에 웡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사지마님은 잘 모르시네요···”

“뭐가요?”

“내가 왜 공략가로 일하게 되었는지. 아니, 나 말고도 대부분의 공략가들이 왜 공략가로 일하는지 생각해 보셨어요?”

“···”


당연히 모른다.


“왜죠?”

“마나 수치 때문이에요.”


음?

아···


바보 같았다.

왜 이런 당연한 사실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나는 사브리나를 쳐다봤다.

사브리나는 E급.

웡은 아마도 H급.

각성하기 전에는 22층 종들이 각성자 비각성자로 나뉘었지만, 지금은 등급 별로 나뉜다.


“그럼 머리 복잡한 거 다 집어치우고 셋이서 파티··· 아니, 팀을 구성하는 것으로 시작하죠. 다른 게 뭐가 중요합니까.”


사브리나와 웡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혹시···

싫은 건가?


“전 좋아요!” 사브리나가 말했고.

“그럼 저도 감사히!” 웡도 곧장 동의했다.


휴···


“나머지는 던전을 돌면서 조정해 나가기로 합시다.”


일단은 그렇게 마무리하고 피자와 치킨을 주문했다.


보험쟁이로 일할 때는 주 5일 근무를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던전에 가는 것은 근무의 느낌보다는 취미의 영역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다만, 목숨을 건 취미였지만.


일주일이 일정으로 가득 찼지만 하지마의 대역은 정오에서 오후 네 시면 끝나는 일정.

추가 근무도, 야근도 없다.


*


시스템창을 열어 뉴스를 보고 있었다.

티구안이 보여준 영상 때문인지, 상위 공격대가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A 등급 중에도 포탈의 규모가 월등히 커지면서 성질이 조금 바뀌는 던전이 있다고 하는데, 그걸 게이트라고 부른단다.

게이트가 열릴 정도로 규모가 큰 던전들은 다섯 명의 헌터가 공략할 수 없으므로 공격대를 구성하게 된다고.

공격대 규모는 공략가와 공격대장이 상의해서 정한다.


―상위 길드들이 필드 외곽에 등장하는 게이트 공략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부에서 몇몇 상위 길드를 지목해 고위 헌터 소집 명령을 내렸다고 하는데요.


―최전방에 있는 초대형 게이트의 위험성이 더 커진 건 아닌가, 전문가들의 우려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22층 2위··· 정정하겠습니다. 가장 강력한 길드 중 하나인 킬로스 길드의 마스터인 셰에라자드님을 모셨습니다. 셰에라자드님, 한 말씀 주시죠!


“셰에라자드? 익숙한 이름인데···”


까무잡잡한 피부에 에메랄드처럼 빛나는 눈동자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눈 밑으로는 베일에 가려져 있었지만, 베일 바깥쪽만 봐도 그녀가 굉장한 미인임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인터뷰를 위해 자리하고 있었지만 당장 던전에 들어가도 될 법한 전투 복장을 갖추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셰에라자드입니다. 초대형 게이트의 위험성에 대해 질문해 주셨는데요.


셰에라자드는 잠시 시선을 깔고 밭은 한숨을 내쉬었다.


―초대형 게이트 안에서는 매일 같이 22층 최고의 헌터들이 드래곤을 비롯한 대형 몬스터들을 깨끗이 쓸어 버리고 있습니다. 게이트에는 얼씬도 못하게 말이죠. 중앙 협회는 최고의 최고들을 선별해 스페셜 공격대를 만들고자 합니다. 지금도 문제 더욱 탄탄한 안보를 위해서요. 그러니 22층에 사는 선량한 지구민들은 마음 편히 자신이 할 일에 몰두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말한 뒤 셰에라자드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떴다.


“거짓말···”


내가 중얼거렸다.


대형 몬스터를 처치한다고?

어쩌면 저런 뻔뻔한 거짓말을 한담.

길드의 수장이라는 자들은 다들 저렇게 속에 능구렁이를 품고 있는 건가?

아니면 반대로 능구렁이를 속에 품어야 길드장을 할 수 있는 건가?

잠깐이었지만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에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는 사실이 창피했다.


뉴스를 보며 새로이 알게 된 사실도 있었지만 그들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태도를 보니 속이 불편해졌다.

시스템창을 닫고 출근 준비를 했다.

사실 준비랄 것도 없었다.

정오가 되기 10분 전에 포탈이 열렸고, 그리로 들어가기만 하면 되니까.


오늘은 수요일.

두 번째 근무였다.

침대 위에 준비된 방어구를 입고, 마지막으로 베일 달린 왕관을 쓴다.

하지마의 방을 나선 뒤에 복도를 따라 왕좌까지 걸어가면 된다.

그다지 먼 거리도 아니다.

어두운 복도에 그려진 프레스코화를 횃불이 일렁거리며 밝혔다.

마치 그림 속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느끼며 걸음을 재촉했다.


왕좌에 앉아서도 긴장은 계속됐다.

자리에 앉아서 자세를 꿈틀꿈틀 움직이며 기다렸지만 30분 동안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제야 나는 시스템창을 열었다.

하지마가 보내 주었던 블루박스 영상에서 그 역시 시스템창을 열고 있었기에 부담은 크지 않았다.


오늘 왕좌에서 처음 마주한 얼굴은 다름 아닌 그 엘프였다.


잘못 봤나?

내게로 다가오는 그녀의 걸음걸이가 이상했다.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비틀거리다 내 쪽으로 쓰러질 뻔한 것을 가까스로 떠받쳤다.

입술은 바짝 마르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괜찮아요? 무슨 일이에요!”


나도 모르게 너무 큰 소리로 말했다.


엘프는 오들오들 떨리는 팔을 겨우 들어서 자신의 검지를 입술로 가져갔다.

그러고는 뭔가 바라듯 베일 뒤, 내 눈이 있는 곳을 주시했다.

나는 그녀의 입에다 귀를 갖다 댔다.


“방··· 방으로.”


엘프의 축 처진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내 팔에 기댄 그녀를 들며 왕좌에서 일어났다.


번쩍.


너무 가벼워서 조금 당황했다.

그보다는 빨리, 빨리 방으로 가야 한다.

누군가를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다르게···

앞쪽에서 걸어오는 누군가.


일렁이는 횃불에 얼굴의 음영이 드러났다.

한 번 본 얼굴이었다.


“마스터, 무슨 일입니까.”


집요하게 임무를 달라던 언데드 여성 헌터였다.

나는 그녀의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어쩌지?

꽃된 것 같다.


젠장!


당황한 나는 그대로 그녀를 지나쳐 버렸다.

심장이 요동치는 것이 느껴졌지만 이미 늦었다.

그냥 걸어 갔다.

코너만 돌면 방이다.


쾅!


엘프를 침대에 누이고 잽싸게 문을 닫았다.


“후우우우우우···”


한숨으로 온몸의 기력이 다 빠져나가는 듯했다.

시간은 고작 오후 한 시 10분 전.

50분쯤 근무했을 뿐인데 하루가 다 지난 것 같았다.


엘프에게 다가갔는데 엘프는 아예 정신을 잃은 듯하다.

이틀 만에 다시 보는 건데 눈에 띄게 수척해졌다.


얼마간 침대에 앉아 그녀를 내려다보다 몸을 일으키려는데 뭔가가 손목을 감쌌다.


“사지마···”


뭐야.

나는 뒤를 돌아봤다.


“정신이 좀 들어요?”


다시금 침대에 앉아서 물었다.


“나다, 하지마.”


잠시 사고가 정지했지만 곧 무슨 상황인지 이해했다.


빙의였구나!

그러한 사실을 알았지만 법석을 떨지는 않았다.


“예, 무슨 일입니까?”

“문제가 생겼다.”

“문제요?”

“한동안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

“예에? 무슨 일인데요? 갑자기 그러시면 곤란해요.”

“길게 설명할 시간이 없어. 일단 내가 돌아갈 때까지 그 자리를 부탁한다.”

“아니, 갑자기 그렇게 말하면 어떡합니까? 나도 내 일정이 있다구요!”

“미안하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방법이 없다. 다시··· 다시 돌아가서 내가 큰 선물을 내리도록 하지. 기대해도 좋아.”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는 말끝을 흐렸다.

큰 선물.

그 말 때문이었을까.


“아무튼 급하시다니까··· 알겠어요.”


그의 제안을 수락하고 말았다.


“대충이라도 말해 줄 수 없어요? 도대체 언제까지···”


내가 말을 하던 도중에 엘프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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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폭발하는 검격 (1) 24.06.20 40 0 12쪽
38 어쩌다 보니 왕이 되었다. 24.06.19 46 0 12쪽
37 사일런스 우드 (2) 24.06.18 45 0 11쪽
36 사일런스 우드 (1) 24.06.17 46 2 10쪽
35 한계 돌파! 24.06.14 5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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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더치페이 24.06.12 6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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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말할 수 없는 비밀 (1) 24.06.10 66 0 12쪽
30 안전제일! 24.06.09 76 1 12쪽
29 메타포 24.06.08 72 0 12쪽
28 퇴출 24.06.07 81 1 12쪽
27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24.06.06 95 0 14쪽
26 구사일생 24.06.05 95 1 12쪽
25 네임드 24.06.04 109 2 11쪽
24 인스턴스 던전 24.06.03 116 1 11쪽
23 쌍둥이 형제 24.06.02 134 1 11쪽
22 각성자 테스트 (2) 24.06.01 151 1 12쪽
21 각성자 테스트 (1) 24.05.31 175 2 13쪽
20 헌터. 헌터··· 헌터? 24.05.30 198 1 12쪽
19 퇴사 24.05.29 208 1 10쪽
18 인생 2막 24.05.28 214 1 10쪽
17 각성 24.05.27 226 2 11쪽
16 막다른 길 24.05.26 19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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