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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꿈꾸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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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쿤
작품등록일 :
2024.05.15 19:37
최근연재일 :
2024.06.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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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3,471

작성
24.06.09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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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안전제일!

DUMMY

스마트폰 각성 능력이 돌아온 것은 어젯밤.

원인은 모른다.

예상해 보자면 아마도 자연 회복?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스마트폰이 정상화된 덕분에 다시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인지, 꿈을 꾸었기에 다시 각성할 수 있게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꾸었던 꿈을 얼마간 스스로 기억하기까지 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전에는 스마트폰에 저장된 이미지를 확인한 뒤에야 겨우 꿈속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었으니.

다른 건 몰라도, 내일 있을 테스트에서 베르폰트가 웃으리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


아침 일찍 중앙 협회 테스트실에는 사브리나와 나, 둘만 다녀왔다.

지금 막, 베르폰트의 숙소에서 우리의 테스트 결과를 사브리나가 시스템 창에 띄웠다.


「이름: 사브리나

종족: 엘프

각성 등급: E급

마나 수치: 21.429%」


「이름: 사지마 (면허 발급 보류)

종족: 인간

각성 등급: E급

마나 수치: 20.002%」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이게 어떻게 된···”


피디가 억지로 정신을 붙들고 말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베르폰트의 시선이 사브리나에게, 그 다음에는 내게로 향했다.

그런 다음 그의 파란 눈동자 한 쌍이 내게로 고정되어 있었다.

이유가 뭔지, 어디 한번 말해 보라는 듯한 눈빛.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일주일 전, 나를 집으로 돌려보냈던 베르폰트는 이제 없었다.


“아, 당신은 종잡을 수 없군요! 일단 사과부터 해야겠습니다.”


나는 베르폰트의 눈을 쳐다봤다.


“들러리라고 했던 말. 정식으로 사과합니다. 화가 나서 그만···”


그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킨 뒤에 허리를 굽혀 내게 인사했다.


“아니, 그럴 것 까지는 없는데···”

“아닙니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태세 변환이 좌디르급인데?

아무튼 이렇게까지 하다니···

오바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또 그런 예감이 들었다.

다음에 다시 수치가 대폭 하락하는 일이 있어도 들러리 취급을 당하지는 않겠군!


베르폰트는 사브리나와 레미를 물리고 나와 둘이 얘기를 나누고자 했다.


“하실 말씀이 뭡니까?”


나는 두 여인이 나간 뒤에 물었다.


“계약 건 때문입니다.”


베르폰트가 테이블에 있는 서류철을 들어 보이며 흔들었다.


“한 달이면 얼추 될 줄 알았는데 시간이 부족하군요.”


그러고 나서는 내가 묻고 싶은 말의 대답을 스스로 해 주었다.


“남은 계약 기간은 1주일. 계약서에 추가로 특약을 넣고 싶습니다. 기존에 했던 2백만 골드와는 별개로 하루가 더해질 때마다 10만 골드를 드리지요.”


나는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들겼다.


내 눈이 커졌다는 것을 조금 뒤에 인지했다.

눈알이 시렸던 것.


이 쪼꼬미는 이런 엄청난 일을 그냥 기분 가는 대로 처리해도 되는 건가?

아, 하긴.

본인이 책임자니 당연한 건가.

베르폰트의 체구는 처음 보았을 때와 다름없었지만, 그의 존재감은 한없이 커져 있었다.

그 결과, 결코 그가 작아 보이지 않았다.


“30만.” 내가 말했다. “하루가 더해질 때마다 30만을 받고 싶습니다.”

“오오오···”


피디의 얼굴을 보고는 그가 내 말을 잘못 이해했나 싶었다.

무슨 자신을 노예에서 해방시켜 준 주인을 보는 듯한 눈빛.


“좋습니다!”


허허···


200만이었던 계약이 900만이 되는 순간이었다.

기존에 약속했던 한 달에서 얼마나 촬영 일수가 늘어날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계약 진행하지요!”


베르폰트는 곧 고함이라도 지를 기세였다.

나와는 다르게 그는 돈 걱정 따위 하지 않는 듯했다.

나는 억지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침착하게 베르폰트 방을 나와서 문을 닫고.

적당한 속도로 복도를 걸어서 다시 내 방으로 왔다.

등 뒤에서 방문이 닫히고.


“끄으으으으으!”


차마 소리를 지르지는 못했지만 내 안에서 환호가 몸부림치는 것이 느껴졌다.

점프를 뛰면 천장을 뚫을지도 몰랐다.

천장을 뚫어 버릴 수는 없어서 투스텝으로 방 안을 빙글빙글 도는 것으로 만족했다.


한동안 그러고 있었는데도 들끓던 마음은 쉬 가라앉지 않았다.


몇 번을 침대에 누웠다가 일어났다.

스마트폰 두 개를 양손에 든 채,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겨우 검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검색창을 켜 검색어를 쳐 넣었다.


‘1지구 집값.’


“음?”


이상하네···

정보가 별로 없다.


그나마 샅샅이 뒤져서 찾아낸 게시글에 적힌 1지구 외곽 24평형 아파트 가격을 보고 기겁하는 줄 알았다.


“후우···”


천 5백만 골드.


치이이···

어디선가 효과음이 들려오는 듯했다.

활활 타오르던 마음에 누군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앞으로 더 벌 가능성을 생각해 본다.


“하아···”


말도 안 되는 행운을 거머쥐었는데도 아파트 한 채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에 금세 서글퍼졌다.


*


눈이 번쩍 뜨였다.

잠을 잤는데도 잔 것 같지가 않았다.

밤새 뒤척거려서인지 머리가 둔하다.


“으으··· 피곤해.”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썼다.


···


아무래도 다시 잠들긴 틀렸다.


일어나서 트레이닝 팬츠에 다리를 구겨넣다가 자빠질 뻔했다.


“에이 씨!”


어찌저찌 방을 나서긴 했다.


숙소를 벗어나 걷다 보니 어느새 마음이 좀 진정됐다.


“나··· 왜 그런 거지.”


스스로도 알 수가 없었다.

요즘처럼 돈 걱정을 안 하면서 사는 것도 처음인데···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베르폰트가 아침부터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말하기 전부터 그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는 것이 불안했는데···


“오늘은 E급 던전을 가 볼까 합니다.” 베르폰트가 말했다.


아무래도 불안이 현실이 된 것 같다.

E급 던전을 공략하려면 E급 헌터 다섯이 필요하다.

이번 테스트에서 내 마나 수치는 20.002%.

때문에 그는 나를 E급 헌터로 계산한 것 같았다.


어제 F급 던전을 공략한 시간은 한 시간가량.

내 각성 시간은 최대 30분.

그마저도 차츰 힘이 약해진다.

정상적인 E급 헌터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것이다.


젠장.

어쩌지···

어떻게 해야 리스크를 최대한 줄일 수 있을까.


저 또라이는 피디는 하루에도 기분이 몇 번씩 오르내리는 녀석이다.

내 말에 또 정색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온몸에 힘이 쭉 빠진다.

정신 차리자.


‘스읍, 후우···’


들릴 듯 말 듯 심호흡하며 차근차근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고 말했다.


“E급 던전을 공략하겠다고요?”

“그렇습니다.”

“그럼 D급 헌터도 파티에 포함되는 겁니까?”


내 질문에 베르폰트의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

하지만 피디는 재빠르게 얼굴 모양을 되돌렸다.


“사지마님의 열정은 높게 삽니다만, 말씀하신 부분은 제 영역입니다. 그러한 내용은 계약서에도 명시되어 있습니다만.”


말투를 들어 보니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그의 말에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그깟 계약 따위··· 목숨이 걸린 일입니다. 그전에 겪었던 일도 있고.”

“그전에 겪었던 일이요?”

“미구엘이요. 잊으셨나요?”


돈을 벌면 뭐하나.

죽으면 다 말짱 꽝인데.


베르폰트가 고개를 숙인 채 입을 다물었다.

좀 심했나?

혹시 내가 선을 넘은 건가?


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베르폰트의 정수리를 보고 있었다.

피디의 깍지 낀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간 것 같았다.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이렇게까지 강경하게 나가려던 건 아닌데···

내가 미쳤었나.

눈앞에 있는 건 사지마 인생 초유의 물주인데!


“좋습니다.”


베르폰트가 천천히 고개를 들며 말했다.


휴···

위기는 넘겼군.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신나하던 피디의 얼굴에 생기가 사라져 핼쑥했다.

역시나 손바닥 뒤집듯 기분이 바뀌는 녀석이다.


“D급 헌터 한 분을 파티에 넣도록 하죠.”


마지못해 하는 말이라는 것이 얼굴에 다 드러났다.


“사실···”


베르폰트는 자신의 계획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가 미리 시나리오를 말한 것은 처음이었다.


나를 포함 E급 헌터 다섯과 자신과 레미.

이렇게 일곱 명으로 파티를 구성하려 했단다.

극적인 연출을 위해.


E급 던전 공략에 E급 헌터 다섯이 필요한 건 보편적인 기준이라고 한다.

비교적 경험이 적은 사브리나와 뉴비인 내가 파티에 포함됨으로써 공략은 어려워지겠지만 그편이 예능적인 측면에서는 훨씬 좋을 거라고 말했다.


음, 확실히···

사고방식이 정상은 아니다.

녀석의 머릿속에는 안전보다 촬영이 우선인 것 같다.

이해가 안 간다.

가진 것도 많은 녀석이 도대체 왜 저러는지···


회의 끝에 E급 던전 공략이 오후 일정으로 잡혔다.


*


시간 절약을 위해 이번에도 역시 공략가가 참여했다.

이번 던전행은 사일런스 우드라는 숲 근처였다.


“저 안에는 뭐가 있나요?”


내가 멀찍이 보이는 숲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곳은 초 단위로 상급 던전이 생성되는 곳입니다. 수많은 헌터들이 저곳에서 던전을 공략하고 있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말입니다.”


언데드 공략가가 말했다.


“이상하네요. 아카데미 안에 저런 위험한 곳이 있다는 게.”

“엄밀히 말하면 학교 밖이기도 합니다. 사일런스 우드가 경계에 걸쳐 있으니.”


우리는 폐가가 된 오두막 근처에 다다랐다.

산업화된 지구들 외곽은 광활한 필드가 자리하고 있었다.

지구 근처까지는 무빙벨트가 설치되어 있지만, 더 나아가면 아무 것도 없는 황무지였다.


“찾았습니다!”


공략가가 외쳤다.


공략가는 메타포에다 증폭기를 설치했다.

정확히는 설치하기 시작했다.


첫 메타포가 붉은 들꽃이었기에 그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큰, 아담한 메타포를 상상했다.

한데 이번 공략가는 폐 오두막을 빙빙 돌며 증폭기를 몇 개나 설치했다.

그런 뒤에 우리 쪽으로 와서 말했다.


“이번 메타포는 버섯입니다.”


과연.

오두막 안을 살펴보니 곳곳에 버섯이 자라나 있었다.


“메타포를 방치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내가 물었다.

“맞습니다. 메타포가 성장하면 덩달아 던전 등급도 올라가지요.”

“아···”


그런 거였군.


그리 살가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고용된 헌터들은 입을 다문 채 무게를 잡고 있었다.


E급 헌터 넷.

D급 헌터 하나.

D급 헌터가 누구인지는 한눈에 봐도 알겠다.

D급으로 보이는 언데드 전사는 깡마른 몸에, 한눈에도 자신의 덩치에는 너무 큰 양날 도끼를 등에 차고 있었다.

도끼에 조각된 해골이 나를 보며 오싹한 웃음을 짓는 듯했다.


폐 오두막을 통째로 집어삼킨 포탈이 마침내 환하게 빛났고, 우리는 그곳을 통과했다.


조금 전까지 있던 황무지와는 판이한, 초록 들판이 나왔다.

동화 같은 배경.

날씨까지 화창해서 도저히 던전 안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몬스터도 안 보이고.


그러던 중.


쉬익.


퍽!


날아온 무언가가 바닥에 박혔다.

화살이었다.


“위를 조심해요!”


헌터 중 한 명이 외쳤다.


“거리 유지하시고요!”


퍽! 퍽퍽퍽!


화살들이 일행 주변 바닥에 하나둘 꽂히기 시작했다.

차츰 쏟아지는 화살의 수가 많아졌다.

언제 화살에 맞아도 이상하지 않을 양의 화살.


푸욱!


“크아악!”


누군가 화살에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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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말할 수 없는 비밀 (1) 24.06.10 55 0 12쪽
» 안전제일! 24.06.09 65 1 12쪽
29 메타포 24.06.08 62 0 12쪽
28 퇴출 24.06.07 70 1 12쪽
27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24.06.06 80 0 14쪽
26 구사일생 24.06.05 83 1 12쪽
25 네임드 24.06.04 96 2 11쪽
24 인스턴스 던전 24.06.03 103 1 11쪽
23 쌍둥이 형제 24.06.02 118 1 11쪽
22 각성자 테스트 (2) 24.06.01 132 1 12쪽
21 각성자 테스트 (1) 24.05.31 151 2 13쪽
20 헌터. 헌터··· 헌터? 24.05.30 173 1 12쪽
19 퇴사 24.05.29 179 1 10쪽
18 인생 2막 24.05.28 185 1 10쪽
17 각성 24.05.27 195 2 11쪽
16 막다른 길 24.05.26 173 1 12쪽
15 마피아 게임 24.05.25 177 2 12쪽
14 세기의 커플 탄생! 24.05.24 18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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