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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꿈꾸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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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쿤
작품등록일 :
2024.05.15 19:37
최근연재일 :
2024.06.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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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6.12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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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페이

DUMMY

이미징이라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특히 거기에 쏟는 시간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순간, 베르폰트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능력 자체를 키울 수는 없는 겁니까?’


하루 30분으로 제한된 각성 시간을 늘릴 수 있는 방법.


나는 상상했다.

30분이 한 시간이 된다면···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텐데.

특히나 던전행의 부담감이 확 줄어들 것이다.


“하···”


애초에 30분 동안 각성하는 메커니즘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시간을 늘리는 방법을 안 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무슨 걱정 있어요?”

“조금요.”

“뭔데 그래요?”

“그게···”


이 이상 사브리나에게 비밀을 말할 수는 없었다.


“아닙니다.”

“말하려다 마는 게 제일 나쁜 거예요!”


사브리나가 입에서 불을 뿜었다.


“죄송합니다!”


나는 은근슬쩍 다른 얘기를 했다.

무기 다루는 것에 대한 얘기였다.


“사브리나는 따로 검술을 배운 거예요?”


내 물음에 노했던 사브리나가 사뭇 얌전해졌다.

그리고 그녀는 생각에 잠겼다.


“따로 배우지는 않았어요.”

“헉, 정말요?”

“네. 인스던전 진열장에서 처음 고른 무기가 롱소드였어요. 처음에는 너무 무거웠는데···”


사브리나는 롱소드가 멋있어서 골랐다고 한다.

나는 인스턴스 던전에서 처음 고른 무기를 떠올렸다.

그래, 롱소드가 멋있긴 했다.

다만 내게는 너무 무거웠지···

롱소드 대신에 내가 고른 무기는 롱소드와는 그 모양이 아주 다른 검이었다.

나는 비각성 상태에도 휴대하기 좋을 만한 무기를 골랐다.


인스턴스 던전을 드나들면서 어려운 부분은 융튜브를 참고했다고 사브리나가 말했다.


“음··· 검술을 배우다 막히는 부분은 머리를 굴려서 해결되지가 않더라구요.”

“그런가요?”

“저는 그랬어요.”

“그럴 때 사브리나는 어떻게 했는데요?”

“그냥 잊어 버렸어요.”

“예?”

“말 그대로 그냥 잊고, 다른 중요한 일에 골몰하다 보면 어느 날 해결책이 뿅! 하고 나타나곤 했어요. 헌터가 되려면 배울 게 엄청 많거든요···”

“아아···”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브리나의 말을 믿지 못하겠는 건 또 아니었다.

그녀가 말하면 똥으로 된장을 쑨다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어려운 문제가 닥치면 그저 잊는다라···

한번 시도해 봐야겠다.

하루 30분만 각성하는 문제에 대해 잊어 보자.


*


하루 이틀, 사브리나와 아카데미에서 일상을 보냈다.


새로운 아침, 무심코 흰색 스마트폰에 손을 뻗으려다 멈추었다.

흰색 스마트폰은 내내 전원이 꺼져 있었다.

섭외 전화나 인터뷰 요청이 귀찮아질 무렵부터.

어차피 베르폰트와 촬영하는 동안에 다른 방송에 출연할 수도 없었다.

검정은 나만의 내밀한, 하양은 나와 세상을 연결해 주는 스마트폰이었다.

나는 손을 거두었다.

흰색 스마트폰은 아직 꺼져 있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둘이서 던전에 가 볼까요?” 사브리나가 말했다.

“둘이서요?”

“네! 저 혼자서도 F급까지는 될 테니까 그 이하로 안전하게 공략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나는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를 얻자마자 사브리나는 시스템창을 열었다.


“공략가만 있으면 되겠네요.”


베르폰트는 외부인이라서 공략가를 돈을 주고 사야 했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아카데미 커뮤니티에서 파티를 구하면 되거든요!”


사브리나에 따르면 헤븐에는 여러 클럽들이 운영되고 있었다.

아카데미의 클럽은 사회에서 길드와 흡사한 역할을 한다고 부연했다.


“저도 지금은 클럽에 소속되지 않은 상태인데 들어가는 게 어렵진 않아요. 함께 들어갈 클럽을 찾아 볼까요?”

“저 같은 뉴비도 받아 주나요?”

“클럽들 사이에 은근 경쟁심이 있어서 한 명의 학생이라도 더 받으려는 클럽들이 많거든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시스템창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우리는 소파에 나란히 앉아 사브리나의 시스템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클럽들은 각각의 웹페이지를 가지고 있었다.


“아주 잘나셨어!”


사브리나가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원래 이렇지 않았는데···”

“왜 그래요?”


아카데미에 딜러가 넘쳐나는지, 딜러를 구하는 클럽이 없었다.

간혹 딜러를 구하는 클럽에서는 D급 이상이라는 제한이 붙어 있었다.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학생들이 많았는지, 공략가를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등급이?

―E급이에요.

―수고.


―실례지만 각성 등급이 어떻게 되시죠?

―E급입니다.

―사용자가 채팅을 떠났습니다.


···


“크아악!”


사브리나가 입에서 불을 뿜었다.


“안 되겠어요. 클럽은 미루고, 공략가를 구해서 일단 던전에 가 보죠.”


무서워서 진정하라는 말조차 하지 못했다.


그녀의 노기가 가라앉은 뒤에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사브리나.”

“네···”

“그냥 돈 주고 고용하면 어때요? 베르폰트처럼요.”


용병을 구하는 웹페이지에는 F급 던전을 찾아 줄 공략가들이 널려 있었는데···


―8,000에 가능할까요?

―9,000 이하 즐.

―알겠어요.


9천 골드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이 들어가는 것이었다.


“공략하면 남는 게 있긴 해요?”

“글쎄요··· 결정 가격이 저것보다 많이 나와 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아요. 하급 던전은 보상이 그리 좋지가 않아서···”

“음···”


베르폰트가 공짜로 던전에 들여보내 줄 때가 그리워질 줄이야···

얼굴을 살피니 9,000골드는 사브리나에게도 부담되는 금액인 것 같았다.


“제가 반 내겠습니다.”

“정말요?”

“네, 그러고 싶어요.”


멋쩍은 얼굴이었지만 사브리나는 내 청을 거절하지 않았다.


막상 내 돈이 나가니 공략가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었다.


“우리 헌터 말고 공략가나 해 볼까요?”

“정말 그럴까요···”


사브리나와 공략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공략가는 헌터와 밀접하지만 전혀 다른 직업군이나 다름없었다.


약속 장소는 무빙벨트가 끝나는 외곽 지점이었다.

깐깐하게 흥정을 한 것을 돌이켜 볼 때, 상상과는 전혀 다른 외모의 종이 등장했다.

알이 두꺼운 안경을 끼고 머리를 뒤로 쫑쫑 땋은, 샌님 같은 엘프였다.

종적이 드문 곳이라서 우리는 공략가를 대번에 알아봤다.

사브리나 앞에 서니 키차이가 확연하다.


“안녕하세요!”


사브리나가 명랑하게 인사를 건넸다.

상대 엘프는 사브리나의 얼굴을 흘끗 보고는 수줍은 듯 고개를 숙였다.

내 쪽은 보지도 않는다.


“대금은 던전 입구가 열리는 즉시 지급할게요.” 사브리나가 말했다.

“아··· 네···”


그녀의 말에 공략가가 스마트폰보다 조금 큰 단말기를 하나 꺼냈다.


“1킬로미터 거리예요.”


지금부터는 무빙벨트가 없으므로 걸어서 이동해야 했다.


우리는 나란히 황무지의 붉은 흙을 밟았다.

중간중간 몬스터가 보였지만 선공몹이 아니라서 해치우지 않고 지나쳤다.


1킬로미터 지점에 샘이 하나 보였다.


“저기 있는 모양이에요!” 사브리나가 외쳤다.

“마, 맞아요. 레이더에도 그쪽이라고 나와요.”


샘 근처에 커다란 선인장이 우뚝 서 있었다.

우리는 그리로 다가갔다.


“이상하다. 이 근처인데···”


우리가 두리번거리던 중.

선인장이 자리에서 불쑥 일어났다.


“조심해!”


선인장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몬스터였다.

사브리나가 재빨리 공략가 앞으로 나섰다.


팅! 팅팅팅팅!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움직임.

선인장이 발사한 가시들을 사브리나가 롱소드로 쳐낸 것이었다.

그런 다음.


쿠과과곽!


선인장을 세로로 갈랐다.

몬스터가 터지며 수액을 흩뿌렸다.


“윽!”


멀리 서 있던 내 얼굴에까지 수액이 튀었다.


킁킁.


손등에 묻은 수액 냄새를 맡았지만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선인장 몬스터가 입자로 흩어지며 수액도 기화했다.


“괜찮아요?”


사브리나가 바닥에 쓰러진 공략가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예에··· 가, 감사합니다.”


메타포는 선인장 근처에 굴러다니던 검은 돌이었다.

평범해 보이는 조약돌이었지만, 주변에는 그와 비슷한 돌멩이가 없었다.


“이런 평범해 보이는 것도 메타포일 수 있군요.”


공략가는 메타포를 증폭시키는 작업을 하는 중간중간 사브리나를 흘끔거리며 얼굴을 붉혔다.

곧 찬란한 빛을 뿜는 포탈이 열렸고, 사브리나는 응당 대가를 지불했다.


“목숨을 구해 주셨으니 할인을···”


공략가가 그렇게 말했지만 사브리나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고, 계산은 제대로 해야죠.”


공략가의 두꺼운 안경 뒤로 다시금 붉어진 얼굴이 보였다.


“그, 그럼 다음 메타포는 무료로 찾아 드릴게요!”

“네? 아···”


사브리나가 멋쩍은 표정을 지었는데.


“꼭 그러고 싶어요!”


공략가는 적극적인 태도였다.


*


F급 던전을 공략하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았지만, E급 둘이서 어찌저찌 공략하긴 했다.

대부분 사브리나의 공적이었다.

사브리나와 나, 둘이서 F급을 공략하니 30분이라는 내 각성 시간에 얼추 맞출 수 있었다.


띵!


코어 결정도 제법 큰 게 떨어져서 공략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수고하셨어요!”

“수고하셨습니다!”


내 각성 시간의 제한 때문에 던전행은 하루 한 번 뿐이었지만, 사브리나와 나는 다른 계획을 세웠다.

본인이 아카데미에서 수학하는 동안 배운 것들을 내게 가르치고자 했던 것.


사브리나는 나를 곳곳에 자리한 훈련장 중 하나로 데리고 갔다.

인스턴스 던전에서처럼 훈련장에는 갖가지 무기가 비치되어 있었다.


“이곳 무기들은 대부분 나무로 조각한 것들이에요.”

“에에? 정말요?”


언뜻 보기에는 진짜 무기처럼 보였다.


“30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비각성자로 있는 거예요? 신체 능력도 전부 다?”

“예···”

“알겠어요. 최대한 힘을 빼고 공격해 볼 테니까 막아 봐요.”

“네?”


그렇게 말한 뒤 사브리나의 눈빛이 변했다.

한 손은 뒷짐을 지고, 가볍게 목검을 돌렸다.

숨을 고른다.

스읍···

후우···


뻐억!


깜짝 놀라서 팔뚝으로 목검을 막았다.


“아야야···”

“괜찮아요?”


금세 팔뚝이 빨갛게 부어올랐다.


“아무래도 대련은 안 되겠어요.”

“아뇨. 아닙니다. 다시 해 볼게요. 처음이라 당황해서 그런 걸 거예요.”

“정말 괜찮겠어요?”

“그럼요!”

“알겠어요 그럼.”


걱정하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뀐다.


“갑니다.”


뻑! 뻐억! 빡! 빠악!


“으윽! 잠깐만요 사브리나!”


그녀가 동작을 멈추었다.


“처음보다 더 빠르잖아요!”

“아··· 미안해요. 저도 모르게 그만.”


이러다 팔뚝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다.


“저 방어구 좀 꺼내 주세요.”

“지금도 느린데 방어구까지 입고 괜찮겠어요?”

“차라리 속 시원하게 맞으려고요.”

“후훗.”


나는 사브리나가 인벤토리에서 꺼내 준 방어구를 착용했다.


팡팡.


그러고는 가슴을 두들겼다.


결과적으로 방어구가 큰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았다.

사브리나가 정말이지 마음껏 나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허수아비가 된 듯한 기분이라니···


“헉헉헉···”


신나게 두들겨 맞았을 뿐인데도 숨이 찼다.


“이렇게는 안 되겠어요.”


잠깐 옛날 방식으로 수련하면 어떨까 생각했지만 언젠가 보았던 융튜브 영상이 떠올라 고개를 저었다.

풋내기 H급 헌터와 10년을 수련한, 비각성자 중에서는 최강이라 해도 좋을 만한 이의 대결 영상이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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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사일런스 우드 (1) 24.06.17 3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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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불편한 계약 24.06.13 44 1 12쪽
» 더치페이 24.06.12 46 0 12쪽
32 말할 수 없는 비밀 (2) 24.06.11 54 1 12쪽
31 말할 수 없는 비밀 (1) 24.06.10 54 0 12쪽
30 안전제일! 24.06.09 64 1 12쪽
29 메타포 24.06.08 62 0 12쪽
28 퇴출 24.06.07 70 1 12쪽
27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24.06.06 79 0 14쪽
26 구사일생 24.06.05 82 1 12쪽
25 네임드 24.06.04 95 2 11쪽
24 인스턴스 던전 24.06.03 101 1 11쪽
23 쌍둥이 형제 24.06.02 116 1 11쪽
22 각성자 테스트 (2) 24.06.01 131 1 12쪽
21 각성자 테스트 (1) 24.05.31 150 2 13쪽
20 헌터. 헌터··· 헌터? 24.05.30 172 1 12쪽
19 퇴사 24.05.29 178 1 10쪽
18 인생 2막 24.05.28 185 1 10쪽
17 각성 24.05.27 194 2 11쪽
16 막다른 길 24.05.26 173 1 12쪽
15 마피아 게임 24.05.25 176 2 12쪽
14 세기의 커플 탄생! 24.05.24 18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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