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꿈꾸는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새글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5.15 19:37
최근연재일 :
2024.06.26 06: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6,776
추천수 :
56
글자수 :
223,471

작성
24.05.26 15:05
조회
173
추천
1
글자
12쪽

막다른 길

DUMMY

[참가자 게오르그, 범인 색출 성공!]


그 메시지에 나를 비롯한 모든 참가자의 얼굴이, 표정이 하나가 되었다.

벙찐 표정.


[범인은 사지마 참가자였습니다! 게오르그 참가자에게 1,000,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나머지 참가자들은 페널티로 500,000포인트가 차감됩니다.]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했다.

다른 것보다 눈앞에서 오십만 골드가 날아간 것이 가장 큰 충격이었다.


충격을 받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아니, 나는 나은 편에 속했다.


게오르그가 단숨에 1위에 등극하고, 내가 2위, 사브리나가 3위였다.

우리 셋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마이너스 포인트.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런 법이 어딨어!”

“나도 사지마 지목하려 했다고!”


그것을 시작으로 테이블은 순식간에 야시장이 되었다.


때마침 피디가 등장했다.

그는 여느 때처럼 웃는 얼굴이었다.

연회장에서 연설 전에 키득, 웃던 바로 그 표정.


“그러니까 시스템 메시지를 좀 잘 읽지 그랬어요? 그보다 사지마님 활약 잘 봤습니다? 아주 참가자들을 선동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던데요? 쿡쿡···”


피디의 말에 비난의 눈초리가 하나둘 내게 꽂혔다.

처음으로 저 왜소한 엘프의 얼굴을 한 방 먹여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보며 조소하는 베르폰트한테서 기분 나쁜 기시감을 느꼈다.

그의 조소는 각성자들이 비각성자에게 보내는 전형적인 웃음이었다.


“자자, 오늘은 늦었으니 마무리하고 들어가서 쉽시다.”


짝짝.


피디는 박수를 두 번 치고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숙소로 돌아가니 그새 내 방의 위치가 바뀌었다.

원래 내 방이 있던 자리에는 게오르그의 이름이 걸려 있었다.


687,810골드.

잃은 50만이 아깝긴 했지만 아직도 직장인으로는 꿈도 못 꿀 금액을 획득한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이불 속에 파고들었다.

분한 것 치고는 금방 잠이 든 것 같았다.


*


“하아, 하아, 하아···”


온몸이 땀에 젖은 채 잠에서 깨어났다.

아직 밖이 어스름했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아직 새벽.


몸은 피곤한데 정신이 말똥말똥하다.

50만을 잃은 게 분하긴 했던 모양이다.

스마트폰을 켜서 액자 아이콘을 눌렀다.


“열일곱 장.”


사진 두 장이 더 늘었다.

사진에 있는 아이콘.


[이미지를 사용하겠습니까? 한 번 사용한 이미지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네][아니오]


아이콘을 누르면 해당 내용이 화면에 떠오른다.

평범한 사진첩이라면 사진을 삭제하겠느냐고 떠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오]


나는 아니오 버튼을 눌렀다.

이 앱이 왜 생긴 것인지, 용도는 무엇인지 아직 아무 것도 모른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면, 이곳에 오기 전에 스마트폰을 받았고, 내가 가진 스마트폰을 다른 이들은 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뒤척거리며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아침이었다.


띠링!


[당신은 범인입니다. 당신을 노리는 사냥꾼을 피해 이곳을 탈출하십시오.]


“뭐?”


아침부터 이게 웬 뚱딴지 같은 소리냐.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창밖을 보았다.

풍경이 달라졌다.


방문을 열어 보니···

문 밖으로 숲이 펼쳐져 있었다.


띠링!


[일곱 번째 퀘스트: 대탈출!]


[사냥꾼에게 잡힐시 범인 사지마는 모든 포인트를 잃습니다.]


“이런 미친···”


무슨 이런 억지 같은 퀘스트가 다 있나 싶었다.

애초에 이럴 작정으로 그렇게 많은 보상을 준 것이었나?


마음을 추스르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화를 꾹꾹 눌러 담고, 심호흡했다.

화는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다시 비집고 올라왔지만, 나는 몇 번이고 그것을 억눌렀다.

분노를 다스리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이 비슷한 경험은 과거에도 많았다.

종 의무 교육을 마치고 비각성자가 되는 순간부터.

그때부터 22층의 계급은··· 아니, 종은 크게 둘로 갈린다.

각성자와 비각성자.

아무리 잘난 비각성자도 가장 못난 각성자보다 잘나선 안 된다.


기나긴 생각 끝에 겨우 현실을 자각했다.

어쨌거나 지금은 지금의 고민을 한다.

언제나 그게 답이었다.

그나저나 어디로 어떻게 탈출해야 하는지, 아무런 정보가 없다.


침대 옆에 뭔가가 놓여 있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입었던 트레이닝복과 자루였다.

자루를 열어 보니 마체테와 부싯돌, 어망, 구급 상자와 우비가 들어 있었다.


“큭큭···”


섬에 처음 왔을 때와 똑같은 상황에 웃음이 났다.

나는 옷을 입고, 칼집에 든 마체테를 등에 멨다.


숙소를 나선 뒤 돌아보니 덩그러니 오두막이 서 있었다.


“허.”


숙소들이 허물어지고 새로 지어지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한 바 있지만, 이건 또 다른 차원의 기술력이다.


“미쳤네···”


오두막이 완전히 고립된 숲에 있었으니.

앞쪽은 덤불숲.

앞쪽뿐만이 아니었다.

오두막이 덤불숲에 포위되다시피 했다.

덕분에.


퍽! 퍽퍽퍽!


나아가려면 마른 덤불을 향해 마체테를 휘둘러야 했다.


퍽퍽퍽!


정정해야겠다.

덤불숲이 아니라 덤불벽이었다.

그나마 처음보다 나은 점은 마체테를 휘둘러 본 경험이 있다는 것 정도?

내 돈 687,810골드.

머릿속에는 퀘스트를 완료하고 안전하게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


퍽퍽퍽퍽퍽!


칼질이 차츰 빨라지던 가운데 든 생각이 있었다.


“무리하면 안 된다.”


나는 잠시 동작을 멈추고 생각했다.

그런 뒤에는 차근차근 주변을 돌아봤다.


“그래, 처음부터 이상했다.”


자연적으로 조성된 숲이라면 애초에 이렇게 가지를 치며 이동해야 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

칼이 쥐어지고, 잔가지들이 마치 벽처럼 앞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

이런 상황이라면 누구든 칼을 휘둘러 앞으로 나아가려 할 것이었다.

가지를 치는 게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

내 목적은 이곳을 되도록 빨리 벗어나는 것.


“물품 중 하나만 고르라는 얘기는 없었잖아?”


나는 다시 오두막 쪽으로 몸을 틀었다.


다행히 오두막 안은 그대로였다.

자루를 짊어지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풀썩!


오두막에서 가장 가까운 덤불숲 앞에다 자루를 내려놓았다.


마른 잎과 가지를 똘똘 뭉쳐서 정성껏 부싯깃을 만들었다.

그런 뒤.


칙! 칙! 칙!


불을 붙였다.

잔가지들이 덤불을 이루고 있는 만큼, 불에 취약했다.

가지가 촘촘할수록, 불은 손쉽게 가지 사이를 이동하며 몸집을 불려 갔다.


뒤로 물러나서 팔짱을 끼고, 시시각각 불이 커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불에 오줌 싸면 안 되는데.”


장관이었다.

사방에서 춤추는 불꽃들을 보고 있노라니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불멍이 유행하는 이유를 알겠다.


“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나는 아이디어를 곧장 실행에 옮겼다.


오두막을 중심으로, 빙 둘러가며 불을 놓았다.


때마침 불어온 바람이 불의 확산을 도왔다.


“활활 잘도 타는구나.”


잠깐 오두막에 들어가 잘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런 상황에 잠이 올 것 같지는 않았다.


대부분 마른 가지들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금방 재가 되었다.

오두막 뒤쪽 산으로, 그리고 정면으로 몇 가닥 길이 생겼다.


멀리서 목소리가 들렸다.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려는 순간 메시지 내용이 머리에 스쳤다.


‘당신은 범인입니다. 당신을 노리는 사냥꾼을 피해 이곳을 탈출하십시오.’


“젠장···”


상황이 달라졌지 참.

참가자들 모두가 나를 노리는 사냥꾼일지 모른다.

적어도 퀘스트가 진행되는 동안 만큼은.


목소리를 피해 우회했는데, 그쪽에서도 목소리가 들려 왔다.

이쪽으로, 또 저쪽으로 가도 사냥꾼들이 있었다.


사냥꾼들을 피하려면 결국 오두막 뒤쪽 산을 올라야 했다.


‘이곳을 탈출하십시오.’


탈출하려면 헬기를 타야 하는데.

산은 헬리포트와 정반대 방향이었다.


“에잇, 모르겠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다!”


합리화는 때때로 좋은 무기다.


얼마간 산을 오르다 보니 다시 마른 덤불숲이 나왔다.

나는 곧장 부싯깃을 만들어 불을 놓았다.


“후후··· 밤에 기저귀가 필요하겠는데···”


때때로 불을 놓고, 필요하면 가지를 치며 산을 올랐다.


오두막에서부터 관찰한 결과, 이곳은 첫 번째 섬이 분명했다.


얼마간 산을 오르니 나를 쫓는 사냥꾼들의 위치가 어느 정도는 파악됐다.

나는 그들을 볼 수 있고, 그들은 나를 보지 못한다.

왜냐, 몸을 바위 뒤에 은폐하고 있으니까.


지나고 나서야 든 생각이지만 산의 덤불숲에 불을 지른 건 실수였다.

결과적으로 적들에게 단서를 제공한 것.

뭐, 괜찮다···

누구나 실수에서 배우는 법이니.


퍽! 퍽퍽! 퍽! 퍽퍽!


리듬을 타니 마체테로 가지를 베는 것이 한결 수월했다.


마침내 산 정상에 올랐다.

이어달리기와 폭탄 제거 게임을 했던 경기장이었다.


반신반의하며 홀로그램이 출력되던 중앙 헬리포트로 갔지만 퀘스트 완료 메시지는 뜨지 않았다.


“흠···”


가벼운 좌절감이 들었다.


다시 산허리가 내려다보이는, 은폐가 수월한 장소로 이동.

적의 접근을 살폈다.

사냥꾼들의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한 뒤 최대한 그들을 우회했다.


퍽! 퍽퍽! 퍽! 퍽퍽!


칼질을 한 지 한 시간쯤 지났을까.

슬슬 손목이 저려왔다.

리듬이고 자시고 휴식이 필요하다.


다행이었다.

얼마간 더 가지를 치다 보니 공터가 나왔다.

조그만 공터에 바위 몇 개가 놓여 있었다.


“어랏?”


바위 뒤에서 쉴 요량이었는데, 그 뒤로 살짝 몸을 숙이면 들어갈 수 있는 동굴이 있었다.

당장 쉴 곳이 필요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를 지나니 차츰 내부가 넓어졌다.

조금 가다 보니 허리를 펼 정도가 되었고.

나중에는 몇 명이 너끈히 들락거릴 정도가 되었다.


“조금만 더···”


혹시나 더 가면 출구가 나올까 싶어 나아갔지만 끝끝내 빛이 보이진 않았다.

스마트폰 플래시로 앉을 자리를 찾았다.


“휴···”


누가 뚫어 놓은지는 몰라도 제법 아늑한 동굴이었다.

일단 습하지 않아서 좋았다.


플래쉬를 끄니 완벽한 어둠이 찾아왔다.

전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일단은 좀 쉬었다가 안쪽으로 더 들어가든 밖으로 나가든 해야겠다.


등과 엉덩이가 배겨서 불편하긴 했지만 다시 마체테를 휘두를 정도로 체력을 회복했다.

동굴의 안쪽 대신, 바깥쪽으로 향했다.

어렴풋한 빛이 동굴 안에 스밀 즈음.


“설마 여기 있겠어?”

“또 모르지.”


목소리가 들렸다.

망할···


“동굴 근처에 발자국이 있었으니 이 안에 있을 수도 있잖아.”


지운다고 지웠는데!


“벌써 간 거 아녀? 동굴 쪽에는 발자국이 없잖아.”


말소리가 멈추었다.


터벅, 터벅.


터벅, 터벅.


썩을···

발걸음 소리가 차츰 가까워진다.


나는 최대한 숨을 죽인 채, 발뒤꿈치를 들고 다시 동굴 안쪽으로 향했다.


퍽!


너무 캄캄한 탓에 돌부리에 발이 걸리고 말았다.


“으읍! 헛! 크헉!”


이를 악 물고 입에서 소리가 새어 나가는 것을 참았지만 바닥에 몸을 부딪치는 소리까지 막지는 못했다.


앞으로 두어 바퀴 굴렀고, 통증이 한 템포 늦게 찾아왔다.

바닥을 더듬어 억지로 몸을 일으키고 다시 나아갔다.


얼마쯤 갔을까.


툭.


천장이 낮아져서 손이 닿는다.


“어라.”


천장을 따라 손을 더듬다 보니···

천장에 급하게 경사가 진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시 양옆을 더듬고, 앞을, 위를 더듬었다.


“허···”


동굴이 막혀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꿈꾸는 소드마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3 그녀의 사연 NEW 10시간 전 15 0 12쪽
42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다고? 24.06.25 21 0 13쪽
41 GIFT 24.06.24 23 0 11쪽
40 폭발하는 검격 (2) 24.06.21 31 1 12쪽
39 폭발하는 검격 (1) 24.06.20 30 0 12쪽
38 어쩌다 보니 왕이 되었다. 24.06.19 35 0 12쪽
37 사일런스 우드 (2) 24.06.18 34 0 11쪽
36 사일런스 우드 (1) 24.06.17 36 2 10쪽
35 한계 돌파! 24.06.14 43 0 13쪽
34 불편한 계약 24.06.13 45 1 12쪽
33 더치페이 24.06.12 46 0 12쪽
32 말할 수 없는 비밀 (2) 24.06.11 54 1 12쪽
31 말할 수 없는 비밀 (1) 24.06.10 55 0 12쪽
30 안전제일! 24.06.09 65 1 12쪽
29 메타포 24.06.08 62 0 12쪽
28 퇴출 24.06.07 71 1 12쪽
27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24.06.06 80 0 14쪽
26 구사일생 24.06.05 83 1 12쪽
25 네임드 24.06.04 96 2 11쪽
24 인스턴스 던전 24.06.03 103 1 11쪽
23 쌍둥이 형제 24.06.02 118 1 11쪽
22 각성자 테스트 (2) 24.06.01 132 1 12쪽
21 각성자 테스트 (1) 24.05.31 151 2 13쪽
20 헌터. 헌터··· 헌터? 24.05.30 173 1 12쪽
19 퇴사 24.05.29 179 1 10쪽
18 인생 2막 24.05.28 185 1 10쪽
17 각성 24.05.27 195 2 11쪽
» 막다른 길 24.05.26 174 1 12쪽
15 마피아 게임 24.05.25 177 2 12쪽
14 세기의 커플 탄생! 24.05.24 186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