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꿈꾸는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새글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5.15 19:37
최근연재일 :
2024.06.26 06: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6,766
추천수 :
56
글자수 :
223,471

작성
24.06.13 01:55
조회
44
추천
1
글자
12쪽

불편한 계약

DUMMY

풋내기 각성자와 비각성자 강자의 싸움에서 깨달은 바가 컸다.


비각성자와 각성자는 언뜻 비슷해 보여도 뼛속부터 다른 종이다!


세간에서 각성자와 비각성자의 차이는 신과 종의 차이에 비견된다.

비각성자의 삶은 길어 봐야 100년도 안 되는 반면, 각성자들 중에는 수백 년을, 그 이상을 사는 이들이 실제로 존재한다.

내가 알기로 그 비결은 몸에 흐르는 마나다.


육체가 나약할 경우 가장 직관적인 생각은 육체를 강화하는 것.

하지만 각성자라면 무릇 이런 직관을 거부하는 훈련을 한다고 사브리나는 말한다.


“사브리나.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내가 물었다.


사브리나는 미간을 좁히고 고민했지만 묘수를 내놓지는 못했다.


“시간이 없어서 느긋하게 스킬을 숙련할 수도 없고··· 어렵네요···”


*


F급 던전을 클리어하면서 눈에 띄게 성장하는 사브리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부러웠다.

재능이라는 것이.

사브리나와 대등해 보려 애썼지만, 그럴수록 내 한계만 더욱 뚜렷하게 느껴졌다.


이미지를 소모한 초반에 잠깐,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그뿐이었다.


사브리나는 던전 공략을 시작할 때와 끝날 때가 다를 정도로 성장해 나갔다.


*


비슷비슷하지만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나는 울고 있었다.

가슴이 먹먹하고, 서러운 마음이 온몸에 가득 찬 듯했다.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지는 않았다.

나는 천장을 보며 줄줄 눈물을 흘렸다.


눈물이 멎고 스마트폰을 확인했는데.

이미지 대신에 동영상이 생성되어 있었다.


똑똑똑.


사브리나와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이른 시각이었다.


“누구···”


똑똑똑똑똑!


‘사지마씨!’


문밖에서 다급히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얼른 가서 문을 열었다.


“누구시죠?”

“들어가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긴급한 사안입니다.”


그는 나를 밀치다시피 하고는 안으로 들어왔다.

소파 앞에 서서 나를 바라본다.

나는 문을 닫고 소파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사지마님의 신병이 위험할 수도 있어서 이렇게 실례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무슨 일이시길래 그래요?”

“과장님이 실종됐습니다.”

“과장이라면···”

“티구안 과장님이요.”


안다.

바바리를 입고 나를 찾았던 트롤.


“과장님은 사지마님을 노린 배후를 조사하던 중이셨습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어제 과장님이 보낸 블루박스 영상입니다.”


영상에서 티구안 과장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좌우로 돌아가는 화면.

화면이 너무 어둑어둑했다.

다시 티구안이 움직이려 하는데···

느닷없이 나타난 시커먼 어둠이 그를 집어삼켰다.

그렇게 영상이 끊어졌다.


“어떻게 된 거죠?”


그는 고개를 저었다.


“과장님의 보고서를 확인해 봐도 이렇다할 정보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급하게 제가 후임으로 배정되긴 했지만, 난감한 상황입니다.”


그의 시선이 불안하다.

방 곳곳을 두리번거린다.


“지난번에 무슨 단체에서 저를 노린다고 했는데···”

“아, 거기까지 과장님께 들으셨군요. 그것은 허위 정보로 판명되었습니다.”

“허위 정보요?”

“그렇습니다. 추후 과장님이 성전과 접촉했지만 그쪽에서 딱 잡아떼었다고 하셨어요.”

“아무래도 범인이 나 범인이요, 하지는 않겠죠.”


나는 그렇게 말하고 소파에 앉은 요원을 빤히 쳐다봤다.


“그런데. 난 당신 이름조차 모르네요.”


그는 피식, 웃었다.

몹시 무례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가 내게로 손을 뻗었다.


“지금 뭐하는···”


음?


“읍읍.”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가 인벤토리에서 완드를 꺼냈다.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해도 몸이 꼼짝하지 않았다.

그의 완드가 어둠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이내 그 어둠이 사방을 뒤덮었다.


*


나는 의자에 앉은 채로 정신을 차렸다.

손과 발이 의자에 꽁꽁 묶여 있었다.

나를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정신이 듭니까.”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머리에 월계수로 만든 왕관을 쓰고 있었는데, 특이한 점은 왕관으로부터 내려온 베일이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나는 대답 대신 그를 노려봤다.


“하루 빨리 당신을 만나고 싶어서 좀 무례한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딱.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손발의 구속하던 밧줄이 사라졌다.

마법··· 이었나.


“나를 납치한 이유가 뭡니까.”

“몇 가지 질문이 있어서입니다.”

“질문?”

“네, 질문이요.”

“그 전에.”


그는 왕관을 벗었다.

베일이 걷히는 순간 나는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십니까?”


그의 물음에 대답하려다 말을 삼켰다.


“아, 혹시···”


그는 곧 웃음을 터뜨렸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죽이지 않을 테니.”

“저를 납치한 사람 말을 어떻게 믿습니까. 게다가 티구안 과장도 행방불명···”

“티구안? 아, 그 정부 요원 말이군요. 그는 멀쩡합니다.”


아.

그것도 거짓말이었군.


“이만한 능력이 있는데 뭐하러 이상한 일을 꾸미는 겁니까? 그냥 처음부터 납치하면 될 걸.”

“단단히 토라지셨군요.”


아까부터 거슬리는 것이 있었다.

목소리.

분명 낯선 목소리인데 어딘가 익숙하다.


이제 나는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시선을 조금만 올리면 그의 얼굴을 볼 수 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성전은 정확히 뭐하는 곳입니까?”

“이 탑의 비밀을 파헤치는 집단입니다.”

“비밀··· 이요?”


너무 순순히 대답하는 바람에 조금 당황했다.


“비밀이라면 어떤···”

“탑의 기원을 비롯해 왜 탑의 지구민들은 각성자와 비각성자로 정해지는지, 이 모든 것들에 영향을 끼치는 것들은 무엇인지··· 말하자면 끝도 없겠죠. 한 마디로 말해 우리가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집단입니다.”


그가 말하는 동안 여전히 의자에 앉아 있는 그의 발치를 주시하고 있었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에 관심을 가지는 집단이군, 생각했다.


“제 이야기가 사지마님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궁금할 겁니다.”


그는 내 생각을 훔쳐보기라도 한 듯이 물었다.


“고개를 들어 보세요.”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생각하는 동안 사내는 묵묵히 기다렸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을 보고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이해합니다. 방송에서 사지마님을 보고 나도 비슷한 반응이었으니까요.”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리려고 애썼지만 그게 쉽지는 않았다.

그가 나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내 베르폰트와 베르도르 형제가 떠올랐다.


내가 쌍둥이였다는 사실에 적잖이 충격을 먹었다.


“이제 좀 관심이 생깁니까?” 그가 물었다.


그제야 그의 목소리에서 왜 익숙함을 느꼈는지 알겠다.

생긴 것이 흡사하면 구강 구조도 비슷할 것이고, 목소리 또한 그러할 테니까.


“그래, 헌터가 되려고 하시는 것 같더군요. 맞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충격적인 상황이라 헌터 따위, 아무래도 중요하지 않았다.


“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가 돕겠습니다. 대신에 사지마님도 저를 좀 도와 주셨으면 합니다.”


*


그는 성전의 우두머리였다.

마스터.

나와 똑같이 생긴 인간이 반정부 단체의 마스터라니 기분이 이상했다.

하지만 얼굴을 베일로 가리고 있는 걸 보면 그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다.


나는 검사실에서 하얀 가운을 입은 엘프에게 심전도와 혈압을 비롯해 이런저런 검사를 받았다.


“운동은 전혀 안 하시나요?”


노란 단발을 쫑긋 묶은 엘프가 물었다.


“네··· 니오? 요즘 던전에 열심히 갔는데.”

“그래요? 혈압이 몹시 낮은데요.”


그곳에는 마나 수치 테스트기도 있었다.


테스트 결과는 00.202%.

소량이지만 올랐다.


“마나 수치는 밑바닥이네요.”


말이 너무 심하군···

아주 조금씩이지만 마나 수치가 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모를 것이다.

검사 결과는 대부분 재까닥 나왔다.


“마스터에게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


나는 엘프녀와 함께 나란히 빨간 카펫을 걸어 왕좌로 향했다.


타닥타닥.


카펫 양쪽으로 횃불이 타오른다.


성전의 마스터가 왕좌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골로 장식된 왕좌라 몹시 불편해 보였는데,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왠지 무릎이라도 꿇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

엘프는 나를 데려다 준 뒤 가볍게 목례를 하고 사라졌다.

그녀가 사라진 뒤에 그가 손가락을 부딪쳤다.


울렁.


공간이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나는 의문을 담은 시선을 보냈지만 그는 자신의 앞에 뜬 시스템창을 보고 있었다.


“평소에는 비각성 상태인가 보군요.”

“···”


내 테스트 결과를 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비각성은 이 세계에서는 몹시 불리한 상태예요. 일종의 고립된 상태인 거죠.”


고립?

저게 무슨 말이지.


“마나 수치 00.202%.”


나는 그의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


“훌륭합니다.”

“예?”

“뭘 그렇게 놀라요? 저도 처음엔 사지마님이랑 똑같았어요.”

“당신도 비각성자였다는 말인가요?”


쿡쿡쿡.


내 말에 그의 낮은 웃음이 낮게 울렸다.


“나뿐 아니라 22층의 모든 이들이 처음에는 비각성자입니다.”

“아···”

“각성이라는 것은 마나 수치 100%를 향해 가는 시작점에 불과합니다. 각성자들의 마나 수치가 고정되는 것은 자신의 첫 한계점에 다다랐을 때입니다. 아주 오랫동안 첫 번째 한계점에 머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그는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지껄였다.

어디에서도 듣지 못했던 이야기였다.


“누구든 어떤 형태로든 마나 수치 100%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겠습니까?”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가요.”

“괜찮습니다. 지금 당장은···”

“그래, 저한테 부탁하고 싶다는 게 뭡니까?”


나는 단도직입으로 물었다.


“아주 간단합니다.”


그는 내게 자신의 대역을 부탁했다.

키와 체형, 목소리까지 닮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얻는 것은 무엇입니까?”

“사지마님이 얻을 건 아주 많지요. 첫 번째는 성전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겁니다.”

“반정부 단체와 우호적이라서 좋을 게 있나요?”


그 질문에 그는 잠시 말이 없었다.


“당신의 각성을 촉진시켜 줄게요.”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게··· 가능합니까?”

“물론이죠. 당신은 기본적으로 나와 똑같은 신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몇 번이고 한계를 넘었어요. 몇 번이고 내 마나 수치를 크게 갱신했지요. 각성자의 마나 수치는 곧 힘. 그러한 힘은 내가 성전을 만들고, 내가 원하는 활동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한계를··· 넘는다.”

“맞아요.”


저 남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고민할 것도 없었다.


“하겠습니다.”

“끝으로 묻겠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세계를 버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예?”

“나와 계약하는 순간, 당신은 그 세계의 모든 것을 버리고 와야 합니다.”

“계약이요?”


그 말에 마음이 움츠러들어 버렸다.

모든 것을 버리고 와야 한다니.

느닷없이 그게 무슨 말이람?

놀랍게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내가 모은 돈이 아니었다.

한 여자의 얼굴이었다.

환하게 웃는 사브리나의 얼굴.


“꼭 그래야 하는 겁니까?”

“흠··· 희한하네요. 저는 당신이 흔쾌히 수락할 거라고 생각해서 대안을 생각해 보지 않았거든요. 그 세계에 미련이 있군요? 당장 마나 수치를 오르게 해 주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꿈꾸는 소드마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3 그녀의 사연 NEW 10시간 전 15 0 12쪽
42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다고? 24.06.25 21 0 13쪽
41 GIFT 24.06.24 23 0 11쪽
40 폭발하는 검격 (2) 24.06.21 31 1 12쪽
39 폭발하는 검격 (1) 24.06.20 30 0 12쪽
38 어쩌다 보니 왕이 되었다. 24.06.19 35 0 12쪽
37 사일런스 우드 (2) 24.06.18 34 0 11쪽
36 사일런스 우드 (1) 24.06.17 36 2 10쪽
35 한계 돌파! 24.06.14 42 0 13쪽
» 불편한 계약 24.06.13 45 1 12쪽
33 더치페이 24.06.12 46 0 12쪽
32 말할 수 없는 비밀 (2) 24.06.11 54 1 12쪽
31 말할 수 없는 비밀 (1) 24.06.10 55 0 12쪽
30 안전제일! 24.06.09 64 1 12쪽
29 메타포 24.06.08 62 0 12쪽
28 퇴출 24.06.07 70 1 12쪽
27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24.06.06 80 0 14쪽
26 구사일생 24.06.05 82 1 12쪽
25 네임드 24.06.04 96 2 11쪽
24 인스턴스 던전 24.06.03 103 1 11쪽
23 쌍둥이 형제 24.06.02 117 1 11쪽
22 각성자 테스트 (2) 24.06.01 132 1 12쪽
21 각성자 테스트 (1) 24.05.31 151 2 13쪽
20 헌터. 헌터··· 헌터? 24.05.30 172 1 12쪽
19 퇴사 24.05.29 179 1 10쪽
18 인생 2막 24.05.28 185 1 10쪽
17 각성 24.05.27 195 2 11쪽
16 막다른 길 24.05.26 173 1 12쪽
15 마피아 게임 24.05.25 176 2 12쪽
14 세기의 커플 탄생! 24.05.24 186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