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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꿈꾸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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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5.15 19:37
최근연재일 :
2024.06.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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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3,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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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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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마피아 게임

DUMMY

[여섯 번째 퀘스트: 범인 색출!]


[지금 이 자리에 범인이 한 명 섞여 있습니다! 범인은 프로그램 녹화 내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습니다. 범인을 찾는 참가자에게 상금 1,000,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뭐라?

백만이라고?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주변을 돌아봤지만 아직은 테이블이 시끌시끌했다.

그러던 중.


“응? 웬 범인.”


오른쪽에 앉은 사브리나가 메시지를 확인했다.


“이거 봤어요 사지마씨?”

“네···”

“느닷없이 백만이라니··· 무슨 일이람. 술이 확 깨네.”


나 역시 메시지 덕분에 한 잔 마신 위스키가 확 깼다.


사브리나는 잠깐 위스키 잔을 들고 멈춰 있다가 시스템 창을 끄고 내게 잔을 디밀었다.


“짠!”


나는 부딪쳤던 잔을 내려놓고 팔짱을 꼈다.

범인, 범인이라···

모호한 키워드였다.

바비큐 파티 전에 따로 언질을 준 걸까.

아니면···


“무슨 고민 같은 거 있어요?”


사브리나를 바라봤지만 질문을 한 것은 그녀가 아니었다.

왼쪽을 돌아보니 앉아 있던 멤버가 바뀌었다.


“음? 아닙니다.”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은데··· 혹시 범인?”


그녀의 말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줄 알았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에 하나 범인이 정말로 비각성자인 나를 칭하는 거라면?


“푸핫! 표정 봐. 당신 같은 사람이 범인이면 범인 잡기 참 쉽겠어요. 백만 꽁으로 벌겠네. 반가워요. 전 4위 에리스라고 해요.”


내 비밀이 까발려질지도 모르는데 표정이 평온할 리 없잖은가.


“안녕하세요 사지마입니다.”


그녀도 엘프였다.

사브리나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엘프.

사브리나가 늘씬하고 날렵해 보인다면 이쪽은 육감적이고 파워풀해 보인다.

같은 엘프라도 이렇게 분위기가 다를 수 있는 것이었다.


“범인은 본인이 범인인 걸 알고 있을까요?” 에리스가 물었다.


나는 말없이 그녀를 돌아봤다.


“그렇다면 좀 쉬울 텐데···”


에리스와 눈이 마주치자 속마음을 읽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슬그머니 눈을 피했다.


왁자지껄하던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은 것은 메시지가 오고 10분쯤 지나고부터였다.

음식을 먹거나 술잔을 기울이는 횟수가 확연히 줄었고, 대화도 마찬가지였다.

그럴 만도 했다.

백만이면 단번에 순위가 뒤집힐 만한 금액.


띠링!


이제는 메시지 소리가 또렷이 들렸고, 다들 동시에 메시지를 확인했다.


[범인 색출시, 범인을 찾지 못한 참가자들의 포인트가 차감됩니다. 차감 포인트: 500,000]


“포인트가 50만이 안 되는 참가자는 마이너스가 되는 겁니까?”


누군가 스태프에게 항의하듯 물었다.


“그렇습니다.”


테이블이 술렁거렸다.


소리가 잦아들고, 이내 완벽한 침묵이 테이블 위에 내려앉았다.

침묵을 깬 것은 사브리나였다.


“돌아가면서 하나씩, 원하는 분에게 질문하는 시간을 갖는 건 어때요?”

“그 전에 돌아가면서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해도 좋겠네요.”


누군가 의견을 더했다.


“좋아요!”

“오케이.”

···


다들 동의하는 분위기.


“그럼 자기소개부터 할까요?”

“좋아요. 1위부터 순서 대로 하죠.”


그 말에 모두들 나를 봤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지마입니다. 인간이구요.”

“인간?”

“22층에 그런 종도 있었나?”


···


다들 뭔가 바라는 얼굴이었지만 더 할 말은 없었다.

여기서 직업을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나는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잠깐의 침묵 후에 사브리나가 일어났다.


“올해 아카데미 졸업했구요, 스무 살 사브리나예요! 취직 전에 경험 삼아 방송에 출연했습니다!”


그녀의 활기찬 발표에 다시 테이블이 시끌시끌해졌다.

내 발표 뒤에 침묵이 뒤따른 것과는 정반대였다.


“예쁘다!”


누군가 외쳤다.


발표가 이어졌다.


“섀클턴입니다. 헌터로 활동하다 잠시 쉬던 중에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끝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현직 헌터였다니, 의외였다.

언뜻 보면 언데드라는 것을 모르고 지나칠 정도로 체격도 좋고, 훈남이다.

화장으로 숨겼는지는 몰라도, 피부가 벗겨진 곳이 없다.


“스물둘 에리스예요. 보다시피 엘프고요.”


그녀는 허리에 손을 짚으며 반대쪽 손을 뻗어 내게 키스를 날렸다.

그러한 행동에 다들 야유를 보냈다.


“아이샤입니다. 악마종이고, 공무원 준비하고 있어요. 프로그램은 지인 소개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남성들 사이에서 오오오오, 하는 효과음이 흘러나왔다.


“6위 사샤예요. 오크입니다.”


찡긋.


그녀가 윙크했다.

사샤는 오크 여성 치고 선이 가늘었다.

피부색은 녹색이었지만, 오크라기보다 엘프에 가까운 체형.


“야쿠티안!”


야쿠티안은 전형적인 오크 남성.

참가자 중 가장 덩치가 크다.


“슈뢰딩거입니다! 저도 아카데미 출신인데, 반갑습니다 사브리나님? 8위라니, 아카데미에 먹칠을 하면 안 되니 더 분발하겠습니다!”


저 녀석도 아카데미 출신이었군···


“헌터를 꿈꾸는, 9위 카미입니다.”


그밖에 안드리는 드워프 헌터, 나딘은 언데드, 게오르그는 의외로 운동 선수였다.

소개가 끝나고 잠깐 쉬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나는 테이블에서 일어나 잠시 걸었다.

누구에게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생각하기 위해서.

그리고 행여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을 방지하려면 어떻게 처신해야 하나 고민해야 했다.


차라리 앞선 퀘스트들이 더 나았던 것 같다.

자기소개나 질문 같은 것이 내게는 더 껄끄러운 문제였으니.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 숙소와 테이블 쪽 만이 어두운 밤을 밝히고 있었다.

좀 떨어져서 보니, 언뜻 망망대해에 뜬 세 척의 크고 작은 배 같았다.

문득 이곳이 내가 있을 곳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른 상금을 챙겨 익숙한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


“같이 걸어도 되나요?”


등 뒤에서 누가 물었다.

사샤였다.


“깜짝이야···”

“후후, 새가슴? 사내가 이 정도에 놀라긴···”

“이런 상황이라면 사내 할배가 와도 놀랄 걸요.”


그녀가 옆에 나란히 서니 나보다 컸다.

워낙 인간이 드물어서 인간의 평균 키 따위는 잘 모르겠지만 인간이 오크보다 큰 종은 아닌 것 같았다.

그나저나 그전에도 오크 여성을 본 적이 있는데, 이렇게 선이 가는 오크 여성은 처음 본다.

게다가···

어금니가 두드러지지도 않았다.


“왜 그렇게 빤히 봐요?”

“헛, 죄송합니다.”

“풉! 장난이에요. 그런 시선 익숙해요. 내가 좀 예쁘긴 하죠?”


이곳 참가자들, 특히 여성 참가자는 하나같이 자신감이 넘친다.

각성자라서 그런 걸까?

그것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들이 더 나은 각성자일수록, 나와는 더욱 멀게 느껴졌다.


“다들 관심이 많아요.”

“예?”

“당신 말이에요. 사지마씨.”


그래.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호감 투표에서도 몰표를 받았으니.

그렇다고 실감이 나는 건 아니다.

게다가 녹화가 끝나면 뿔뿔이 흩어져 그전처럼 전혀 다른 삶을 살 테고.


“1위라서··· 그렇겠죠.” 내가 말했다.


사샤는 대답을 찾으려는 듯이 허공을 주시했다.


“그런 것도 있겠죠. 여자들은 능력 있는 남자를 좋아하니까.”

“그냥 운이 좋았어요. 팀 운부터 해서, 여러모로. 마치 어떤 커다란 배후가 일부러 나를 도와주는 것처럼.”

“풉.”


사샤는 웃었다.


“겸손이에요?”


그 질문에 나는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군요?”

“정말로 운 맞아요.”


그게 아니라면 내가 각성자들을 앞지를 가능성 따윈 없다.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말없이 걸었다.

걷던 중에 스태프가 우리를 데리러 왔다.


모두가 우리 둘을 기다리고 있었다.


“질문은 굳이 순서 대로 할 필요 없지 않나요? 질문하지 않을 참가자가 있을 수도 있고.”


안드리였다.

드워프 여성의 말에 다들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럼 이견이 없는 것 같으니 저부터 질문하죠. 아이샤에게 묻겠습니다. 당신은 양성애자입니까?”


안드리는 추궁하는 듯한 눈빛으로 아이샤를 깔아 봤다.


“저는···”


아이샤는 대답을 망설였다.


“그 질문이 범인을 색출하는 데 상관이 있나요?”


슈뢰딩거가 끼어들었다.


“애초에 범인을 색출하는 데 정해진 질문이라는 게 있습니까?”


안드리가 슈뢰딩거에게 되물었다.

몹시 싸늘한 말투로.


“흠···”


슈뢰딩거가 대답을 찾지 못하자, 안드리는 다시 아이샤에게 고개를 돌렸다.


“대답해 주세요. 아이샤.”


아이샤가 스태프를 쳐다봤다.

그에 스태프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둘이서 얼마간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스태프가 테이블 앞에 서서 입을 열었다.


“아이샤는 안드리 참가자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고 하는군요.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는 질문을 삼가해 주십시오.”


안드리의 각진 턱에 힘이 들어가는 게 멀리서도 보일 정도였다.


“저는 사지마 참가자에게 묻겠습니다.”


삭막한 분위기를 깬 것은 카미였다.


“왜 사브리나씨를 골랐나요?”

“네?”

“호감 선택 말이에요. 이유가 궁금합니다!”


음?

나는 잠시 눈동자를 굴리다 대답했다.


“사브리나 참가자와는 아주 초반부터 퀘스트를 함께 수행했고,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아무래도 그 영향이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카미가 아, 하고 짧게 신음했다.


“사지마 참가자에게 묻겠습니다. 이번 퀘스트에서 범인이라는 것의 의미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나는 이 질문을 듣고는 속으로 웃었다.

답은 정해져 있었지만 생각하는 척, 잠시 뜸을 들였다.


“제 생각에는 제작진, 혹은 정해진 이가 퀘스트 전에 범인에게만 따로 언질을 주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다들 아는 어떤 게임처럼요.”


내가 ‘다들 아는 여느 게임’이라고 말한 이유는, 범인을 지목하는 류의 게임을 지칭한 것이었다.

이런 류의 게임에는 범인 말고도 여러 역할이 있다.

게임에 대해 일부러 자세히 말하지는 않았다.


참가자들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몇몇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았어, 내가 바라던 반응.

서로 의심해라.

너희들이 의심할수록, 나는 용의선상에서 멀어질 테니.

만에 하나라도 베르폰트가 비각성자를 퀘스트의 범인으로 지목한 거라면, 대놓고 내게 엿을 먹이겠다는 건데···

그것 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사실이 무엇인지는 두고보면 알겠지.


“범인이 이 안에 있다면, 범인을 지목한 이를 비롯한 다른 역할도 이 안에 있지 않을까요?”


내 말에 신빙성을 더해 준 것은 섀클턴이었다.


“혹시 당신이 범인인가요?”


사브리나가 야쿠티안을 지목하며 물었다.


“야쿠티안! 절대로 아니다!”

“말수가 가장 적은데, 정말로 아닙니까?”


화살이 야쿠티안에게 집중됐다.

그럴수록, 오크는 더욱 강하게 부정했다.


“아니라니까!”


급기야 테이블을 내리쳤다.


쾅!


야쿠티안의 급발진에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다.


“하하, 아니면 말지 오바는. 오바하니까 더 의심 받는 거잖아.”


슈뢰딩거가 입을 놀리자 야쿠티안이 그의 멱살을 잡고 들어올렸다.


“멈추십시오!”


스태프가 외쳤다.


“거기서 더 하면 탈락 처리될 수 있습니다!”


털썩!


그 말에 야쿠티안이 슈뢰딩거를 놓아 주었다.


“두고 본다, 너.”


오크의 말에 슈뢰딩거는 피식, 웃을 뿐이었다.


스태프가 야쿠티안을 데리고 갔고, 길쭉한 테이블은 다시 게임 모드가 되었다.


시끌벅적한 가운데 어느새 야쿠티안도 돌아왔다.

원래 이런 류의 게임의 흔한 패턴처럼, 범인을 지목하고, 지목 당한 이는 그를 부정하며 테이블 위의 시간은 잘도 흘렀다.


“자, 그만. 대화는 충분히 했어. 이쯤에서 다시 지목을 해 보는 건 어때? 원래 게임의 룰처럼.”


그동안 조용했던 나딘이라는 언데드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사브리나, 슈뢰딩거, 아이샤의 이름이 차례 대로 나왔고.

내 이름이 나온 것은 네 번째였다.


“사지마.”


내 이름을 말한 것은 게오르그였다.


띠링!


게오르그가 내 이름을 말하자마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참가자 게오르그, 범인 색출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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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네임드 24.06.04 9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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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쌍둥이 형제 24.06.02 118 1 11쪽
22 각성자 테스트 (2) 24.06.01 132 1 12쪽
21 각성자 테스트 (1) 24.05.31 151 2 13쪽
20 헌터. 헌터··· 헌터? 24.05.30 172 1 12쪽
19 퇴사 24.05.29 179 1 10쪽
18 인생 2막 24.05.28 185 1 10쪽
17 각성 24.05.27 195 2 11쪽
16 막다른 길 24.05.26 173 1 12쪽
» 마피아 게임 24.05.25 177 2 12쪽
14 세기의 커플 탄생! 24.05.24 18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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