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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꿈꾸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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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쿤
작품등록일 :
2024.05.15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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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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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471

작성
24.06.03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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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인스턴스 던전

DUMMY

총장의 이름은 베르나르 베르도르.

이름 만으로도 베르폰트의 혈육인 걸 대번에 알겠다.

체구도 그렇고···

나란히 서 있으니 키가 거의 똑같았다.


그런데.

혈육이라고?

이곳, 22층에 혈육이 존재할 수 있는 건가?

22층의 모두는 다른 층에서 이리로 왔고, 이곳에서 태어난 생명은 다른 층으로 보내진다.

그것은 22층에 사는 이라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두어 번 도주하려다 실패한 베르도르는 경호원들에게 팔을 구속 당하기에 이르렀다.

공중에 두 다리가 뜬 베르도르가 버둥거렸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우리는 어찌저찌 총장실에 둘러앉아 있었다.

쓰고 있던 모자를 벗으니, 베르도르와 베르폰트의 얼굴이 정말로 꼭 닮았다.

쌍둥이라해도 좋을 만큼.


음?

쌍둥이?


그런 생각을 하는데 베르도르가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사지마씨? 인사가 늦었습니다. 저는 이곳, 헤븐의 총장 베르나르 베르도르라고 합니다. 방송 잘 봤어요.”

“아, 네···”

“얘기는 들었습니다. 각성하셨다고요?”

“음··· 뭐···”

“제가 임시 학생증을 발급해 드릴 테니 마음껏 학교에 머물면서 필요한 걸 하세요!”


그렇게 말하며 총장이 허공에다 손가락을 놀렸다.


“자, 됐습니다.”


그의 입에서 됐다는 말이 나오기까지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됐지? 그럼 간다?”

“엉.”


용건만 간단히.

정말이지 심플한 만남이었다.

이렇게 간단히 해결할 거면서 도망은 왜 다닌 거냐···


총장은 자신의 블루박스에서 내 이미지를 추출해 임시 학생증을 만들어 준 것이라고, 베르폰트가 설명해 주었다.


“자, 필요한 걸 얻었으니 일을 시작하도록 하지요.”


얼떨떨했다.

단 1분 만에···

22층 최고 명문 헌터 아카데미의 학생이 된 것이었다.

어디까지나 임시이긴 했지만.


항성이 뉘엿뉘엿할 즈음 우리는 무빙벨트를 타고 목적지로 이동했다.

중간중간 레미가 얼굴에 뭔가를 칙칙, 뿌려 주었다.


오후 다섯 시가 막 넘은 시간.

무빙벨트를 타고 우리가 멈춘 곳은 적갈색 사막 한복판에 있는 우물 앞이었다.

옆에 박힌 낡은 나무 표지판에 쓰인 커다란 글씨가 보였다.


‘H급 인스턴스 던전.’


커다란 글씨 아래로 깨알 같은 설명이 쓰여 있었다.


“오늘은 간단히 맛만 보는 걸로 합시다.”


베르폰트는 그렇게 말하며 우물 안으로 뛰어들었다.

레미와 경호원들이 나를 쳐다봤다.

두 번째는 내 차례였던 것.

우물을 들여다보니 안에서 물이 찰랑거리고 있었다.


“뭐지, 소리가 안 났는데···”

“뭐해요? 얼른 안 들어가고!”


뒤에서 레미가 등을 떠밀었다.


“어, 어어···”


챱.


“어라?”


당황한 것이 민망하게도 내 두 다리는 단단한 지면을 딛고 있었다.


챱. 챱찹.


레미와 경호원 둘도 잇따라 던전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가 선 곳은 적당한 크기의 공동이었다.

한쪽 구석에 이곳 공동과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 디자인의 진열함이 보였다.


“이리로 와요. 신원 확인을 해야 열려요.” 베르폰트가 말했다.


유리로 된 진열함 안에 가지런히 무기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여기다 얼굴을 갖다 대요.”


베르폰트가 가리킨 곳에서 붉은 점이 깜빡거렸다.

얼굴을 갖다 대니, 진열장을 감싸고 있던 투명한 유리가 스르륵, 사라졌다.


“허허···”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경호원 두 분이랑 사지마씨, 무기 챙겨요.”


우리 셋은 피디의 말을 따랐다.

유리가 사라지는 기술력에 비해 무기들은 구식 무기처럼 보였다.

하지만 하나같이 날붙이들이 서슬 퍼런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중 특히 눈에 띄는 무기가 있었는데.

비교적 날이 가늘고 날렵해 보이는 검.

나는 대번에 마음을 사로잡은 그 검을 집어 들었다.


“호오···”


손에 착 감기는 그립감.

보이는 것과 달리 조금 묵직하긴 하다.


“그걸로 할 거예요?”


베르폰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보니 두 오크는 양날 도끼를 들고 있었다.


“자 그럼 갑시다.”


동공의 통로는 하나밖에 없었다.


통로 끝에서 물이 찰랑이고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중력을 무시한 채 벽에서 물이 찰랑거렸다.


“지금부터는 두 분이 앞장서 주십시오.”


베르폰트의 주문에 두 경호원이 앞으로 나서서 물의 벽을 통과했다.

통과 전에 레미가 또 내 얼굴에 뭘 칙칙, 뿌렸다.


“윽!”


기습을 당한 탓에 스프레이가 눈에 들어갔다.


“괜찮아요. 인체에 무해한 성분으로 만든 거라. 눈이 시원해지는 효과가 있으니 안약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렇게 말하고는 씨익 웃는 레미.


“이게 도대체 뭡니까?”

“미스트예요. 화면빨 잘 받으라고.”


물의 벽을 지나서 등장한 배경은 하수구였다.

어느샌가 베르폰트의 손에 랜턴이 들려 있었고, 랜턴이 발하는 누런 불빛이 어두운 하수구에 번졌다.


졸졸졸.


두어 명, 혹은 셋 정도가 겨우 지날 만한 통로 옆으로 물이 흘렀다.


끽끽! 끽끽!


저 앞에서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와서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었다.


“준비하세요. 사지마씨도 전투에 참여합니다.”

“네에?”

“뭘 그리 놀라요?”


하긴···

장식용으로 무기를 챙기라고 한 건 아니었겠지.


베르폰트의 말에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얼마나 걸릴까요?”

“음? 뭐가요?”

“여기서 나가는 데.”

“대략 30분쯤 걸리지 않을까요?”


오케이.


나는 한 손에는 검을, 다른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든 채 경호원들을 따라갔다.


끽끽끽끽!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퍽! 퍽!


잘 보이지도 않았는데 뭔가 앞에서 터져 나가며 끈적한 액체가 얼굴에 묻었다.

하지만 액체는 곧 증발했다.

원래부터 이곳에 없었다는 듯이.


“어떻습니까?”


베르폰트의 물음에 내내 입을 닫고 있던 경호원 하나가 입을 열었다.


“조무래기들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람···

내 눈에는 녀석들이 달려드는 것조차 보이지 않았는데.


“사지마씨는 현재 H등급 각성자인데 가능하겠습니까?”

“H급이면 목숨이 위험하진 않겠군요.”

“들으셨죠? 사지마씨, 이제 앞장서 주세요.”

“윽···”


나는 스마트폰을 켜 앱을 실행했다.


[이미지를 소모하겠습니까? 한 번 사용한 이미지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러고는 이미지를 소모했다.

각성과 동시에 손에 들고 있는 검의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휙휙.


휘두르는 데도 전혀 문제가 없을 듯하다.


내가 가장 선두에 섰고 두 경호원이 그 뒤, 레미와 베르폰트가 후미에 따라붙었다.


뚜벅뚜벅.


발소리가 울리는 소리와.


졸졸졸.


옆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기묘한 화음을 이루었다.


그러던 중.


끽끽끽!


불협화음이 얹혔다.

소름끼치는 소리에 살갗이 곤두섰다.

어둑해서 형태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다가오는 마나의 형태가 또렷이 보인다.


뿌드득.


나는 검을 두 손으로 꽉 틀어쥐었다.


···


“음?”


생각보다 다가오는 속도가 그리 빠르지는 않은 것 같은데···


나는 슬금슬금 앞으로 나아갔다.

다가오는 옅은 마나 덩어리가 사거리 안에 들어왔고.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콰과과과과!


굉음이 들리며 앞쪽으로 빠르게 빛이 훑고 지나갔다.


쿠우우우···


하수구 안이 흔들렸다.


뭐야.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


상황 파악은 조금 뒤에 했다.

긴장한 탓에 검을 너무 세게 휘둘렀던 것 같다.

옅은 마나 덩어리는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등뒤가 조용해 돌아보니 다들 시간이 정지한 듯 서 있었다.


“저··· 처치한 것 같은데요.” 내가 말했다.

“사지마씨.”

“예?”

“이걸 봐요.”


베르폰트가 들고 있던 랜턴으로 바닥을 비추자, 푹 패인 바닥의 음영이 드러났다.

바닥에 난 상처는 랜턴 불빛이 닿는 끝까지 이어져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나는 피디의 물음에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나 역시도 그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지 못했으니까.

입을 연 것은 경호원이었다.


“H급이라고 하셨나요? 피디님?”

“H급이 검기를 쓸 수 있다는 건 금시초문인데···”


*


H급.

게다가 같은 H급이라도 인스턴스 던전은 난이도가 턱없이 낮다고 한다.

인스턴스 던전은 아카데미 측에서 교육용으로 제작한 던전이라고.


H급 던전은 대개 직선 주로로 되어 있다.

하급 몬스터를 처치하다 보면 보스몹이 나오는데, 그것을 처리하면 던전 클리어.

보상으로 보스몹이 소정의 코어 결정을 드랍하도록 설계했다고 한다.

베르폰트의 설명을 들으며 코어 결정이라는 것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순금보다 쓰임도 많고 가치도 훨씬 높다고 한다.


*


우리는 아카데미 내 기숙사에 묵는 며칠 동안 H급 인스턴스 던전 일곱 개를 공략했다.


그리고 나는···

헌터라는 직업에 홀딱 빠지고 말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돈.


“이렇게 간단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 있었다니!”


기숙사 천장을 바라보며 외쳤다.

당일 모든 일정을 끝내고 침대에 누워서 뒹굴거리고 있었다.


헌터는 무기를 들고 몬스터를 처치한다.

그리고 보상을 획득한다.

헌터의 능력이 뛰어날수록, 처치할 수 있는 몬스터의 등급이 높을수록 더 큰 보상을 획득한다.


스마트폰이 이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매트한 블랙 컬러에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한 손으로 조작하기 용이한 크기.

이 귀여운 녀석 덕분에 나는 각성자의 힘을 얻었다.


단, 인스턴스 던전을 공략하는 동안 문제를 하나 발견했다.


“하···”


그 생각을 하니 대번에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이미 그에 따른 처치도 해 놓았고.


*


다시 아침이 밝았다.

사지마 인생이 다시 쓰이고 있는 요즘.

다시 한 번 큰 획을 그을 날의 항성이 떠오른 것이었다.


오늘은 인스턴스 던전 대신에 진짜 던전에 들어가기로 한 역사적인 날이었다.


‘H급 던전을 클리어하려면 H급 각성자 다섯이 필요합니다. 아, 그 전에. 장비부터 마련하기로 하죠.’


베르폰트는 그렇게 말했었다.


실전에서는 인스턴스 던전처럼 준비된 무기 따위는 없으니, 장비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똑똑똑.


“네!”


방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레미였다.


나는 이미 나갈 준비를 끝낸 상태.

레미가 머리와 메이컵을 손봐 주었다.


“기분 좋아 보이네요?”

“그래 보여요?”


레미의 말에 거울을 돌아보니 얼굴에 ‘룰루랄라!’ 라고 쓰여 있는 것 같았다.


아래로 내려가니 베르폰트와 경호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곧장 무빙벨트를 탔다.


무빙벨트는 부지런히 움직여 지하로 접어들었다.


“어? 올 때랑은 다른 길이네요?”

“지하 플랫폼으로 갈 겁니다.”


베르폰트의 말 대로 지하에도 플랫폼이 있었다.


오늘은 아카데미로 올 때와는 다르게 비교적 가벼운 기분이었다.

실제로 비각성자한테 관심을 가진 각성자들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물며 누가 각성자이고, 누가 비각성자인지조차 구분도 안 간다.

그 오랜 시간 동안 각성자의 눈치를 보며 살아온 시간들이 무색했다.


―이번에 내리실 역은 월룬드르, 월룬드르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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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네임드 24.06.04 95 2 11쪽
» 인스턴스 던전 24.06.03 103 1 11쪽
23 쌍둥이 형제 24.06.02 117 1 11쪽
22 각성자 테스트 (2) 24.06.01 131 1 12쪽
21 각성자 테스트 (1) 24.05.31 151 2 13쪽
20 헌터. 헌터··· 헌터? 24.05.30 172 1 12쪽
19 퇴사 24.05.29 179 1 10쪽
18 인생 2막 24.05.28 185 1 10쪽
17 각성 24.05.27 194 2 11쪽
16 막다른 길 24.05.26 173 1 12쪽
15 마피아 게임 24.05.25 17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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