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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꿈꾸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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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5.15 19:37
최근연재일 :
2024.06.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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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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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글자수 :
223,471

작성
24.06.10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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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말할 수 없는 비밀 (1)

DUMMY

처음으로 화살에 맞은 것은 E급 헌터 중 하나였다.


“가만히 있어요! 누가 화살 좀 뽑아 줘요!”


화살이 헌터의 어깨를 깨끗하게 꿰뚫었다.

다른 E급 헌터가 나서서 부상자의 어깨에 꽂힌 화살 마디를 부러뜨린 뒤 제거했다.


“크아악!”


화살이 제거된 부상자의 몸에서 곧장 초록 오러가 피어올랐고, 동시에 방어구에 번지던 피가 멈추었다.


“다들 제 위치 확인하면서 움직여요!” 힐러가 외쳤다.


퍽퍽퍽퍽!


그 와중에도 화살 비는 계속되고 있었다.

힐러의 지시에 따라 헌터들은 진영을 유지한 채 화살이 날아오는 쪽으로 슬금슬금 전진했다.


“저쪽으로!”


언데드 헌터가 가리킨 곳은 언덕 너머였다.


문제가 있었다.

각성하지 않은 상태로는 날아오는 화살을 보고 피할 수가 없었던 것.

내 근처에서 화살이 땅에 박힐 때마다 온몸이 저릿저릿 울렸다.


파티원은 일곱.

힐러는 하나.

이따금 화살에 맞는 파티원들의 화살을 제거되면 힐러가 힐을 넣었다.

섬에서도 힐러를 본 적은 있었지만 이 정도의 존재감은 아니었다.


퍽!


“크윽!”


방금 내 얼굴 옆으로 지나간 화살이 바닥에 깊숙이 박혔다.

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선다.

이번에도 전혀 반응하지 못했다.


“어서 달려요!”


힐러가 외침에 앞으로 달려 나가려는데.


퍼억!


누가 잡아당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몸이 뒤로 밀려났다.

통증은 그 다음이었다.


“끄어어···”


극심한 고통에 살짝 정신을 잃었던 모양.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바닥에 누워 있었다.

가슴에 정통으로 화살을 맞은 것이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기다려요! 사지마씨가 화살에 맞았어요!”


누가 외치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숨이 전혀 쉬어지지 않는다.

각성할 걸···

아끼다 똥 된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의식이 멀어지는 와중 그런 생각이 스쳤다.


다시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

몸이 위아래로 흔들리고 있었다.


“음?”


가녀린 등.

익숙한 향기가 났다.


돌아보니 일행 모두가 달리고 있었다.

언덕 아래로 화살을 쏘는 궁수들이 보였다.


“저기··· 사브리나. 저 괜찮아요. 내려 주세요.”

“깼어요? 다행이에요. 깜짝 놀랐네. 죽은 줄 알았잖아요!”

“저 괜찮으니까···”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요!”


사브리나는 제법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아···

싸나이 체면이 말이 아니네.

나는 곧장 스마트폰을 꺼냈다.


챱.


각성한 나는 허벅지를 두른 사브리나의 손을 벗어나 땅에 착지했다.


“사지마씨?”

“정말 괜찮아요. 조심.”


챙!


나는 검으로 사브리나의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화살을 쳐냈다.

그런 뒤 말했다.


“가죠.”


궁수들로 이루어진 부대는 삼십여 명의 고블린 군단이었다.

모두 H급 던전에서 보았던 우두머리 정도로 체구가 작지 않았다.

그들은 전력 질주하는 우리 파티를 떨쳐내지 못했고, 결국 근접전이 벌어졌다.


콰악!


궁수 부대의 우두머리는 도리어 부하들보다 왜소했다.

놈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D급 언데드 헌터의 무지막지한 양날 도끼에 목이 날아갔다.


띵!


우두머리는 코어 결정을 떨구었고, 동시에 목숨이 붙어 있던 몇몇 부하들이 경직되며 푸른 입자를 흩날렸다.

고블린 군단이 흩어지며 피어오른 마나가 응축되며 주변 지형을 얼마간 집어삼켰고, 포탈을 생성했다.


“끝났군요.”


D급 헌터가 말했다.


*


그전에 갔던 H급 던전과 소요 시간은 비슷했지만 좀 당황스러웠다.

지금껏 경험했던 던전에서 보아 오던 방식과 사뭇 달랐던 것이다.


던전 공략을 위해 모집했던 헌터들이 떠나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 뿔뿔이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각성한 힘이 대단한 건 맞지만, 방심하는 사이 화살을 맞고 기절해 버렸다.

그때 생각을 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나는 화살에 맞았던 부위를 어루만졌다.


“허허···”


어쩐 일인지, 기억이 또렷하지가 않았다.

숨쉬기가 어려웠던 것만은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 이상은 힘들겠는데.”


현재로는 E급 던전이 한계인 것 같다.

게다가 되도록이면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각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그러고 보니 그전에도 이런 생각을 했었지.

사실 애초에 정해진 답이 없는 문제였던 것이다.


똑똑똑.


침대에서 뒹굴거리던 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네.”


문이 열리고, 왜소한 엘프가 안으로 들어왔다.

베르폰트였다.


“잠깐 얘기 좀 할까요?”


나는 몸을 일으켜 소파로 가서 앉았다.


“무슨 일이에요?”


원래도 왜소하던 베르폰트의 어깨가 더 움츠러들어 있었다.


얼마간 입을 다물고 있던 그가 입을 열었다.


“앞으로 촬영 일정은 저와 레미가 동행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 네.”


잠시 이어진 침묵 뒤에 내가 말했다.


“이해했어요. 어차피 카메라가 두 대 줄어드는 것뿐인데요.”

“그래서 말인데···”


베르폰트가 자신의 턱을 만지작거렸다.


“사지마씨의 블루박스도 활용해 주십사 하는데. 안 되나요?”

“흠···”


나는 생각에 잠겼다.


블루박스를 활용하겠다는 말은 나더러 시스템 사용법을 익히라는 말이었다.

시스템 사용법을 익히기에 내 각성 시간이 넉넉한 것은 아니기에 고민되는 문제였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혹시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하루 각성 시간 30분.

억지로 더 하면 15분, 7분 30초, 3분 45초···

최대한으로 끌어쓴다고 해도 한 시간가량.

현재 내 스마트폰에 저장된 이미지의 개수는 40개.

하루에 두 장 이상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은 내게 몹시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제약이 있습니다. 저는 그 시간을 되도록 전투를 익히는 데 할애하고 싶습니다만···”


시간 제약이 있다는 내 말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눈치였다.


“그 집중력이라는 거, 훈련으로 어떻게 되는 종류의 것이 아닙니까?”


훈련으로 어떻게 되냐고?

그건 스스로도 해 보지 않았던 질문이었다.

내 얼굴에 나타난 당혹감을 읽었는지, 피디가 말했다.


“당장 대답하긴 어려운 모양이군요.”


베르폰트는 그 말을 끝으로 방을 나섰다.


이미지 한 장을 소모한 최초의 30분.

그의 말 대로 30분의 각성 시간 자체를 늘릴 수 있는 걸까?


*


E급 던전을 반복적으로 공략하는 것은 그다지 의미 없는 일이라고 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E급 던전을 공략했다.

각성 테스트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베르폰트는 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테스트 결과가 달라지면 돌아오겠습니다.”


급기야 아카데미를 이탈했다.

내게 어마어마한 거금을 약속한 것을 잊었나?


돈 문제를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했지만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돈은 제때 입금되었다.


[입금: 100,000골드]


따박따박.

사흘째 10만 골드가 입금되었다.

조금 위험하긴 해도 10만 골드면 보험 영업사원 시절 연봉의 다섯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 돈이면 가능하다.


집!

1지구에 집을 살 수 있다!


휘파람을 불며 파티원을 기다렸다.


“무슨 좋은 일 있어요?” 사브리나가 물었다.


나는 그녀를 돌아봤다.

피곤한 얼굴.


“아. 아닙니다. 잠은 잘 잤어요?”

“좀 설쳤어요.”

“무슨 고민이라도···”

“뻔한 고민이죠. 촬영 끝나고부터는 실전인데 자신이 없어서요.”

“꼭 해야 해요?”

“네?”

“헌터요.”

“아···”


사브리나는 잠시 땅을 쳐다봤다.

그리고 대답했다.


“하기 싫어요.”

“그럼 안 하면 되잖아요.”

“그러게요.”

“먹고사는 건 문제없죠?”

“먹고사는 거요?”

“1234지구에 사는 비각성자들은 그걸 먹고사니즘이라고 부르는데··· 대부분의 비각성자들이 먹고사는 문제로 고민하거든요. 사브리나는 어디에 산다고 했죠?”

“저는 11지구요···”


대화를 나누던 중 파티원 하나가 도착했고, 약속 시간 5분 전에는 모두가 모였다.


“오? 사지마씨 아닙니까?”


몇 번의 E급 던전행 동안 나를 알아보는 이는 처음이었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내게 말을 건 것은 D급 헌터였다.

우리 중 유일한 D급인 그가 파티장 역할을 수행한다.


*


D급은 혼자서도 E급 던전을 공략할 수 있으므로, 그에게는 E급 던전행이 피크닉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놀면서 돈을 번다.

꿈같은 일이다.


공략가가 메타포를 찾아내 증폭시켜 포탈을 열고, 우리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던전행도 반복하다 보니 그저 그런 일상이 되어 갔다.

알아본 바로는 B급 던전 이하는 그리 큰 이변도 없다고 한다.

A급 이상 상급 던전은 아직 나와 상관없는 딴 세상 이야기이고.


베르폰트가 없으니 아주 개판이었다.

D급 헌터는 저 앞, 보이지 않는 곳까지 혼자서 질주했다.

나머지 파티원들은 경계하며 앞으로 나아갔는데.

동굴 중간중간에 쓰러진 몬스터들이 이미 마나 입자로 흩어지고 있었다.


“재수없네.”


E급 헌터 하나가 말했다.


“D급이잖아요. 헌터들 중에는 자기보다 등급이 낮은 헌터를 벌레보듯 하는 놈들도 있는데요 뭘. 저 정도면 양반이지. 편하고 좋잖아요?”

“흠···”

“좋은 게 좋은 거죠 뭐.”


E급 헌터 넷은 랜턴을 들고 산책하듯 동굴을 걸었다.


“얼른 와요! 막타 치게!”


D급 헌터가 저 멀리서 외쳤다.


“자, 갑시다.”


촬영에는 문외한인 내가 봐도 최근 던전행에서 건질 만한 장면이 별로 없는 듯했다.


“조만간 중단되겠는데··· 그러면 안 되는데···”


*


내 생각은 현실이 되었다.

베르폰트는 다른 일로 바쁜지, 직원을 시켜 촬영 중단 사실을 통보했다.

꿀빤 지 불과 나흘 만에 촬영이 중지됐다.

망할···


“괜찮아.”


엄청난 일당을 벌지 못한다는 것은 아쉬웠지만, 한편으론 홀가분했다.

시간 제약이 없어졌으니.

최근 들어 돈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는데, 그 생각이 과연 맞는지, 실험해 볼 차례다.


똑똑똑.


‘네.’


문 안쪽에서 사브리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접니다.”

‘잠시만요!’


문이 열리고, 수건으로 머리를 터는 사브리나가 서 있었다.


“이제 일어났어요. 안 그래도 찾아가려고 했는데. 들어오세요.”


사브리나가 머리를 말리는 동안 드라이어 소리를 들으며 소파에 앉아 있었다.


“미안해요. 오래 기다렸죠?”

“아, 아닙니다. 그런데. 할 말이 있으셨다구요?”

“네네.”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저는 두 달가량 촬영하면서 진로 결정을 했어요. 그전까지 고민이 많았는데요. 두 달을 지내면서 자연스레 헌터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공고해졌어요. 나는 그렇고···”


쭉 바닥을 쳐다보며 말하던 사브리나가 내 쪽으로 몸을 돌리며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나는 그녀와 눈을 맞추었다.

눈이 맞자 배시시 웃는다.

나도 웃는다.


“사지마씨에 대해 궁금해졌어요.”

“네? 뭐가요?”

“그런 능력을 가졌으면서 왜 헌터가 되지 않는 건지. 아니, 헌터는 차치하고 왜 아카데미에도 입학하지 않은 건지 궁금해요.”


하하.

이 여자, 아무 것도 모르고 있군.

아무래도 나를 평범한 각성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이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그럴 수 있지···”


나는 중얼거렸다.


“네?”

“아닙니다.”


사브리나는 똑바로 나를 봤다.

이 여자한테 내 비밀을 말해도 되는 걸까?


“저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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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할 수 없는 비밀 (1) 24.06.10 55 0 12쪽
30 안전제일! 24.06.09 64 1 12쪽
29 메타포 24.06.08 62 0 12쪽
28 퇴출 24.06.07 70 1 12쪽
27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24.06.06 80 0 14쪽
26 구사일생 24.06.05 82 1 12쪽
25 네임드 24.06.04 95 2 11쪽
24 인스턴스 던전 24.06.03 101 1 11쪽
23 쌍둥이 형제 24.06.02 117 1 11쪽
22 각성자 테스트 (2) 24.06.01 131 1 12쪽
21 각성자 테스트 (1) 24.05.31 150 2 13쪽
20 헌터. 헌터··· 헌터? 24.05.30 172 1 12쪽
19 퇴사 24.05.29 178 1 10쪽
18 인생 2막 24.05.28 185 1 10쪽
17 각성 24.05.27 194 2 11쪽
16 막다른 길 24.05.26 173 1 12쪽
15 마피아 게임 24.05.25 176 2 12쪽
14 세기의 커플 탄생! 24.05.24 18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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