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꿈꾸는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새글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5.15 19:37
최근연재일 :
2024.06.26 06: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6,747
추천수 :
56
글자수 :
223,471

작성
24.05.23 00:05
조회
174
추천
2
글자
10쪽

메소드 연기

DUMMY

슈뢰딩거 팀의 점수에 나 역시 충격을 받았다.

도합 30만 포인트가 넘었다.

포인트는 곧 골드.

그것은 내가 포커판에서 번 돈보다 많은 돈이었다.

이번 퀘스트 또한 지난번 포커 게임처럼 언제든 순위가 뒤집어질 수 있는 것이었다.


슈뢰딩거의 공연이 인상적이었던 탓에, 어설프게 그를 따라하는 무대가 잇따랐다.

아홉 번째는 주인과 노예가 상황에 너무 몰입한 결과 진짜로 성교를 벌이기 직전에 중단, 마이너스 점수를 받았고.

열 번째는 이도저도 아닌 무대였다.


열한 번째, 우리 바로 앞 차례에는 익숙한 얼굴이 등장했다.

사브리나와 게오르그가 한 팀이었다.


여신 강림.

하늘거리는 새하얀 비단이 사브리나의 뽀얀 속살과 거의 구분되지 않았다.

귀티가 좔좔 흘러서 누가 봐도 그녀가 귀족 역할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반면 머리카락을 땋은 게오르그는 노예라기보다 바이킹 전사처럼 보였다.

헤어스타일과 바뀐 옷차림 때문에 포커 게임 때 슈뢰딩거와 게오르그를 알아보지 못했던 것 같다.


“하긴··· 다른 테이블에 신경 쓸 틈도 없었지···”


내가 중얼거리는 가운데 무대의 막이 올랐다.


“게오르그!”


사브리나가 외치자 게오르그가 그녀에게 검을 건넸다.

그리고 둘의 결투가 시작됐다.

관객들 모두가 으엥? 하는 반응이었지만.


챙! 챙챙! 챙!


두 종이 칼을 부딪히자 그런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숨막히는 결투였다.

여리여리한 엘프와 우직한 오크의 공방전이 쉴 틈 없이 이어진 것.

그것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장르의 연기였다.

나는 입을 벌린 채, 어느새 둘의 무대에 빠져들었다.

쌈 구경은 재미가 검증된 콘텐츠 중 하나가 아니던가!


쉬익-


허공을 가르는 사브리나의 검.


깡!


허를 찌르는 게오르그의 검.


꿀꺽.


침을 삼킨 것은 비단 나뿐 만이 아니었다.

각성자들 사이에 체격이 무의미하다는 말이 눈앞에서 사실로 증명되고 있었다.


치열한 공방 끝에, 둘의 결투는 사브리나가 게오르그의 목젖에 검을 겨누는 것으로 끝이 났다.


“졌다. 너는 훌륭한 제자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노예의 입에서 흘러나온 한 마디 대사였다.


점수도 나쁘지 않았다.


“21,000, 22,000, 27,000···”


스태프가 점수를 발표했고.


“꺄아!”


사브리나는 신이 나서 고함을 질렀다.

그녀가 게오르그의 두꺼운 손목을 잡아서는 높이 들어올리자 관객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예쁘다!”

“최고다!”


저마다 무대를 향해 찬사를 쏟아냈고.

휘파람을 부는 이도 있었다.


“1분 후, 마지막 무대가 시작합니다!”


드디어···

우리 차례였다.


제비뽑기 함에 손을 넣었을 때, 구슬의 크기가 다 다름을 눈치챘고, 구슬들을 더듬다가 가장 큰 것을 골랐다.

처음이나 가장 마지막을 예상했고, 그렇게 되었다.


“주인님···”


카미가 나를 보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부담 백배.

부담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최악의 경우들이 하나둘 머릿속에 스쳤다.

내가 생각하는 최악은 무대의 결과 따위가 아니었다.

빚쟁이가 되어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

아무리 발연기를 한들, -600,000포인트를 받을 리는 없겠지만 내 머리는 잘도 그 비슷한 상황까지 몰아갔다.


이제 30초쯤 남았으려나···

나는 어떤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벗어 둔 슈트 속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스마트폰을 쥔 손에 땀이 뱄다.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켠 뒤에 액자 모양의 아이콘을 눌렀다.


이제 20초.


[이미지를 소모하겠습니까? 한 번 사용한 이미지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네][아니오]


떠오른 버튼을 한동안 뚫어져라 쳐다봤다.


“마지막 팀! 준비해 주십시오!”


10초···


눈을 질끈 감았다.

고개를 젓고는 스마트폰을 다시 슈트 속주머니에 넣었다.

카미가 두리번거리며 나를 찾는 게 보였다.

스태프의 부름에 카미는 하는 수 없이 혼자서 무대에 올랐다.

그녀는 무대 위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손을 만지작거렸다.


“노예 역입니까?”

“예···”

“주인은 어디 갔습니까?”

“그게, 저도 잘···”

“당장 주인이 등장하지 않으면 실격입니다.”

“예? 실격이요?”

“그렇습니다. 실격 처리되면 참가자들은 최하 점수를 받게 됩니다.”

“최하 점수라면···”

“-100,000포인트씩 여섯이니··· -600,000포인트가 되겠죠.”

“안 돼요!”


카미의 외침에 스태프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5···

4···

3···

2···

1.


카미가 입꼬리를 올렸다.


펑!


느닷없이 무대 위에 연막탄이 터지고, 한바탕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무대용 연막탄이었다.

연막이 가신 뒤, 무대 위의 등장인물은 둘이 되었다.

나는 뒷짐을 지고 서 있었고, 카미는 내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다시 무대로 몰려든 관객들이 감탄성을 흘렸다.

대부분 무대 주변으로 모인 것을 확인한 나는 첫 대사를 쳤다.


“카미여. 고개를 들라.”


내 말에 무릎 꿇고 있었던 노예가 고개를 들었다.


“일어나거라.”


몸을 일으켰다.


“여기 모든 노예가 보는 앞에서 선언하노니. 너는 지금부터 노예가 아니다.”


관객들이 웅성거렸고, 카미의 얼굴에도 그 웅성거림과 닮은 의문이 서렸다.


“주인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 너를 오랫동안 지켜봤느니. 나는 네가 고귀한 존재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럼 저들은요. 저들도 모두 해방되는 것입니까?”


카미는 손바닥을 하늘로 향한 채, 관객 쪽을 빙 둘렀다.

그녀의 말에 나는 한 손으로 턱을 만지며 고민하는 시늉을 했다.


“제가 노예가 아니라면 저들도 노예가 아니고, 제가 고귀하면 저들 또한 고귀한 존재가 아닙니까.” 카미가 말했다.


관객석에서 누가 옳소, 말하며 카미를 거들었다.


“하지만 저들은 너와 다르다.”

“주인님은 어째서 저만 고귀하다 하십니까.”

“내 너를 오랫동안 지켜봐 왔다 하지 않았느냐.”

“다른 노예들은 지켜보지 않으셨습니까?”

“참 답답한 아이로구나!”


내가 가슴을 두들기며 외쳤다.

그에 관객 한둘이 키득거렸다.

어느새 다시 무릎 꿇은 카미 앞에서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던 나는 다짜고짜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무릎을 꿇고는 그녀의 왼손 약지에 억지로 반지를 끼웠다.


“이게 무엇입니까, 주인님?”


나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카미를 등지고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말했다.


“지금부터 너는 내 아내다.”

“그건 안 됩니다. 저는 이미 마음에 둔 이가 있습니다 주인님!”

“그건 중요하지 않다.”

“주인님!”

“어허!”


관객석에서 우우우, 하는 야유 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자네, 자네가 이 결혼의 증인이 되어 주게. 그래 준다면 자네도 자유의 몸이 될 걸세.”


나는 스태프를 향해 말했다.

배우의 느닷없는 행동에 스태프는 질문하듯 베르폰트를 보았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태프가 우리 쪽으로 다가와 섰다.


“나 사지마는 너희 모두의 주인으로서 여기 카미를 아내로 맞아 평생 헌신할 것을 맹세한다. 카미는 지금부터 노예가 아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금 카미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러는 동안 야유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안 됩니다 주인님! 제발···”


카미는 정말로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흐느낌으로 우리의 공연은 끝이 났다.

박수 대신 야유가 홀을 채웠다.


얼마간 이어지던 야유가 멈추고···


짝.


누군가 박수를 쳤다.

혼자서 고요 속에서 박수를 여남은 번 치고는 말했다.


“브라보.”


그는 다름 아닌 베르나르 베르폰트였다.


“공연이 끝났습니다!”


베르폰트의 눈짓에 스태프가 선언했고, 카미와 나는 무대에 선 채로 점수를 기다렸다.


“점수를 발표하겠습니다!”


인덱스카드를 든 스태프가 고개를 갸웃하고는 결과를 발표했다.


“0, 0, 0···”


···


“-10,000, 100,000, 100,000.”


카미가 나를 봤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는 표정이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10분 후, 시스템 창으로 순위를 발표하겠습니다.”


*


소품들을 돌아보며 유독 눈에 띄는 소품이 있었다.

조악한 은반지.

반지를 들고 들여다보다가 문득 어떤 기억이 스쳤다.


나는 프로그램 참가 전.

회사에서 근무중에 베르폰트에게 10,000골드를 입금 받고는 인터넷에서 그의 신상을 턴 바가 있었다.

엉뚱한 제안에 응하려면 최소한의 정보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들은 대개가 얕은 것들 뿐이었다.

아무튼 검색하는 과정에서 그가 한때 데이팅 프로그램 프로듀싱에 골몰했다는 사실과 그것이 쫄딱 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검색하다 보니 그가 썼다는 짧은 극작품도 발견했다.

한때 셰잉스피어라는 희대의 천재에게 영향을 받아 극작가가 되려고 젊은 시절에 쓴 것이었다.

거기에는 몇 개의 댓글이 달려 있었다.


―베르 옹이 이런 허접한 글을 썼을 리가 없어!

└ㅇㅇ. 사칭은 범죄임.

└베르폰트 피디 문학 전공도 아닌데 저 정도면 잘 썼지.


사랑에 빠진 귀족 이야기로, 하품이 나오는 글이었다.

거기에서 귀족이 은반지를 억지로 노예에게 끼우는 장면이 나온다.


내 머리는 소품들 사이에 섞인 은반지를 보고 그러한 기억을 불러왔다.

내게는 이 공연 역시 포커 게임처럼 도박의 연장선이었고, 도박은 어느 정도 성공한 듯했다.


*


홀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비가 그쳐 있었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동안 반영된 점수로 순위를 매기고, 숙소를 재배치 한다는 메시지가 왔다.

입으로 치아바타를 씹고, 커피를 마셨지만 그러는 동안 정신은 딴 데 가 있었다.


걷다 보니 자갈길을 지나 숙소로 향하고 있었다.


띠링!


[종합 1위에서 12위를 남기고 나머지 참가자는 섬을 떠나야 합니다.]


올 것이 왔다.

메시지에는 1위부터 12위까지 참가자들의 목록이 적혀 있었다.


「1. 사지마

2. 사브리나

3. 섀클턴

4. 에리스

5. 사샤

6. 야쿠티안

7. 슈뢰딩거

8. 아이샤

9. 안드리

10. 나딘

11. 게오르그

12. 카미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꿈꾸는 소드마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3 그녀의 사연 NEW 10시간 전 15 0 12쪽
42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다고? 24.06.25 21 0 13쪽
41 GIFT 24.06.24 23 0 11쪽
40 폭발하는 검격 (2) 24.06.21 31 1 12쪽
39 폭발하는 검격 (1) 24.06.20 30 0 12쪽
38 어쩌다 보니 왕이 되었다. 24.06.19 35 0 12쪽
37 사일런스 우드 (2) 24.06.18 34 0 11쪽
36 사일런스 우드 (1) 24.06.17 35 2 10쪽
35 한계 돌파! 24.06.14 42 0 13쪽
34 불편한 계약 24.06.13 44 1 12쪽
33 더치페이 24.06.12 45 0 12쪽
32 말할 수 없는 비밀 (2) 24.06.11 54 1 12쪽
31 말할 수 없는 비밀 (1) 24.06.10 54 0 12쪽
30 안전제일! 24.06.09 64 1 12쪽
29 메타포 24.06.08 62 0 12쪽
28 퇴출 24.06.07 69 1 12쪽
27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24.06.06 79 0 14쪽
26 구사일생 24.06.05 82 1 12쪽
25 네임드 24.06.04 95 2 11쪽
24 인스턴스 던전 24.06.03 101 1 11쪽
23 쌍둥이 형제 24.06.02 116 1 11쪽
22 각성자 테스트 (2) 24.06.01 131 1 12쪽
21 각성자 테스트 (1) 24.05.31 150 2 13쪽
20 헌터. 헌터··· 헌터? 24.05.30 172 1 12쪽
19 퇴사 24.05.29 178 1 10쪽
18 인생 2막 24.05.28 185 1 10쪽
17 각성 24.05.27 194 2 11쪽
16 막다른 길 24.05.26 173 1 12쪽
15 마피아 게임 24.05.25 176 2 12쪽
14 세기의 커플 탄생! 24.05.24 186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