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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꿈꾸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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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5.15 19:37
최근연재일 :
2024.06.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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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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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1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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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각성자 테스트 (2)

DUMMY

“합격, 합격이에요! 현 시간 부로 사지마님은 각성자가 되셨습니다!”


옳지, 됐다!

직원은 내가 각성자가 되었다고 선언하면서도 쉬 믿기지 않았는지, 몇 번이고 머신의 수치를 들여다보았다.


직원은 데스크의 컴퓨터를 뒤져서 내 기록을 찾아냈다.

그러고는 다시금 선언했다.

아니, 소리쳤다.


“무려 14%가 넘게 상승했어요! 이런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당장 협회장님을 모셔 와야겠습니다! 특종이에요!”


베르폰트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직원의 양 어깨를 눌렀다.

그런 다음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이 일은 아직 아무 데도 새어 나가면 안 됩니다. 협회장님은 제가 직접 만나도록 하지요.”


직원과 충분히 아이 컨택을 한 베르폰트는 시스템 창을 열어 그에게 공유했다.


“비밀 유지 각서입니다.”


저거, 사실 동의하지 않아도 되는 건데···

꼴에 변호사랑 얘기해 봤다고 그런 생각부터 들었다.

하지만 그는 베르폰트의 기세에 눌린 탓인지 머뭇거리며 각서에 서명했다.


내 각성 수치는 14.065%였다.

원래 빵프로였으니, 직원이 저렇게 놀라는 것도 이해가 간다.

사막에 연꽃이 피어난 것과 다름없는 일일 테지.


협회장실로 이동하며 베르폰트가 물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요. 혹시 제가 모르는 비밀이라도 있는 겁니까?”


나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협회장이 부재중이라 조금 기다려야 했는데, 베르폰트가 시스템 창을 열어 연락을 넣자 거의 바로 협회장이 달려왔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피디님!”


굽신굽신.


언뜻 보면 협회장이 연배가 한참 아래인 것 같았다.

하지만 협회장은 머리가 벗어진 언데드.

게다가 바지를 거의 가슴까지 올려서 허리띠를 졸라맨 패션 테러리스트였다.


“그간 별고 없으셨죠? 협회장님?”


베르폰트가 협회장에게 꾸벅 인사하자, 협회장이 허리를 더 깊숙이 굽혔다.


뚜둑.


협회장의 허리에서 난 소리였다.


베르폰트는 서서 간단하게 방송 이야기를 했고, 협회장에게도 똑같은 비밀 유지 계약서를 디밀었다.

협회장 역시 군말 없이 계약서에 서명했다.


“그저 형식적인 겁니다. 아시죠?”


하물며 베르폰트의 말에 기분이 나빠 보이지도 않았다.


“그럼 사지마씨를 각성자로 올려 놓는 건···”

“그것도 보류해 주십시오. 그건 방송이 나간 뒤에 해도 늦지 않으니까요.”

“그렇겠죠? 무릇 종이라면 융통성이 있어야죠! 암만요!”


언데드가 흘러내린 주변 머리를 정돈하며 손수건으로 이마를 닦았다.

힘을 가진 자는 때때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도 모르겠다.


*


협회에서 나와 리무진에 올랐다.

베르폰트가 버튼을 누르자 검은 리무진의 앞좌석과 뒷좌석 사이에 벽이 올라왔다.

그는 앞으로의 진행 상황을 의논하고자 했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베르폰트가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마나 수치를 더 올릴 수 있습니까?”


짧은 순간.

두뇌가 빠르게 회전한다.

과연 베르폰트는 믿을 만한 인물인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모릅니다.”


대답을 내놓는다.


“그렇군요.”


베르폰트는 그제야 자신이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는 사실을 인지했는지, 양 손바닥을 청바지에 비볐다.


아침에 호텔을 나서기 전, 스마트폰의 이미지를 소모했다.

그런 뒤 베르폰트의 차를 타고, 협회로 이동.

내 몸의 색깔이 옅어지는 것을 수시로 확인하고 있었다.

몸에 흐르는 푸릇푸릇한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면 다시금 이미지를 소모할 의향도 있었지만 다행히 옅게나마 색이 남아 있었던 것이었다.


테스트 이후 궁금증이 생겼다.

이미지를 소모한 뒤 30분이 다 되었을 때의 마나 수치가 14%라면, 이미지를 소모한 직후에는?

도대체 몇 퍼센트의 수치가 나올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엄청 높을 거라는 것밖에는.

설마···

짐의 말 대로 A급이 나오는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니 심장 박동을 주체하기가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후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마나 수치가 높다 한들, 고작 30분···

그런 생각을 하니 절로 한숨이 났던 것.


“왜 그러십니까?” 베르폰트가 물었다.

“아닙니다. 아무 것도···”


나는 애써 좋은 생각을 하려고 했다.

고작 30분씩이지만, 아직 40번 넘게 각성할 수 있을 만한 양의 이미지가 스마트폰에 남아 있었다.

시간으로 따지면 만 하루에 가깝다.

게다가 하루하루, 어플에 이미지가 적어도 한 장은 늘어나는 상황.


결정적으로···

통장 잔고도 2백만 골드가 넘게 있지 않은가!


좋은 생각들을 머릿속에 밀어 넣다 보니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이동하는 시간 동안 다운 받아 두었던 부동산 앱을 뒤적거렸다.


차가 멈춰 선 곳은 베르폰트의 사무실이 있는 건물이었다.


“여긴 왜···”


내가 묻자.


“갈 곳이 있어요.”


베르폰트가 대답했다.


나는 순순히 베르폰트를 따라 나섰다.

사무실로 가려면 승강기를 타야 했는데, 그가 다른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깨진 거울 조각으로 된 통로를 지났다.

거울의 조각의 수 만큼, 내 모습이 비추었다.

무수한 내가.


조명이 핑크에서, 레드로, 또 옐로우로 바뀌는 동안 통로의 끝에 다다랐다.


“오모나? 피디님! 얘, 얼른 가서 차 좀 내올래?”


펜슬스커트에 화이트셔츠를 차려입고 화장으로 눈꼬리를 살짝 올린 오크 여성이 우리를 맞았다.


“타이밍 좀 봐? 조금만 늦었어도 엇갈렸겠다.”

“사지마씨, 여긴 오펜하르크 양. 오펜하르크 양, 여긴 사지마씨. 서로 자주 볼 테니 인사 나누세요.”


베르폰트의 말에 오크가 내게 다가왔다.


“하, 나 이 오빠 알아.”


허스키한 목소리.


오크는 내 앞에서부터 원을 그리며 나를 살폈다.

정수리에서부터 발바닥까지 꼼꼼히.

아주 천천히.


“TV로 봤던 것보다 몸이 좋네. 하긴 뭐···”

“프로그램 얘기 좀 나눈 뒤에 콘셉트에 맞게 부탁해요 오펜.”


그녀는 베르폰트의 말에 검지와 엄지를 오므려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이 오크를 보니 섬에서 함께했던 사샤가 떠올랐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오펜하르크도 오크 치고 선이 가늘었다.

특히 허리가 잘록한 탓에 힙이 두드러진다.

화이트셔츠 뒤에 가려져 있지만 벌어진 단추 사이로 슬쩍 보이는 바스트 역시 육감적이었다.

나는 억지로 눈을 돌려야 했다.


“어머? 왜 얼굴이 빨개지고 그런대? 귀엽게.”


오펜하르크가 내 어깨를 톡, 치며 쿡쿡 웃었다.


“음. 알겠어, 대충 느낌 온다. 나머지는 피디님 얘기 들어 보고 더 살펴볼게요. 안으로 가서 얘기해요.”


잘그락거리는 발을 지나 암막 커튼을 들치고 들어가니 어둑어둑한 장소가 나왔다.

좁지만 답답한 느낌은 들지 않았고, 화장대 앞에서 향초가 타고 있었다.


10분가량 베르폰트와 오펜하르크가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었다.


‘알러지 있어요?’


‘특별히 싫어하는 향은?’


‘여자 취향은 어떻게 돼요?’


오펜하르크가 내게 건넨 질문은 그게 전부였다.


“이제부터 촬영 전에 꼭 샵에 들러야 해요. 알겠죠?”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밖으로 나왔다.

다시 발을 들치고 나오니 그제야 그곳의 세부 사항이 조금은 눈에 들어왔다.

화장대와 거울, 휘황한 조명 같은 것들이.

희한하게도 지금껏 내가 다녔던 미용실처럼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대신에 짙은 녹음의 냄새가 났다.

섬에 갔을 때 숲에서 났던 냄새와 비슷하달까.


베르폰트는 나를 미용실에 남겨 두고 사라졌다.


“얘, 이리 좀 와 봐.”


오펜하르크가 부른 것은 웬 창백한 여성이었다.

뿔이 돋은 걸 보니 악마종.

차림새는 오펜하르크에 비해 수수했지만, 입술에 바른 빨간 립스틱 하나가 그녀의 외모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마치 백합에 떨어뜨린 핏방울을 연상케한다.


“왜요.”

“왜요가 뭐니, 왜요가. 원장님이 부르는데.”

“으휴, 꼰대.”

“여긴 사지마씨.”


악마종의 시선이 내게 다녀갔다.


“사지마? 뭔 이름이 그래.”

“어머, 넌 티비도 안 보니? 요즘 얼마나 핫한데 사지마씨가.”

“알게 뭐야.”

“됐고. 내가 바빠서 자리 비울 때는 네가 신경 좀 써야 되니까 잘 들어.”


오펜하르크는 선 채로 악마종에게 말했다.


베르폰트가 그녀에게 말했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악마종에게 옮겼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악마종의 태도가 조금은 뭉툭해졌다.


“안녕하세요. 레미예요.”


그런 뒤 오펜하르크가 나를 거울 앞에 앉혔다.


“머릿결이 너무 엉망이긴 한데, 그렇다고 비단결처럼 만들면 컨셉에 안 맞으니까, 커트만 좀 하자.”


그렇게 말하고는 내 의견을 묻지도 않고 싹둑.

머리카락을 베어 냈다.


싹둑.


싹둑. 싹둑.


“헛.”


당황한 탓에 말이 목구멍에 걸렸다.


“풋···”


옆에 서 있던 레미가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크흠···”


나는 헛기침을 했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머리카락이 더 잘려 나가고 덮여 있던 귀가 드러났다.

순식간에 머리카락이 짧아졌다.


“흠?”


신기한 일이었다.

방금 머리카락을 잘랐는데, 어색하지가 않네?

미용실에 다녀온 남자 특유의 어수룩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일단 헤어랑 옷 정도만 조금 신경 쓰면 될 것 같아. 느낌 알겠어?”


오펜하르크가 레미를 돌아보며 물었다.


“네, 뭐.”

“자 그럼 다 됐어요. 오늘은. 난 다음 일정이 있으니 이만. 또 봐요 사지마씨?”


그 말을 남기고 오펜하르크는 엉덩이를 흔들며 사라졌다.


레미가 뒷주머니에서 가위를 꺼내 내 등 뒤에 섰다.


사각사각.


사각사각.


오펜하르크가 머리카락을 만지는 것과는 사뭇 다른 손놀림이었다.

마치 머리카락이 갈려 나가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런 다음에는 내 앞으로 왔다.

화장대 앞에 놓여 있던 쪽집게를 들고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조금 참아요.”


그렇게 말하고는 다짜고짜 내 눈썹을 뽑기 시작했다.


“윽···”


작업은 3분도 채 걸리지 않았는데, 체감은 그보다 훨씬 길었다.


“푸하···”


나도 모르게 얼마간 숨을 참고 있었다.

여성과 이렇게 가까이 얼굴을 맞대고 있는 게 얼마만인지 몰랐다.

그것도 이런 미인이랑.

눈동자를 어디 둬야 할지 몰라서 혼났다.


“끝났어요. 이제 가도 돼요.”


손님을 두고 직원이 가 버리는 미용실이라···

직원이 사라진 뒤, 나는 거울 속 내 모습을 마주했다.

어딘가 달라진 듯한데 어디가 달라진 줄은 모르겠다.


“상큼한데?”


그 말이 절로 나왔다.


“흠···”


얼마간 얼빠진 채로 의자에 앉아 있다가 샵을 나섰다.

뚜벅뚜벅 걸어 호텔로 향하는데 베르폰트에게 전화가 왔다.


“네.”

―대충 끝났을 것 같아서 전화 걸었어요. 앞으로 촬영 전에 거기 들렀다 오면 돼요. 그럼 내일 봐요.

“에···”


뚝.


···


나는 잠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서 있다가 다시 호텔로 향했다.


“사지마 생에 매일 미용실을 다니는 날이 다 오는구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


라일락 향기에 잠을 깼다.

그것이 섬유유연제 향기라는 것을 인지하며 차츰 의식이 돌아왔다.


벌써 아침이었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더라.


“아, 금요일.”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겠다.

누워서 밋밋한 천장을 바라보는데 뭔가가 떠오를 듯 말 듯하며 머릿속을 간질였다.

협탁에는 스마트폰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하나는 충전기가 연결되어 있었고, 하나는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연결된 쪽의 컬러는 화이트, 다른 쪽은 블랙.


나는 검정 스마트폰을 들어 바탕화면에 달랑 하나뿐인 어플을 눌렀다.

이미지가 바둑판 모양으로 촤르르, 떠올랐다.


“오늘은 하나 뿐이네.”


그동안 많을 때는 세 장, 적어도 두 장이 생성되었는데 실망스러웠다.

바둑판에서 밤새 생성된 최근 이미지를 누르자 이미지가 화면을 채웠다.


“허!”


나는 이미지를 보자마자 깜짝 놀라 스마트폰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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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사일런스 우드 (1) 24.06.17 36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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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말할 수 없는 비밀 (1) 24.06.10 55 0 12쪽
30 안전제일! 24.06.09 64 1 12쪽
29 메타포 24.06.08 62 0 12쪽
28 퇴출 24.06.07 70 1 12쪽
27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24.06.06 80 0 14쪽
26 구사일생 24.06.05 82 1 12쪽
25 네임드 24.06.04 96 2 11쪽
24 인스턴스 던전 24.06.03 103 1 11쪽
23 쌍둥이 형제 24.06.02 117 1 11쪽
» 각성자 테스트 (2) 24.06.01 132 1 12쪽
21 각성자 테스트 (1) 24.05.31 151 2 13쪽
20 헌터. 헌터··· 헌터? 24.05.30 172 1 12쪽
19 퇴사 24.05.29 179 1 10쪽
18 인생 2막 24.05.28 185 1 10쪽
17 각성 24.05.27 194 2 11쪽
16 막다른 길 24.05.26 173 1 12쪽
15 마피아 게임 24.05.25 176 2 12쪽
14 세기의 커플 탄생! 24.05.24 18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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