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꿈꾸는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새글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5.15 19:37
최근연재일 :
2024.06.26 06: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6,767
추천수 :
56
글자수 :
223,471

작성
24.06.02 01:55
조회
117
추천
1
글자
11쪽

쌍둥이 형제

DUMMY

놀라서 바닥에 떨어뜨린 스마트폰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분명···”


이미지 속 인물의 고개가 내 쪽을 돌아봤다.

뒷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일단 심호흡했다.


“스읍, 후우···”


그런 다음 조심스레 스마트폰을 주웠다.

다시 확인해 보니 그것은 이미지가 아니었다.


동영상.

짧지만 동영상이었던 것.


내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이의 얼굴을 멍하니 들여다보고 있었다.


“응?”


아무리 봐도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웃는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눈물이 주르륵,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어어? 이게 왜 이러지···”


나는 몇 번 더 동영상을 재생했다.


슬프거나 한 건 아니었는데.

다시금 눈물이 나왔다.


“에잇, 약속 시간 늦겠네!”


스마트폰을 던져두고서 침대에서 일어났다.

속옷을 바닥에 벗어던지고 욕실로 들어갔다.


젖은 머리를 털며 호텔을 나선 뒤에 샵으로 향했다.

호텔에서 샵까지의 거리는 두 블록.

걸어서 10분쯤 되는 거리였다.


‘사지마!’


음?

누가 나를 부르는 것 같아 돌아보니 몇 안 되는 행인들은 다들 제 갈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뭐야.”


잘못 들었다기에는 소리가 또렷했는데···

나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다시 가던 길을 갔다.


샵에서 베르폰트와 레미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 앉아요.”


레미가 의자를 내 쪽으로 빙글 돌리며 말했다.

내가 앉자, 그녀는 의자를 빙글 돌려 거울로 향했다.


뻣뻣한 머리카락을 창백하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빗는다.

한 손으로 롤빗을 휙휙 움직이며 다른 손으로는 드라이어로 열을 가한다.

끝으로 헤어 제품을 슥슥 발라 손질했다.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3분.


눈 깜짝할 새에 거울 속에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다.


“와···”


과연, 이게 전문가의 손길이군.


“저기.”


문득 미용실 비용이 궁금해져 물으려는데.


“갑시다. 시간이 빠듯해요.”


베르폰트가 끼어들며 재촉했다.

그의 말에 곧장 몸을 일으켰다.


“참 이거요. 원장님이 주라던데.”


레미가 쇼핑백을 건넸다.


웬일로 츤데레 레미가 샵 입구까지 배웅을 다 해 주나 싶었는데, 깨진 거울 조각으로 만든 통로를 지난 뒤에도 여전히 따라오고 있었다.


“왜요.”


나와 눈이 세 번쯤 마주치자 레미가 물었다.


“같이 가시는 건가 해서요.”

“당연하죠.”


아···

당연한 거였군.


우리는 셋이서 리무진을 탔다.

리무진 안에서 베르폰트는 시스템창을 꺼내 업무를 보는 듯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쇼핑백 내용물을 확인했다.


“선물 같은 건가···”


내가 중얼거리자.


“선물은 무슨. 협찬이에요.”


레미가 답했다.

정말이지 까칠한 여자다.


가만히 살펴보니 네크라인과 소매에 얼룩이 묻어 있었다.

기름때 같았다.

게다가 협찬이라기에는 누가 입던 옷 같았다.


“협찬할 때는 원래 세탁도 안 해서 주나요?” 내가 물었다.


레미와 베르폰트가 나를 보며 으엥?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거 새 옷일 텐데.” 레미가 말했다. “이리 줘 봐요.”


킁킁.


냄새를 맡아 보더니 다시 내게 건넨다.


“맡아 봐요.”


킁킁.


어랏, 정말이네.


태그가 어쩐지 익숙해서 검색해 보니, 소위 명품이라고 부르는 브랜드 제품이었다.


“아.”


베르폰트가 옷과 내 얼굴을 번갈아 살펴보다 뭔가 알아냈다는 듯이 말했다.


“그거 빈티지라고 원래 그렇게 나오는 제품이에요.”


빈티지.

아···

들어 본 적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명품 옷들도 그런 걸 만드는 줄 미처 몰랐다.


피디는 알겠다는 내 얼굴을 확인한 즉시 다시 업무에 돌입했다.


오늘 촬영지는 아카데미였다.

아카데미를 견학하는 것이 오늘의 주된 촬영 내용이었다.


비각성자인 내가, 각성자 아카데미에 가는 것이다!


협회 촬영 때를 돌이켜 보면, 베르폰트는 내게 별다른 요구를 하지 않는다.

그의 스타일은 그전에 섬 촬영 때도 경험한 바 있었다.

왜 그러냐 물었더니.


‘나는 즉흥적인 걸 좋아합니다. 특히 연출된 티가 나는 것들을 혐오하죠.’


그런 대답이 돌아왔다.


아카데미에 견학한다는 것도 오늘 아침에야 알게 된 사실이었다.


리무진에서 내린 뒤에는 음속 열차를.

그 다음은 더 빠른 음속 열차로 환승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나는 적잖이 멘탈이 털린 상태였다.

그렇게나 많은 종들을 본 적이 없었다.


열차 플랫폼을 오가는 이들은 누가 각성자이고 아닌지 전혀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걸 구분하자고 스마트폰 이미지를 낭비할 수도 없는 노릇.

때문에 이동하는 사이 적잖이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그나마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었지만.


콩. 콩. 콩.


소리가 나는 쪽은 레미가 앉은 맞은편.

이마에 돋은 레미의 앙증맞은 뿔이 창문을 콩콩 두들기고 있었다.

그녀는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꼰 채로 세상 편하게 잠들어 있었다.

내추럴 본 각성자는 팔자가 역시나 좋군.

예민해져서인지 저 작은 소리조차 신경을 건드렸다.


“괜찮으십니까? 안색이 안 좋은데.” 베르폰트가 물었다.

“괜찮아요.”


사실 괜찮지 않았다.

그나마 우리가 있는 곳이 특실이라 화장실이 딸려 있다는 것이 작은 위안이었다.

세수라도 할 요량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화장실에 들어가자마자 스마트폰을 꺼내 어플을 실행했다.


[이미지를 소모하겠습니까? 한 번 사용한 이미지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네.”


버튼을 터치하자 스마트폰을 쥔 손에서부터 불이 번지듯, 순식간에 마나로 온몸이 타올랐다.

심장박동이 빨라진 것은 물론, 심장이 뿜어대는 어마어마한 압력에 혈관이 확장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잠시 후 온몸이 폭신한 솜털에 감싸인 듯 포근해졌다.

긴장은 물론, 불안했던 감정이 급속도로 완화된다.

이로써 네 번째 각성.


고작 30분이지만, 각성을 하면 몸과 마음의 상태가 변한다.

세 번을 각성하는 동안 그러한 사실을 깨달았다.


“어쩌면.”


나는 30분 동안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이다.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가자 경호원 둘과 베르폰트, 레미의 몸에 흐르는 마나를 비롯해 실내를 가득 메운 마나까지도 세세하게 보였다.

그전의 몇 배는 족히 될 법한, 엄청난 양의 시각 정보를 한 쌍의 눈동자가 고스란히 뇌로 전달하고 있었다.

비각성자의 몸이었다면 아마 시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만으로 뇌가 방전되어 버렸을지도 모르는 일.


열차는 지하와 지상을 수시로 오르내리다 지상으로 올라와 정차했다.


플랫폼을 빠져나오니 웬 주차장이었다.

그래피티로 도배 된 버스들이 쭉 정차되어 있는, 넓은 주차장.


"헤··· 븐?“


Heaven.

버스에 그려진 글씨의 스펠링이었다.

머릿속에 불똥이 튀며 기억이 떠올랐다.


‘헤븐을 졸업했어요!’


누군가 그렇게 말했었다.


각성자 아카데미들은 주로 지구 외곽 필드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1지구 외곽 쪽 필드에 내로라 하는 아카데미들이 몰려 있다고 한다.

헤븐은 그러한 아카데미들 중에 탑이라 평가되는 곳이었다.

의심할 것 없는 22층 최고 명문.

헌터가 되려는 각성자들 중에서도 마나 수치가 남다른 이들만 지원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레미님은 이런 걸 어떻게 다 알아요?”

“저도 일단은 헌터가 되고 싶었으니까요.”

“아···”


좀 이상하긴 했다.

각성자들의···

아니지.

22층 모두의 잠정적인 꿈이 헌터라는 것이.


“일단 총장실부터 들르죠.” 베르폰트가 말했다.

“그런데 저긴 뭐예요?”


내가 가리킨 곳에 마나가 휘몰아치고 있었던 것.


“아, 저긴 학생 전용 포탈입니다.”

“포탈이라면···”

“순간 이동이요.”


나는 그곳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베르폰트를 따라갔다.


조금 걷다 보니 무빙벨트라는 것이 나왔다.

음속 열차도 그랬지만, 무빙벨트도 난생 처음 보는 것이었다.


무빙벨트에 오르니 센서가 우리를 감지했고, 우리가 밟고 있는 바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속도가 차츰 빨라졌다.


“안전 손잡이 잡아요.” 레미가 말했다.


희한하게도 속도가 빨라질수록 안정감이 더해진다.


풍경이 빠르게 흘러가는 동안 궁금증이 생겼다.


“여기가 아카데미 맞나요?”


베르폰트는 여전히 시스템 창을 들여다보는 채로 내 질문에 대답했다.


“맞습니다.”


전혀 그렇게 보이지가 않았다.

내가 상상한 아카데미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던 것.


학교라는 곳이 적갈색 사막과 숲, 그리고 험한 산지로 이루어져 있을 거라는 생각을 누가 했겠는가.

헤븐은 대자연이 숨쉬는 보고 그 자체였다.


움직이는 바닥은 언덕을 오르고, 산을 관통해서 10여 분 만에 우리를 총장실이 있는 건물 앞에 데려다 놨다.

무빙벨트의 속도가 서서히 줄더니 이윽고 멈추었다.


“갑시다.”


두 다리로 걷는 게 다소 어색했다.

장시간 음속 열차를 탄 데다 방금 전까지 무빙벨트로 이동해서 그런 듯했다.


언덕에 웅크리고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총장실 문을 두들겼지만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뭐야 이 엘프. 어디 간 거지?”


베르폰트가 중얼거리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잠깐 서 있다가 다시 움직였다.

베르폰트, 나, 레미, 그리고 경호원 둘.

우리는 일렬로 베르폰트를 따라 줄줄이 이동했다.

이따금 스쳐 가는 학생들이 우리를 흘끔거렸다.


언덕에 웅크린 건물 뒤쪽으로 몇 개의 낮은 원통형 건물들이 보였다.


건물 몇 개를 들락거리는 동안 베르폰트는 말이 없었다.


‘안 계세요.’


‘못 봤는데요?’


‘오늘 안 나오신 것 같은데···’


누구도 총장을 보지 못했단다.


“뭐예요 피디님. 약속 잡고 온 거 아니죠.” 레미가 말했다.


가장 앞서 걷고 있던 베르폰트가 걸음을 멈추었고, 나와 레미, 경호원 둘도 순서 대로 걸음을 멈추었다.

베르폰트와 레미의 시선이 마주쳤다.


“맞네, 맞아.”


베르폰트의 얼굴을 본 레미가 말했다.


“아니거든!”

“응? 급발진하는 거 보니까 맞구만.”

“아니라니깐!”


레미가 나를 보며 물었다.


“맞는 것 같죠?”

“확실히···”


나는 먼 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 알겠어!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말이지···”


헤븐의 총장은 원래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누군가 자신을 구속하는 것을 끔찍히 싫어한다고.

그런 양반이 어떻게 최고의 아카데미 총장씩이나 되신 걸까···


“분명히 약속을 잡긴 했어.”


억울한 표정을 짓는 베르폰트.

그의 그런 표정은 처음이었다.


얼마간 더 헤매다가 식당에 가서 요기를 하고, 다시 총장을 찾아 나섰다.


그러길 두 시간.


“찾았다!”


베르폰트가 고함을 지르자, 모자를 쓰고 비질을 하던 왜소한 이가 어깨를 움찔했다.


“아쒸, 총장님! 내가 오늘 중요한 날이라고 했어 안 했어?”

“어? 그랬나? 그게 오늘이었나··· 하하···”


총장실로 가자며 앞장 서던 총장은 도주하려다 베르폰트에게 덜미를 잡혔다.


“아 진짜! 혀엉!”

“아차차···”


응?

내가 잘못들은 건가?

형이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꿈꾸는 소드마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3 그녀의 사연 NEW 10시간 전 15 0 12쪽
42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다고? 24.06.25 21 0 13쪽
41 GIFT 24.06.24 23 0 11쪽
40 폭발하는 검격 (2) 24.06.21 31 1 12쪽
39 폭발하는 검격 (1) 24.06.20 30 0 12쪽
38 어쩌다 보니 왕이 되었다. 24.06.19 35 0 12쪽
37 사일런스 우드 (2) 24.06.18 34 0 11쪽
36 사일런스 우드 (1) 24.06.17 36 2 10쪽
35 한계 돌파! 24.06.14 42 0 13쪽
34 불편한 계약 24.06.13 45 1 12쪽
33 더치페이 24.06.12 46 0 12쪽
32 말할 수 없는 비밀 (2) 24.06.11 54 1 12쪽
31 말할 수 없는 비밀 (1) 24.06.10 55 0 12쪽
30 안전제일! 24.06.09 64 1 12쪽
29 메타포 24.06.08 62 0 12쪽
28 퇴출 24.06.07 70 1 12쪽
27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24.06.06 80 0 14쪽
26 구사일생 24.06.05 82 1 12쪽
25 네임드 24.06.04 96 2 11쪽
24 인스턴스 던전 24.06.03 103 1 11쪽
» 쌍둥이 형제 24.06.02 118 1 11쪽
22 각성자 테스트 (2) 24.06.01 132 1 12쪽
21 각성자 테스트 (1) 24.05.31 151 2 13쪽
20 헌터. 헌터··· 헌터? 24.05.30 172 1 12쪽
19 퇴사 24.05.29 179 1 10쪽
18 인생 2막 24.05.28 185 1 10쪽
17 각성 24.05.27 195 2 11쪽
16 막다른 길 24.05.26 173 1 12쪽
15 마피아 게임 24.05.25 176 2 12쪽
14 세기의 커플 탄생! 24.05.24 186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