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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꿈꾸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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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5.15 19:37
최근연재일 :
2024.06.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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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5.29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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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퇴사

DUMMY

“이러다 연예인 되는 거 아녀?”


실제로도 비각성자가 연예인이 되는 경우가 없지는 않았다.

입담이 좋은 비각성자 MC 두엇을 알고 있다.

그것이 몹시 드문 일임을 알지만, 그런 사실은 생각하지 않았다.

연예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머릿속은 그러한 꿈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내게 출연 제의를 한 피디들의 이력을 살피고, 그들이 제작한 방송들을 검색했다.

그러는 동안 생각이 강화되었다.


다른 피디들은 베르나르 베르폰트에 비하면 피라미 수준.

그들과 방송을 할 바에야 베르폰트가 기획한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르폰트에게 차기작 제안을 받은 몸을 뭘로 보고···”


나는 중얼거리며 검색창을 껐다.


돈 걱정이 없는 건 물론이거니와, 매일 종들의 관심을 받는 일상을 보내다 보니 세상이 만만해 보이기 시작한다.


*


방송 출연을 결심하며 맞췄던 슈트를 입고 집을 나섰다.

웬일로 집 앞에 아무도 없었다.

며칠 고민한 끝에, 직장을 그만두기로 다짐한 참이었다.

어차피 비각성자가 할 수 있는 허드렛일 중, 그나마 나은 걸로 고른 직업에 불과했으니.


버스 대신에 택시를 잡아 탔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혹시···”


택시 기사가 룸미러를 쳐다보며 말끝을 흐렸다.


“네?”

“사지마씨 아니에요?”

“어? 맞아요.”


이제는 택시 기사까지 나를 알아본다.


“팬이에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아니에요, 대단은요, 무슨···”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우쭐했다.


“각성자들도 별거 아니던데요?”

“하하···”


택시 기사가 신나게 떠드는 동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니 택시가 순환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음? 기사님? 길을 잘못 드신 것 같은데요.”


내가 묻자.


“아아, 죄송합니다. 제가 사지마씨 만나서 흥분하는 바람에 길을 잘못 든 모양이에요. 택시 요금은 받지 않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일정이 틀어졌지만, 택시 기사가 확실한 저자세를 취해서인지 기분이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택시 기사가 말을 거는 것이 슬슬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내 대답이 차츰 짧아지자, 기사의 질문도 뜸해졌다.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약속 시간에 늦어서 그런데 좀 서둘러 주세요.”

“예, 예···”


덜컹!


뭔가 잘못 되었다는 것은 택시가 크게 흔들리고 나서야 깨달았다.


차가 서행하고 있었다.

창밖을 내다보니 붉은 항성이 저 멀리 보이는 산 뒤에 걸쳐 있었고, 택시는 인적이 드문 논두렁길을 천천히 가고 있었던 것.

지금 보이는 풍경은 좀 잘못된 것이었다.


“기사님?”


나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기사는 대답 대신 룸미러로 나를 쳐다봤다.

마스크를 끼고 있어 확실치는 않았지만 웃고 있는 듯했다.


“또 길을 잘못 들었나요?”

“흐흐··· 아니아니, 아주 잘 들었어요···”


직감이 발동했다.

몹시 기분 나쁜 직감이.


CCTV 하나 없는, 종적 드문 시골길.

택시 기사는 처음부터 작정하고 나를 이리로 데려왔다.

그런 생각이 들자 오싹했다.


“원하는 게 뭔가요?”


나는 최대한 감정을 죽인 채 말했다.


“원하는 거?”


덜커덩!


돌이라도 밟았는지 차가 크게 흔들렸다.


“아, 씨* 혀 깨물 뻔했네···”


얼마간 씩씩거리던 기사가 말을 이었다.


“참, 내 정신 좀 봐. 원하는 걸 물으셨지? 우리 사지마씨께서. 원하는 거라면 간단해.”

“···”

“응징.”

“응징이요?”

“그래, 응징. 비각성자들은 다 벌레니까.”

“예? 벌레요?”

“벌레는 응징이 필요한 존재다.”


나는 응징이라는 단어의 쓰임에 대해 생각했다.


어느새 차가 멈추었고, 기사가 차에서 내렸다.

택시 기사는 친절하게 뒷좌석 문을 열어 주었다.

기사가 마스크를 내리고 나를 내려다보며 웃었다.


“언데드···”


볼의 벗겨진 피부 아래로 근섬유가 드러나 있었다.


“큭큭큭, 언데드는 반말이고. 각성자님, 이라고 해야지 이 버러지 같은 놈아.”


나는 왼손으로 코를 막았다.

그리고 말했다.


“마스크 다시 쓰면 안 될까요?”

“응? 마스크?”

“네.”

“이 새끼가 실성을 했나···”


난 언데드의 어깨를 가볍게 오른쪽 검지로 밀며 차에서 내렸다.


“입에서 냄새 나요. 시체 썩은내.”


언데드가 내게 주먹을 날렸지만.

그의 주먹이 내가 서 있던 자리를 지날 때, 나는 이미 몇 걸음 옆으로 물러나 있었다.


“어, 어어···”


허공에 주먹질을 하고 휘청거리던 언데드가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나는 그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비각성자가 싫으냐?”

“크윽!”


언데드가 다시 내 무릎을 향해 덤벼들었지만 역시나 나는 그 자리에 없었다.

언데드가 소리쳤다.


“이 새끼! 너 비각성자 맞아? 방송 다 사기였던 거야?”

“넌 택시 기사 맞냐.”


나는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물었다.


“그리고 시끄러우니까 좀 조용히 말해. 너 범죄 저지르려던 거 아냐? 누가 오면 어쩌려고.”


언데드는 각성자라는 것을 믿기 어려우리만치 허약했다.


손날로 살살 목을 쳤을···

아니지.

그냥 건드렸다.

그랬을 뿐인데.


우두둑!


목이 꺾여 버렸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비명에.


“쿠웨에에엑!”


순간 살인을 한 줄 알고 식겁했다.


언데드는 양쪽 무릎을 꿇은 채로 뚜둑, 뚜둑 자신의 목을 맞추었다.

그가 언데드라는 것이 참으로 다행인 순간이었다.


“크으으···”


나는 슬슬 뒷걸음질 쳤다.

언데드가 무서웠던 것이 아니다.


내 힘이 무서웠다.

택시에서 내리기 전, 나는 다시 이미지 하나를 소모했다.


[이미지를 사용하겠습니까? 한 번 사용한 이미지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네]


다리를 바들바들 떠는 언데드를 보며 든 생각이 있었다.


“블루박스.”


언데드는 몇 번이고 내게 덤벼들었지만, 그럴수록 힘의 격차만 확인할 뿐이었다.

내 몸에는 마나가 흐르고 있었으니까.


눈앞의 언데드가 내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를 충분히 제압한 뒤에 언데드의 블루박스 화면을 살폈다.


화면이랄 게 없었다.

처음에는 녀석이 내게 거짓말을 하는 건가 싶어 취조하는 과정에서 떠올랐다.

1234지구의 마나가 바닥났다는 내용이.

덕분에 월세가 내려갔지.


“마나가 없으면 각성자들은 블루박스조차 가동이 안 되는 거냐?”

“큭큭큭··· 네놈. 아무 것도 모르는군.”


탁!


언데드의 뒤통수를 살살 쳤는데 그의 두 눈이 튀어나오며 바닥에 떨어졌다.


“헉? 미안··· 아직 힘 조절이 잘 안 돼서.”


언데드가 더듬더듬 바닥에서 눈알을 찾은 뒤 다시 제자리에 끼웠다.


“윽, 징그러···”


언데드의 몸은 조립식인 모양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마나가 없는 각성자는 일반 종과 크게 다를 게 없다고 한다.

애초에 마나가 없는, 1234지구와 같은 환경은 22층 그 어디에도 없다고.


*


몸에 흐르는 기운의 채도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쪽빛이 옅어져 파랑이 되고, 차츰 하늘색으로 변해 갔다.

나는 택시의 조수석에 앉아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헌터가 꿈이었다고?” 내가 물었다.

“네···”


언데드의 나이는 스물둘.

보기보다 몹시 노안이다.

아마 언데드라서 그렇겠지···


“그런데 왜 이런 짓을 하고 다니는 거냐.”

“···”


언데드는 내 질문이 의외라는 듯 이쪽을 쳐다봤다.

그는 자동차 핸들을 한 손으로 붙잡고, 다른 손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뭐라도 해야 하니까요.”

“글쎄. 왜 이런 못된 짓을 하냐고. 내가 너한테 당했으면 그 다음에는?”

“···”


언데드는 무슨 말을 하려다 또 입을 다물었다.


어느새 집 앞이었다.

나는 속주머니에서 체크 카드를 꺼냈다.


“긁어.”

“예?”

“긁으라고. 50골드.”


짐은 내 카드를 건네받고는 긁었다.


삑.


나를 해치려던 언데드의 이름은 짐이었다.


“저기···”


그가 카드를 건네고는 머뭇머뭇 입을 열었다.


“오늘 죄송··· 죄송했습니다.”

“죄송해야지. 너 때문에 일정에 차질이 생겼는데.”

“대신에 필요할 때 모시러 오겠습니다.”

“아냐. 그럴 필요는 없는데···”

“아뇨! 꼭 그러고 싶습니다!”


진짜 괜찮은데···


짐은 차 안에서 조수석 창문을 열고 손까지 흔들었다.


“어휴···”


괜한 오지랖을 떨었다.

이로써 스마트폰의 이미지를 두 장째 소모.

하지만 괜찮다.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도 자고 일어나면 차곡차곡 이미지가 쌓였으니까.


스마트폰 액자 어플을 눌러 사진의 숫자를 확인했다.


“서른 네 장.”


어플에서 사진을 한 장 소모하면 30분가량, 각성자가 되는 것 같다.

스마트폰은 내 눈에만 보인다.

이 불가해한 현상을 내게 설명해 줄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형님!”


고민하다가 전화로 짐을 불렀다.

그나저나 형님이라니···

졸지에 언데드 동생이 하나 생겼다.

저래 봬도 녀석은 각성자.

각성자가 비각성자에게 깍듯한 것은 이를테면 사람이 동물에게 예의를 차리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파이팅입니다 형님!”


편하긴 하네.


짐은 내 전용 기사를 자처했다.

택시 미터기를 켜라는 데도 한사코 거절해서 부담이 되긴 했지만 뭐, 제가 좋다는데 굳이 말리고 싶지는 않았다.


오전 열 시.

이제 한창 업무가 시작될 시간이라 건물 근처가 한산했다.


나는 오늘, 퇴사하러 회사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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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사일런스 우드 (1) 24.06.17 3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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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불편한 계약 24.06.13 4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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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말할 수 없는 비밀 (1) 24.06.10 55 0 12쪽
30 안전제일! 24.06.09 64 1 12쪽
29 메타포 24.06.08 62 0 12쪽
28 퇴출 24.06.07 70 1 12쪽
27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24.06.06 80 0 14쪽
26 구사일생 24.06.05 82 1 12쪽
25 네임드 24.06.04 95 2 11쪽
24 인스턴스 던전 24.06.03 101 1 11쪽
23 쌍둥이 형제 24.06.02 117 1 11쪽
22 각성자 테스트 (2) 24.06.01 131 1 12쪽
21 각성자 테스트 (1) 24.05.31 150 2 13쪽
20 헌터. 헌터··· 헌터? 24.05.30 172 1 12쪽
» 퇴사 24.05.29 179 1 10쪽
18 인생 2막 24.05.28 185 1 10쪽
17 각성 24.05.27 194 2 11쪽
16 막다른 길 24.05.26 173 1 12쪽
15 마피아 게임 24.05.25 176 2 12쪽
14 세기의 커플 탄생! 24.05.24 18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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