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꿈꾸는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새글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5.15 19:37
최근연재일 :
2024.06.26 06: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6,762
추천수 :
56
글자수 :
223,471

작성
24.06.04 01:55
조회
95
추천
2
글자
11쪽

네임드

DUMMY

―이번에 내리실 역은 월룬드르, 월룬드르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우리는 월룬드르 역에서 내려 무빙벨트를 타고 상점가로 이동했다.


상점가의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뭐하고 있어요.” 레미가 말했다.


착시 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높은 천장을 멍하니 올려다보는 사이, 일행들이 앞서 나간 것이었다.


“가요!”


안전을 위해서인지 종들이 많은 구간은 무빙벨트가 서행했다.

거미줄처럼 얽힌 무빙벨트들이 고장 없이 작동하는 것이 용하다.

지하 상점가에 와서 이런 생각을 할 줄은 몰랐는데···


세상은 넓고 종들은 많다!


정말로 그랬다.

이곳은 어딘가의 지하라고 하기보다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세계였다.

나선형으로 즐비한 상점가.

중앙부에는 바닥에서 천장까지 실처럼 가느다란 지지대 만으로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구조물들이 보였다.

구조물이 모빌처럼 매달려 있었다.

오크, 엘프, 언데드, 드워프···

자세히 보니 그곳에도 점점이 종들이 들어차 있었다.


“오오오··· 저긴 어떻게 들어간 거지?”


무빙벨트를 수십 번쯤 갈아탄 끝에 우리는 으리으리한 상점 앞에 섰다.


버본리.


특이한 이름의 간판이 걸려 있었다.

상점 앞에 선 베르폰트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 저기 오네요. 여깁니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니 멀리서 손을 번쩍 든 여인이 보였다.


“어엇?”


다가오는 여인이 나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사지마씨!”


어제 오간 대화 중 H등급 던전에는 현직 헌터 한 명이 동행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사브리나!”


누군가를 보고 이렇게 순수하게 반가웠던 적이 있던가.

헤어스타일이 바뀌었다.

검정색 머리카락의 엘프는 처음 본다.

그녀의 투명하리만치 하얀 피부와 새카만 단발의 기묘한 조화.


“오랜만이에요!”


사브리나가 쾌활하게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그러고는.


와락.


나를 안았다.

그런 뒤에 베르폰트를 안으려 했는데···


“전 괜찮습니다.”


그가 손을 저었다.

그밖에도 사브리나는 오크 경호원들과 레미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들어갈까요?”


상점이 넓어서인지 상점 안에도 무빙벨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앞장서던 사브리나가 한 쇼룸 앞에 멈춰 섰다.


“검을 쓸 거면 여기가 좋겠네요. 피디님께 전해 들었어요. 인스던전에서 검을 주로 쓰셨다고.”


그녀의 말 대로, 밖에서 보이는 것만 해도 벽 쪽으로 검이 수백 자루는 족히 진열되어 있었다.

사브리나가 먼저 쇼룸 안으로 들어갔다.


“히야···”


입이 떡 벌어질 만한 비주얼.

수많은 검들이 흐트러짐 없이 정리되어 있었다.


사브리나는 천천히 점포를 한 바퀴 돌았고 일행들도 그녀를 뒤따랐다.


“워낙 종류가 많죠?”

“네···”


벽에 진열된 검들에서 눈을 떼기가 어려웠다.

날의 종류와 길이, 손잡이도 다 제각각이었다.


“혹시 눈에 띄는 거 있었어요? 난 처음에 무기 고를 때 선택 장애 때문에 애 먹었는데.”

“일단은 저기 있는 걸로.”


나는 날렵한 날붙이가 있는 쪽을 가리켰다.


“오, 역시. 사지마씨는 저랑은 다르네요.”


가장 먼저 눈길이 간 것부터 해서 하나하나 꺼내서 들어 보았다.

칼마다 무게가 천차만별이었다.

내가 원하는 디자인 중 되도록 무게가 가장 무거운 걸로 골랐다.

무게는 있되, 그립감이 좋고 칼날이 예쁘게 생긴 놈으로.


“저기 들어가면 한번 써 볼 수도 있어요.” 사브리나가 말했다.


그녀가 가리킨 곳의 베일을 들치고 들어가니 웬 무도장이 나왔다.


“오와··· 여긴 뭐예요?”

“여긴 일종의 아공간이에요. 무기 시연용.”


복층으로 된 방이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쇼룸보다 무도장이 더 넓다.


기둥은 나무, 바닥은 다다미가 깔려 있었다.

정갈하게 정돈된 무도장 중앙에는 허수아비가 서 있었다.


“잠깐 줘 볼래요?”


나는 들고 있던 검을 사브리나에게 건넸다.


그녀는 검을 휙휙 돌리더니 허수아비 앞에서 자세를 취했다.

그런 다음.


슥. 삭. 쇽.


그녀가 검을 그은 각도 대로 깨끗하게 허수아비가 썰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렇게 하면 돼요.”


그렇게 말하며 사브리나가 검을 휙휙 돌리고는 자루를 내쪽으로 디밀었다.


어느새 사브리나가 베어 넘긴 허수아비가 복구되어 있었다.


“허헐? 신기하네···”


나는 쭈뼛쭈뼛 허수아비 앞에 섰다.

눈을 감고 사브리나의 동작을 떠올려 본다.


···


충분히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 뒤에 검을 휘둘렀다.


퍽!


엥.


“이게 아닌데···”


퍽! 퍽퍽!


아무리 해도 허수아비가 잘리지 않았다.

이이이··· 얄미운 녀석!

허수아비의 입꼬리가 올라간 듯한 착각이 들었다.


“쿡쿡쿡···”


등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다시 양손으로 검을 틀어쥐었다.


“흐압!”


기합과 함께 횡으로 검을 휘둘렀다.


퍼-억!


“윽!”


너무 힘을 준 탓인지 몸의 균형을 잃고 자빠지고 말았다.


“끙···”


그래도 이번에는 적어도 검이 허수아비에 박히긴 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각성 상태가 아니었으니.

사브리나는 각성자, 그것도 헌터 지망생.

나는 비각성자.

허수아비 하나 베겠다고 각성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괜찮아요···”


사브리나가 다가와서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를 두 번 죽이는군···

당신이 더 나빠!


각성자들은 모두가 인벤토리를 사용한다.

나는 아직 인벤토리가 없어서 구매한 검을 사브리나가 보관해 주었다.


*


아카데미로 복귀한 뒤 점심을 먹고, 오후가 되어서야 던전을 찾아 나섰다.


“이쯤이었던 것 같은데···”


우리 모두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복장을 하고 있었다.

방어구를 착용한 것이었다.

수천 골드의 돈이 들어갔다.

물론 대금은 베르폰트 컴퍼니 측에서 치렀다.


‘괜찮아요, 비용 처리하면 됩니다.’


베르폰트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만큼의 돈이 들어간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사브리나를 제외하고는 다들 비슷하게 생긴 가죽 튜닉 차림.

협찬 받은 빈티지 맨투맨보다 더 올드한 느낌의 튜닉이었다.

빈티지가 아니라 그냥 빈티가···

사브리나는 영화에서 등장하는 히로인이나 입을 법한 블랙 타이즈를 입었다.

망또만 있으면 딱인데.


히로인과 빈티 가죽 튜닉 4인조는 산중을 헤매고 있었다.


“그때 생각 나지 않아요?”


앞장서던 사브리나가 뒤돌아 보며 말했다.


“그때라면 섬에서요?”

“네 흐흣.”

“다행히 그때처럼 덤불이 많지는 않네요.”

“그건 퀘스트를 위해서 억지로 설치된 거니까요.”


베르폰트가 끼어들었다.


“그런데··· 좀 천천히 가요. 다 사브리나님처럼 체력이 좋은 건 아니니까요.”


실제로 사브리나를 제외하고 전부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럼 좀 쉬었다 갈까요?”


우리는 10분쯤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움직였다.


어딜 봐도 사방에는 침엽수들만 가득했다.

항성이 산 뒤로 넘어가서 사위가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선두에 있던 사브리나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속삭이듯 말했다.


“듀크님이 뒤를 봐 주세요. 여기 고양잇과 몬스터가 출몰하는 곳이에요.”


자박.


자박.


사브리나의 말에 다들 걸음이 조심스러워졌다.

그러던 중.


크르릉···


낮은 울림이 들려왔다.


“다들 침착해요.” 사브리나가 말했다.


스르릉.


롱소드를 꺼낸 사브리나가 몬스터의 위치를 가늠했다.


내가 베르폰트에게 주문했던 것이 있었다.


‘하루 한 번만 던전에 들어갈게요.’


헤븐에 온 첫날, 나는 두 장의 이미지를 소모했다.

두 번째 각성 시간이 30분이 채 되지 않았었다.

대충 절반쯤··· 15분가량?

다음날, 설마 하는 마음으로 각성하자 다시 각성 시간이 30분으로 늘었다.

몇 번 그런 행위를 반복하며 추론할 수 있었다.

하루에 각성을 거듭하면 지속 시간이 줄어든다.

만에 하나 저놈의 고양잇과 몬스터 때문에 각성을 하게 되면 던전 공략은 물 건너가는 것이다.

오늘 내 던전행은 전적으로 사브리나에게 달렸다.

하지만 안전을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 들긴 해야···

어랏?


뒤적.


뒤적뒤적.


어딨지?


샅샅이 뒤졌지만 주머니에 스마트폰이 없었다.


“이런 미친···”


사브리나는 이미 저 앞에서 몬스터와 대치 중이었다.

현재의 나는 사브리나보다 약한 건 물론이거니와 여기서 가장 약해 보이는 베르폰트보다 약할지도 모른다.

사브리나를 제외하고는 우리 중 가장 강한 듀크는 양날 도끼를 든 채 손을 떨고 있었다.

베르폰트와 레미 역시 잔뜩 얼어 있는 상태.

아무래도 심각한 상황 같다.


“저기···”


내가 베르폰트를 향해 속삭였다.


“지금 위험한 상황인 것 같은데, 맞나요?”


베르폰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모르니 사지마씨도 준비해 주세요. 비셔스 타이거는 원래라면 파티로 공략해야 하는 몬스터니까요.”


큰일났다.


“하필 이럴 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 아닙니다. 아무 것도.”


뭐라고 해야 할지, 나는 대답을 찾지 못했다.

지금은 그저 사브리나를 믿는 수밖에.


맹수과 몬스터는 상대가 자신보다 강할 경우, 굳이 무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았다.

헌터 지망생 사브리나가 저 고양잇과 몬스터보다 약할 수도 있는 건가?

모르겠다.


“베르폰트. 혹시 사브리나의 각성 등급을 아십니까?” 내가 물었다.

“F급입니다.”


그때였다.

비셔스 타이거의 거대한 그림자가 허공을 날아 사브리나를 덮쳤다.


콰악!


맹수의 앞발이 흙바닥을 사정없이 내려쳤다.

앞발이 지나간 자리의 땅이 1미터는 족히 패었다.

등골이 오싹했다.


사브리나는 몬스터의 공격을 피하기에 급급했다.


“피해···”


후미에 선 듀크가 중얼거렸다.


“피해야 해!”


급기야 등을 돌리고 산을 내려갔다.

너무 서두른 탓에 발을 헛디딘 듀크가 비탈을 몇 바퀴 굴렀다.


“조심해요!”


사브리나가 외쳤고, 저 앞에서 그녀를 상대하던 비셔스 타이거가 보이지 않았다.


머리 위로 커다란 그림자가 지나갔다.


퍽!


둔탁한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했다.


퍽! 퍽퍽퍽!


“헉헉헉···”


사브리나가 어느새 옆에 와 있었다.


“얼른 피해야 해요! 저놈 평범한 비셔스 타이거가 아니에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사브리나가 녀석을 상대하던 곳과 경호원이 구른 곳은 족히 20미터는 될 법한 거리였다.

그만큼을 점프 한 번에 뛰어넘은 것이었다.

게다가 우리 중 가장 체구가 좋은 듀크가 아이처럼 보일 만한 거구였다.


어둑하긴 해도 아직 사위가 푸르스름하게 보이긴 하는 정도였다.

사브리나가 주위를 경계했고, 남은 셋은 뒤도 안 보고 비탈길을 내처 달렸다.


금세 사위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졌다.

그렇다고 랜턴을 켤 수도 없는 노릇.


“뭔가 잘못되었어요···”


베르폰트가 나직이 말했다.


“그러게요. 저렇게 위험한 몬스터가 있을 리가 없는데.”


사브리나의 말에 따르면 아카데미가 필드에 만들어지긴 했어도, 엄격한 관리가 이루어지는 곳이라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저런 무시무시한 몬스터가 있을 리 없다고 했다.


“그것보다는··· 우리, 길을 잃은 건가요?” 내가 물었다.


내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문 가운데.


크르르르···


대기가 낮게 진동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꿈꾸는 소드마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3 그녀의 사연 NEW 10시간 전 15 0 12쪽
42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다고? 24.06.25 21 0 13쪽
41 GIFT 24.06.24 23 0 11쪽
40 폭발하는 검격 (2) 24.06.21 31 1 12쪽
39 폭발하는 검격 (1) 24.06.20 30 0 12쪽
38 어쩌다 보니 왕이 되었다. 24.06.19 35 0 12쪽
37 사일런스 우드 (2) 24.06.18 34 0 11쪽
36 사일런스 우드 (1) 24.06.17 36 2 10쪽
35 한계 돌파! 24.06.14 42 0 13쪽
34 불편한 계약 24.06.13 44 1 12쪽
33 더치페이 24.06.12 46 0 12쪽
32 말할 수 없는 비밀 (2) 24.06.11 54 1 12쪽
31 말할 수 없는 비밀 (1) 24.06.10 55 0 12쪽
30 안전제일! 24.06.09 64 1 12쪽
29 메타포 24.06.08 62 0 12쪽
28 퇴출 24.06.07 70 1 12쪽
27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24.06.06 80 0 14쪽
26 구사일생 24.06.05 82 1 12쪽
» 네임드 24.06.04 96 2 11쪽
24 인스턴스 던전 24.06.03 103 1 11쪽
23 쌍둥이 형제 24.06.02 117 1 11쪽
22 각성자 테스트 (2) 24.06.01 131 1 12쪽
21 각성자 테스트 (1) 24.05.31 151 2 13쪽
20 헌터. 헌터··· 헌터? 24.05.30 172 1 12쪽
19 퇴사 24.05.29 179 1 10쪽
18 인생 2막 24.05.28 185 1 10쪽
17 각성 24.05.27 194 2 11쪽
16 막다른 길 24.05.26 173 1 12쪽
15 마피아 게임 24.05.25 176 2 12쪽
14 세기의 커플 탄생! 24.05.24 186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