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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꿈꾸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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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쿤
작품등록일 :
2024.05.15 19:37
최근연재일 :
2024.06.26 06: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6,768
추천수 :
56
글자수 :
223,471

작성
24.05.15 19:44
조회
809
추천
3
글자
7쪽

이상한 제안

DUMMY

내가 사는 곳은 22층의 최남단인 1234 지구에서도 남쪽 끝자락에 있는 동네다.

회사 근처에서 가장 집세가 싼 곳을 찾다 보니 자연히 이곳에 자리잡게 되었다.

촌 동네라 원래도 각성자 인구 비율이 몹시 낮았는데, 최근 들어서 각성자라면 씨가 말랐다.

최근 우리 동네에 마나가 완전히 말랐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그것 때문이라고 사람들이 불평하는 것을 들었다.

22층 북단에 초대형 게이트가 생긴 지 3년 만의 일이었다.


출근길 만원 버스 안.

버스가 코너를 돌며 몸이 휘청거리는 바람에 뒤에 선 이의 발을 밟고 말았다.


“아얏!”


어김없이 들려오는 신경질적인 목소리에 순간 몸이 더워졌다.


“죄송합니다!”


나는 전방을 주시한 채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요즘 같아서 그럴 리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뒤에 선 이가 각성자일지도 모르니까.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자나 깨나 불조심!

자나 깨나 각성자 조심!


“크흠, 거 조심좀 하쇼.”

“아, 예. 명심하겠습니다!”


다행히 각성자는 아닌 듯했다.


회사에 도착해서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켠다.

낡은 컴퓨터라 부팅이 오래 걸린다.


텅! 텅!


손바닥으로 격려해 주면 좀 빨라질 때도 있다.


부팅에 성공하면 데이터베이스를 클릭한다.


촤르륵.


수백 개의 고객 목록이 쭉 뜬다.

이름, 직업, 주소···

줄마다 개인 정보가 빽빽이 들어차 있다.

맨 윗줄부터 전화를 돌린다.


출근한 지 10분쯤 지났을까.


“리처드 계약!”


영업소장의 외침이 들려온다.


짝짝짝짝짝-


소장이 외치면 모든 직원들이 일제히 박수를 친다.


그런데··· 벌써?

무슨 말을 어떻게 하길래 10분 만에 계약을 할 수 있는 걸까.

나로선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후우···”


조급함을 한숨으로 누르고.

마우스를 클릭해 콜을 돌린다.


뚜르르-


일단 전화만 좀 받아라.

받기만 하면···


딸깍.


어라, 받았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저는 흥할 생명 사지마 팀장입니다!”


뚜뚜뚜···


아 시봄···

개명할까?

이 생각만 벌써 백 번쯤 한 것 같다.

왜 내 이름은 사지마인가.


“영업직을 고른 내 탓이지 뭐···”


“하···”


얼굴을 마주보고 하는 영업이면 그래도 괜찮을 것 같은데, 전화 영업은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이다.


담배를 하나 피우고 와서 다시 콜을 돌린다.


뚜르르-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뚜르르-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뚜르르-


몇 번.

전화가 불발되면 김이 새니까 다시 담배를 피우러 간다.


이런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덧 점심시간.

리처드에게 영업 비결을 묻는다.


“그냥 스크립트 대로 하면 되던데?”


이 망할 놈의 트롤 자식.


그나마 다행인 점은 회사에 기본급이 있다는 것이었다.

실적은 밑바닥이지만 소장은 나를 회사에서 내쫓지 않았다.


‘사지마 자네는 참 성실해. 요령이 부족해서 문제란 말이지? 꾸준히 하다 보면 잘될 거야. 파이팅?’


말은 그렇게 해도 나를 그다지 좋아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리처드와 나를 대하는 태도가 180도 달랐기 때문이다.


월세랑 관리비, 교통비에 식비···

돈 문제를 고민하며 전화를 돌리다 보니 어느새 오후 네 시.

계약 0건.

졸음이 쏟아진다.

믹스 커피라도 한 잔 해야겠다.


“리처드 계약!”


엉덩이를 드는 찰나에 소장이 외쳤다.

망할.

들었던 엉덩이를 다시 의자에 곱게 내려놨다.

비각성자에 영업 실적이 밑바닥이라면 눈치라도 있어야 살아남는 법.


콜을 돌린다.


뚜르르-


발신음이 스무 번 넘게 울렸다.

이번에도 소리샘으로 넘어가겠거니 했는데···


딸깍.


고객이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흥할 생명 사지마 팀장입니다!”


수만 번은 반복한 멘트가 내 입에서 자동으로 흘러나왔다.


잠잠···


“고객님?”

―안녕하세요 사지마씨.

“아, 네 고객님. 이번에 아주 괜찮은 상품이 나왔거든요. 제가 특별이 VIP 회원님들께만 먼저 전화 드리는 겁니다. 이 상품으로 말할 것 같으면···”

―사지마.


고객이 내 말을 막았다.


“고객님?”

―소르본 의무학교 졸업.

“···”


느닷없이 뭔가 싶었는데, 소르본은 내가 졸업한 의무 학교가 맞았다.


―키 185cm. 몸무게 75kg. 맞습니까?


키와 몸무게 또한 정확하다.


“저기 고객님··· 누구신데 제 개인 정보를···”


당황했지만.


“이러시면 안 됩니다.”


그런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맞습니까?


벽 앞에 선 것 같았다.


“네. 맞습니다. 누구신데 남의 개인 정보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겁니까?”


하지만 최소한의 자존심은 남아 있었다.


―내가 장난 치는 걸로 보입니까?

“아, 아닙니다.”

―아직 확인할 게 남아 있습니다.


목소리는 내가 사는 곳과 월급 등의 정보들도 차례로 읊었다.

놀랍게도 틀린 정보가 단 하나도 없었다.

열이 올라서 얼굴이 따가웠다.


―지금부터 잘 들으십시오.

“아··· 네···”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전화 속 목소리처럼 단호하다면 영업을 무척 잘 하겠다는.


―제가 방송을 하나 준비하고 있어요.

“방송이요?”


음?

방송이라고?

방송.

일터에서 그 단어를 들으니 몹시 생경했다.


무슨 마법적인 힘이 작용했는지, 나는 굴복하고 말았다.

사기꾼일지도 모르는 놈의 말을 10분 동안이나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청한 인터뷰에 응하고 말았다.


―약속 장소는···


전화를 끊고 잠시 동안 통화 내용을 복기했다.

그런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재 시각 오후 5:29분.


“아차차.”


가방을 두고 갈 뻔했다.

서류 가방을 챙겨 부랴부랴 사무실을 나섰다.


인사과로 직행해 월차를 신청했다.


“인터뷰만 잘 되면···”


내가 이렇게 답지 않게 행동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통화 중에 이미 10,000골드라는 거금이 계좌로 입금된 것.

만 골드면 무려 내 다섯 달치 월급이다!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인터뷰 후 방송 출연이 확정되면 다시 10,000골드를.

방송에서 퀘스트를 완료할 때마다 10,000골드를 받게 된단다.

꿈같은 일이었지만 최면에 걸린 듯이 그 말을 믿고 말았다.

아니.

최면 따위가 아니다.

내가 믿은 것은 10,000골드라는 돈의 힘이다!


“꺄오옷!”


승강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오자마자 냅다 소리를 질렀다.

그런 뒤에는 다시금 스마트폰으로 통장 잔고를 확인했다.


[입금: 10,000골드]

[입금자: 베르폰트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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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말할 수 없는 비밀 (1) 24.06.10 55 0 12쪽
30 안전제일! 24.06.09 64 1 12쪽
29 메타포 24.06.08 62 0 12쪽
28 퇴출 24.06.07 70 1 12쪽
27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24.06.06 80 0 14쪽
26 구사일생 24.06.05 82 1 12쪽
25 네임드 24.06.04 9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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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쌍둥이 형제 24.06.02 118 1 11쪽
22 각성자 테스트 (2) 24.06.01 132 1 12쪽
21 각성자 테스트 (1) 24.05.31 151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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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퇴사 24.05.29 179 1 10쪽
18 인생 2막 24.05.28 185 1 10쪽
17 각성 24.05.27 195 2 11쪽
16 막다른 길 24.05.26 173 1 12쪽
15 마피아 게임 24.05.25 176 2 12쪽
14 세기의 커플 탄생! 24.05.24 18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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