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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꿈꾸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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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5.15 19:37
최근연재일 :
2024.06.26 06:00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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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77
추천수 :
56
글자수 :
223,471

작성
24.05.24 01:25
조회
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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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세기의 커플 탄생!

DUMMY

「1. 사지마

2. 사브리나

3. 섀클턴

4. 에리스

5. 사샤

6. 야쿠티안

7. 슈뢰딩거

8. 아이샤

9. 안드리

10. 나딘

11. 게오르그

12. 카미 」


1위라고?

나는 눈을 꾹 감았다 떴다.

여전히 1위에 내 이름이 찍혀 있었다.

방금 전 퀘스트에서 슈뢰딩거 팀에 크게 뒤처졌는데도 1위를 먹은 것이었다.

각성자들 사이에서 비각성자인 내가!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이 메시지를 다른 참가자들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속에서 불가해한 감정들이 피어올랐다.

불안과 환희가 뒤엉켜 실랑이를 벌이고, 쾌감 한 스푼에다 기쁨과 우울을 솔솔 뿌린 듯한 감정이.


눈앞에서 숙소가 재배치되고 있었다.

큰길을 사이에 두고 두 줄로 있던 스물 네 채의 주택이 모두 땅속으로 꺼졌다.

그런 뒤에는 바닥이 꿈틀꿈틀 움직이며 거대한 동물이 딱딱한 음식을 씹어 먹는 듯한 소리를 냈다.


하나둘, 숙소가 몸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숙소는 길을 사이에 두고 각각 한 채씩, 두 채만 올라왔다.

둘 다 저택이라 할 만한 크기의 숙소였다.


나는 원래 내가 있던 숙소 라인으로 걸어갔다.

숫자가 적혀있던 곳에 이번에는 글씨가 적혔다

메일male.


담벼락과 정원을 차례로 지나서 안으로 들어가 보니 구조가 희한했다.

중앙에 둥그런 거실을 나선형으로 두르며 방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정면에 있는 가장 넓은 방문에 내 이름이 걸려 있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침대를 찾아 헤맬 정도로 방이 넓었다.


풀썩.


“후우···”


침대에 눕자 처음 숙소 이불에서 맡았던 냄새가 났다.

그제야 밀려오는 안도감.

정말이지 온몸의 기가 다 빨려 버렸다.


*


멀리서 들려오던 노크소리가 차츰 가까워지며 의식이 돌아왔다.

잠깐 눈을 붙인 것 같은데 벌써 오후 네 시가 다 됐다.

아직 나흘째라니···


“누구세요.”

‘나야, 나. 슈뢰딩거. 들어간다?’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그래도 최소한의 매너는 남아 있었는지, 방 안쪽으로 머리만 디밀었다.


“들어오세요.”


그제야 씨익 웃으며 안으로 몸을 들여놨다.


마지막으로 그와 함께한 것은 이어달리기 후 식사였다.

이후 화장실에 간 사이 스타팅 포인트로 이동하는 퀘스트가 시작하는 바람에 작별인사 없이 헤어졌다.


우리는 식탁을 사이에 두고 앉았다.


“떨어진 줄 알았어.” 슈뢰딩거가 말했다. “그런데 탁!”


그는 양손으로 11자를 만들었다.


“무대를 보면서 긴가민가했는데, 시스템에서 보고 확신했지. 큭큭!”


나는 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내가 말이 없자 눈치를 보는 듯하다가 말을 이었다.


“그전에는 껄끄러운 일들이 좀 있었지. 팔은 좀 괜찮아?”

“음? 아···”


대답 대신에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팔이 수수깡처럼 뽀각, 부러져 본 이라면 알 테지만 이런 기억은 쉽게 잊기가 어렵다.


“미안했다.”


슈뢰딩거는 그렇게 말하고는 젖은 머리카락을 넘기며 시선을 깔았다.


“괜찮아요.”


물론 괜찮지 않았지만, 비각성자라면 이런 태도는 익숙하다.

문득 내가 비각성자라는 사실을 알면 슈뢰딩거가 어떤 표정을 지을까 궁금해졌다.

내 팔을 부러뜨릴 때의 그를 생각하면···

아마도 곱지만은 않을 것이다.

전형적인 비각성종 차별자.


띠링!


식탁 위의 스마트폰이 울리자마자 본능적으로 슈뢰딩거의 눈치를 살폈지만, 역시나 그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는 허공을, 나는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대망의 다섯 번째 퀘스트가 오후 다섯 시 정각에 시작됩니다. 참가자들은 늦지 않게 숙소 정원에 집합해 주세요!]


이번에는 또 어떤 퀘스트가 기다리고 있을까.


슈뢰딩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그전의 일들은 잊고 잘 지내보자며 악수를 청하고 방을 나갔다.


*


정원에는 짧게 깎인 잔디가 깔려 있었다.

별다른 언급이 없어서였는지, 다들 편한 복장이었다.

나는 잔디를 내려다보며 불편하게 서 있었다.


“몇 위세요?”

“저 4위요. 님은?”

“7위요.”


옆에서 대화가 오가는 사이, 땅을 내려다보는 내 시야에 커다란 발이 나타났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1위더군. 살아남을 줄 알았다.”


게오르그였다.


“아··· 감사합니다.”


그는 두꺼운 손으로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그러고는 내 옆에 섰다.


낮은 담벼락 위로 스태프의 얼굴이 보였다.


“저쪽으로 모여 주십시오!”


스태프가 도로 쪽을 가리키며 외쳤다.


참가자들이 하나둘 그리로 향했다.


도로 한복판에서 참가자들은 횡대로 마주보고 섰고, 끝 쪽에 스태프가 서서 말했다.


“생존자 분들 모두 축하드립니다. 다들 인사 나누세요. 익숙한 얼굴들이죠?”


스태프의 말에 참가자들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가장 먼저 나선 것은 사브리나였다.


“안녕하세요! 사브리나입니다.”


그에 여성 참가자들과 남성 참가자들이 쭈뼛쭈뼛 통성명을 시작했다.


“섀클턴입니다.”

“에리스예요···”

“사샤다.”

“야쿠티안!”


여성이 일곱, 남성이 다섯이었다.

드문드문 대화가 오가던 중 스태프가 헛기침을 했다.


“일단 거기 두 분, 열외해 주십시오.”


스태프가 말한 두 여성이 손을 맞잡고 있었다.

드워프 여성과 악마종.

이름이···

안드리와 아이샤.

안드리는 이전 퀘스트에서 언데드를 사정없이 채찍질 해서 거의 반죽음을 만든, 무자비한 주인 역할을 맡았던 드워프 여성.

아이샤는 슈뢰딩거 상대역의 매혹적인 악마종이다.

열외라는 말에 아이샤의 표정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다시 스태프가 말했다.


“숙소로 돌아가면 참가자들 중 가장 호감 가는 이성의 이름을 찍어서 숙소 우체통에 넣어 주시기 바랍니다.”


엥.

이건 뭐하자는 시츄에이션?

신나게 경쟁시킬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소개팅이라도 시켜 주려는 건가···

슬쩍 돌아보니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했다.


정말로 숙소 앞에 투표 용지와 우체통이 준비되어 있었다.

투표 용지에는 일곱 여성 참가자의 이름이 적혔다.

나와 접점이 있는 참가자는 사브리나와 카미, 둘 뿐이라서 크게 고민되지는 않았다.

정말로 여기서 소개팅이나 시켜 줄 것 같지도 않고.


난 체크한 투표 용지를 우체통에 넣었다.

투표소 천을 들치고 나오니 뒤에서 기다리던 사내가 방긋 웃고는 고개를 숙였다.

나도 고개를 숙였다.

확실히 앞선 퀘스트들에 비해 분위기가 한결 부드럽다.


“이따 저녁 일곱 시에 바비큐 파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투표 끝내신 분들은 그때까지 편히 쉬십시오!” 스태프가 말했다.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눕자마자 졸음이 쏟아졌다.

며칠 동안 극도의 긴장 속에서 지낸 때문인지 자꾸만 졸리다.

일곱 시까지는 한 시간이 넘게 남은 상황.

졸음이···


벌떡.


별안간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미쳤지···”


여긴 내게 호랑이 소굴이나 다름없다.

문 밖에서 들려오는 시끌벅적한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것이었다.

그들은 쌩쌩하다.

특수한 결계 때문에 각성자들이 능력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고는 하나, 이렇듯, 그들과 나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

기초 체력이라는 커다란 벽이.

푸쉬업을 두어 번 하고 어깨와 허리를 돌려 스트레칭했다.


뚜둑.


끝으로 긴장을 놓으면 안 된다는 마인드 셋을 장착하고 거실로 나갔다.


“오우, 1위님 등장!”


슈뢰딩거가 외치자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쏠렸다.

망할놈···

앞으로 봐도 뒤로 봐도 열받는 쌍판때기다.


“하하···”


나는 대충 웃어 보이며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들과 나 사이에 벽이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저절로 어깨가 움츠러든다.

나는 억지로 어깨를 폈다.


“아까 연기한 거 그거죠? 베르폰트 초기 극작품.”


옆에 앉은 각성자가 물었다.


“네. 맞아요.”

“역시··· 아, 전 섀클턴이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사지마씨.”


언데드가 나를 보며 웃는 건 의무학교를 졸업한 후로 처음인 듯했다.

언데드는 각성률이 제법 높은 종족이다.

그가 말을 이었다.


“천재 아니에요? 어떻게 그걸 연기할 생각을 했어요?”


우리의 대화를 건너편 소파에서 듣고 있던 게오르그가 끼어들었다.


“사지마는 우리와 팀일 때도 리더 역할을 멋지게 수행했다.”

“아 정말요? 역시, 아무나 1위 하는 건 아닌가 보네요. 그런데··· 전부터 궁금했는데 종족이 뭐예요?”


언데드의 질문에 최대한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려 했지만 포커 게임을 할 때보다 냉정을 유지하기가 더 어려웠다.

언데드와 달리 인간은 그 수도 아주 적을 뿐더러 각성률도 가장 낮은 종족이다.


“인간입니다.”


나는 최대한 명랑하게 대답했다.


“아···”


섀클턴의 얼굴에 난처함이 스쳤다.


“인간 중에 대마법사도 있잖아요. 몰라요?”


슈뢰딩거가 내 옆으로 자리를 옮기며 내게 어깨동무를 했다.

불편해···

불편한 것과는 별개로 타이밍은 칭찬할 만했다.


띠링!


스마트폰 메시지가 울리는 동시에 모두가 허공의 버튼을 눌렀다.


[다섯 번째 퀘스트 결과가 도착했습니다.]


[이성의 호감 표시가 곧 점수! 한 표당 100,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사지마님의 득표는? 두구두구두구!]


[획득 포인트 600,000]


음?

한 표당 십만이니까···

일곱 중 여섯이 나를 뽑았다고?

그런 생각을 하는데 드워프와 악마종이 손을 맞잡고 있는 장면이 머릿속에 스쳤다.

악마종의 얼굴에 스쳤던 표정도 그제야 이해가 갔다.


메시지를 확인한 뒤 슬그머니 주변을 돌아봤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아무도 섣불리 자신이 0표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는 없었다.

나로선 잘 된 일이었다.


어느새 바비큐 타임이 다가왔고, 파티는 저택과 저택 사이, 도로 한복판에서 열렸다.


“자! 녹화가 막바지로 향해 가고 있습니다!”


신이 나서 외치고 있는 것은 베르나르 베르폰트였다.


“밥만 먹는 건 재미없으니, 두 가지 소식을 전할까 합니다.”


띠링!


그가 손짓하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1. 사지마

2. 사브리나

3. 섀클턴

4. 에리스

5. 아이샤

6. 사샤

7. 야쿠티안

8. 슈뢰딩거

9. 카미

10. 안드리

11. 나딘

12. 게오르그 」


[유일하게 마음이 통한 참가자는 사지마, 사브리나 커플입니다! 추가로 200,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하나는 순위 변동, 또 하나는 세기의 커플 탄생입니다! 공교롭게도 커플이 된 두 분이 1위와 2위군요? 자자, 커플은 나란히 앉게 해 줘야겠지요?”


베르폰트가 신이 난 것과 분위기가 따로 놀았다.

하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찹찹! 얼른 일어나요!”


피디가 박수를 치며 외치자 주춤주춤 참가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와 사브리나도 엉거주춤 서로에게 갔고, 나란히 자리에 앉았다.


“무슨 꿍꿍이인 줄 모르겠네요···”


길쭉한 테이블 양옆에서 스태프들이 굽는 고기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불편한 상황 속에서도 어쨌거나 배는 고팠다.


실시간으로 테이블 위의 접시에 배달된 바비큐를 한 점, 또 한 점 먹었다.

지금껏 먹어 본 바비큐 중 단연 최고였다.

숯의 향이 고기에 고루 밴 것은 물론 굽기가 알맞아 식감이 좋았다.

술도 종류별로 준비되어 있었다.

위스키, 보드카, 와인, 소주, 맥주···


“위하여!”


몇 번이고 건배 제의가 들어왔지만 나는 입을 갖다 대는 시늉만 했다.


“술 별로 안 좋아해요?” 사브리나가 물었다.

“네, 뭐···”

“이거 되게 비싼 건데 아쉽네요··· 특히 이건 바에 가면 잔에 수십 골드씩 하는 거예요! 딸꾹!”

“이미 많이 드신 것 같은데요.”

“헤헷! 공짜잖아요! 결계만 없었으면 여기 있는 위스키 다 마시는 건데! 아쉽네요···”


띠링!


메시지가 왔는데, 이번에는 모두들 먹고 마시느라 바빠서인지 반응이 없었다.

나는 슬며시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여섯 번째 퀘스트: 범인 색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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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말할 수 없는 비밀 (1) 24.06.10 55 0 12쪽
30 안전제일! 24.06.09 65 1 12쪽
29 메타포 24.06.08 62 0 12쪽
28 퇴출 24.06.07 7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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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구사일생 24.06.05 83 1 12쪽
25 네임드 24.06.04 96 2 11쪽
24 인스턴스 던전 24.06.03 103 1 11쪽
23 쌍둥이 형제 24.06.02 118 1 11쪽
22 각성자 테스트 (2) 24.06.01 132 1 12쪽
21 각성자 테스트 (1) 24.05.31 151 2 13쪽
20 헌터. 헌터··· 헌터? 24.05.30 173 1 12쪽
19 퇴사 24.05.29 179 1 10쪽
18 인생 2막 24.05.28 185 1 10쪽
17 각성 24.05.27 195 2 11쪽
16 막다른 길 24.05.26 174 1 12쪽
15 마피아 게임 24.05.25 177 2 12쪽
» 세기의 커플 탄생! 24.05.24 18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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