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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꿈꾸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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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쿤
작품등록일 :
2024.05.15 19:37
최근연재일 :
2024.06.26 06:00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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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글자수 :
223,471

작성
24.05.30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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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헌터. 헌터··· 헌터?

DUMMY

“사지마씨!”


나를 본 인사팀 주임이 화색을 띠며 외쳤다.

그에 인사팀 모두가 나를 돌아봤다.

영업용 미소와 함께 그들에게 돌아가며 머리를 숙였다.

숙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장님을 뵙고 싶은데요.”

“어, 잠깐만요.”


주임이 곧장 총총거리며 사무실을 나가더니 1분도 채 되지 않아 돌아왔다.


“소장실로 오시래요!”


나는 다시금 머리를 가볍게 숙이고 사무실을 나섰다.


몇 년 일하면서도 소장실에 들어온 것은 손에 꼽는다.

첫 계약을 따냈을 때와 실적 부진으로 골머리를 썩을 때···

그리고 지금.


“사지마군, 내가 원래 티비를 안 보는데, 우리 직원이 나온다기에 찾아서 봤잖아!”

“그러셨어요.”

“자네한테 그런 능력이 있는 줄 몰랐네 그려.”

“하하···”

“이런 인재를 전화 영업이나 시키고 있었으니, 나도 참 한심한 종자야. 자네가 대면 업무를 맡고 싶다고 할 때 시킬 걸 그랬어. 그때 비각성자들한테 하도 흉흉한 일들이 벌어지니까···”

“괜찮습니다. 다 지난 일인데요 뭘.”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맙구먼. 업무 복귀는···”


소장은 말끝을 흐리더니 안경 브릿지를 눌렀다.


“앞으로 근무는 어쩔 셈인가?”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들렀습니다. 확실히 매듭지어야 할 것 같아서요.”


소장의 얼굴이 아쉬움으로 흠뻑 젖었다.


“걱정 말게. 내 잘 처리하라고 말해 놓지.”


나는 벽에 걸린 학 그림을 쳐다보고 있었다.

여기 올 때마다 어쩐지 저 그림에 눈이 간다.

하지만 그전과는 다른 이유로 학 그림을 올려다봤다.


“사지마군?”

“아, 예. 감사합니다.”


껄끄러울 줄 알았던 소장과의 대면이 너무 간단히 마무리되었다.

소장실을 나온 뒤에는 사무실의 내 자리로 갔다.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라서 책상 정리도 제대로 안 하고 사무실을 나섰는데···

책상이 말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서랍을 열어 보니 서랍 안도 마찬가지.

책상 위의 서류철, 계약 고객 정보가 든 파일은 안 보였다.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그것도 누가 치운 모양이다.


한 4년 정들었던 책상을 뒤로 하고 리처드에게 갔다.

나는 그의 뒤에 서서 통화가 끝나기를 가만히 기다렸다.

그러고는 어깨에 손을 올렸다.


“오, 사지마!”


우리는 곧장 흡연 장소로 이동했다.


“후우···”


리처드는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요즘 영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다.

웬일인지 그 이야기가 좋았다.


나를 보자마자 방송 얘기를 안 한 것은 리처드가 처음이었다.

그는 한동안 일 얘기를 이어 갔다.


리처드 역시 달라지긴 했다.

둘이 있을 때, 보통 이야기를 쏟아내는 것은 내 쪽이었으니.


“업무 복귀 하냐?”


리처드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무슨 방송에 출연했다고 했나? 혹시 그것 때문이야? 그게 벌이가 돼?”


그 물음으로 확실히 알게 된 점이 있었다.

그는 내게 별다른 관심이 없다.

반응을 보니 아마 방송도 보지 않은 것 같다.


*


집으로 돌아간 뒤에야 리처드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야 미친놈아, 너!

“···”


그의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이후 쏟아 낸 이야기를 듣고는 그가 뒤늦게 ‘무인도의 비각성자’를 보았음을 알았다.

그것도 꽤나 흥미롭게.


30분쯤 통화했나.

영업소 영업 실적 1위에 빛나는, 내가 아는 이들 중 가장 성공한 인물 리처드가 좀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가 더는 나보다 우월한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것.


회사에 근무하던 시절, 종족부터(리처드는 트롤이다) 해서 외모, 자질까지 모든 것이 그에게 떨어진다고 여겼었다.

지금은?

놉.


“사람 생각이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바뀔 수도 있는 거구나.”


나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했던 리처드의 모든 면모가 이제는 정반대로 여겨졌다.

나는···

우월감을 느끼고 있었다.

더는, 내가 보험 회사 영업 사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


다시 하루가 지났다.

조금은 초조해졌다.

집으로 돌아온 뒤 많은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지만 정작 선택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기자들과 피디.

택시 기사 짐, 그리고 리처드.

그들과 대화를 나눈 뒤 내 안에서 뭔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 사실은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 알게 되었다.


나는 인터넷 검색창에 ‘헌터’라고 써 넣었다.

비각성자보다 우월한 존재인 각성자.

그런 각성자들이 가장 명예롭게 생각하는 직업 헌터.


“명예는 쥐뿔···”


나는 투덜거리며 검색을 이어 갔다.


헌터가 되려면?

헌터 연봉.

각성자 등급···


한참 그러던 중 짐의 말이 머리를 스쳤다.


‘헌터가 꿈이었어요.’


짐은 헌터가 되지 못해 좌절하고 삐딱선을 탔다.


‘각성자들 중에서도 헌터가 되는 건 10%에 불과해. 아니, 10%가 안 되나? 자세한 건 모르겠네.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라··· 아무튼 편한 길을 놔두고 왜 다들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려는지 모르겠어. 다 주어진 재능이 있는 건데.’


이건 리처드가 했던 말이다.


돌아보면 리처드는 보험 영업을 하는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는 듯했다.


“1,000,000골드.”


베르폰트가 제안한 액수였다.


꿀꺽.


과거의 나였다면 이 액수 앞에서 고민 따윈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이미 과거의 촬영으로 그것보다 많은 돈을 벌어 본 경험이 있었으니까.

베르나르 베르폰트가 무슨 방송을 기획하려고 하는 건지, 아직 아무 것도 모른다.

다만.

인터넷 서칭 결과, 방송에 나오는 유명인들도 대개 헌터가 되지 못해 그 길을 택한 것이었다.

아이돌이나 운동선수들처럼 고액 연봉을 보장 받는 이들조차도.


헌터! 헌터! 헌터!


머릿속에서 그 두 글자가 천둥처럼 울렸다.

보험 영업 직원일 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판타지 세계에서나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졌던 직업.


“이 녀석이 가진 힘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내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

스마트폰에 내재된 힘은 분명 각성자의 그것이 분명했다.


섬에서 마지막 밤, 안드리는 자신을 현직 헌터라고 소개했다.

무방비 상태인 데다 섬에 결계가 쳐진 상태였다는 것을 무시할 순 없지만, 나는 현직 헌터를 주먹질 한 방에 혼수상태에 빠뜨렸다.


안드리의 각성 등급이 뭘까···

생각하는데 스마트폰이 울렸다.


띠리리리-


발신인은 베르폰트였다.


딸깍.


“사지마입니다.”

―좀 생각해 보셨습니까?


나는 오래 생각하지 않고 대답했다.


“거절합니다.”

―···


베르폰트는 충격을 받았는지 말이 없었다.


―어떤 프로인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걸 안다고 한들, 내 생각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았다.

내 허파에는 바람이 들 대로 들어 있었다.

머릿속에는 이미 두 글자밖에 들어 있지 않았다.

헌. 터.


하지만 뭐···

무슨 프로그램인지 안다고 해서 손해 볼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프로입니까?”

―···


피디는 또 침묵했다.

이번에는 할 말을 잃은 것이 아니라 말을 아끼는 듯했다.


잠시 후 스마트폰 너머로 웃음 소리가 들렸다.


―마음에 듭니다. 역시 당신은 뭔가 다르군요. 인정합니다. 좋아요. 말씀 드리죠. 단, 내일 내 사무실로 오십시오.


*


베르폰트의 사무실은 1234지구에서 가장 번화한 곳에 있었다.

살면서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곳.


“형님! 대단하십니다!”


짐에게 베르폰트를 만나러 간다고 말한 참이었다.

나는 짐의 택시를 타고, 음속 열차 플랫폼으로 향하는 중이다.


“하도 사정사정해서 가는 건데, 거절할 거야.”


정말로 그럴 작정이었다.


“헌터 아카데미에 대해 말해 봐.”

“형님도 참··· 제가 뭘 알겠어요···”


의무 교육을 마치고 갓 성인이 된 22층민들은 헌터 아카데미에 입학하거나 직업 학교에 입학한다.

하지만 각성자들이 입학하는 아카데미들은 천차만별이다.

시설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허름한 곳부터, 인스턴스 던전을 무수히 보유하고 있는 삐까번쩍한 곳까지.

마나 수치에 따라 그들이 갈 수 있는 아카데미가 결정된다.


“인터넷에도 자세히 나와 있지는 않더라고. 정말 아무 것도 몰라?”

“자세한 건 협회에 들러서 물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일단 형님은 각성자 테스트부터 다시 받아 보면 어때요?”


각성자 테스트라···


불현듯 4년 전 기억이 떠오른다.


기대도 없었지만.

결과는 너무나도 참담했다.


마나 수치 0%.


실제로 각성자 비각성자의 경계가 그리 뚜렷한 것은 아니었다.

마나 수치가 14% 이상이면 최하급인 H급 판정을 받고, 13.999··· %까지는 비각성자로 판정되는 것.

다르게 말해 비각성자라고 해도 모두가 같은 마나 수치를 가진 것은 아니다.


당시 0%의 마나 수치 덕분에 곤욕을 치렀다.

아무리 못해도 다들 한 자릿수는 마나를 가지고 있게 마련이었으니까.

모두가 나를 비웃었다.

비각성자까지도.

의무 교육의 말미에 각성자 테스트를 하는 것이 내게는 천만다행이었다.


“형님?”


짐의 목소리에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세요?”

“아, 아냐. 받아야지 테스트.”

“몇 프로가 나올지 궁금합니다! 막 70% 넘게 나오는 거 아녜요?”

“70%면 뭔데. A급인가?”

“맞습니다!”


짐과 떠들다 보니 어느새 기차역에 도착했다.


“고맙다.”


나는 그 말과 함께 스마트폰으로 돈을 이체했다.


띠링!


그런 뒤에 택시에서 내렸다.


“형님도 참! 괜찮다니까요!”

“넣어 둬!”


가난한 짐을 꽁으로 부려먹을 수는 없어서 돈을 보냈다.


택시에서 내려서부터는 바짝 긴장했다.

당연했다.

음속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은 대부분 각성자일 테니까.


그나마 늦은 오전 시간에 음속 열차를 이용하는 종들이 적어서 다행이었다.


구석 자리를 찾아 앉은 지 20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20분 만에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기차에서 내리니 눈에 띄게 종들이 늘었다.

슈트를 차려입을까도 했지만 트레이닝복을 입었다.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 게 목적이었으니.

볼캡을 눌러쓰려면 추리닝이 제격이다.


길가에 비상등을 켠 검은 세단이 보였다.

차 옆으로 가니 운전석에서 누가 내렸다.


“사지마님이십니까?”

“예.”


뒷좌석 문을 열어준다.


“고맙습니다.”


세단을 타고 기차역을 벗어나니 하나둘 높은 건물들이 나타났다.

1234지구가 다른 지구에 비해 좁다고 하는데···

결코 그래 보이진 않았다.

하나둘 늘어나던 건물들이 어느새 빌딩숲으로 변했다.

그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더 높고, 휘황한 건물들이 나왔다.

마천루들이 경쟁하듯 솟아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넓은 도로, 고가 도로와 형제처럼 서 있는 건물들이 그 자체로 내게는 컬쳐 쇼크였다.

눈앞이 빙글빙글 도는 듯했다.


“세상에나···”


음속 열차를 타고 고작 20분 거리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은 몰랐다.


검은 세단은 중간중간 막히는 도로를 10여 분쯤 달려 근방에서 가장 높은 건물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베르폰트의 사무실은 그 건물의 상층에 있었다.

운전 기사가 승강기에 함께 탔고, 40층 승강기 앞에서 사원 카드를 건 직원이 나를 맞았다.


직원과 복도를 지나는 동안 이곳이 뭐하는 곳인지, 의문만 쌓여 갔다.

가벽으로 가려진 곳을 지나, 하얀색 텅 빈 배경을 지났다.

천장에서 비가 떨어지는 곳도 있었다.

복잡한 기계장치들이 얽힌 곳도 있었는데, 이 모든 일들은 복도 안쪽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코너를 돌자 침실이 나왔다.

침실 세트에 선 두 남녀.

그리고 그들 주변을 스태프들이 빙 두르고 있었다.


아, 그런 거였나···

그제야 이해가 됐다.

이곳은 촬영 세트장이었다.

내가 지나친 모든 곳들도.


멍하니 서 있다가 갑자기 들려온 고함 소리에 깜짝 놀랐다.


“이 머저리 같은 놈아! 인상 펴라고! 사랑에 빠진 녀석이 눈깔이 왜 그래? 다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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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사일런스 우드 (2) 24.06.18 34 0 11쪽
36 사일런스 우드 (1) 24.06.17 36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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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불편한 계약 24.06.13 4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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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말할 수 없는 비밀 (1) 24.06.10 55 0 12쪽
30 안전제일! 24.06.09 64 1 12쪽
29 메타포 24.06.08 62 0 12쪽
28 퇴출 24.06.07 70 1 12쪽
27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24.06.06 80 0 14쪽
26 구사일생 24.06.05 82 1 12쪽
25 네임드 24.06.04 96 2 11쪽
24 인스턴스 던전 24.06.03 103 1 11쪽
23 쌍둥이 형제 24.06.02 118 1 11쪽
22 각성자 테스트 (2) 24.06.01 132 1 12쪽
21 각성자 테스트 (1) 24.05.31 151 2 13쪽
» 헌터. 헌터··· 헌터? 24.05.30 173 1 12쪽
19 퇴사 24.05.29 179 1 10쪽
18 인생 2막 24.05.28 185 1 10쪽
17 각성 24.05.27 195 2 11쪽
16 막다른 길 24.05.26 173 1 12쪽
15 마피아 게임 24.05.25 177 2 12쪽
14 세기의 커플 탄생! 24.05.24 18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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