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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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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쿤
작품등록일 :
2024.05.15 19:37
최근연재일 :
2024.06.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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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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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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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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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포커 게임 (2)

DUMMY

젠장! 젠장! 젠장!

당시 내 속마음은 그랬다.

당장에라도 기권을 외치고 싶었다.

그때 누군가 소리쳤다.


“여기요!”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이가 또 있었던 모양.

스태프가 그쪽을 돌아봤다.


“기권하겠습니다.”

“기권하면 바로 최하위 서열로 강등되는데 괜찮겠습니까?”


스태프의 질문에 손을 들었던 참가자가 주춤하며 옆의 파트너를 돌아봤다.

파트너 역시 주저하는 얼굴이었지만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예, 기권하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사브리나를 봤다.

그녀가 나를 보며 말했다.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기권이라니, 말도 안 돼요!”


사브리나가 내쪽을 향해 작게 외쳤다.

스태프에게 확인해야 할 것이 또 있었다.


“스태프님?”


나는 우리 테이블의 스태프를 불렀다.


“팀에서 한 명만 기권할 수도 있습니까?”

“안 됩니다. 상호 합의하에 기권, 혹은 참가해야 합니다. 의견 조율이 어려운 팀은 탈락, 섬에서 퇴출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워낙 실내가 조용해서 우리 테이블 스태프가 한 말은 모든 참가자들이 들었을 것이다.


띠링!


각성자들은 허공의 버튼을, 나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게임 시작 1분 전입니다. 선택을 완료해 주세요!]


메시지를 확인한 나는 스마트폰을 아예 테이블 위에 올려 두었다.

역시나.

아무도 내 스마트폰에 신경 쓰지 않는다.

아무튼 당장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최악의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빈털터리로 밑바닥보다는 조금 위에서 시작하느냐, 돈을 잃지 않고 맨 밑바닥에서 시작하느냐.


게임 시작 10초전.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돌아보니 사브리나는 포커 게임을 포기할 생각이 1%도 없어 보였다.

이대로 퇴출되면 지금껏 획득한 9만 골드는 지킬 수 있는 건가?

9만 골드만 해도 내게는 어마어마한 거금이었다.

4년 연봉이 넘는 금액.


“하···”


사브리나의 옆얼굴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 때문에 그녀까지 피해를 입게 할 수는 없었다.


게임이 시작되자 실내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일단은 사브리나를 플레이어로 내세우고, 고문 역할을 맡았다.

막상 게임은 시작되었지만, 노심초사했던 마음의 여파가 남아 있었다.


딜러가 초보 플레이어를 위해 포커 게임의 족보를 읊었다.

같은 패가 나왔을 때, 무엇이 더 높은 패인지까지 설명한 뒤 곧장 패를 돌렸다.


기본 판돈은 10골드.

베팅은 최소 10골드에 하프까지.

하프 베팅이란 테이블에 깔린 판돈의 절반까지 베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네 팀이 각각 10골드씩 내서 40골드로 시작하니 첫 베팅은 20골드까지 가능하다.

시작은 20골드라 해도 레이즈 노리밋 룰이 있어서 판돈이 커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만약 자신보다 앞선 턴이 베팅을 한다면, 그가 베팅한 금액을 받고 다시 절반까지 베팅이 가능하다.

그러면 먼저 베팅했던 이에게 다시 기회가 돌아가는데, 그가 베팅을 받고 다시 베팅할 수 있다.

즉, 무한 베팅이 가능한 시스템.


나는 사브리나가 게임을 하는 동안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훈수도 두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가 열두 판을 플레이하는 동안 나름의 계획을 세웠다.


열두 판이 모두 끝나고 테이블 로테이션 시간.


쿠구구구구-


삼각 구도였던 테이블의 바닥이 움직여서 일직선이 되었고, 곳곳에서 놀라움의 감탄성이 흘러나왔다.

이어서 보유한 금액에 따라 플레이어들의 자리가 재배치되었다.

자리를 옮겨야 할 플레이어를 스태프가 호명했다.


어느새 한 시간이 넘게 흘렀다.

앞으로 아홉 시간만 버티면 된다.


“미안해요··· 잃었네요.” 사브리나가 말했다.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잘하셨어요.”


열두 판 후 스코어 165,100골드.

이 정도면 정말로 선방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플레이어가 원할 때, 자유로이 역할을 바꾸기로 했다.

플레이어를 제외하고는 카드에 손을 대지는 못한다고 스태프가 말했다.


공지한 대로 열두 판마다 10분간 휴식 시간과 함께 테이블 로테이션이 진행되었다.

나는 첫 번째 로테이션이 끝나고 스태프에게 질문했다.


“플레이어가 부족한 테이블이 있어서 말인데, 우리 팀은 둘 다 플레이어로 참여하고 싶습니다.”

“어, 그건···”


스태프가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한번 상의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딜러를 제외한 스태프들이 어슬렁거리던 베르폰트를 중심으로 모여 대화를 주고받았다.


내가 질문했던 스태프가 다가왔다.


“가능할 것 같습니다.”


옳거니.


“고맙습니다.”


그때부터 사브리나와 나는 서로 다른 테이블에 앉아 게임을 진행했다.


한 시간.

또 한 시간이 지났다.


야금야금 돈을 잃어서 현재 스코어는 14,220골드.

둘 다 돈을 잃었지만 사브리나가 조금 더 많이 잃었다.


로테이션 타임.


“죄송해요··· 힝···”

“괜찮아요. 저도 잃었는 걸요. 잘하고 계십니다. 돈을 다 잃더라도 적어도 스물 네 명 중 열아홉, 스무 번째 서열에서 시작하는 거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크게 잃지만 않으면 됩니다. 그것만 지키면 꼴지 안 할 수도 있어요.”


*


여덟 시간이 지나자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남은 시간은 앞으로 한 시간여.

그동안 우리는 꾸준히 돈을 잃어서 남은 돈은 80,480골드.

퀘스트를 해서 어렵게 번 돈이 날아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쓰렸다.


“후우···”


하지만 몸을 사리는 전략을 썼으므로 한 번에 큰 돈을 잃지는 않았다.


애초에 180,000골드라는 시작 금액도 도박판에서는 그리 큰 돈이 아니다.

도박판에서 큰 돈이라는 게 있을까 싶냐만은.

아무튼 막강한 패를 든 플레이어 둘 이상이 레이즈를 붙으면 한 판에 날아갈 수 있는 금액이다.

고로, 지금까지 버틴 것만 해도 잘한 거라고 생각했다.

돈이 남으면 좋고, 아니라도 할 수 없다.

사브리나의 표정도 그리 어둡지 않았다.


포커 게임이 거의 막바지로 다다를 즈음, 위기가 찾아왔다.

어쩌면··· 기회가.

3 두 장과 8을 들고 시작했다.

고민 끝에 액면으로 3을 내려놨다.

네 장째 8이 나왔고, 다섯 장째에 3이 한 장 더 나온 것.

상대편 언데드의 액면은 세 개가 스페이드에 숫자는 다 달랐다.

언데드가 내 베팅을 받고 하프 베팅을 했다.


“받고 레이즈.” 내가 말했다.


계획 대로라면 해서는 안 될 행동을 저지르고 말았다.

패가 너무 좋았던 것.

상대가 플러시라 한들, 풀 하우스를 이기지 못한다.


이후 연달아 하프 레이즈가 오갔고, 그 때마다 판돈은 배로 늘어났다.


내 액면은 3 원 페어가 전부였고, 언데드의 액면은 네 장이 모두 스페이드였다.

맞은편에 앉은 언데드가 나를 보고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나머지 두 플레이어는 이미 초반 레이즈에 떨어져 나간 터라 그와 나, 둘 만의 싸움이었다.


일곱 장째,

히든 카드가 배달됐다.

포커 게임의 기본은 포커 페이스.

후우···

한숨조차 표정 뒤에 숨겨야 한다.

눈을 감고 표정 관리를 한 뒤, 다시 눈을 떴다.


“쓰리 원 페어 베팅하십시오.”


테이블에 놓인 판돈은 3,000골드가량.


“1,520골드까지 베팅할 수 있습니다.”


스태프의 말이 끝나자마자 말했다.


“1,520골드.”


나는 히든 카드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베팅했다.

올라갔던 언데드의 입꼬리가 지금은 수평선을 그리고 있었다.

수평선이 3초간 그 상태를 유지하다 천천히 열렸다.


“1,520골드 받고, 레이즈.”

“3,040골드 받고, 레이즈.”


···


“올인.”


언데드가 말했고.


“콜.”


내가 답했다.


언데드가 끝까지 따라왔고 내가 선이었기에, 먼저 패를 공개해야 했다.

나는 3을 한 장 뒤집고, 이어서 숫자 8을 뒤집었다.

3 세 장과 8 두 장.

풀 하우스다.

자, 네 패는 뭐냐.


“음?”


언데드의 표정을 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의 입꼬리가···

다시 올라갔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크하핫!”


언데드가 소리 내어 웃으며 자신의 패를 깠다.

4 세 장과 9 두 장.

플러시와 풀 하우스가 동시에 뜬 것이었다.

젠장, 당했군···

누군가 일부러 조작하기라도 한 것 같은 패였다.

만감이 교차했다.

막판 레이즈가 오갈 때 이미 불안을 느꼈다.

하지만 발을 빼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

이제 사브리나의 얼굴을 어떻게 본담···

약속을 어긴 데다 대패했다.


내가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데, 옆에 서 있던 스태프가 내 어깨를 짚었다.


“플레이어님, 히든 카드요.”

“아.”


아직 히든 카드가 남아 있었던 것.

포커 페이스고 나발이고 나는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마지막 한 장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뒤집었다.

그 카드를 보자마자 언데드의 시체 같은 얼굴이 더욱 새파랗게 질렸다.

내 표정도 언데드 못지 않았을 것 같다.

내 히든 카드는 숫자 3이었다.

3이 네 장이면···

포 카드.

쓰리 포 카드가 떴다!


“노키아, 가올 플레이어 탈락!”


스태프가 선언했다.

방금 내 손으로 히든 카드를 뒤집었으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포 카드라니.


수명이 10년은 단축된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수명과는 반대로 우리의 재산은 늘었다.

그것도 엄청나게.

무려 585,620골드였다!


옆 테이블을 돌아보니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게임에 임하는 사브리나가 보였다.


“후후···”


앞으로 한 시간도 안 남았다.

지금부터는 방어만 하면 된다.


*


막판에는 사브리나가 선전했고, 나는 계속해서 돈을 잃었다.

하지만 큰 돈을 잃지는 않았다.


“순위를 발표하겠습니다!”


띠링!


나는 테이블 위에 올라 있는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1. ■■■■, ■■■

2. ■■■, ■■■■

3. 사브리나, 사지마

4. ■■, ■■■■

.

.

.

12. ■■■, ■■■ 」


우리는 무려 3위에 랭크되었다.


“꺄아!”


사브리나가 고함을 치며 달려와 나를 껴안았다.


[포커 게임에서 3위에 랭크되셨군요! 세 번째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배분 금액은 292,810골드입니다. 추가 금액이 계좌로 입금됩니다.]


사브리나에게 안겨 몸이 흔들리는 가운데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들겼다.


“후···”


퀘스트당 10,000골드를 받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였는데···

무려 202,700 골드를 한 번의 퀘스트로 벌었다.

얼떨떨했다.

회사에서 베르폰트의 제안을 거절했다면, 지금쯤 사무실에 앉아 소장의 눈치를 보며 리처드의 승승장구를 부러워했을 것이다.

이 모든 일들이 믿어지지 않았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실내에 베르나르 베르폰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고, 시끄럽던 장내가 물벼락을 맞은 듯, 단숨에 조용해졌다.


“흠흠. 조금 낫군요.”


베르폰트가 볼캡을 뒤집어 쓰며 말을 이었다.


“이제 잠시간 정들었던 파트너와 안녕을 고해야 할 시간입니다. 1위부터 24위까지 서열 정리를 할 거예요. 역시나 게임을 해야겠죠? 아쉽지만 보상은 없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겠지만, 순위를 한 계단 올리려면 똥구멍이 빠지게 노력해야 합니다. 그 말은 즉, 지금 진행할 미니 게임이 무척 중요하단 뜻입니다. 미니 게임 종목은···”


누군가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실내가 고요했다.


“미니 게임 종목은··· 3*3 큐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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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쌍둥이 형제 24.06.02 117 1 11쪽
22 각성자 테스트 (2) 24.06.01 131 1 12쪽
21 각성자 테스트 (1) 24.05.31 150 2 13쪽
20 헌터. 헌터··· 헌터? 24.05.30 172 1 12쪽
19 퇴사 24.05.29 179 1 10쪽
18 인생 2막 24.05.28 185 1 10쪽
17 각성 24.05.27 194 2 11쪽
16 막다른 길 24.05.26 173 1 12쪽
15 마피아 게임 24.05.25 17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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