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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꿈꾸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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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5.15 19:37
최근연재일 :
2024.06.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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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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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글자수 :
223,471

작성
24.05.1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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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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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포커 게임 (1)

DUMMY

정신을 차려 보니 사브리나에게 이끌려 뛰고 있었다.

손목에서 압력이 느껴진다.

아니, 여자가 뭔 힘이 이렇게 세지?


어느새 그녀의 손에 이끌려 연회장 입구에 서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연회장 입구로 참가자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가면을 벗어서 이리 주십시오.”


입구에 선 스태프가 말했다.

가면을 건네받은 스태프는 시스템 창을 눌러 우리 둘의 신상을 확인하고는 입구를 통과시켜 주었다.


“대박··· 날로 먹은 것 같은데요 우리.”


연회장 입구를 얼마간 벗어난 뒤에 사브리나가 말했다.

여전히 그녀의 손이 내 손목을 꽉 쥐고 있었다.


“저기 사브리나, 이것 좀···”

“아! 내 정신 좀 봐. 죄송해요!”


그제야 손목을 놓아 주었다.

사브리나가 잡았던 손목이 얼얼했다.

누가 각성자 아니랄까봐 힘이 장사다.


한동안 연회장 입구가 부산했다.

이번에는 살펴보는 것만으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사브리나의 얼굴에 미소가 가시지 않은 걸 보면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난 것만은 확실했다.


숙소로 돌아오고 나서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나는 현관을 박차고 들어오자마자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하하···”


연회장에 있는 동안 퀘스트가 두 개나 진행된 것이었다.

첫 번째 퀘스트는 히든 퀘스트로, 음식에 섞인 바이러스를 먹은 이들이 대거 탈락했다.

두 번째는···


[두 번째 퀘스트는 연회장에서 본인이 원하는 이성과 짝을 이루어야만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단, 거부하는 상대를 억지로 연회장 밖으로 끌고 나갈 수는 없습니다.]


“거부하는 상대를 억지로 끌고 나갈 수 없다···”


손목을 잡혀 끌려가긴 했지만 억지로는 아니었다는 건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열두 커플만이 생존합니다.]


이 대목에서는 시스템 창으로 마스크를 확인하던 스태프가 떠올랐다.

그나저나···


“커플이라고?”


여전히 의문은 남았지만 일이 잘 풀린 것만은 분명했다.


“열두 쌍이면···”


스물넷.

스물네 명 만이 섬의 생존자가 된 것이었다.


“커플이라···”


시간은 어느새 자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


직장에서 베르폰트에게 전화를 받고, 얼마 후 인터뷰에 응했다.

그리고 지금···

녹화에 참여한 지 사흘째였다.

눈을 뜨자마자 그런 생각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섬에서 고작 이틀 밤을 잤을 뿐인데, 몇 주는 흐른 것 같았다.


한동안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 있었다.


“후우···”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여유를 도대체 얼마 만에 느껴 보는 건지···

최근 그 어느 때보다 바빴지만, 그 와중에 마음의 평화를 느꼈던 것이다.


“여유라고?”


순간 의문이 들었다.

여유라고 말하기엔 매순간 긴장의 연속이었으니.

하지만···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은 다시 생각해 봐도 여유가 맞았다.


누운 채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이전 메시지들을 훑던 중,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


[숙소에서 자유 시간을 보낸 뒤, 오후 1시까지 중앙 분수대에 모여 주십시오.]


현재 시각은 오전 8시 23분.

시간은 넉넉했다.

가슴속에 기쁨이 차오르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메시지 창을 닫고 스마트폰 화면을 끄려는데.


“음?”


텅 비어 있던 바탕화면에 못 보던 아이콘이 있었다.

액자 모양의 아이콘이었다.

아이콘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역시나, 어플을 다운로드 받은 기억은 없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아이콘을 눌렀다.

뭔가 특별한 것을 상상했지만 예상과 다르게 애플리케이션은 평범했다.

언뜻 평범한 스마트폰의 사진첩 같았다.

하지만 사진을 눌러 보니 그것은 낯선 풍경을 담고 있었다.


어플 안의 사진을 한 장, 또 한 장 살펴보았다.

그러던 중, 어떤 사진 한 장에서 손가락이 멈추었다.

나와 똑 닮은 얼굴을 하고 있는 한 남자.

기억을 더듬어 봐도 나는 사진 속 장소에 간 적이 없었다.


“뭐지···”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이미지가 있었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설마···”


나는 다시 사진을 뒤로 넘기면서 보았다.

충격의 연속이었다.


사진은 모두 열두 장이었는데, 반복적으로 보다 보니 어렴풋이 기억이 돌아왔다.

어플 안의 사진은 내가 이곳에 온 뒤···

꿈속에서 보았던 장면들이었다!


“어떻게 이런···”


연회장에서 각성자들 사이에 오간 대화가 떠올랐다.


‘지금도 계속 카메라는 돌아가고 있겠지?’


무심코 넘겼던 말.

나는 고개를 휙휙 돌려 주변을 둘러봤다.

돌연 감시 당하는 듯한 느낌에 휩싸였던 것.


침착하자.

침착해야 한다.

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하나하나 검열하기 시작했다.

방송 출연 계약서를 더 꼼꼼히 훑었어야 했나?

섬에 온 뒤로 모든 장면이 녹화되었다면?

아니, 인터뷰 막바지에 계약서를 작성한 이후부터인가?

도대체 촬영은 뭘로 하는 거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도, 제작진이 내 머릿속까지 손을 썼을 리는 가능성은 별로 없었다.

계약 내용이 무엇이든 거기까지 간다면 분명 선을 넘는 것이다.


“그래, 정부에서 그런 걸 봐줄 리가 없지.”


*


자갈길을 지나, 으리으리한 건물들 사이를 지났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중앙 분수대 앞이었다.

중앙 분수대에는 아직 아무도 없었다.

분수대를 몇 바퀴 돌다가 스마트폰을 꺼냈다.

오전 11시 17분.

오후 한 시까지는 시간이 넉넉했다.


건물들은 하나같이 문이 굳게 닫혀 있었는데, 어제 만찬을 가졌던 연회장은 문이 열려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테이블을 비롯해 연단과 벽 쪽의 앤티크한 의자들도 싹 치워서 어제와는 다른 공간 같았다.

어제 이 연회장에 모인 종들과 그 난리가 났던 것이 모두 꿈만 같았다.


“꿈이라···”


꿈이 사진으로 저장되는 스마트폰.

나는 호주머니에서 꺼낸 스마트폰을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화면을 켜니, 여전히 말도 안 되는 일은 진행 중이었다.

액자 아이콘도, 그 안의 사진 열두 장도 모두 그대로였다.

문득 시선이 화면 우측 상단으로 옮아간다.


“이상하네··· 신기술인가?”


이 스마트폰 전원을 켠 지도 벌써 나흘째.

배터리가 0.1밀리미터도 줄어들지 않았다.


“에잇, 나도 모르겠다!”


나는 다시 연회장 밖으로 나왔다.

녹음을 품은 상쾌한 바람이 몸을 훑었다.

광합성하기 좋은 날씨였다.


“평소에는 관광지로 사용되는 건가?”


그냥 놀리기에는 너무 아까울 만큼 환상적인 마을이었다.

조립식 주택가에서 언덕과 자갈길만을 사이에 두고 고대의 어느 마을이 자리한 것이었다.

건물을 지탱하고 있는 빛바랜 돌들과 곳곳에 무너진 건물 잔해들까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걷다 보니 극장으로 쓰였을 법한 터도 찾아냈다.


한참 주변을 돌아다니다 다시 분수대로 와서 걸터앉았다.

하나둘 참가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지마씨!”


사브리나가 제공된 트레이닝복을 입고 방긋 웃으며 다가와 인사했다.


“사브리나.”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아침은 먹었어요?”

“네. 숙소에 시리얼 있던데요.”

“어? 저두요. 그나저나 오늘은 어떤 퀘스트를 할지··· 기대되지 않아요?”


기대라···

글쎄.

사브리나의 해맑은 얼굴을 빤히 봤다.

이 팔자 좋은 각성자는 탈락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걸까?


“왜요?”

“아, 아닙니다.”


약속 시간 20분 전에 모든 참가자들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분수대 가에 둥글게 둘러앉아 있었다.

자갈길 쪽에서 양쪽에 오크 스태프를 대동한 왜소한 이가 다가왔다.

빨강 볼캡에 선글라스, 밑단이 찢어진 청 반바지 차림.


“다들 일찍 모이셨군요?”


베르폰트가 말하자 둥글게 둘러앉은 참가자들이 그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마침 그가 선 곳이 내 앞이라서 나는 빨강 볼캡을, 그 옆으로 솟은 그의 뾰족한 귀를 보고 있었다.


“식사들은 하셨습니까?”


참가자들 몇몇이 예, 하고 대답했다.


“본 방송에 진출한 스물네 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1,000명 중 24명이니, 2.4% 확률 안에 든 거예요.”


짝. 짝. 짝.


베르폰트가 박수를 치자 참가자들도 따라서 박수를 쳤다.


“그간 몸은 충분히 풀었을 테니 이제 머리를 좀 써 보면 어떨까 합니다. 자. 일단 안으로 이동합시다.”


우리가 이동한 곳은 굳게 닫혀 있던 건물 중 하나였다.


철컥!


덩치 좋은 오크 스태프가 커다란 자물쇠를 땄다.


연회장보다는 좁았지만 넉넉한 공간이었다.

참가자가 4분의 1이 되어서인지, 도리어 더 넓게 느껴질 정도.

기둥을 지나, 아래로 세 계단 꺼진 중앙 홀에 커다란 붉은 테이블 세 개가 삼각 구도로 배치되어 있었다.

안으로 들어온 참가자들이 웅성거리는 가운데 베르폰트가 입을 열었다.


“포커 게임입니다!”


붉은 테이블을 등지고 선 베르폰트의 외침과 함께 메시지가 도착했다.

참가자들이 허공에 손가락질을 했고, 나도 스마트폰을 꺼내서 확인했다.


[세 번째 퀘스트는 포커 게임입니다. 어제 커플이 된 두 종이 한 팀을 이룹니다. 참가비는 지금껏 획득한 골드입니다! 각각 90,000골드씩 180,000골드. 팀에서 한 명은 플레이어, 한 명은 고문 역할을 맡게 됩니다. 플레이어와 고문 역할은 언제든 스위치할 수 있습니다.]


[게임은 10시간 동안 진행되며, 중간에는 기권할 수 없습니다. 해당 게임을 통해 참가자들의 서열이 정해집니다.]


나는 몇 번이고 스마트폰에 찍힌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사색이 되었다.

90,000골드면, 지금껏 내가 획득한 전 재산이었다.

이런 댕시키들···


“괜찮아요?” 사브리나가 물었다.


그녀의 시선이 손에 든 스마트폰에 머무르는 듯하다가 다시 내 눈을 향했다.


“사지마씨?”

“아, 괜찮아요.”

“갑자기 얼굴이 너무 안 좋아서···”

“사브리나, 포커 게임 할 줄 알아요?”


나는 일부러 화제를 돌렸다.


“몇 번 해 보긴 했는데 잘하진 못해요.”

“큰일이네요. 저도 도박은 젬병인데.”


정말이지 섬에 온 뒤로 가장 진지하게 고민했던 것 같았다.

그것도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중간에 기권할 수 없다는 걸 보면, 게임 시작 전에는 기권이 가능한가 봐요.”


사브리나가 시스템 창을 보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서열 23, 24위로 시작해도 괜찮다면요. 포커 게임이 끝난 뒤에 있을 퀘스트에서 아주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겁니다.”

“완전 싫은데!”


사브리나가 질겁하며 작게 외쳤다.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스태프와 눈이 마주쳤고, 그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쿵!


문이 닫히자 실내가 어두워졌다.

붉은 테이블은 천장의 샹들리에 덕분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듯이 강렬하게 빛났다.


“일단 앉죠, 사브리나.”


여덟 명이 앉기에도 널널한 만큼 커다란 원탁이었다.


“오오···”


누군가 감탄하기에 돌아보니 옆 테이블 중앙에 스태프가 서 있었다.

곧 우리 테이블 중앙에도 베스트를 입고 보타이를 맨 스태프가 뚜껑을 열고 등장했다.

중간이 뚫린 구조의 테이블이었던 것.

딜러 역할을 맡은 스태프는 현란한 손놀림으로 카드를 섞었다.


“열두 판마다 테이블 멤버가 교체됩니다.” 스태프가 말했다. “기권자가 없으면 바로 게임 시작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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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사일런스 우드 (1) 24.06.17 36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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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불편한 계약 24.06.13 4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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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말할 수 없는 비밀 (1) 24.06.10 55 0 12쪽
30 안전제일! 24.06.09 64 1 12쪽
29 메타포 24.06.08 62 0 12쪽
28 퇴출 24.06.07 70 1 12쪽
27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24.06.06 80 0 14쪽
26 구사일생 24.06.05 82 1 12쪽
25 네임드 24.06.04 95 2 11쪽
24 인스턴스 던전 24.06.03 103 1 11쪽
23 쌍둥이 형제 24.06.02 117 1 11쪽
22 각성자 테스트 (2) 24.06.01 131 1 12쪽
21 각성자 테스트 (1) 24.05.31 151 2 13쪽
20 헌터. 헌터··· 헌터? 24.05.30 172 1 12쪽
19 퇴사 24.05.29 179 1 10쪽
18 인생 2막 24.05.28 185 1 10쪽
17 각성 24.05.27 194 2 11쪽
16 막다른 길 24.05.26 173 1 12쪽
15 마피아 게임 24.05.25 176 2 12쪽
14 세기의 커플 탄생! 24.05.24 18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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