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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꿈꾸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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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5.15 19:37
최근연재일 :
2024.06.26 06:00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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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글자수 :
223,471

작성
24.05.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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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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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가면 무도회

DUMMY

“헉헉헉···”


나는 누워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콜록콜록! 헉헉헉헉···”


헬기 안이었다.

나는 떨리는 손을 들어 메시지를 확인했다.


[통과 인원: 100명]


[100등으로 파이널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나는 웃었다.


절체절명의 상황, 고맙게도 내 두뇌가 기지를 발휘해 주었다.

가지 사이로 어렴풋이 보인 실선은 어제 헬기에서 내려 처음 밟은 오솔길이었다.


헬기 밖으로 힐러와 함께 다가오는 스태프의 모습이 보였다.


*


무인 헬기가 비행하는 사이 잠에 빠져들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주 깊은 잠이었다.


이상한 꿈을 꾸었다.

커다란 나무 앞, 수많은 이들이 야영을 하고 있었다.

야영하는 이들이 일제히 나를 돌아봤다.

그들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헬기가 착륙한 뒤였다.

앞쪽에 새 의복이 놓여 있었다.

몸을 일으켰는데, 아무런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정신을 잃은 사이 힐을 받은 모양이다.


“편리하네···”


나는 입고 있던 옷을 벗어서 구석에 던져 놓고, 새 옷을 펼쳤다.

두툼한 맨투맨 티셔츠, 같은 재질의 트레이닝 팬츠, 바람 막이까지 있었다.


“참.”


나는 넝마가 된 옷가지에서 검정 스마트폰을 꺼냈다.


이번 헬리포트에서는 바다가 보였다.


“바다···”


바다를 실제로 보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헬기에서 내린 뒤 돌아보니 바다 너머로 섬들이 보였다.

저것들 중 하나가 내가 있던 섬이리라.

멍하니 풍경을 감상하는데 누군가 다가왔다.


“가시죠.”


팔이 넷 달린 트롤 스태프였다.


“예.”


그의 에스코트를 받아 숙소로 향했다.


잘 정돈된 숲길 안으로 참가자들을 위한 조립식 주택촌이 나왔다.

주택마다 숫자가 적혀 있었다.

스태프가 멈춰 선 곳은 100번 주택 앞이었다.


“그럼, 편히 쉬시고 오후 10시까지 연회장으로 오시면 됩니다.”


그 말을 끝으로 스태프는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 숙소 안이 넓었다.

부엌부터 해서 샤워 시설까지, 흠잡을 것 없는 곳이었다.

무엇보다 청결했다.


“우리집보다 훨 좋네···”


입고 있던 옷을 차례로 벗어 던지고 샤워부터 했다.

사라진 상처 위의 핏자국을 닦으면서는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목욕 가운을 입고, 식탁에 앉아 식빵에다 버터와 딸기잼을 발라 요기했다.

냉장고에는 콜드브루 커피가 있었다.


뱃속에 뭔가 들어가니 노곤함이 밀려왔다.

아직 오후 아홉 시도 안 된 터라 알람을 맞추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이불에서 풍기는 은은한 섬유유연제 향기를 맡으며 스르륵 잠이 들었다.


*


또, 꿈을 꾸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섬에 오기 전까지 평생 꿈이라고는 꾼 적이 없었으니.

아까 헬기에서는 경황이 없어서 그냥 지나갔지만, 이번에는 여유가 생긴 만큼 턱을 짚고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생각은 길지 않았다.


“역시나···”


지금껏 꿈을 꾼 기억은 없었다.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주워 입고 현관문을 여는데 문이 묵직했다.

문에 슈트 케이스가 걸려 있었던 것.

메모가 붙어 있다.


‘옷을 차려입고 연회에 참석해 주십시오. 반드시 동봉된 가면을 착용해야 합니다.’


“엥? 가면이라고?”


고개를 갸웃하며 슈트 케이스를 들고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거짓말처럼 몸에 꼭 맞는 슈트였다.

내 뻣뻣한 슈트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고급 소재로 만든.


“참, 가면 쓰랬지. 어디보자··· 가면이···”


슈트 케이스를 뒤져 가면을 찾아냈다.

손에 닿는 감촉이 부드러웠다.

접힌 가면을 펴서 얼굴 근처로 가져갔을 뿐인데···


착.


가면이 거머리처럼 달라붙었다.

그러고는 꿈틀꿈틀 움직여 얼굴에 맞게 조정되었다.


“허허.”


거울을 보니 얼굴의 굴곡에 따라 빈틈없이 잘 붙었다.

위쪽 얼굴 절반을 검은 가면이 덮었을 뿐인데, 스스로가 낯설게 느껴진다.


현관을 나선 뒤 조립식 주택가를 벗어났다.

이정표에 따라 자갈길을 걸어 언덕을 넘어가니 아래쪽으로 으리으리한 건물들이 보였다.


“와···”


남성들은 하나같이 모던한 슈트를 입었고, 여성들은 미니 드레스를 비롯해 비교적 다양한 디자인의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어디론가 향했다.


그들이 향하는 곳을 대충 따라가다 보니 연회장이 나왔다.

만찬 장소는 고대 그리스식으로 지은 단층 건물이었는데, 수백 명을 너끈히 수용할 만큼 넓었다.


연단을 중심으로 가지런히 정렬된 테이블마다 음식이 그득 놓여 있었다.


연단에 있는 마이크에서 삐이, 소리가 나며 실내의 어수선함을 잠재웠다.


서 있는 모두가 자리에 착석한 뒤, 왜소한 엘프 하나가 연단에 섰다.

언뜻 보면 엘프인지도 모르고 지나칠 것 같은 외모였다.

그도 이 안의 모두들처럼 가면을 쓰고 있었다.


―촬영이 장난이 아니죠?


그가 꺼낸 첫 마디였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살짝 얼굴을 돌려 킥킥, 웃었다.


“베르나르 베르폰트···”


나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는 웃음을 머금은 채 말을 이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 생존을 축하합니다. 아직 얼떨떨 하겠지만, 아마 촬영이 끝나고 여러분들의 삶은 달라질 거예요.


―다들 아실 겁니다. 이전에 내 방송에 나왔던 분들이 얼마나 유명해졌는지 말이죠. 그들은 22층 곳곳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그 말 뒤에 베르폰트는 유명인 몇몇을 열거했다.

베르폰트가 언급한 유명인 목록에는 내가 아는 각성자도 있었다.

좋아해서가 아니라 워낙 유명해서 아는 이였다.


―이중 몇몇은 그러한 영향력을 갖고 싶어 여기에 오셨겠죠? 거기, 잘생긴 언데드씨? 그렇죠?


베르폰트의 말에 멋쩍었는지, 언데드가 헛기침을 했다.


―영향력을 갈구하는 건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닙니다. 다들 이곳에서 본인이 가진 욕망을 한껏 드러냈으면 합니다. 제 바람은 그게 전부예요.


―말주변이 있는 편은 아니라서 축하 연설은 이쯤 하도록 하지요. 아, 한 가지만 더. 여기 있는 100명 중 절반은 내일 일찍 집으로 돌아가게 될 테니 남은 시간 마음껏 즐기시길 바랍니다.


저건 또 무슨 개똥 같은 말이람.

베르폰트는 알 수 없는 말을 끝으로 연단에서 내려갔다.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킥킥, 웃으며.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기다렸다는 듯이 식탁의 음식을 먹고, 음료를 마셨다.

표정도, 실내에 떠다니는 웅성거림도 밝았다.

그의 마지막 말이 거슬리는 건 나뿐인 모양이었다.

내일 일찍 돌아간다는 것은 지금 이 자리에서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말이 아닌가?

그런데도 이렇게 태연하게 즐거울 수 있다고?


나는 바로 앞에 놓인 칠면조 바비큐를 보며 베르폰트의 연설을 곱씹고 있었다.

연설을 떠올리니 덩달아 그의 기분 나쁜 웃음도 떠오른다.


“술, 술은 없나요?”

“되도록 독한 걸로!”


술기운 때문인지 연회장 안은 거의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


“우린 이제 유명인이야!”

“마셔! 마시자고!”


스태프들은 웨이터 복장을 하고 부지런히 참가자들의 시중을 들었다.

술을 갖다 달라고 하면 술을, 음식을 갖다 달라고 하면 음식을 가져왔다.


활기찬 실내 분위기 덕분인지, 얼마간 긴장이 풀렸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살짝 허기가 졌다.

앞에 놓인 생수를 크리스털 잔에 따랐다.

그리고 마시려는 순간···


“우욱!”


앞 테이블에 앉은 언데드가 먹었던 음식을 게워 냈다.


“우웨에엑!”


앞 테이블 뿐만이 아니었다.

건너 테이블, 그 옆의 테이블에서도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종들이 속속 나왔다.


“음식 내려놔!”


누군가가 외쳤다.

그 외침에 다들 동작을 멈추었고, 허공에 손가락질하는 이들이 보였다.

습관처럼 주머니의 스마트폰을 더듬었는데.


“아뿔싸.”


스마트폰을 숙소에 두고 왔다.

자리에서 일어나 연회장을 나가려는데 웨이터 복장을 한 스태프가 나를 저지했다.


“지금은 나갈 수 없습니다.”


무슨 말이라도 좋으니, 둘러대고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스태프의 표정이 너무나도 단호했다.

스마트폰을 가지러 가야 한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문 밖으로 나가는 건 포기했다.


딱히 갈 곳도 없어서 다시 테이블 근처로 왔다.

참가자 사이에 대화가 오간다.


“괜찮아요?”

“예, 전 아무 이상 없는데요.”

“뭐뭐 먹었어요?”

“저는 위스키만 몇 잔 마셨어요.”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배를 잡고 바닥을 나뒹구는 엘프 옆에 스태프가 쭈그리고 앉아서 묻고 있었다.


“기권하시겠습니까?”


스태프의 손에 파란색 알약이 들려 있었다.


“기권하면 항바이러스제를 드리겠습니다. 시간을 더 지체했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어요.”

“이런 댕새키들! 할 짓이 없어서 음식에 독을 타?”

“독이 아닙니다. 참가자가 섭취한 것은 바이러스의 한 종류로, 한 시간 내 항바이러스제를 먹으면 백 퍼센트 확률로 소멸시킬 수 있는 안전한 종입니다.”


스태프의 말에 엘프가 이를 빠득 갈았다.

웃긴 말이었다.

항바이러스제를 먹지 않으면 죽는데 안전하다니.


“내놔.”

“기권입니까?”

“그래! 이 댕새키야!”


거친 참가자의 말에도 스태프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그는 알약과 생수를 참가자에게 건넸다.


바이러스라고?

문득 인터뷰 막바지에 쓴 계약서 내용이 떠올랐다.


‘회사 측은 기본적으로 참가자의 안전을 보장하지만, 본인 스스로 거부하는 경우 부상이나 죽음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등골이 오싹했다.


바이러스 얘기를 듣고부터 테이블 근처에 있기 찜찜해서 자리를 옮겼다.

벽쪽에 드문드문 엔티크한 디자인의 커다란 의자가 놓여 있었다.


앉아서 지켜보니 허탈할 정도로 탈락자가 많았다.


“그렇게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배고파서 식빵에 버터와 딸기잼을 발라 먹은 게 신의 한 수가 될 줄이야···


“실례지만 거기 자리 있는데요?”

“아, 죄송합니다.”


무의식중 자리에서 일어나고 보니, 양 옆으로 빈 의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앞에 선 이를 바라본다.

가면 쓴 여인이 나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헤에···”


미친 여잔가?


“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옆으로 자리를 옮기려는데 이번에는 여인이 나를 막아섰다.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푸흡!”


급기야 입을 막고 웃기까지 했다.

나는 가만히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웃음이 그치고.


“사지마씨. 저예요 저.”


여인의 목소리가 바뀌었다.


“아···”


익숙한 목소리였다.

나를 속이려고 일부러 목소리를 깔았던 모양이다.


“사브리나.”


그녀는 사브리나였다.

반가움과 함께 내 시선이 그녀의 붉은 입술, 드러난 새하얀 양쪽 어깨.

잘록한 허리를 따라 매끈한 곡선을 그리는 골반을 따라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엇, 어딜 보는 거죠 사지마씨?”

“음··· 네?”


무의식중에 일어난 일이었다.


“헉. 죄송합니다!”


사브리나의 말에 순간 정신이 들며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 순간 만큼은 가면을 써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쿡쿡, 장난이에요!”


사브리나는 그렇게 말하며 내 팔뚝을 잡았다.


“저도 가까이 와서야 겨우 알아봤어요. 그나저나 어떻게 통과한 거예요?”


그 질문에는 나도 좀 생각이 필요했다.

기억을 더듬어 봐도 알맞는 대답을 찾아내기가 어려웠다.


“운이 좋았어요.”

“운이요?”


운이 좋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얼마간 대화를 이어가던 중···


“엇, 잠시만요.”


사브리나가 허공에 손가락질을 했다.

시스템 창을 본 그녀의 눈이 커졌다.

이내 이쪽을 돌아보더니만 내 손목을 덥석 잡았다.

동시에 연회장 문이 열렸고, 사브리나가 힘껏 손목을 잡아끌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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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말할 수 없는 비밀 (1) 24.06.10 55 0 12쪽
30 안전제일! 24.06.09 65 1 12쪽
29 메타포 24.06.08 62 0 12쪽
28 퇴출 24.06.07 70 1 12쪽
27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24.06.06 80 0 14쪽
26 구사일생 24.06.05 83 1 12쪽
25 네임드 24.06.04 96 2 11쪽
24 인스턴스 던전 24.06.03 103 1 11쪽
23 쌍둥이 형제 24.06.02 118 1 11쪽
22 각성자 테스트 (2) 24.06.01 132 1 12쪽
21 각성자 테스트 (1) 24.05.31 151 2 13쪽
20 헌터. 헌터··· 헌터? 24.05.30 173 1 12쪽
19 퇴사 24.05.29 179 1 10쪽
18 인생 2막 24.05.28 185 1 10쪽
17 각성 24.05.27 195 2 11쪽
16 막다른 길 24.05.26 173 1 12쪽
15 마피아 게임 24.05.25 177 2 12쪽
14 세기의 커플 탄생! 24.05.24 18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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