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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꿈꾸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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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5.15 19:37
최근연재일 :
2024.06.26 06: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6,764
추천수 :
56
글자수 :
223,471

작성
24.05.17 11:45
조회
224
추천
2
글자
11쪽

최후의 100인

DUMMY

우리는 진영을 갖추고 움직였다.

사브리나의 만행(?)을 본 팀들은 우리가 다가가면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그녀도 무리해서 물러나는 팀을 쫓지는 않았다.


제한 시간 10초 전.


9, 8, 7···


3, 2, 1···


0.


여기저기서 짧은 함성이 터져 나왔지만.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헬리포트 위의 숫자가 아직 51이었다.


우리 앞에서 주춤거리는 팀이 있었다.

아까 팀원 하나를 잃은 3오크.

하지만 아까와는 정반대 상황이다.

코너에 몰린 것은 그들이었다.


“휴.”


짧은 한숨을 내쉰 사브리나가 앞으로 나서려는데.


턱.


그녀의 어깨에 커다란 손이 올라왔다.

게오르그였다.

그가 고개를 저었다.

게오르그는 야전삽을 접어 내게 건네고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말했다.


“오크 씨름으로 하자.”


마체테를 든 오크 둘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해!”


내 외침과 동시에 뛰쳐나온 오크 하나가 게오르그를 향해 마체테를 휘둘렀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뭔가 부러지는 소리가 난 것 같은데.

슬며시 눈을 뜨니···


“헉!”


게오르그에게 달려들었던 오크가 바닥에 대자로 뻗어 있었다.


뎅그렁.


남아 있던 오크가 마체테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좋다! 오크 씨름, 오크하면 씨름이지! 그걸로 승부를 짓자!”


속 보이는 말이었지만 게오르그는 괘념치 않았다.


오크 씨름의 룰은 간단했다.

서로 어깨를 맞댄다.

그리고 신호와 함께 힘껏 밀친다.

두 다리가 먼저 떨어지는 쪽의 패배.


“쿡쿡쿡···”


슈뢰딩거가 어깨를 맞댄 오크들을 보며 웃었다.

둘의 덩치는 비슷했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어깨를 맞댄 자세.

오크 씨름을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게오르그의 자세가 훨씬 안정적이었다.

심판은 상대 팀 폭탄 오크였다.


“준비하시고··· 하나, 둘··· 셋!”


승부가 판가름 나기까지 1초도 안 걸렸다.

셋을 외치자마자 상대 오크의 몸이 얼마간 떠올랐다.


쿵!


게오르그의 완벽한 승리였다.


삐익!


어디선가 지켜보던 스태프가 호루라기를 불었고.

호루라기 소리에 돌아보니 헬리포트 위의 숫자가 50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이스 게오르그.”


슈뢰딩거가 진영으로 돌아온 게오르그에게 손을 내밀었고, 게오르그는 그의 손바닥을 힘껏 내리쳤다.


짜악!


“끝났다! 꺄!”


사브리나가 승리에 실감을 더해 주었다.


막판에 한 게 없어서인지 머쓱했다.

버스를 탔지만 뭐, 어떤가···

비각성자의 몸으로 여기까지 온 건 정말이지 기적 같은 일이었다.

게다가.

10,000골드를 더 벌었다!


좋아서 방방 뛰는 사브리나를 보니 아까 오크의 손목을 잘라 버린 그 여자가 맞나 싶었다.

슈뢰딩거는 그저 뒤통수를 긁었고, 게오르그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근처에 있던 스태프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며 활기차게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휴식 시간이 주어졌고, 한 시간 휴식 이후에 마지막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


1,000명에 가까운 인원으로 시작했는데, 그중 200명도 남지 않았다.

메시지가 올 때마다 모두가 허공을 누르는 것을 보니, 역시나 참가자 대부분이 각성자였다.

아니, 대부분이 아니라 전부였다.

어째서 비각성자인 내가 이곳에 있는지 의아했지만, 그러한 의문은 지금 상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어쨌거나 이 많은 각성자들 사이에서 5분의 1이라는 확률을 돌파한 것, 그게 중요했다.


다시 메시지가 도착했고, 나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파이널 퀘스트까지 오신 여러분들 모두 축하합니다! 대망의 여섯 번째 퀘스트입니다. 이번 퀘스트를 끝으로 이 섬에서 주어진 모든 퀘스트가 끝납니다. 자, 바로 마지막 퀘스트의 세부 사항을 살펴볼까요?]


[다시 처음으로! 자신이 도착했던 헬기 승강장으로 이동합니다. 선착순 100명 만이 다음 섬에서 새로운 게임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동하는 길에 참가자를 마주치면 어쩌냐고요? 함께 손을 맞잡고 도착하면 좋겠지만··· 참가자는 모두 경쟁 상대! 어제의 동료는 내일의 적!]


[P.S: 마지막 퀘스트는 개인전입니다.]


‘퀘스트 1분 전입니다!’


바깥에서 스테프의 외침이 들렸다.


“뭐? 이렇게 갑자기?”


제기랄···

방심했다.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각성자들 사이에서 내 몸을 지켜 줄 유일한 무기, 마체테를 두고 화장실에 오다니.

아무렇지 않게 팀원들에게 돌아간다?


···


나는 고개를 저었다.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생각하자 생각···”


마체테는 잊기로 했다.

그보다는 최대한 각성자들을 마주치지 않고 출발지로 이동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러 기억들이 머리를 스치는 가운데 유독 기억에 남는 두 가지가 있었다.

팔이 부러졌던 것과 사브리나의 일격에 바닥에 떨어진 오크의 손.


“이거, 잘못하다가 숲에서 개죽음 당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힐러들은 충분히 배치되어 있는 건가···”


다시 메시지가 왔다.


[여섯 번째 퀘스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아, 꽃됐네!

머뭇거리는 사이 마지막 퀘스트가 시작되고 말았다.

당장에 화장실을 박차고 나가 출발지로 달려도 100인 안에 들지 미지수라는 생각에 다급해졌다.


“그래, 죽기밖에 더 하겠냐.”


화장실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는 찰나.

누가 화장실 문을 두들겼다.


똑. 똑. 똑.


마치 안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온 듯한 소리였다.

노크 소리에 몸이 돌처럼 굳어 버렸다.


꿀꺽.


나는 숨을 죽인 채 서 있었다.


‘안에 있어요?’


음?

아는 목소리였다.

사브리나.


‘무기 놓고 갔어요.’


반가움도 잠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되도록 빨리.

헝클어진 생각들을 정리해야 한다.

한 번에 하나씩···


이렇게는 안 된다.

나는 고개를 젓고 심호흡을 했다.


“후우···”


그러고는 화장실 문을 열었다.


“사브리나.”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했지만.

그녀는 마체테를 든 채 섬뜩하게 웃고 있었다.

칼을 전해 주려는 얼굴이라고는 도무지 생각하기 어려웠지만, 나도 그녀를 향해 억지로 웃어 보였다.

그리고 말했다.


“휴, 고마워요. 얼른 가죠.”

“헤헷, 칼도 전해 줄 겸 같이 가려고 왔어요. 걱정도 좀 되고···”


휙.


사브리는 마체테 손잡이를 돌려 내게 내밀었다.

그녀의 섬뜩한 웃음은 아무래도 내 상상이 만들어 낸 오해였던 것 같다.


출발이 늦어진 탓인지, 주변에 참가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사브리나는 내려가면서 수시로 시스템 창을 확인했다.


“뒤처진 것 같아요. 조금 속도를 내야겠는데요?”


저 앞으로 하나둘, 참가자들이 보였다.


우리가 발견한 것은 부상자였다.

힐러의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아 탈락자.


“저기 사브리나.”


나는 마체테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사브리나가 들고 있을래요?”


그녀가 마체테를 쳐다봤다.

그리고 말했다.


“아뇨. 지마씨가 들고 있어요.”

“예···”


아래로 내려가다 보니 이곳이 해발이 제법 되는 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도 오지게 많고.


퍽! 퍽퍽!


어쩌다 보니 산을 오를 때와 같은 포지션이 되었다.

등이 축축할 정도로 가지를 쳐내야 했던 것.


달라진 점도 있었다.


“교대해요.”


사브리나가 적극적으로 덤불 제거를 도왔다.


가지를 치던 사브리나가 동작을 멈추고 시스템 창을 확인했다.


“첫 번째 통과자가 나왔어요.”


이후 사브리나는 자주 멈춰 서서 허공에 손가락질을 했다.

그녀도 초조한 모양이었다.


“서른 명째예요.”


통과자들이 느는 속도가 빨라졌다.

기억을 되짚어 보면, 산을 내려가서도 한참을 더 가야 한다.


“서두르죠.”


내 말에 사브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 길이 아닌 것 같은데요?”


늦어졌다는 생각에 나 역시 조바심이 났다.


“50명이 넘었어요.”


제기랄.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들어온 생각이 계속해서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70명이에요.”


퍽! 퍽퍽퍽퍽퍽!


“윽!”


무리해서 칼질을 하다가 가지에 팔뚝을 베였다.

팔뚝에 피가 맺혔다.


“괜찮아요?”


사브리나의 물음에 나는 팔뚝에 맺힌 피를 허리춤에 닦았다.


“사브리나.”

“네?”

“이대로 가다간 둘 다 탈락할지도 몰라요. 게다가···”


나는 내 머릿속에 떠오른 가장 안 좋은 시나리오를 그녀에게 말했다.


“그런 상황은 도저히 맞닥뜨리고 싶지가 않네요. 이만 헤어지죠.”


그러고는 마체테를 사브리나에게 건넸다.


“사지마씨···”

“얼른 받아요.”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마체테를 건넨 뒤, 곧장 옆에 있는 덤불로 뛰어들었다.


“지마씨!”

“얼른 가요!”


사브리나의 외침을 뒤로 하고 가지 사이를 달렸다.

최대한 얼굴 쪽을 가렸는데도 이따금 팔뚝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가지가 얼굴을 찔렀다.


“크윽!”


방금은 가지가 눈가를 찢어 놓은 듯하다.


뾰족한 가지들이 옷을 뚫고 들어와 팔뚝을, 어깨를 사정없이 긁었다.


더 가다 보니 허벅지와 정강이를 비롯해, 긁히지 않은 곳을 찾기가 어려울 지경이 되었는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땅이 푹 꺼지는 바람에 구르면서 등과 뒷덜미까지 엉망으로 쓸렸다.


가까스로 정신을 잃지는 않았지만, 온몸에 성한 구석이 없는 것 같았다.

어쨌거나 한참 구른 뒤에야 몸은 정지했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크흐흐···”


미친 거냐고?

아니.

눈앞에 평지가 펼쳐진 것이었다.


부스럭부스럭.


바로 옆에서 낙엽 밝는 소리가 들려서 숨을 멈추고 돌아보니.

누군가가 손을 뻗었다.


“놀라 자빠지는 줄 알았잖아요.”


나는 그 손을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

내게 손을 뻗은 것은 하얀 점퍼를 입은 스태프였다.


“상태가 엉망입니다. 치료 받으시겠습니까?”


그제야 내 상태가 생각보다 더 엉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넝마가 된 옷가지 사이사이에 피가 흥건했다.


“아뇨.”


그렇게 말하고는 달렸다.

다행히 얼마간 길이 트여 있었다.


[통과 인원: 96명]


앞으로 네 명.

시간이 없다.


나는 스마트폰 화면을 수시로 확인하며 정신없이 달렸다.


[통과 인원: 97명]


다 그 길이 그 길 같았는데.

가지 사이로 언뜻 베이지색 실선이 보였다.

그게 뭔지 안다.


[통과 인원: 98명]


가지고 뭐고 그때부터는 전력질주였다.


[통과 인원: 9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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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말할 수 없는 비밀 (1) 24.06.10 55 0 12쪽
30 안전제일! 24.06.09 64 1 12쪽
29 메타포 24.06.08 62 0 12쪽
28 퇴출 24.06.07 7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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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구사일생 24.06.05 82 1 12쪽
25 네임드 24.06.04 9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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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헌터. 헌터··· 헌터? 24.05.30 172 1 12쪽
19 퇴사 24.05.29 179 1 10쪽
18 인생 2막 24.05.28 185 1 10쪽
17 각성 24.05.27 194 2 11쪽
16 막다른 길 24.05.26 173 1 12쪽
15 마피아 게임 24.05.25 176 2 12쪽
14 세기의 커플 탄생! 24.05.24 18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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