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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이야기

아포칼립스의 마물 포식자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뭉작가
작품등록일 :
2021.09.05 21:10
최근연재일 :
2022.01.15 01:48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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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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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82,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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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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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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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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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부] EP.2 좀비 억제제를 조제하라( 2 )

DUMMY

[1부] EP.2 좀비 억제제를 조제하라( 2 )


[ 개인특성 ‘포식(捕食)’을 얻었습니다. ]

[ 포식자의 위액이 좀비의 피를 소화시킵니다. ]


위장이 꿀렁거리며 좀비 바이러스를 중화시키는 게 느껴졌다.

아랫배가 살짝 당기는 느낌과 함께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 좀비의 DNA를 흡수하여 좀비화 내성 Lv.1을 얻었습니다. ]

[ 메인 퀘스트의 내용을 일부 수정합니다. ]


띠링!


알림 소리와 함께 변경된 퀘스트 창이 떴다.

변경된 내용은 [승리 조건] 항목이었다.


* Qst


승리 조건 : 내성능력을 얻었지만 그 전에 생긴 신체손상이 몸에 남아있다. 마비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좀비억제제를 조제하여 복용해라.


* Qst


튜토리얼을 완수했으니 이제 [상점]이랑 [제작] 창도 이용할 수 있겠지.

난 슬쩍 아무도 없는 주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생존자 상점.”


띠링!


[ 생존자 상점 시스템이 개방되었습니다. ]


상점창에 원시무기, 의복, 식량, 의약품 등 항목에 따라 여러 가지 물품이 나열되었다.

검색창을 열어 필요한 걸 입력했다.


[ 좀비억제제 : 좀비 바이러스의 활동성을 떨어뜨리는 약품. 좀비화의 진행을 일시적으로 억제시키며 그 효과는 48시간동안 발휘된다. ]

[ 가격 : 10,000골드 ]


물가 한 번 경악스럽군······.

모아둔 골드를 있는 대로 긁어모아도 억제제를 사기엔 부족했다.

결국 직접 만들 수밖에 없었다.


“제작.”


눈앞에 인터넷 검색창처럼 생긴 화면이 나타났다.

난 화면 아래쪽의 투명자판을 눌러 좀비억제제를 입력했다.

그러자 제작에 필요한 재료들이 나열되었다.


[ 좀비억제제 제작법 = (신경안정제 6mg) + (콜라 300ml) + (버터 50g) ]


정말이지 얼굴이 찡그려지는 조합이었다.

난 그로테스크한 제작법을 만든 과거의 자신을 욕했다.


“이걸 내 손으로 만들어 먹게 될 줄을 몰랐지······.”


난 냉장고를 뒤져 제작에 필요한 재료들을 찾았다.

3분의 1쯤 먹은 1.5L짜리 콜라와 반쯤 사용한 버터가 보였다.

그러나 부엌을 돌아다니며 살펴보아도 신경안정제는 보이지 않았다.


“역시 약국까지 나가야 하나?”


그때 마현웅이 주방으로 들이닥쳤다.

그는 한 팔로 진주를 안고 찬장을 열어 약병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아빠, 나 너무 아파······. 숨이 안 쉬어져.”

“괜찮아 진주야. 괜찮아 질 거야.”


마현웅은 애써 미소를 지었지만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분명 전 주인이 신경안정제 먹던 걸 본 것 같은데. 여기 어딘가에 하나쯤은······.”


그는 분주하게 찬장을 뒤졌다.

약통들을 꺼내 확인하던 남자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어, 없어······.”


곰 같은 거한은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무슨 일이에요?”

“우리 진주가······.”


울먹이는 아버지 품에 안긴 진주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아이의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진주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펴 보았다.

아이는 펴진 손가락을 스스로 접지 못했다.

붉은 눈, 마비증상, 호흡곤란.

좀비 감염 초기 증상이다.


인과율의 법칙의 가혹함을 체감했다.

본래의 스토리라인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불가항력의 힘.

그걸 깨부수기에 난 아직 너무 약했다.


“알림창에 퀘스트 내용 떴죠?”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순 없지.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한다.


“어······. 어?”


입을 헤 벌린 마현웅은 완전히 넋이 나간 상태였다.


짝!


온 힘을 다해 그의 뺨을 때렸다.


“정신 놓고 있으면 구할 사람도 못 구해! 정신 차려요!”


그는 약간 정신이 돌아온 것 같았다.

엄청 세게 때렸는데 별 타격이 없어보였다.

때린 내 손바닥이 더 얼얼했다.


“알림창에 뭐라고 쓰여 있었어요?”


난 저릿저릿한 손가락을 털며 물었다.


“조, 좀비억제제를 먹어야 한댔어. 근데 마지막 재료가 너무 특이해서······.”


이대로 진주가 좀비로 변해버리면 마현웅은 이성을 잃고 폭주하게 된다.

그럼 여기 있는 어느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제한시간 얼마나 남았죠?”

“아까 5분 남았으니까 이제 몇 분 안 남았을 거야.”


몇 분 후면 진주는 아빠의 목을 물어뜯을 것이다.

이곳은 상가단지에서 동떨어진 해변의 별장.

가장 가까운 약국까지 차로 10분은 가야 한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이젠 방법이 없었다.

그때 < 대아시 >에서 마현웅이 수면유도제를 먹던 장면이 떠올랐다.


“아저씨, 수면유도제 같은 약 혹시 있어요?”

“응, 항상 가지고 다녀. 요새 잠이 잘 안 와서.”


마현웅은 레돌민이라고 적힌 약통을 건네주었다.

난 화면에 나타난 제작법대로 수면유도제와 콜라, 버터를 손으로 건드렸다.

세 개의 재료가 푸른색으로 빛나더니, 제작창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현재 최대 제작가능 수량은 3개입니다. ]

[ 제작하고 싶은 수량을 정해 주십시오. ]


난 제작 가능한 최대 개수를 지정했다.


[ 좀비 억제제를 3개 제작했습니다. ]

[ 매뉴얼에서 벗어난 재료가 포함되어 효과지속시간이 50% 단축됩니다. ]


세 개의 재료가 공중에서 한데 어우러지더니 곧 작은 약병 3개가 인벤토리에 추가되었다.

신경안정제가 없으면 수면유도제 약품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둘 다 좀비억제제 제작에 필요한 세로토닌 성분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세로토닌은 불안증세 완화에 작용하는 호르몬으로, 항우울제 등에도 자주 쓰인다.


“진주한테 먹여요. 맛이 독특하니까 뱉어내지 않도록 조심하고.”


난 완성된 좀비억제제를 인벤토리에서 꺼내 마현웅에게 건넸다.

그는 물약형태의 유리병을 진주 입에 흘려 넣어주었다.


“우으응, 이거 싫어. 맛없어.”

“진주야 이거 먹어야 돼. 제발······.”


마현웅은 고통스러워하는 딸의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며 애원했다.


“이거 먹으면 아픈 거 도망가?”

“응응, 그럼! 이거 먹으면 아픈 거 다 도망갈 거야. 아빠 믿지?”


생긴 건 조폭 같지만 이럴 땐 영락없는 딸바보다.

진주는 아빠를 한 번 보더니 눈을 질끈 감고 약을 마셨다.


“웁······!”


고사리 같은 손이 입을 막고 물약을 삼켰다.

잠시 후 진주는 안정을 되찾았다.

눈에서 빨간 핏줄이 가라앉고 마비 증상도 완화됐다.


“아빠······, 나 괜찮아진 거 같아. 이제 숨 안 막혀.”

“진주야!”


마현웅은 아이를 꽉 안아주었다.

그에게 남은 2개의 좀비 억제제를 주었다.


“진주 상태가 안 좋아지면 이걸 먹여요. 사흘은 버틸 수 있을 겁니다.”


어차피 내게는 필요 없다.

매뉴얼대로 만든 진짜 좀비 억제제가 아니면 손상된 신체는 복구되지 않는다.


“저기······.”


나가려 하는데 마현웅이 나를 불렀다.


“아까는 내가 너무 흥분해서 실례가 많았습니다. 이제 와서 이러긴 뭐하지만······, 고맙습니다!”


마현웅은 허리를 크게 굽히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전과 전혀 다른 반응에서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


“저 27살밖에 안 됐어요, 아저씨. 그냥 편하게 말씀하세요.”

“그, 그럴까? 아무튼 정말 고마워. 이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게.”


마현웅은 사람 좋은 얼굴로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내 멱살을 잡던 아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근데 진주가 거기 있던 건 어떻게 알았어? 아까 보니까 좀비들에 대해서도 잘 알던데······.”


난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내가 이 세계를 만든 작가라고 말하면, 그는 옆에 걸린 프라이팬으로 내 머리통을 내리칠 것이다.

결과적으로 진주가 좀비바이러스에 걸린 건 나 때문이니까.


“아까 혼자서 언덕 반대편을 걷다가 진주를 봤어요. 좀비들에 대해서는······, 좀비영화를 하도 많이 봐서 알게 됐고요.”

“정말?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나도 좀 봐둘걸 그랬어.”


난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잘 넘어가나 했는데 그가 또 한 번 묻기 시작했다.


“아까 보니까 무슨 게임처럼 화면을 누르던데. 그것도 영화 보고 알게 된 거야?”

“아, 그건······.”


드디어 올 게 왔군.

여기서 대답 잘못하면 그는 절대로 날 믿지 않을 것이다.

등줄기로 식은땀을 흘러내렸다.

그때 아래쪽에서 귀여운 목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감사합니다!”


진주가 날 올려다보며 활짝 웃었다.

아이가 괜찮아진 모습을 보자 나도 마음이 놓였다.


“앞으로는 아빠 곁에 잘 붙어있어야 해. 할 수 있지?”

“네!”


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나 아직 마현웅이 날 보고 있었다.


“아저씨, 아까 그건······.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우연히 눈앞에 나타난 알림창을 눌러봤는데 그런 기능들이 보이더라고요.”


마현웅이 진주를 끌어안고 나를 응시했다.

난 어떻게 대답할지 몰라 최대한 머리를 굴려보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 대단해. 난 그렇게 못 했을 거야. 진주가 위험해지면 아무 것도 안 보이거든.”


뜻밖에도 마현웅은 내 거짓말을 그대로 믿어주었다.


“그런 걸 어떻게 알게 됐든, 우리 진주를 구해준 사실은 변하지 않아. 다시 한 번 고마워.”


띠링!


[ 생존자 ‘마현웅’이 당신을 신뢰하기 시작합니다. ]

[ 그는 당신이 진주를 구해준 걸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 ]


마현웅의 표정에 남아있던 의구심이 점차 옅어졌다.

진주를 구할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난 마현웅에게 진주를 잘 살피라고 한 뒤 거실로 나갔다.

사원들은 현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패닉에 빠졌다.

자신에게 주어진 퀘스트를 수행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휴대폰으로 경찰과 소방서에 신고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에게 생존법을 가르쳐 주는 건 쉬운 일이지만, 아는 것이 많으면 괜한 의혹을 살 수 있다.

의심은 항상 믿음보다 먼저 행동하니까.

여기서는 적당히 겁을 주는 거면 족하다.


“모두 보셨겠지만 저건 진짜 좀비입니다. 살아남으려면 협력해야 해요.”

“저게 진짜 존재하는 것들이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사원들은 삿대질을 하며 반박했다.

공포에 휩싸이면 인간은 현실을 부정하기 마련이다.


“제 말이 틀렸다는 겁니까?”

“당연히 헛소리죠!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릴 하고 있습니까?”

“그럼 문은 왜 잠근 겁니까?”


문을 못 열게 단합하던 자들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덕분에 얘기하기 편한 분위기가 됐다.


“별장 안에서 잘 버티기만 하면 살 수 있습니다. 눈에 띄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은 미리 말해주세요. 2층 테라스에서 밀어드릴 테니까요.”


사원들 틈에 서 있는 유연성을 보았다.

그가 팔짱을 끼고 나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투명한 창문은 모두 판자나 방석으로 막아요. 조용히만 있으면 저들은 알아서 물러갈 겁니다.”

“안전? 식량은 어떡하고요? 여기 있는 사람만 해도 열댓 명이 넘습니다. 하루만 지나도 먹을 게 동날 겁니다.”


유연성은 즉시 반박했다.

내가 분위기를 주도하는 게 마음에 안 들겠지.

뭐든 본인중심으로 흘러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인간이니까.

잘 보이고 싶은 서예진 앞에서는 더더욱.


“연성씨 말이 맞아요! 여기서 얼마나 지내야 하는지도 모르잖습니까.”

“아까부터 우리한테 명령질이던데. 경호씨는 뭘 알고서 하는 말이에요?”

“어차피 다 같은 입장인데 너무 나대지 맙시다.”


뭘 알고서 하는 말이냐고? 다 같은 입장?

사원들 반응에 기가 차서 웃음이 새어나왔다.

이들은 또 내게 분노의 화살을 날리며 불안감을 해소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식량이 중요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이 불만덩어리 돼지들은 반나절만 굶겨도 꿀꿀거릴 테니까.


“차를 타고 시내로 가서 식량을 가져오겠습니다. 근데 아무래도······.”


뜸을 들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음 말이 무엇인지 눈치 챈 듯, 다들 눈을 피했다.


“저 혼자는 힘들 것 같네요. 한 분만 도와주시죠.”


사원들은 헛기침을 하며 딴청을 피웠다.

식상한 클리셰처럼 뻔한 반응에 실망감조차 생기지 않았다.


이런 놈들 데려가 봤자 짐만 된다.

내 말을 믿고 따라줄 사람이 필요했다.


마현웅이 일어나려하자 난 그에게 괜찮다며 손짓했다.

지금 그는 딸을 지켜줘야 했다.


“제가 갈게요.”


유일하게 손을 든 사람은 서예진이었다.


“예진씨, 밖은 너무 위험해요. 제가 지켜드릴 테니 여기서 함께 지내죠.”


유연성이 젠틀한 미소와 함께 손을 내밀었다.

서예진은 그의 손을 탁 쳐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바깥 상황이 저런데 혼자 보낼 순 없잖아요. 아니면 같이 가줄 사람 또 있나요?”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사원들은 숨소리도 내지 않고 허공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렸다.


“내 차를 빌려주지. 자갈밭을 지나면 주차장에 트럭이 있을 거야.”


마현웅이 주머니에서 차키를 꺼내 건넸다.


“연식은 꽤 됐지만 굴러가는 건 문제 없어. 나랑 무려 6년을 함께한 녀석이지.”


난 그가 준 키를 받았다.

귀여운 펭귄 인형이 열쇠고리에 걸려있었다.


“아저씨, 고마워여. 진주 이제 안 아파.”


아빠다리 뒤에 숨어있던 진주가 펄쩍 튀어나왔다.

아이가 싱글벙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같이 못 가서 미안해.”

“진주 두고 어딜 가시려고요.”

“혹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난 웃으며 마현웅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진주 지켜주세요. 아버지잖아요.”


마현웅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어깨가 가볍게 떨렸다.


띠링!


[ 주인공 마현웅, 진주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

[ 마현웅, 진주에 대한 이해도는 이미 최대치입니다. ]


호감도나 이해도 같은 설정은 넣은 적이 없는데?

혹시 [작가의 특권] 스킬에 포함된 요소인가?

그때 이어서 알림창이 더 나타났다.


띠링!


[ 이해도에 따라 기억의 서랍장 내용을 업데이트 했습니다. ]

[ 원작출력 스킬로 마현웅, 진주의 상황을 언제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원작출력]이 뭔지 아직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알림창의 내용은 이해가 갔다.

두 부녀에게 손을 흔들고 서예진과 문 앞에 섰다.


“아까와 같은 방법을 쓸 겁니다.”

“아까라면······.”

“미끼를 던지는 거죠.”


주방에서 가져온 신문지 안에 고기조각들이 들어있었다.


“녀석들은 눈앞의 먹잇감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걸 좌우로 던지면서 주차장까지 달릴 겁니다.”


문고리를 잡고 심호흡을 했다.

서예진도 나를 따라 가슴에 손을 얹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이 문을 열면 철회할 수 없어요.”


서예진에게 마지막 기회를 줬다.

사실 그녀로선 여기 남아있는 편이 훨씬 안전했다.

문 너머에서 간간히 그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중요한 순간에 꼭 그러시더라······. 저 거절 못하는 거 알면서.”

“강요한 적은 없습니다.”

“걱정해줘서 고맙네요······. 마음 약해지기 전에 빨리 여세요. 당장이라도 소파 밑에 숨고 싶으니까.”


내가 아는 서예진은 담력이 좋은 편이 결코 아니었다.

지금도 그녀는 겁먹은 토끼처럼 벌벌 떨고 있었다.


끼익.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좀비들이 이쪽을 주시했다.


구와악 그워어어!


마물의 수는 잠깐 사이 더 많아졌다.

눈앞에 보이는 것만 스무 마리가 넘었다.


“뛰어요!”


곧장 별장 뒤편으로 달려갔다.

고깃덩어리를 좌우로 던지며 좀비들을 교란시켰다.


그워어어어어!


구역질나는 괴성이 이명처럼 고막에 달라붙었다.

우린 최대한 빨리 달려 주차장에 다다랐다.


주차장 입구 근처에 파란 트럭 한 대가 서 있었다.

트럭 뒤편에서도 좀비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헉헉 경호씨, 저 다리에 쥐가 난 것 같아요······.”


그녀는 잔뜩 찡그린 얼굴로 쥐가 난 다리를 들어올렸다.

사실 나도 아까부터 다리가 잘 움직이지 않았다.

좀비바이러스와 공포심에 몸이 굳어갔다.


“거의 다 왔어요! 조금만 더!”


숨이 차고 다리가 무거웠지만 억지로라도 움직여야했다.

워커들의 울음소리가 점차 가까워졌다.


“꺄악!”


서예진은 발을 헛딛고 넘어졌다.


"아얏······.“


서예진은 발목을 쥐고 신음했다.

그녀를 안고 달리려 했으나 지금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그녀를 부축해 보았지만, 속도가 너무 느렸다.

좀비들의 신음소리가 점차 가까워졌다.

다급히 방법을 강구하던 그때, 무언가가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능력 개조!”


난 황급히 [능력 개조]창을 열었다.

화면에 내 상태창과 함께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 항목이 나열되었다.

난 그중에 [육체능력]을 골라 가지고 있던 모든 골드를 투자했다.

원작에서 묘사했던 것 그대로라 사용법은 어렵지 않았다.


[ 2500 골드를 사용하여 육체능력을 개조하였습니다. ]

[ 육체능력 Lv.3 -> Lv.8 ]


그러자 전신의 근육이 꿈틀대며 부풀었다.

내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힘이 흘러넘쳤다.


그워어어억!


점점 더 많은 워커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난 즉시 서예진을 안고 트럭을 향해 내달렸다.

팔과 다리 근육이 터질 듯 팽창했다.


“꽉 잡아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예진은 내 목에 팔을 걸고 꽉 안겼다.

남은 고깃덩어리들을 흩뿌리고 뛰었다.

급하게 육체능력을 올린 터라 변화한 체격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구워어억 궈어어어!


서예진에게 몰려오던 좀비들은 자기들끼리 부딪쳐 넘어지며 괴성을 질렀다.

트럭까지 남은 거리는 10m 남짓.

먹이를 놓쳐서 화가 난 마물들이 닿을 듯 말 듯 팔을 휘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 작성자
    Lv.45 끼이잉
    작성일
    21.09.30 22:00
    No. 1

    음 그르니까 1. 초반을 읽어보면 주인공 개입으로 진주를 빨리찾았음에도 긴박한 상황이면 원작에서는 주인공 개입없이는 진주는 죽었어야 맞는듯 2. 안죽고 감염만됐어도 이번화에 나오는 진주의 시간이 5분정도 남았는데 마진웅이 억제제 만들 수 없어보여요 그러므로 주인공 개입없이 원작에서 진주부녀가 이후 스토리에 나오는 약국안에 남자를 만나는 사건까지 진주가 살수 없을듯 보이네영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뭉작가
    작성일
    21.09.30 22:52
    No. 2

    < 대아시 > 원작에서는 보험판매사원들이 아니라 다양한 여행객들이 마현웅의 별장에 머물게 됩니다. 마현웅은 진주를 가까스로 물 속에서 구해내고, 신경안정제를 가지고 다니는 원작 속 숙박객 덕분에 좀비억제제를 제작해 진주가 좀비로 변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최경호 등 현실 인물들이 개입하면서 < 대아시 >원작과 달라진 부분들이 많은 점, 이해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끝으로, 작가인 저만큼이나 작품에 큰 사랑을 주시는 '끼이잉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45 끼이잉
    작성일
    21.10.01 06:42
    No. 3

    아하 설정이 잡혔었군영 설명 해주셔서 고마워요 ㅎㅎ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80 트러블썸
    작성일
    21.11.02 22:32
    No. 4

    올인이면 5400골드 아닌가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뭉작가
    작성일
    21.11.02 23:44
    No. 5

    죄송합니다. 수정과정에서 퀘스트 보상을 조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전 화와 이번 화의 보상내용을 1,500골드로, 이번화에서 후원받은 금액을 1,000골드로 조정하여 2,500골드로 수정했습니다.

    디테일한 부분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부터는 이런 부분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더욱 주의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1 블루엘.
    작성일
    21.11.05 13:08
    No. 6

    마현웅 : 처음보는 청년이 내 나이를 알고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 rl******..
    작성일
    21.11.14 21:06
    No. 7

    신경안정제+콜라+버터 지금 구입하러 갑니다..

    찬성: 2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뭉작가
    작성일
    21.11.15 01:01
    No. 8

    <주의> 따라하지 마시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28 호두식빵
    작성일
    21.11.19 22:14
    No. 9

    유재하가 멋대로 등장인물을 죽이는바람에 스토리가 엉망이되었다고 나오는데 주인공이 작가인데 등장인물이 멋데로가 말이되나요 작가인 본인이 그럏게 쓴거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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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1부] EP.11 이계의 왕( 3 ) 21.10.19 1,468 38 15쪽
31 [1부] EP.11 이계의 왕( 2 ) 21.10.18 1,508 35 15쪽
30 [1부] EP.11 이계의 왕( 1 ) 21.10.15 1,558 40 12쪽
29 [1부] EP.10 이계의 주인( 2 ) +1 21.10.14 1,583 38 13쪽
28 [1부] EP.10 이계의 주인( 1 ) +4 21.10.13 1,632 39 13쪽
27 [1부] EP.9 이계 러시 ( 6 ) +4 21.10.12 1,614 37 14쪽
26 [1부] EP.9 이계 러시 ( 5 ) +2 21.10.11 1,634 39 14쪽
25 [1부] EP.9 이계 러시 ( 4 ) 21.10.08 1,701 39 15쪽
24 [1부] EP.9 이계 러시 ( 3 ) +1 21.10.07 1,736 39 15쪽
23 [1부] EP.9 이계 러시 ( 2 ) 21.10.06 1,797 39 16쪽
22 [1부] EP.9 이계 러시 ( 1 ) +4 21.10.05 1,877 40 14쪽
21 [1부] EP.8 알프레드 히치콕, 새 ( 5 ) 21.10.04 1,844 41 13쪽
20 [1부] EP.8 알프레드 히치콕, 새 ( 4 ) +2 21.10.01 1,858 45 14쪽
19 [1부] EP.8 알프레드 히치콕, 새 ( 3 ) +8 21.09.30 1,917 49 15쪽
18 [1부] EP.8 알프레드 히치콕, 새 ( 2 ) +2 21.09.29 2,003 43 14쪽
17 [1부] EP.8 알프레드 히치콕, 새( 1 ) +2 21.09.28 2,174 45 14쪽
16 [1부] EP.7 살고 싶다면 나가 싸워라( 4 ) +4 21.09.27 2,306 49 13쪽
15 [1부] EP.7 살고 싶다면 나가 싸워라( 3 ) +5 21.09.24 2,345 49 14쪽
14 [1부] EP.7 살고 싶다면 나가 싸워라( 2 ) +4 21.09.23 2,448 51 14쪽
13 [1부] EP.7 살고 싶다면 나가 싸워라( 1 ) +4 21.09.22 2,545 57 14쪽
12 [1부] EP.6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 +4 21.09.21 2,658 57 13쪽
11 [1부] EP.5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5 21.09.20 2,744 58 14쪽
10 [1부] EP.4 돼지와 몽둥이( 2 ) +3 21.09.17 2,805 59 13쪽
9 [1부] EP.4 돼지와 몽둥이( 1 ) +6 21.09.16 2,935 66 13쪽
8 [1부] EP.3 최상위 포식자를 향한 첫걸음( 3 ) 21.09.15 3,000 66 13쪽
7 [1부] EP.3 최상위 포식자를 향한 첫걸음( 2 ) +2 21.09.14 3,125 65 15쪽
6 [1부] EP.3 최상위 포식자를 향한 첫걸음( 1 ) +6 21.09.13 3,475 73 16쪽
» [1부] EP.2 좀비 억제제를 조제하라( 2 ) +9 21.09.10 3,834 71 17쪽
4 [1부] EP.2 좀비 억제제를 조제하라( 1 ) +5 21.09.09 4,145 78 14쪽
3 [1부] EP.1 생존자 튜토리얼( 2 ) +9 21.09.08 5,168 8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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