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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이야기

아포칼립스의 마물 포식자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뭉작가
작품등록일 :
2021.09.05 21:10
최근연재일 :
2022.01.15 01:48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124,093
추천수 :
2,633
글자수 :
582,071

작성
21.09.08 23:30
조회
5,167
추천
80
글자
19쪽

[1부] EP.1 생존자 튜토리얼( 2 )

DUMMY

[1부] EP.1 생존자 튜토리얼( 2 )


# 마물 상식 #


* 좀비(Zombie)


되살아난 시체.

모든 마물 중 가장 많은 개체수를 자랑한다.

기본형인 워커(Walker)부터 거미좀비, 오크좀비 등 다양한 종류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시력이 매우 나쁘지만, 대신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들을 보면 숨을 참고 숨어라.

발각되면 수백 마리의 좀비들의 당신을 물어뜯을 것이다.


------------------------- < 대 아포칼립스 시대 마물 사전 > 좀비(Zombie)에서 발췌


***


"어······, 어?"

"흐어, 어어어억!"


일순간에 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비명과 절규, 술이 깨면서 하얗게 질린 얼굴들.


몸에서 떨어져나간 백팀장의 머리를 보자 이젠 확신이 섰다.

< 대아시 >는 현실이 되었다.

게이트, 마물, 죽음.

부정하고 싶었지만, 너무나 명료한 사실이 눈앞에 있었다.


띠링!


[ 전용스킬 < 작가의 특권 >이 발동됩니다! ]

[ 작가의 특권 : ‘원작 출력’을 활성화합니다! ]


[ 장작패기를 마치고 돌아온 거한은 괴물들을 보자마자 딸의 이름을 불렀다. “지, 진주야······. 진주야!” 그는 딸을 찾아 내달렸다. 관리자숙소에 있어야할 아이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


익숙한 문장들이 나열되었다.

동시에 혼란스러워하는 사원들 틈으로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창밖의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도끼를 든 남자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별장을 쳐다보았다.


“저 남자는 설마······.”


< 대 아포칼립스 시대 >의 초반부 주인공 중 한 명인 마현웅.

덥수룩한 턱수염의 위협적 인상을 가진 거한(巨漢).

원작에서 묘사한 모습과 너무나 똑같았다.


마현웅은 사색이 되어 반대편으로 뛰어갔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가 좀비를 보고 도망친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가 다급한 이유를 알고 있었다.


[ 마현웅은 사색이 되어 딸이 좋아하던 바닷가를 미친 듯이 헤맸다. 모래에 발이 푹푹 빠져 비틀거리면서도 그는 달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


이 문장의 결말을 나는 알고 있다.

멀어지는 마현웅의 뒷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서둘러 구하러 가도 그의 딸 진주는 결국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마현웅은 정신 나간 사람처럼 좀비억제제를 구하러 다니지만, 결국 좀비가 된 딸을 품에 안고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그의 에피소드에 내가 관여할 부분은 없었다.

어차피 내가 도와줘도 [인과율의 법칙]에 따라 같은 결말을 맞이할 것이었다.


“그렇다고 그냥 둘 순 없지.”


이 에피소드의 뒷부분을 떠올리자마자 즉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 대아시 >에서 마현웅은 감염당한 진주를 지키기 위해 앞뒤 안 가리고 별장을 빠져나가려 한다.

그 때문에 좀비들이 안으로 진입했고, 결국 숙박객 모두가 몰살당한다.

원작대로 스토리가 흘러간다면 우리 모두 죽고 말 것이다.


난 눈을 질끈 감고 백팀장의 잘린 머리를 주워서 깨진 창문 밖으로 던졌다.


"윽······!"


질척하고 불쾌한 감촉이 손바닥을 통해 전해졌다.

좀비들이 떼굴떼굴 굴러가는 고깃덩어리를 따라갔다.


“예진씨, 방석 가져와요!”


서예진은 소파에서 방석을 꺼내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질 뻔 했다.

난 그녀가 갖다 준 커다란 방석으로 창문을 막아버렸다.


“끄흐흑.”

“이거 뭐야······. 회사에서 보낸 사람들 아니었어?”


사원들이 패닉을 일으켰다.

당연한 반응이다.

보통 죽은 사람을 직접 접할 기회는 없을 테니까.

목이 찢겨나간 시체라면 더더욱.


“으아······! 읍, 읍읍!”


나는 비명을 지르려는 김신우의 입을 틀어막았다.


“저 시체처럼 되고 싶지 않으면 입 닥치고 있어.”

“흐으읍······.”


김신우가 신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숨을 훅 내쉬게 한 다음 풀어주었다.


“좀비들은 소리에 민감합니다. 다들 찍소리도 하지 말아요.”


사원들은 꼭두각시 인형이 된 것 마냥 고개를 끄덕였다.

공포에 지배당한 인간은 어느 누구에게든 의존하게 되어있다.

그게 한물 간 전(前)보험왕이라도 말이다.


“방석이나 합판을 있는 대로 모아서 창문을 막아야 합니다.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은 빨리 도와요!”


사원들은 즉시 내 말대로 움직였다.

내부 상황을 지켜본 뒤 서예진에게 조용히 부탁했다.


“우리가 안 보이면 놈들도 당분간 조용해질 거예요. 제가 올 때까지만 잘 버텨주세요.”

“혼자선 못해요. 같이 있어주세요······.”


서예진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내 손을 잡았다.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이렇게 해야 모두가 살 수 있습니다. 날 믿어줘요.”

“꼭······, 돌아오셔야 해요.”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빼내며 미소 지었다.

나도 미칠 것 같이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지금은 움직여야 할 때였다.


“후우.”


난 깊게 심호흡을 한 뒤 천천히 문을 열었다.


끼이익.


좀비들은 모래밭에 묻힌 백팀장 머리통을 두고 다투는 중이었다.

천천히 발을 떼고 별장을 빠져나갔다.

그때 뒤에서 소름끼치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궈어억.


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등을 타고 식은땀이 주륵 흘러내렸다.


불과 1m도 안 되는 거리에서 수상안전 티셔츠를 입은 좀비가 백팀장의 목 없는 시체를 뜯어먹고 있었다.


갸읏?


고기를 뜯던 놈과 눈이 마주쳤다.

희끄무레한 막으로 덮인 핏빛 안구가 경련을 일으켰다.


모든 좀비가 백팀장 머리통을 쫒아갈 거라 생각한 게 실수였다.

안전요원 좀비는 별장 앞에 남아 목 없는 시체를 물어뜯었다.


그르륵, 거얽.


좀비는 흘러내릴 듯한 안구로 나를 응시했다.

희끄무레한 눈동자가 감았다 떴다를 반복했다.

난 엉거주춤 선 자세 그대로 굳었다.


< 대아시 >의 좀비는 기본적으로 시력이 아주 나쁘다.

체내에 침투한 좀비바이러스가 시신경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눈을 덮은 얇은 점막 때문에 세상 모든 게 뿌옇게 보일 것이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놈은 날 나무나 바위쯤으로 생각할 것이다.


크르륵, 콰직!


좀비는 다시 백팀장 시체를 먹기 시작했다.

역시나 나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


문제는 소리였다.

좀비는 시각이 퇴화된 만큼 귀가 아주 예민하다.

난 발끝으로 살금살금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다행히 놈의 우적거리는 끔찍한 소음이 모래밭을 걷는 내 발소리를 덮어주었다.


꼴 보기 싫던 인간인데 이럴 땐 도움이 되는군.

난 백팀장에게 정신이 팔린 좀비에게서 충분히 멀어진 뒤 마현웅을 찾아 달려갔다.

그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진주야! 진주야!”


다급한 목소리가 별장 반대편 언덕 너머에서 들려왔다.

마현웅은 딸의 이름을 부르며 언덕을 내려가 바닷가로 향하고 있었다.

난 죽을힘을 다해 달려가 그를 붙잡았다.


“당신 뭐야!”


마현웅은 반사적으로 내 어깨를 밀쳤다.


“억······.”


띠링!


[ 주인공 ‘마현웅’과 최초로 조우했습니다. ]

[ 마현웅으로부터 공격을 받았습니다. ]


알림창이 나타나면서 무언가 발동되었다.


[ 전용스킬 < 작가의 특권 >이 발동됩니다. ]

[ 작가의 특권 : ‘기억의 서랍장’을 활성화합니다. ]


[ 생존자 ‘마현웅’의 인물 정보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 ]

[ 원작의 등장인물입니다. 마현웅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합니다. ]


[이해도]라는 스탯은 만든 적은 없는데······. 작가의 특권 스킬에서 파생된 건가?

곧 알림창에 마현웅에 대한 정보가 나열되었다.


[ 기억의 서랍장 ]


성명 : 마현웅

나이 : 38세

개인 특성 : 없음( 아직 튜토리얼을 완료하지 않았습니다. )

고유 능력 : [육체능력 Lv.9], [제작능력 Lv.1], [요리능력 Lv.2], [도끼 LV.1], [둔기 Lv.1]

특수 스킬 : [뚝배기 브레이커(Tukbaeki Breaker) Lv.1], [불굴 Lv.1], [철괘(鐵枴) Lv.1]

인물 요약 : 야수 같은 외모와 거친 행동거지. 그러나 딸 진주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는 아버지다. 진주가 위험에 빠지면 앞뒤 재지 않고 달려든다.


[능력개조]를 사용하지 않은 인간의 한계가 [Lv.10]인 것을 감안했을 때, 그의 육체능력은 가히 최고 수준이었다.


원작에서 마현웅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탱커 타입이었다.

비교적 초반에 사망하는 등장인물이지만, 잠재 능력만큼은 < 대아시 > 3대 탱커라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이건······, 상태창?”


< 대아시 >에 상대방의 능력을 볼 수 있는 스킬은 없다.

[독심술(Mind Reading)]이란 스킬이 그나마 비슷하지만, 심박수 측정을 통해 상대방의 거짓말을 간파하는데 그치는 수준이다.


[기억의 서랍장]은 상태창과 인물 요약까지 볼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사기스킬이었다.


“당신 뭐냐고 물었잖아! 내 말 안 들려?”


알림창에 정신이 팔려 의도치 않게 마현웅을 무시해버렸다.

난 그를 올려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따님 찾고 있죠?”


난 그와 거리를 두고 물었다

진주가 위험에 처했을 때의 마현웅은 굶주린 곰만큼이나 위험한 상대다.

< 대아시 >에서 진주가 좀비들에게 쫓기고 있을 때,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가는 마현웅을 말린 남자가 있었다.

눈이 돌아버린 마현웅은 남자를 발로 차버렸고, 남자는 그 한 방에 갈비뼈가 부러져버렸다.


덥석!


마현웅이 한 손으로 내 멱살을 잡았다.

다 큰 성인남자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꼴이 말이 아니었다.


“진주 어디 있어······.”


단지 손으로 쥐었을 뿐인데 숨이 턱 막혔다.

엄청난 악력에 옷이 찢어질 것 같았다.


“우리 애 어딨냐고 이 새끼야!”


마현웅이 갈라진 목소리로 포효했다.

그가 내뿜는 아우라 만으로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커컥······, 어디 있는지 아니까 이것 좀 놔봐요!”

“어디 있는지 안다고?”


마현웅은 손에서 힘을 풀었다.

바닥에 풀썩 쓰러져 켁켁 기침을 했다.

그는 서둘러 나를 일으켜 세웠다.


“우리 애 어디서 봤어? 빨리 말해!”

“이, 이쪽으로 따라와요!”


도망치듯 그에게서 떨어져 앞장섰다.


“우리 애 봤다는 거 정말이겠지.”


그는 달리면서도 계속 물었다.

통나무 같은 팔과 괴수 같은 눈을 보며 생각했다.

이 남자 앞에서 누가 거짓말을 할 수 있을까?


얼마 달리지 않아 구석진 해변에서 진주를 발견했다.

6살짜리 여자아이가 허리까지 물이 찬 곳에서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꾸워어얽······.


반대편에서 좀비 한 마리가 물살을 가르며 아이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대아시>에서는 지금보다 늦게 진주를 발견하는 바람에 이미 좀비에게 등을 할퀴어진 다음이었다.

다행히 현재 마물은 아직 멀리 있었다.


“나한테 작전이 있어요. 일단 내가 주의를 끌면 아저씨가······.”


첨벙!


마현웅은 이미 물속으로 뛰어든 뒤였다.

진주가 위험해지면 앞뒤 안 가리는 게 원작과 판박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저럴 거 생각하니 머리가 아프군······.


“진주야!”


마현웅은 진주를 향해 미친 듯이 뛰어갔다.

나는 서둘러 물 표면을 첨벙첨벙 때리며 좀비의 주의를 끌었다.


“어이! 여기다 멍청아!"


좀비는 자연스럽게 큰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녀석은 둔한 움직임으로 허우적대며 다가왔다.


“역시 워커는 가까이만 가지 않으면 돼.”


보통의 좀비는 움직임이 느리다.

이들은 워커(Walker)라 불리는데 거리만 벌리면 위험할 게 없다.


침착하게 녀석을 반대쪽으로 유인했다.

진주가 감염되지 않으면, 다음 에피소드에서 마현웅이 폭주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띠링!


[ 메인퀘스트의 제한시간이 5분 남았습니다 ]


튜토리얼 퀘스트의 제한시간도 거의 끝나갔다.


“이대로 기행종(奇行種)만 나타나지 않으면 무난히 클리어 할 텐데.”


기행종(奇行種)은 느릿느릿한 워커를 제외한 좀비들의 총칭이다.

워커와 달리 그들은 빠르게 달리거나, 무지막지한 근력을 자랑하거나, 병장기를 다루는 등 상전범위를 뛰어넘는 능력을 발휘한다.


띠링!


[ 인과율의 법칙에 어긋나는 스토리라인이 발견되었습니다. ]

[ 시나리오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


곧 이어 불길한 전화벨 소리가 뇌를 직접 자극했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 아, 아. 들리시나요 작가님? 평소에 전화를 잘 안 받으시는 것 같군요. ]


그레고리의 목소리가 들리자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

그가 전화를 걸어온 뒤부터 모든 게 이상하게 흘러갔다.


“당신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전 작가님이 원하는 대로 연재를 진행하는 겁니다. ]


연재 제의를 했을 때와 달리, 그의 말투에서 친절함이 빠져나갔다.

그리고 냉소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 등장인물을 구하기 위해 별장에서 나가셨더군요. 꼭꼭 숨어있기만 해도 쉽게 클리어가 가능하셨을 텐데 말이죠. 그 선택을 비난하는 건 아니지만······. ]


그레고리는 불만 있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안타까워했다.


[ 인과율의 법칙 심사결과, 경로 재탐색 불가 처분을 받았습니다. 신들······, 아니 멸망찬성파 독좌님들도 작가님의 원작파괴에 불만이 많더군요. 그들은 < 대아시 >의 꿈도 희망도 없는 암울함을 선호하거든요. ]


“뭐? 그게 무슨······”


[ 저도 이러고 싶진 않지만, 악플이 352개나 달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조치를 취했습니다. 죄송합니다. ]


뚝.


그레고리는 자기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곧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


[ 순탄한 스토리 전개에 일부 독좌들이 불만을 표했습니다! ]

[ 독좌들의 꼬투리가 발동됩니다! ]


튜토리얼부터 [독꼬]가 발동된다고?


“이런 미친!”


난 서둘러 뭍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열심히 물살을 갈랐다.

그러나 알림창은 나보다 훨씬 빠르게 비극을 알렸다.


띠링!


[ 총 352개의 악플이 달려서 퀘스트 난이도가 3단계 격상됩니다. ]

[ 난이도 조정은 등장인물 ‘최경호’에게만 해당됩니다. ]


* Qst


< 1부. 좀비 : 생존자 >


분류 : 튜토리얼

난이도 : F급 -> C급 [ 3단계 UP! ]

승리 조건 : 제한 시간이 경과할 때까지 살아남아라.

제한시간 : 4분

보상 : 500골드 -> 3,200골드


* Qst


퀘스트의 난이도는 현재 내 육체능력과 스킬 개수 등을 고려하여, 얼마나 달성하기 어려운지를 나타낸다.

F~E등급은 돌발행동만 안 하면 클리어 가능, D등급은 약간의 기지를 발휘해야 클리어 가능한 수준이다.

그러나 C등급부터는, 상황에 맞는 적절한 무기나 스킬이 있어야 클리어가 가능하다.

아무 스킬도, 무기도 없는 내게 C등급 퀘스트는 죽으라는 것과 같았다.


그워억! 그워어어어어!


사방에서 마물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한 마리였던 좀비가 순식간에 스무 마리로 늘어났다.

물속에서도 썩은 머리통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젠장, 이럴 때 기행종이라니······.”


유독 눈에 띄는 두 마리의 좀비가 크롤 영법을 구사하며 다가왔다.

물살을 헤칠 때마다 팔뚝의 썩은 살점이 떨어져나갔다.


갑자기 파도가 철썩이더니 수위가 허리 높이까지 올라왔다.

지금 상태로 기행종 두 마리를 따돌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준족(俊足)이나 수상비(水上飛)만 있어도 어떻게든 빠져나갈 텐데.”


둘 모두 오랜 운동경력을 가진 생존자들이 익히는 스킬이다.

회사, 집만 주구장창 반복하는 내게 경공(輕功)류 스킬이 있을 리 없었다.


그와아악!


먹이를 발견한 물범처럼 두 기행종은 단시간에 거리를 좁혔다.

바닥을 차며 앞으로 나아가려해도 넘실대는 파도가 움직임을 방해했다.


[ 인과율의 법칙이 계속해서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

[ 본래의 스토리로 돌아가기 위해 파도의 높이를 상승시킵니다. ]


철썩!


갑자기 엄청나게 큰 파도가 몰아닥치며 움직임을 방해했다.

아직 내 힘으로는 [인과율의 법칙]을 거스를 수 없었다.


“괜히 나서지 말고 숨어있었어야 했나······.”


후회하고 있는 그때 첨벙 소리와 함께 무언가 날아왔다.

장작을 팰 때 쓰는 도끼였다.

난 빠르게 손을 뻗어 가라앉고 있는 도끼를 건져 올렸다.


“죽으면 내 손에 뒤질 줄 알아!”


순간, 귀를 파고드는 마현웅의 외침에 정신이 들었다.

그는 몰려오는 좀비들을 발로 차며 막고 있었다.

진주가 아버지 품에 폭 안겨있었다.


“끄읏······!”


도끼는 기본적인 원시무기지만 현재 근력으로는 휘두르는 것도 버거웠다.


그워억!


하지만 놈들이 바로 뒤까지 와 있어서 불평할 시간이 없었다.

난 신음하며 도끼를 크게 휘둘렀다.


“끄응!”


어깨와 팔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콰직!


무거운 도끼날이 기행종의 대가리를 박살냈다.

진득한 핏물이 바다를 붉게 물들였다.


“다른 놈은 어디 갔지?”


남은 기행종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주변에선 십여 마리의 워커들이 둥글게 포위망을 좁혀왔다.

난 도끼를 꽉 쥐고 워커들을 경계하며 뭍을 향해 발을 움직였다.


그때 무언가가 발을 잡아당겼다.


“으앗!”


나는 속절없이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따끔한 바닷물이 눈, 코, 입으로 들어왔다.

좀비의 피가 섞였는지 바닷물에서 역겨운 소금 맛이 났다.


무언가가 내 발목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젠장, 남아있던 그 기행종인가?


난 눈도 뜨지 못하고 허우적댔다.

물속이라 도끼를 휘두를 수 없었다.

날 잡고 있는 손이 점점 물속으로 날 끌어당겼다.


“적당히 해, 이 새끼야!”


다행히 근력강화형 기행종이 아니라 힘은 세지 않았다.

난 도끼로 발목을 잡고 있는 좀비를 힘껏 짓이겼다.


끄롸라악!


곧 놈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난 발을 높이 들고 물살을 헤쳐 간신히 놈들에게서 벗어났다.

마현웅이 내 쪽으로 오는 좀비들을 뻥뻥 차며 시간을 벌고 있었다.


“뛰어요!”


우린 별장을 향해 뛰었다.

그는 딸 진주를 품에 안고도 나보다 빨랐다.


언덕을 넘어가자 별장이 가까워졌다.

별장 앞의 한 마리는 여전히 백팀장의 목 없는 시체를 뜯고 있었다.

마물의 티셔츠 뒤에 적힌 '수상안전' 글자가 눈에 박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간이었는데······."


도끼를 휘두르려다가 멈칫 하고 말았다.

좀비로 변하기 전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뭐해, 멍청아! 죽고 싶어?”


마현웅이 뒤에서 쫒아오는 좀비 한 마리를 밀치며 소리쳤다.


"젠장!"


눈을 질끈 감고 도끼를 휘둘렀다.

순간 멈칫했다는 사실에 소름이 끼쳤다.

< 대아시 >에서 잠깐의 망설임은 자살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마현웅의 일갈이 없었다면 죽었을 것이다.


그얽······.


안전요원 좀비는 대가리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서둘러 문을 잡아당겼다.


덜컹덜컹!


문이 잠겨있었다.


“접니다! 열어줘요!”


별장 내부에서 열어줘야 한다, 안 된다 외치는 사원들 목소리가 들렸다.

서예진의 목소리 외에는 모두 열지 말라는 측이었다.

뒷문 쪽은 좀비가 너무 많아서 접근이 불가능했다.


덜컹덜컹! 덜컹덜컹!


“빨리 열어요!”


좀비들과의 거리가 점차 가까워졌다.

그때 문 안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말했다.


“서예진씨, 여기 사람들을 생각하세요. 저 문 열면 우리 다 죽습니다.”


아니 저 새끼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 작성자
    Lv.40 난..
    작성일
    21.09.29 08:13
    No. 1

    나쁘다 않다 이건 무슨 말인가요?

    찬성: 2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뭉작가
    작성일
    21.09.29 09:31
    No. 2

    수정 과정에서 [나쁘다 + 좋지 않다 = 나쁘지 않다] 가 되어버렸네요....
    오타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1 다위
    작성일
    21.10.21 16:09
    No. 3

    진짜 독자모으기에 좋은 시작들은 아닌듯... 소재 재밌어보이는데 아쉬워요 진짜로 ㅠ
    첨부터 쭉 답답한것만 나오는걸 참고 보는건.... 좀 ㅠㅜ
    예전에 한번 나왔던 소설같은데 초반 고구마들 전혀 안변했네요 ㅠ

    찬성: 3 | 반대: 1

  • 답글
    작성자
    Lv.18 뭉작가
    작성일
    21.10.24 20:45
    No. 4

    다위님,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ㅠㅠ 연재를 하면서 더 흥미있는 도입부를 위해 고민하고 있는데 쉽지가 않네요ㅎㅎ
    꾸준히 재밌어해주시는 분들을 위해, 그리고 제가 끝까지 달릴 수 있게 더 발전된 오프닝 보여드리겠습니다.
    소중한 댓글 남겨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 rl******..
    작성일
    21.10.24 18:00
    No. 5

    아니 저 세끼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찬성: 2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뭉작가
    작성일
    21.10.24 20:45
    No. 6

    마음에 들어하셔서 뿌듯하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열파참
    작성일
    21.10.27 03:33
    No. 7

    독꼬... 말 줄인다고 다 좋은건 아니에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18 n3******..
    작성일
    21.12.03 00:23
    No. 8

    좀비피 먹은거같은데 감염안되나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8 마사우라
    작성일
    22.01.15 03:27
    No. 9

    오우 못따라가겠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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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마물 포식자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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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1부] EP.11 이계의 왕( 3 ) 21.10.19 1,467 38 15쪽
31 [1부] EP.11 이계의 왕( 2 ) 21.10.18 1,508 35 15쪽
30 [1부] EP.11 이계의 왕( 1 ) 21.10.15 1,557 40 12쪽
29 [1부] EP.10 이계의 주인( 2 ) +1 21.10.14 1,582 38 13쪽
28 [1부] EP.10 이계의 주인( 1 ) +4 21.10.13 1,632 39 13쪽
27 [1부] EP.9 이계 러시 ( 6 ) +4 21.10.12 1,614 37 14쪽
26 [1부] EP.9 이계 러시 ( 5 ) +2 21.10.11 1,633 39 14쪽
25 [1부] EP.9 이계 러시 ( 4 ) 21.10.08 1,700 39 15쪽
24 [1부] EP.9 이계 러시 ( 3 ) +1 21.10.07 1,735 39 15쪽
23 [1부] EP.9 이계 러시 ( 2 ) 21.10.06 1,796 39 16쪽
22 [1부] EP.9 이계 러시 ( 1 ) +4 21.10.05 1,876 40 14쪽
21 [1부] EP.8 알프레드 히치콕, 새 ( 5 ) 21.10.04 1,843 41 13쪽
20 [1부] EP.8 알프레드 히치콕, 새 ( 4 ) +2 21.10.01 1,858 45 14쪽
19 [1부] EP.8 알프레드 히치콕, 새 ( 3 ) +8 21.09.30 1,917 49 15쪽
18 [1부] EP.8 알프레드 히치콕, 새 ( 2 ) +2 21.09.29 2,002 43 14쪽
17 [1부] EP.8 알프레드 히치콕, 새( 1 ) +2 21.09.28 2,173 45 14쪽
16 [1부] EP.7 살고 싶다면 나가 싸워라( 4 ) +4 21.09.27 2,305 49 13쪽
15 [1부] EP.7 살고 싶다면 나가 싸워라( 3 ) +5 21.09.24 2,344 49 14쪽
14 [1부] EP.7 살고 싶다면 나가 싸워라( 2 ) +4 21.09.23 2,448 51 14쪽
13 [1부] EP.7 살고 싶다면 나가 싸워라( 1 ) +4 21.09.22 2,544 57 14쪽
12 [1부] EP.6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 +4 21.09.21 2,657 57 13쪽
11 [1부] EP.5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5 21.09.20 2,744 58 14쪽
10 [1부] EP.4 돼지와 몽둥이( 2 ) +3 21.09.17 2,804 59 13쪽
9 [1부] EP.4 돼지와 몽둥이( 1 ) +6 21.09.16 2,935 66 13쪽
8 [1부] EP.3 최상위 포식자를 향한 첫걸음( 3 ) 21.09.15 2,999 66 13쪽
7 [1부] EP.3 최상위 포식자를 향한 첫걸음( 2 ) +2 21.09.14 3,125 65 15쪽
6 [1부] EP.3 최상위 포식자를 향한 첫걸음( 1 ) +6 21.09.13 3,475 73 16쪽
5 [1부] EP.2 좀비 억제제를 조제하라( 2 ) +9 21.09.10 3,833 71 17쪽
4 [1부] EP.2 좀비 억제제를 조제하라( 1 ) +5 21.09.09 4,144 78 14쪽
» [1부] EP.1 생존자 튜토리얼( 2 ) +9 21.09.08 5,168 8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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