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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뉴야 님의 서재입니다.

여주가 XX를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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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뉴야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0
최근연재일 :
2022.07.0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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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3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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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 거짓과 함께 춤을

DUMMY

"나 기억해?”


태연스런 물음에 소년은 고통에 찬 신음을 억누르며 룬을 노려보더니, 이내 룬의 얼굴을 알아본 소년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룬은 정말로 잘 되었다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


"기억하구나, 다행이네."


룬의 발이 소년의 복부를 향해 틀어박힌다.


펑.


고무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입학처에 모인 다른 학생들은 한참을 날아가 벽에 처박힌 채 꿈틀거리는 소년을 경약에 찬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룬에게 아무런 명분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눈앞에 있는 소년에게는 죄가 있었다. 눈앞의 소년을 괴롭히고 희롱한 것보다도, 좀 더 룬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끼친.


아마도 일리야를 향해 딸을 팔아먹는 창부의 집안이라고 했던가. 그는 바로 갈파고스에서 룬에 대한 안좋은 소문을 퍼트리던 장본인이었다.


‘뭐 그건 어찌 되도 좋지만 말이야.’


그리고 그 사실을 떠나 룬에게는 다른 적당한 상대가 필요했다.


방금 룬이 귀를 자르고 걷어찬 소년은 왕세자 세력의 일원으로, 이번에 가문에서 큰 돈을 벌게되어 그 돈을 왕가에 기부함으로서 입학증을 얻어내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저 룬에게서 공포를 느끼고 있었지만, 정치감각이 뛰어난 일부 학생들은 본능적으로 방금 룬의 행동에서 의미를 찾기 시작했다.


'일리야의 룬이 왕세자의 말단을 친다? 이건...'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세력의 일원, 그것도 세력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는 일원을 쳐내었다.


도전이다.


그리고 도전 이후에 남는 것은 승자와 패자다. 이곳에 있는 학생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말로는 평등하다고 하는 이 아카데미에는, 여전히 신분 사회의 잔향이 남아있었고, 그보다도 더 실력에 의한 또 하나의 신분이 주어진다.


룬은 자신을 쳐다보는 학생들의 시선에 아랑곳않고 쓰러진 소년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괜찮니?"


쓰러진 소년은 멍하니 룬을 바라보다가 이내 소년의 얼굴에 기이한 열망이 깃들기 시작했다.


"...오랜만이네요 룬님, 저는 디그다의 엔비라고 합니다."


디그다 가문은 발헤임가에 오랫동안 충성한 가문으로, 룬 소년을 모르진 않았다.


"언젠가 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억눌린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 엔비는 곧바로 발걸음을 돌려 입학처를 빠져나갔다.


룬은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거슬리는 짓이라도 했나?'


마치 적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 위험에서 구해준 이를 바라볼 만한 눈빛은 아니었다.


"이상한 친구네."


룬의 중얼거림에 어느새 룬의 옆으로 다가온 조로가 룬을 향해 말했다.


"너는 정말로 남자 마음을 모르는 구나."


“뭐가?”


조로는 룬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뒤돌아가는 엔비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저 아이는 좀 이상하긴 하네."


룬 또한 엔비라는 소년에게서 느껴지는 기묘한 적의에 기시감을 느끼고 있었다.


"보통 구해주면 저렇게 화를 내나?”


"보통은 감사하겠지."


그렇게 말하며 조로는 갑자기 룬을 향해 휙 고개를 돌렸다.


"근데 그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너 정말 왕세자에게 맞설 셈이야?'


"아직은 아냐. 그래도 이 정도로 일을 벌려두면, 어느쪽이든 내게 접촉을 시도하겠지."


그러자 조로가 질린듯한 얼굴로 룬을 바라보았다.


"겨우 그 이유때문에 애를 반병신을 만든거야? 니가 팬 애 최소한 반년은 쉬어야겠던데."\


"개는 맞을만한 이유가 있었어."


"뭐 어떻게 되든 재미는 있겠네."


그렇게 말한 조로는 자신과 룬에게 쏠린 이목을 흥미로운 눈으로 돌아보았다.


"그래? 귀찮아 보이는 걸."


"당사자가 그런 말을 하는것도 우습다고 생각하지 않아?"


"사고, 사고라. 그래, 사고라고 하지 뭐."


룬은 그렇게 말하며 조로를 향해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조로는 순식간에 지나간 룬의 눈동자가 황금빛으로 변하는 것을 보았지만, 워낙 찰나의 순간이라 확신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내 조로의 머릿속에는 있을지도 모르는 찰나의 순간이 계속해서 상기되기 시작했다.


빛나던 눈동자에 어우러진 자신감 넘치는 표정은 소녀의 것이라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감이 있다. 저 표정이 얼마나 많은 남자의 자유를 박탈시켰을까.


조로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


"넌 너무 위험해 룬"


그 의미를 다르게 해석한 듯, 룬은 조로를 향해 픽 웃어준 후 그대로 출구를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어디 가는거야?"


"친구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서.”


입구에서 룬을 기다리고 있는 렌스와 나스챠의 기척이 느껴졌다.


본래 간단히 입학 절차만을 밟고 나왔어야 했지만, 생각보다 오래 시간을 잡아먹었다.


조로가 떠나려는 룬을 향해 말했다.


"한번씩 검술학부에도 견학하러 와. 나는 가르치는데도 재능이 있거든."


룬이 의문스러운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조로가 예상한 듯 말을 이어나갔다.


"그게 너 같은 비기너들이 가장 많이하는 착각이야. 마스터의 검술과 그 이전의 검술은 전혀 다르고, 이 차이를 깨닫는 데는 훌륭한 스승만큼 좋은게 없지."


조로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가슴을 탕탕 두드렸다. 그리고 다시 입학시험장으로 향하며 룬을 향해 소리쳤다.


"검술학부에서 아무나 대고 나를 찾아. 그럼 누가 됐든 안내해줄거야!"


룬은 피식 웃고는 발걸음을 돌려 렌스와 나스챠를 향해 다가갔다. 렌스와 나스챠는 룬을 보자마자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소식은 대충 들었어. 너도 참 대단하구나."


"첫날부터 사고를 치시다니, 저는 뭐라고 보고를 드려야..."


"그래도 상황 자체는 나쁘진 않아. 이미 왕세자 쪽에서는 사람이 붙었어. 발헤임 쪽은 어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아. 솔직히 의외야."


룬은 렌스가 건네주는 음료로 입을 축이고는 말을 이어갔다.


"발헤임 쪽에서 먼저 사람이 붙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러게. 왕세자 쪽은 지금 난리가 났는데."


나스챠는 그렇게 말하며 지붕 한 켠을 슬며시 바라보았다. 그러자 일행을 훔쳐보고 있던 한 기척이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저렇게 대놓고 하는게 무슨 감시야?”


“저들에게도 피할 수 없는 의무가 있을 뿐이다 나스챠.”


“어련하시겠어.”


같은 기사에게 동질감을 느낀 렌스가 좀도둑처럼 지붕을 타는 그들을 향해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우리 행보를 예상이라도 한걸까?"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비약이 아니겠습니까. 저희가 수도에 온지 아직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럴지도. 하지만 가능성이 아주 높은 비약이지."


"발헤임이 아가씨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다는 것도 추측이잖습니까. 지금부터 너무 머리 아프게 생각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 말에 나스챠가 고개를 흔들며 입을 열었다.


"난 좀 머리 아프게 생각해야 할 것 같은데."


두 사람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나스챠가 말을 이어나갔다.


“이건 물리적인 문제야. 발헤임 정도 되는 거물이 이정도 이슈에 반응을 하지 않을 수가 없어. 그건, 그냥 불가능한 거라고. 왕세자와 대공가가 대립하는 건 이미 확실한 사실이잖아? 그럼 그쪽에서 사람이 붙었는데, 대공가에서는 붙지 않는다는 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이미 판단했기 때문이야.”


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들은 무언가 알고 있는거야"


그 말에 렌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복잡하군요. 깔끔하게 물어보면 어디가 덧난답니까?"


"그건 너같이 단순한 애들이나 가능한거고."


나스챠가 툭 쏘아 붙이자 렌스가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인다. 그런 렌스의 모습에 나스챠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바빠질 수도 있겠는데, 몸은 좀 괜찮아?"


"죽기 직전이지만 뭐, 죽을 것 같지는 않다. 자, 봐라."


그러자 렌스의 손톱에서 티아매트의 가시와 같은 물질이 튀어나왔다. 나스챠는 곧바로 렌스의 뒷통수를 때렸다.


"야 이 병신아! 넌 대가리가 장식이야? 아까 왕세자쪽에서 사람 붙었다는 거 못들었어?"


뒷통수를 맞았음에도 렌스는 나스챠를 향해 히죽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그래서다. 지금 나는 제대로 된 전투를 할 수 없어. 이런 것을 보여준다면 적어도 내게 함부로 접근하진 않을거다."


그리고 그 말에 룬이 동조했다.


"맞는 소리야."


"그렇죠? 제가 생각해도···"


"쳐 맞는 소리."


곧바로 룬의 발차기가 날아가 렌스의 가슴팍에 꽃혔다. 렌스는 튕겨 나가진 않았지만 호흡이 막히는 듯 얼굴이 새파래졌다.


"내가 그거 함부로 하지 말랬지. 너도 티아매트 꼴 나고싶어?"


렌스의 코어 속에서는 잔조한 악마의 마력과 그의 마나가 충돌하고 있었다. 존재의 격을 따졌을 때, 렌스라는 존재는 악마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 아주 조금의 균형이라도 무너진다면 렌스는 악마가 될지도 몰랐다.


"으휴, 진짜 병신아. 너는 그거 때문에 아카데미도 못들어왔으면서 그러고 싶니?"


지금 일리야 가문의 위치를 생각했을 때 렌스까지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것은 간단했지만, 걸리는 것이 식별정보였다.


식별 정보에 그의 종족이 악마라고 표기되기라도 한다면, 어떤 바람을 불러올지 몰랐다.


렌스 또한 그 사실을 떠올린 것인지 아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식별정보만 아니었어도..."


"그러니까 좀 신경쓰라고 병신아!”


렌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욕 좀 그만해라 나스챠. 그것도 버릇이다. 나중에는 관성이 되어 고치려고 해도 고치기가 힘들어진다."

"오, 그럼 네 멍청함도 관성이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는거야? 그렇다면 좀 이해가 가네.”


나스챠는 렌스에게 단 한 마디도 져주질 않았다. 결국 렌스는 한숨을 푹 내쉬고 다시 룬을 향해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아가씨는 어느 학부로 가게 되시는겁니까?"


"아니 대체 이때까지 뭘 들은거야? 당연히 정치학부로..."


"뭐 그러겠지. 방금 수속했으니까 지금 확인하면...어?"


식별정보를 확인하던 룬에게서 당황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러자 덩달아 당황한 나스챠가 룬을 향해 다가오며 말했다.


"뭐야 왜 그래?"


당황한 룬은 나스챠와 렌스를 향해 카드를 보여주었다. 카드의 위쪽에 검과 방패가 교차하는 문양이 세겨져 있었다.


그 문양을 유심히 보던 렌스가 중얼거렸다.


"이거 검술학부 문양 아닙니까?"


룬은 그제서야 검술학부의 입학심사관이 자신의 카드를 승인한 것을 떠올렸다. 나스챠는 룬의 표정을 확인하고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와, 축하해 룬. 아마 네가 아카데미 최초일거야."


"말을 조심해라 나스챠! 아가씨께서는 자기 학부도 모를 정도로 어리석지 않으시다!"


"그래? 그건 네 주인님한테 물어보던가."


두 사람의 시선이 룬을 향한다.


'...어떻게 하지?'


그 순간 룬의 머리속에 그럴듯한 이유가 스쳐갔다.


"그...렇지 않아 무사시 조로라는 검사를 봤는데 강해보이더라고, 어차피 배울거면 그 정도 사람이 학생으로 있는 곳에서 배우는게 좋지 않겠어?"


렌스는 잠시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환한 미소를 만들었다.


"역시 아가씨십니다 배움에는 끝이 없지요. 저도 아가씨를 모시며 배워가는 걸 느낍니다!"


룬은 차마 자신에게 충성하는 기사에게 더 이상은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룬은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도망치듯 기숙사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룬이 멀어진 것을 확인한 나스챠가 렌스를 향해 말했다.


"너 언제까지 그럴거냐?"


"무슨 말을 하는건가."


"니 컨셉 말이야. 솔직히 옆에서 보고 있으면 룬이 불쌍하거든?"


그 말에 렌스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으, 변태 새끼."


나스챠는 욕을 뱉고서도 렌스의 능글거리는 표정이 떠올라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러고서 나스챠도 멀어지는 렌스를 따라 기숙사로 향하기 시작했다.


시끄러웠던 탓일까, 룬 일행은 유독 한 자리에 머무는 까마귀 한 마리가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음을 눈치채지 못했다.


일행이 자리를 떠나는 것을 확인한 까마귀는 날개를 펼쳐 하늘 높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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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5.26 20 0 13쪽
25 24화 - 탁란공녀 창세기 22.05.25 27 0 20쪽
24 23화 - 탁란공녀 창세기 22.05.25 39 0 21쪽
23 22화 - 탁란공녀 창세기 22.05.24 46 0 22쪽
22 21화 - 탁란공녀 창세기 22.05.23 19 0 15쪽
21 20화 - 탁란공녀 창세기 22.05.22 22 0 19쪽
20 19화 - 탁란공녀 창세기 22.05.22 23 0 15쪽
19 18화- 탁란공녀 창세기 22.05.21 34 0 15쪽
18 17화- 탁란공녀 창세기 +1 22.05.20 29 1 14쪽
17 16화- 탁란공녀 창세기 22.05.19 30 0 18쪽
16 15화- 탁란공녀 창세기 +1 22.05.18 64 1 15쪽
15 14화- 탁란공녀 창세기 22.05.17 45 0 21쪽
14 13화- 탁란공녀 창세기 22.05.16 38 0 20쪽
13 12화- 탁란공녀 창세기 22.05.16 40 0 16쪽
12 11화 - 탁란공녀 창세기 22.05.15 45 0 14쪽
11 10화- 탁란공녀 창세기 22.05.14 41 0 24쪽
10 9화 - 탁란공녀 창세기 22.05.14 47 0 16쪽
9 8화 - 탁란공녀 창세기 22.05.13 57 1 18쪽
8 7화 - 탁란공녀 창세기 22.05.13 55 2 16쪽
7 6화 - 탁란공녀 창세기 22.05.12 60 2 13쪽
6 5화 - 탁란공녀 창세기 22.05.12 63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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