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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뉴야 님의 서재입니다.

여주가 XX를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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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뉴야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0
최근연재일 :
2022.07.0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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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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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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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 거짓과 함께 춤을

DUMMY

방문을 들어선 피그오는 안에 렌스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촌동네에서 자라더니 예법까지 잊어버린 거냐, 너를 위해서도 기사를 방에 들이는 일은 없도록 해라”


그렇게 말한 피그오는 곧바로 나스챠가 있던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쿵!


단지 소파에 앉는 행위였을 뿐이지만,

그 간단한 행위만으로 피그오는 가슴이 웅장해지는 소리를 만들어냈다.


그가 앉은 동시에 나스챠가 휙 하고 튀어 올랐기에, 그녀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피그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피그오의 모습은 통통하다는 말로는 표현하기가 미안할 만큼 거대했는데, 룬은 오랜만에 만난 친오빠가 자신의 발이나 볼 수 있을지에 대해 진심으로 염려스러웠다.


'그 사이에 더 찌셨구나'


그가 어릴 적에는 통통하다는 표현으로도 그를 표현할 수 있었다.

그 시절의 그에겐 그나마 귀여움이라는 것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지금 피그오는 정리를 하지 않은 것처럼 너저분한 머리에, 미형인 부모님의 외모를 물려받은 얼굴에는 잔뜩 기름기가 껴 전체적으로 조화롭지 않은 느낌을 주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스챠와 렌스는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몰빵이네'


한 마디로 그는 불쌍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불쌍한 피그오는 나스챠의 옆자리에 앉자마자 곧바로 그녀의 손을 쥐어왔다.

나스챠는 소름이 돋았지만 어색하게 웃으며 피그오의 손을 쳐냈다.


그러자 피그오는 느끼한 웃음을 한 번 짓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도 데리고 다니는 계집이 예쁘장하기는 하구나, 둘이 지내기엔 좀 좁아 보이는데, 어떠냐, 이방이 불편하다면 내 방에서 머물러도 좋다만?"


나스챠는 곧바로 지팡이를 꺼내 이 돼지를 죽여버릴까를 고민했지만,

그가 룬의 친오빠라는 사실이 차마 나스챠의 고민에 결심을 더하지 못했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오늘은 저희끼리 할 이야기도 있고요"


말하는 도중 몇 번이나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피그오는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듯 픽 웃으며 말했다.


"농담이니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말거라"


그 식은땀을 흘리던 룬의 시야에 자신의 친오빠를 향해 냅다 창을 꽂으려는 렌스가 들어왔다.


퓽-!


룬은 곧바로 마나를 움직여 렌스의 움직임을 제지했다.

그러자 렌스가 시선으로 룬을 향해 항의하기 시작했다.


‘놓으십시오!’

'일단 진정해 봐,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야'

‘그건 창을 꽂아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마나와 표정을 통해 서로의 의사를 교환했다.


렌스는 룬을 돌파하려 이리저리 방향을 틀어보았지만,

번번히 룬에 의해 저지될 뿐이었다.


한창 투닥거리는 소음이 울리자,

그제야 피그오는 렌스와 렌스를 막고있는 룬을 돌아보았다.


피그오는 룬과 렌스를 향해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쯧쯧, 나이 먹고 장난이나 치고 있다니, 소문에도 영 과장이 심한 것 같구나"


피그오는 그렇게 말하고서 곧바로 일어나 방문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룬은 아까 렌스를 말린 자신의 행동이 후회되어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렌스는 그런 룬의 심정을 파악한 것인지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콧바람을 내뿜으며 말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리고 나스챠 또한 비틀린 웃음을 지으며 피그오가 나간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렌스, 저 새끼 멱은 내가 딸 거야"


룬은 자신의 앞에서 친오빠의 암살을 모의하는 두 동료에 어이가 없었지만, 자신도 비슷한 충동을 느끼고 있었기에 차마 그들에게 타박을 줄 수 없었다.


결국 룬은 얕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재수가 없긴 한데,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야"


그렇게 말한 룬이 피그오를 따라나서자,

렌스와 나스챠도 마지못해 하며 룬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


식당에 도착한 피그오는 저 혼자 문을 열고서 잡아주지도 않은 체 들어가버렸다.


그 뒷모습을 보며 렌스는 저 도련님을 개조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계획이 필요할지 고민했고,

나스챠는 그저 단순하게 자신을 희롱한 대가를 어떻게 치르게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렇게 렌스가 무언가를 고민하는 표정으로 식당의 문을 열었다.


룬 일행이 식당에 들어서자 곧바로 온 가족의 시선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가주인 케인, 케인의 아내들인 미야, 파헬, 미호 그리고 그 아들들과 딸들의 시선들

룬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들과 과거의 기억 사이에서 어색함을 느꼈다.


이곳에는 버리고 온 것들이 너무 많았다.


룬이 잠시간 움직이지 않자 룬의 아버지인 일리야 막스가 룬을 향해 말했다.


"왔구나, 그렇게 서있지 말고 어서 앉거라"


막스가 멍하니 서있는 룬을 향해 말하자,

동시에 렌스와 나스챠가 룬을 쳐다보았다.


룬이 고개를 끄덕이자 두 사람은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그 모습에 막스가 눈을 번뜩였다.


'허어, 훈련을 제대로 시켜놓았구나'


막스는 자신의 명령보다도 룬의 명령을 우선시하는 나스챠와 렌스를 보며 내심 감탄했다.


일리야의 가주라는 직위는 보통 직위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룬의 동료들은 그 권위보다 자신의 동료를 믿는듯 했다.


'어디 네가 무엇을 가졌는지 보자꾸나'


"프린과 마린은 이미 보았다고 하더구나, 아까도 봤겠지만, 이쪽은 미호다, 네가 없는 사이에 일리야 가문의 일원이 되었지, 미호 이쪽은 파헬의 딸 룬이다"


"안녕하세요 룬, 일리야 막스 미호입니다, 아까도 봤었지만 정말로 파헬 언니 젊었을 적이랑 똑같군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들으신 대로 일리야 룬입니다"


미호와 인사를 주고받은 룬이 착석하자, 나스챠와 렌스도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막스는 긴 테이블을 둘러보며 모든 구성원을 확인하고,

빈자리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말하기 시작했다.


"오래간만에 다같이 모이는 자리에 좋은 일만 있어서 기쁘구나, 우선 룬 네 공로가 정말로 크다, 정말로 잘해주었어"


막스는 그렇게 말하고 슬쩍 룬의 눈치를 살폈다.

담담하게 듣고 있는 룬을 확인한 막스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오자마자 갑작스럽겠지만, 너도 알다시피 네 덕분에 다른 아이들은 모두 왕립 아카데미로의 입학이 확정되었다, 네 의견을 묻고 싶구나, 너는 어떻게 하고 싶으냐?”


아무리 명망있는 귀족 가문이라 할지라도 왕립 아카데미의 입학권은 한 해에 한 개로 한정된다.

그러나 왕실에서는 악마를 퇴치한 룬의 공로를 치하하기 위해 올해 일리야 가문에 한정해 그 제한을 풀어버렸다.


사실 악마의 퇴치보다는 왕실의 영토를 늘려준 것에 대한 보상이었지만,

그 사실을 대놓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잠깐 고민하던 룬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왕립 아카데미에 들어가겠습니다"


아카데미에 재학 중인 학생은 귀족 가문의 수장이 될 수 없다.

막스가 룬에게 저런 제안을 하는 것에는 그런 이유도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제한은 룬에게 있어 의미가 없는 것이었기에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룬의 대답에 케인은 흡족한 표정으로 하녀들을 향해 눈짓했다.

그러자 열 명도 넘는 하녀들이 각기 다른 음식을 양손에 들고 테이블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너라면 그럴줄 알았다 룬, 필요한 것은 모두 준비해 두었으니 일주일간은 편히 쉬어라”


케인의 말과 함께 하녀들이 음식을 덮은 뚜껑을 열면서 나온 냄새가 식당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각자의 말을 재잘거리며 일리야 가족의 식사가 시작되었다.


미야와 미호, 호인이 각각 룬에게 여러가지 말을 걸었지만 룬은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다.

룬은 조용하게 식사를 하는 파헬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제가 돌아왔어요 어머니'


파헬은 식사 내내 자신을 강렬하게 응시하는 룬에게 단 한번의 눈길조차 주지 않고서 조용히 식사를 마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칠년이 넘는 세월을 넘어 만난 모녀의 식사는 단 한마디의 말도 없이 지나갔다.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가던 룬은 온몸에서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룬은 파헬을 마주하고, 그녀가 식사자리를 떠나는 순간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었다.


하지만 파헬은 그러지 않아 보였다.


그렇게 룬이 찝찝한 마음을 뒤로한채 방으로 들어서자 룬의 방안에는 의외의 인물이 있었다.


그곳에는 파헬이 있었다.

룬의 침대 위에 걸터앉은 파헬과 룬의 시선이 교차하며 잠시간 침묵이 흘렀다.


"왔구나, 식사는 입에 맞았니?"

"...네, 제가 오는 걸 알고 있었나요?"

"응, 너도 알고 있었잖니 어릴때부터 너는 기척에 예민했으니까"


룬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파헬과 대화하는 걸 기대하고 있었지만,

막상 그 순간이 찾아오자 어떤 말을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건 파헬또한 마찬가지였다.


"..예쁘구나"

"네?"

"예쁘게 자라서 다행이야"


다시한번 짧은 대화를 마친 룬과 파헬의 다시 사이에서는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룬은 침대에 걸터앉은 파헬의 곁으로 다가갈 생각도 하지 못한채 방문에서 서성였다.


파헬은 그런 룬과 자신을 보며 한숨을 폭 내셨다.


'이제 와서 무슨'


"피곤할 텐데 얼른 쉬렴"


파헬은 그렇게 말하고서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손가락을 튕겼다.

곧바로 마력이 몰려들며 파헬이 있던 공간이 휘어지며 파헬이 사라졌다.


"여전히 제멋대로시네요"


룬은 파헬이 사라진 공간을 한동안 응시하다가 침대에 쓰러지듯 몸을 던졌다.

파헬과의 만남은 킨케이드의 가족들이 룬을 괴롭힐 때보다 더 큰 피로감을 주었다.


한동안 룬이 멍하니 천장을 보며 시간을 죽이고 있자,

복도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쾅!


"야 룬, 피그오 이 새끼 생각보다 착해!"

“무례한 평민 같으니, 이번만은 특별히 봐줄 테니 앞으로 매일 아침 내 태양같이 넓은 마음을 향해 절을 하도록 해라”


그리고 방문을 열어젖히고 들어온 이들은 술에 잔뜩 취해 피그오와 어깨동무를 한 나스챠를 필두로, 렌스와 호인, 프린과 막내 자매가 뒤를 따라서 룬의 방으로 들어왔다.


렌스는 붉어진 얼굴로 마음에 들지않는다는 눈초리로 피그오를 쳐다보고 있었다.


룬은 이제는 노크조차 생략해버리는 그들이 보며 픽 웃음을 지었다.


그들에게서는 얼큰한 술 냄새가 풍기고 있었는데, 술냄새를 풍기는 사람들 중에는 얼굴을 붉게 물들인 프린과 마린도 있었다.


"세상에, 너네도 마셨니?"

"조금만 마셨어요"

"피그오 오빠가 조금은 마셔도 된대요"


그 말에 룬이 피그오를 노려보자 피그오가 태연스레 말하기 시작했다.


"술은 어른이 있는 자리에서 배워야하는 법이다 그렇지?"

“네, 맞아요!”


결국 포기한 룬은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그래서 이 시간에 내 방에 다같이 몰려온 이유가 뭐야?"

"형제끼리 정없게 그게 무슨 말이냐, 뭐 얼굴도 볼 겸 아카데미의 정보를 알려주러 왔다."


룬이 고개를 끄덕이자 형제들과 동료들이 하나, 둘 방에 자리를 잡았다.

모두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자 호인이 말하기 시작했다.


"이건 프린과 마린, 나스챠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니 잘 듣거라, 아카데미에 들어가게 되는 순간부터 너희는 후작 가문의 자제가 아니다, 그저 한 아카데미의 학생에 불과하지"


호인은 그렇게 말하며 눈을 빛냈다.


"물론 여기까지가 아카데미의 입장이고 우리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그 말에 다섯 사람의 시선이 호인을 향해 집중되었다.


"아카데미 내부에 서열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국왕께서도 부정 못하실 거야, 아케도니아 북부에 있는 발헤임 대공가를 알고 있겠지?"

"그 음침한 돼지놈들 이야기는 꺼내지도 마십쇼"


그 말에 호인이 피그오를 잠시 들여다보자 피그오가 움찔거렸다.


"이곳에선 괜찮을지 몰라도, 아카데미에선 말을 조심하거라"


그러자 피그오가 고개를 팽 돌리며 입술을 비죽 내밀며 말했다.


"나는 그치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단 말이오 형님, 북부 대공이니 뭐니 하지만 결국 반동분자들 아니오"


발헤임을 향해 거친 말을 뱉어내는 피그오를 보며 한숨을 내뱉은 호인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어쨋건 아카데미 내부에서는 왕세자의 세력과 발헤임 대공가의 알력다툼이 있다"

"북부 대공이라, 발헤임 변경백을 말하시는 거겠죠"


아케도니아에는 단 한명의 변경백만이 존재했다.


아케도니아의 북쪽 너머로는 멸망한 세계가 펼쳐져 있고,

그 세계에서는 괴물들이 기어나온다.


북부의 대공인 발헤임은 대대로 그 괴물들을 처단하는 역할을 맡아 왔다.

따라서 그들은 독자적인 병력을 운용했는데 이는 대공가를 귀족 세력의 구심점이 되게 하였다.


"그래, 최근 그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이전까지는 선을 잘 지키던 양반들이 요즘 생각이 달라진 모양이더구나"


그렇게 말한 호인은 피그오를 슬며시 바라보았다.

그 시선의 의미를 파악한 피그오가 설명을 보탰다.


"정확히 말하자면 네가 티아매트를 죽인 이후지"

"왕세자님이 진정한 왕이 아니라는 듯한 소문이 돌고 있다, 여기까지라면 우리와 별 상관 없는 이야기겠지만···"


호인이 마치 다른 누군가가 듣는 것을 방지하려는 듯, 룬을 향해 상체를 가까이 대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들이 국왕 전하 대신 다른 왕을 찾았다는 소문이 도는구나”


그 말에 룬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발헤임과는 아무런 접점이 없었는데, 이상하네요"


그리고 방안은 의문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래, 그래서 네게 묻는것이다, 우리는 어떠한 정황도 포착하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 발헤임가의 움직임은 너와 연관이 있어."

"그렇게 말씀하셔도 저는 아는 바가 없는걸요"


호인이 말하는 우리라는 것은 왕세자의 세력을 의미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일리야 가문은 왕세자를 비호하는 세력이라는 소리였다.


"저는 그것보다는 가주님과 호인께서 같은 의견을 가지시는 지가 더 궁금한데요, 어떤가요?"


일리야 막스의 가장 큰 오점은 그만한 권력을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룬의 아버지는 정쟁 따위에 뛰어들 인물이 아니었다.


그리고 룬의 예상이 보기좋게 들어맞았다.


"그래, 가주님은 이 일과는 무관하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자칫하면 쓸데없는 오해를 살 수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아마 말하는 것은 일리야를 향한 왕실의 의심일 것이다.

호인의 의미심장한 시선이 룬을 향한다.


"아무래도 네가 악마를 죽인 것이 그들에게는 어떤 신호가 되지 않았나 싶구나"


그 순간 의외의 인물이 호인의 말을 끊었다.


"뭐, 그 이야기는 이쯤 합시다, 오랜만에 가족이 모이는 자리가 아닙니까"


그 말에 호인이 무언가를 깨달은 듯 흠칫 놀래더니 머리를 긁적였다.


"피그오 네 말이 맞다, 원래 이런 자리가 아니었는데 미안하구나, 룬"


그렇게 말한 피그오는 품속에서 자신의 손바닥만 한 카드 세 장 꺼냈다.


"이건 아카데미에서 사용하는 식별정보다, 등록은 개학식이 끝나고 학부를 찾아가면 될 거다, 귀중한 물건이니 취급에 주의하거라"


피그오는 그렇게 말하면서 소파에서 자신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자리를 떠나려던 피그오는 무언가를 망설이다 룬을 돌아보며 말했다.


"...다만 최근에 발헤임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경계할 필요는 있어"


피그오의 말에 룬은 피그오를 빤히 쳐다보았다.


"너를 의심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의미야"


피그오는 그렇게 말하고서 자신도 피곤하다며 방으로 돌아가 버렸다.


싸늘해진 분위기 속에서 프린과 마린이 경직되어 있자,

렌스와 나스챠가 두 아이들에게 장난을 치며 분위기를 풀었다.


두 아이들은 분위기가 풀리자 금세 룬에게 다가와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두 아이들은 확실히 영리했다.


프린과 마린은 학교에 들어가기 전 이미 학교 전반에 관한 조사를 끝마친 상태였고,

룬의 어린 자매들은 과자를 우물거리면서도 입을 멈추지 않았다.


"아카데미에는 4개의 학부가 있어요"


프린이 먼저 설명하자, 이에 질세라 마린이 재빠르게 설명을 보탰다.


"검술, 마법, 정치, 과학 중에 꼭 하나는 선택해야 해요, 어떤 수업을 듣는지는 자유지만 선택한 학부에서 시험을 쳐야 해요"


프린이 그런 마린을 보며 키득거리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선택한 학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레벨을 올릴 기회가 주어져요, 레벨은 성적 상위 순으로 차례대로 배치돼요"

"그만해 프린, 내가 조사한 내용이잖아! 그리고요 레벨은 1부터 5까지 있어요, 레벨 1부터 3까지는 성적에 따라 분배되고 결투를 통해 빼앗을 수 있지만,

레벨 4 이후로는 특별한 방법을 거쳐야 레벨을 올릴 수 있댔어요"


나스챠는 서로에게 질세라 아는 정보를 말해주는 두 아이를 차례대로 쓰다듬어주었다.


"그 책 가져다준 건 나거든? 아카데미는 입학 후에 5년 이내로 졸업하거나 학교를 나가야 해요, 그래서 늦게 들어온 사람은 엄마만큼 나이가 많은 사람도 있대요, 그리고 레벨 5가 되면 특별한 기회가 온다고 했어요"


프린이 뱉은 특별한 기회라는 단어가 룬의 귓가를 스쳐 갔다.


"특별한 기회?"

"그건 레벨 5를 달성하지 않은 사람들은 몰라요, 달성한 사람들도 다른 사람들에겐 말할 수 없다고 했어요"


룬은 본능적으로 왕립 아카데미에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특히 ‘식별정보’ 라고 하는 것


그 사람의 실력과 재능을 실시간으로 판단하는 시스템이라니,

아무리 마도가 발전한 수도라고 하더라도 룬이 아는 상식에선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순간 룬의 머릿속에 메피스토텔레스의 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꼭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메피스토텔레스의 음성을 들은 룬은 곧바로 렌스와 나스챠에게 눈짓했다.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 렌스와 나스챠가 아이들을 하나씩 데리고 방을 나섰다.


렌스와 나스챠의 기척이 멀어진 것을 확인한 룬은 곧바로 거울로 달려갔다.

거울 속에는 자신의 모습을 한 메피스토텔레스가 오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랜만이야 메피스토텔레스"

-내게는 짧은 시간이었다


"쓸데없는 말은 나중에 하자, 아는걸 말해봐"

-네 식견이 짧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구나


메피스토텔레스는 룬의 눈가가 꿈틀거리는 것을 보고 곧바로 장난을 멈췄다.


-본가에 와서 기분이 좋아지긴 커녕 장난하나 받아주지 못하는구나, 말 그대로다, 네가 모르는 지식이 그곳에 관여했을 뿐이다


"내가 모르는 지식이라고 해봤자 마법이 아니라면..."


-과학에 좀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지


"과학이라니, 그게 무슨?"


-너무 안달하지 말거라, 결국 우리는 결말에 도착할테니


그 말을 끝으로 거울 속 자신의 눈이 다시 검은색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아카데미와 식별정보라'


지금도 룬의 적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만히 자신을 응시하고 있다.

그리고 룬은 그들보다 조금 더 깊게,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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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1화 - 탁란공녀 창세기 22.05.23 19 0 15쪽
21 20화 - 탁란공녀 창세기 22.05.22 21 0 19쪽
20 19화 - 탁란공녀 창세기 22.05.22 22 0 15쪽
19 18화- 탁란공녀 창세기 22.05.21 33 0 15쪽
18 17화- 탁란공녀 창세기 +1 22.05.20 28 1 14쪽
17 16화- 탁란공녀 창세기 22.05.19 29 0 18쪽
16 15화- 탁란공녀 창세기 +1 22.05.18 64 1 15쪽
15 14화- 탁란공녀 창세기 22.05.17 44 0 21쪽
14 13화- 탁란공녀 창세기 22.05.16 38 0 20쪽
13 12화- 탁란공녀 창세기 22.05.16 39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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