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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뉴야 님의 서재입니다.

여주가 XX를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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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뉴야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0
최근연재일 :
2022.07.0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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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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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탁란공녀 창세기

DUMMY

세금 인상 이후로부터 정확하게 일 년이 지나자 발헴의 잔당들은 반란을 일으켰다.


처음 반란이 일어났을 때, 레기오르스는 아무런 개입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조심스레 움직이던 발헴의 잔당들이 대놓고 약탈을 자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발헴 전 지방을 약탈한 반역도들은 일 년 동안 세력과 악명을 동시에 키워갔고, 특히 최초에 발헴의 잔당들을 쫓아낸 낙영도는 아예 반군의 거점이 되어 가혹하게 수탈당했다.


“파이리는 미친놈입니다! 저는 제집도 버리고 도망 나왔습니다요!”


레기오르스의 눈앞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토해내고 있는 한 상인 또한 그에게 수탈당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레기오르스는 낙영도를 탈출한 한 상인의 말을 들어주며 고개를 끄덕거리며, 속으로는 한 가지 사실을 직감했다.


‘때가 되었다.’


지루한 겨울이 지나가고 수확의 계절이 도래했다.


레기오르스는 곧바로 가신단에 소집령을 걸었고, 그들은 전쟁이 일어날 것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이틀이 지나지 않아 모든 가문의 전력이 킨케이드의 저택으로 모여들었다.


병력들이 모두 모이자, 레기오르스는 무장시킨 킨케이드 기사단을 대동한 채 갈파고스 광장으로 향했다.


광장에 일제히 늘어선 기사들의 모습에 시민들이 몰려들었고,십분이 되지 않아 광장을 꽉 메울 정도로 사람들이 가득 차게 되었다.


킨케이드 레기오르스는 그 한가운데서 가만히 눈을 감고 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갈파고스의 주인에 시민들의 웅성거림이 잦아들기 시작하자, 그제야 레기오르스는 눈을 번쩍 뜨며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갈파고스의 동지들이여!"


마나가 실린 음성이 광장 전체를 찌릿찌릿하게 울린다.


귀에서 맴도는 목소리와 레기오르스가 뿜어내는 기백에 시민들이 하나둘 압도되기 시작했다. 그런 사람들을 둘러본 레기오르스가 품에서 신문 하나를 꺼내더니 시민들을 향해 펼쳐 보였다.


신문에는 반역도들이 약탈한 지역들을 강조하는 기사가 쓰여 있었다.


"건방진 파이리가 결국엔 미쳐 자신의 백성을 수탈하기 시작했다, 보라! 나는 발헴에게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이 간악한 반도들은 우리의 호의를 무시했다!"


레기오르스는 단 한번도 발헴에 호의를 준 적이 없었지만, 이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킨케이드 가주의 장대한 기백과 도열한 기사단의 위엄은 백성들로 하여금 기묘한 흥분을 불러 일으켰고, 민중들은 흥분 앞에서 자잘한 사실관계까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오래된 민중의 생리였다.


"우리는 그간 발헴령의 오랜 친우로서 위기가 있을 때마다 서로 구원해왔다, 그리고 나는 지금 발헴령에 그 어떤 때보다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확신한다."


그러고서 레기오르스는 종탑에 대기하던 렌스 향해 손을 들자, 곧바로 거대한 종소리가 갈파고스 광장을 울렸다.


"이에 나 레기오르스는 킨케이드의 이름으로 발헴을 향한 구원을 선언한다!"


레기오르스는 종탑에서 시선을 거둬 자신의 기사단을 바라보았다.


"킨케이드 기사단"


쿵.


그가 읊조리자 그의 기사단이 허리춤에 찬 검을 하늘로 빼 들고 발을 굴렀다.


백여 명이 넘는 기사단이 일제히 광장의 바닥을 두드리자 거대한 울림이 광장을 지배했다.


레기오르스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자신의 검을 빼 들며 선언했다.


"개전."


레기오르스의 개전 선언과 함께 킨케이드 기사단은 검을 꺼내 하늘을 향해 치켜 들고서 일제히 소리쳤다.


"킨케이드에 영광을!"


"갈파고스에 영광을!"


킨케이드의 영광을 부르짖는 기사단에 레기오르스가 갈파고스의 영광을 빌며 화답했다.


그때, 기사단의 퍼포먼스에 흥분한 한 소년이 소리를 질렀다.


“갈파고스 만세!”


소년이 내지른 함성은 차츰차츰 시민들에게로 전염되어 이내 광장은 시민의 함성이 가득 차게 되었다.


“킨케이드 만세!”

“레기오르스에게 영광을!”

“발헴 놈들 전부 다 죽여버려!”


같은 시간에 종탑 위에서는, 룬과 렌스가 함성으로 가득 찬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한참 동안 함성소리가 울려 퍼지는 모습을 가만히 응시하던 룬이 돌연 중얼거렸다.


"아버님이 칼재주보다 말재주가 뛰어난 줄은 몰랐는데."


그 싸늘한 중얼거림에 렌스가 흠칫 놀라며 룬을 바라보았다.


룬에게 충성을 맹세한 렌스는 한 가지 배운 것이 있었는데,


그건 룬이 상벌에 있어 확실하다는 점이었다.


"저도 몰랐습니다 아가씨, 저라고 해서 가주님의 모든 것을 아는 게 아니잖습니까."


시선에서 당황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 탓일까, 룬은 렌스의 대답에 장난이었다는 듯 픽 웃어주고는 다시 광장을 바라보았다.

.

그 시선에 렌스는 괜스레 목을 가다듬었다.


"그런데 아가씨 정말로 괜찮으신 겁니까? 그 주술사 아가씨는 레기오르스의..."


"안되면 뭐 어쩌겠어, 다른 방법도 없잖아."


렌스는 속으로 룬의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이 년간 룬이 빠르게 강해졌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레기오르스와 정면에서 붙었을 때 이긴다는 확신 할 수 없다.


그만큼 마스터와 엑스퍼트의 벽은 크다.


룬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


황금색 신비가 가져다준 마나에 대한 지배력은 레기오르스와의 전투에서 많은 이점을 가져다주겠지만, 그것만으로 마스터의 권능인 검강을 파훼할 수는 없다.


설사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레기오르스의 일격을 단 한 번이라도 허용한다면 그 순간으로 모든게 끝이다.


겨우 도박 따위나 하려고 이곳까지 달려온 것이 아니다.


"근데 그녀는 분명 우리의 제안을 받아줄 거야."


렌스는 가끔 이유 없이 확신하는 자신의 주인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대부분 룬의 확신은 현실이 되었다.


"아가씨께서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요, 저는 이제 가보겠습니다"


“아, 잠깐.”


룬의 부름에 광장에서 렌스가 왜 그러냐는 듯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내일 유모 기일이야."


룬이 슬며시 고개를 돌린다. 렌스 또한 그 모습을 의식하지 않기 위해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알겠습니다 아가씨, 마차를 준비하겠습니다."


룬은 할렌의 묘지로 향할 때는 꼭 마차를 타곤 했다.


그 날에는 꼭, 비가 오기 때문이리라.


"그래, 부탁해."


룬은 그렇게 말하며 여전히 시민들의 함성 울리고 있는 광장을 바라보았다.

시민들 사이로 소박 눈이 내리고 있었지만, 광장의 열기에 닿는 즉시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그 모습에서 룬은 일리야 룬을 떠올리며 죄가 없는 시민들을 바라보았다.


곧 저들에게도 겨울이 찾아온다.


그 겨울은 갈파고스의 시민들이 겪어온 그 어떤 겨울보다도 가혹한 계절일 것이다.


세상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잔혹하다.


저들도 곧 그 사실을 배우게 될 것이다.


갈파고스에 진짜 겨울이 찾아오고 있었다.


***


개전을 선언한 레기오르스는 곧바로 병력을 편성하기 시작했다.


마치 미리 전쟁을 준비한 듯이 순식간에 천명에 달하는 병력을 태울 선박이 수배되었고, 룬은 부족한 경험을 이유로 레기오르스와 같은 부대로 배정되었다.


이 년의 세월은 눈치가 없는 한스조차 레기오르스가 룬에게 기묘한 집착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시간이었기에, 킨케이드 형제는 편성에 대해 미약한 불안함을 느꼈다.


그 탓인지 출항 하루 전날, 킨케이드 형제는 저녁 식사 이후에 룬의 침실을 찾았다.


"야, 받아"


세이튼은 무심하게 룬의 손에 아티팩트를 던져주었다.


그 모습을 본 한스가 한숨을 내쉬며 설명을 더했다.


“무슨 일이 있을 때 마나를 주입하면 우리가 널 찾을 수 있을거다”


"고마워요, 한스"


미리엄이 유배를 떠난 이후 이후에 킨케이드 형제와 룬의 사이는 비교적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킨케이드 형제의 변화도 한몫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룬이 킨케이드의 형제들에 죄책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어머니가 오명을 쓰도록 유도한 것은 자신이며, 이후에는 아버지를 죽일 원수다.


그 행위에 어떤 정당성이 있을지라도, 킨케이드 형제에게 있어 룬이 원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 불쌍한 형제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룬 또한 끝까지 그 사실을 말할 생각이 없었다.


아티팩트를 받아든 룬에게서 아무런 대답이 없자 킨케이드 형제는 멋쩍은 웃음을 짓고는 다시 돌아가려 했다.


그 모습에 룬은 어째선지 그들을 이대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잠깐만, 와서 뭐라도 좀 먹고가.”


난생 처음 있는 룬의 초대에 한동안 놀란 세이튼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서는 빠른 걸음으로 들어와 소파에 그대로 누워버렸다.


"야, 이제 나가래도 안 나간다, 나 오늘 여기서 자고 갈 거야."


한스는 너스레를 떠는 세이튼을 보며 웃어 보이고는 세이튼의 옆으로 다가가 그의 다리를 밀어 자리를 만들었다.


‘일리야 룬이라면, 어땠을까.’


룬은 이제는 찾을 수 없는 소녀를 떠올린다.


그 아이라면 저들의 호의에 마음을 열고 모든 일을 완만하게 처리했을지도 모른다. 총명한 아이이니 말이다.


거짓으로 만든 가면 속에는 가시가 있기에, 원한다면 쓰지 않아도 상관 없다. 아마도 일리야 룬이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 는 다르다. 나는 일리야 룬이 할 수 없는 일을 하기 위해 이곳으로 왔고, 그녀가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해야만 한다.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저들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증명해야만 한다.


힘의 논리에 필요한 것은 도덕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영원히 남게 되는 가해자와 피해자 뿐이다. 그리고 일리야 룬은 피해자가 되어선 안 된다.


룬은 한숨을 내쉬었다.


‘빌어먹을 사디스트 새끼는 나였나···’


“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 아까도 말했지만, 그 아티팩트 구하느라 내가 얼마나...”


“그만 해라, 오늘 같은 날엔 편하게 좀 있자.”


하지만 언젠가 분명 봄은 찾아온다.


언젠가 찾아올 그 순간을 맞이하는 것은 일리야 룬일 것이다. 영악한 꼬맹이에게 놀아나는 것은, 생각보다 즐겁다.


룬은 장난을 치는 킨케이드 형제에게 대답을 대신하듯 웃어주었다.


웃음의 의미를 모르는 킨케이드 형제가 룬을 따라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룬이 보내는 죄악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


킨케이드 형제와 밤새 수다를 떤 다음 날 아침, 룬은 곧바로 승선할 배를 배정받았다.


룬의 선실은 킨케이드의 바로 옆이었는데, 레기오르스의 침실 바로 맞은 편에는 예쁜 소녀가 배에 올랐다. 새하얀 머리를 길게 기른 그녀는 장난기가 많아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전쟁터로 향하는 선박에는 어울리지 않는 배정이었지만, 미리엄의 실각 이후로 레기오르스는 가문에서 신과 다름없었기에 그 누구도 레기오르스의 판단에 감히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그 사실에 룬이 재밌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흰 머리칼의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소녀의 눈이 초승달처럼 휘더니 웃는 얼굴로 룬을 향해 다가오며 말을 걸어왔다.


"어머, 이런 아가씨도 전쟁터로 끌고 오시다니. 레기오르스께서도 너무 하시지요."


그 말에 룬 또한 그녀를 향해 웃어주며 대답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전쟁터에까지 여자를 데려오다니..."


룬은 그렇게 말하며 레기오르스의 선실과 소녀를 바라보며 웃어 주었다. 웃음의 의미를 좋게 해석한 것인지, 소녀가 따라서 웃기 시작했다.


“그러게 말이에요. 몇 없는 여자끼리 우리 잘 지내보아요.”


그리고 두 소녀의 말소리는 레기오르스의 선실 안으로도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기싸움이라도 하는 건가. 계집들이란.'


그렇게 생각한 레기오르스는 이내 신경 쓰는 것을 멈췄다.


저 재능 넘치는 두 소녀는 결국 자신의 것이 될 것이다. 레기오르스는 그 사실에 대해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비록 최근에 룬의 성장이 심상치 않았다고는 해도, 그가 세운 장대한 계획을 막을 순 없는 노릇이다.


킨케이드의 가주는 그렇게 생각하며 파도에 흔들리는 침대를 요람 삼아 잠에 빠져들었다.


***


그 날 새벽,

레기오르스는 아주 은밀하게 자신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예정된 손님이 찾아온 것을 직감했다. 침대에서 일어난 레기오르스는 대충 머리를 정리하고는 손님에게 방문을 열어주었다.


“이게 누구야, 나스챠가 아닌가.”


그곳에는 룬과 기 싸움을 벌이던 소녀가 있었다.


이미 약속된 만남이었지만, 레기오르스가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이 밤중에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어서 들어오게.”


소녀의 이름은 아티 나스챠로, 레기오르스가 룬과 노예 계약을 맺기 위해 고용한 주술사였다.


본래 나스챠는 장래를 촉망받던 마술사로 킨케이드의 후원을 받아 왕립 아카데미에 입학이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스챠는 후원자를 만나보기 위해 킨케이드를 방문했던 그날에, 미리엄에게 단단히 미움 털이 박혀버렸다.


그 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나스챠는 억울함을 표했고, 미리엄은 그런 나스챠를 향해 여우 같은 년이라며 되려 화를 냈다.


나스챠는 모든 사건의 원흉이었던 레기오르스를 찾았지만, 그는 이미 슬쩍 자리를 피한 상태였기에 나스챠는 그대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나스챠 앞에서 레기오르스가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오랜만이구나 나스챠, 잘 지냈었나?"


태연스런 그의 태도에, 나스챠의 눈매가 한 번 꿈틀거리더니, 이내 표정에서 은은한 노기가 피어올랐다.


한동안 나스챠와 레기오르스의 시선이 교차했지만, 결국 먼저 꼬리를 내린 것은 나스챠였다.


나스챠가 옅은 한숨과 함께 말하기 시작했다.


“살펴주신 덕분에요.”


할렌의 장례식이 치러지던 날, 레기오르스는 룬의 시선을 피해 나스챠에게 은밀한 서신을 보냈다.


그 편지에는 왕립 아카데미에 대한 입학권 뿐만 아니라 수학 도중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지원하는 것을 보증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나스챠는 레기오르스와의 악연이 있음에도, 차마 이 달콤한 제안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레기오르스가 나스챠를 보며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간다.


“말에 뼈를 심었구나. 그 때 네가 소리치지만 않았더라도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을텐데···”


그 말에 순간적으로 나스챠가 주먹을 꽉 말아쥐더니, 심호흡과 함께 주먹을 내려놓았다. 아쉬운 것은 그녀였다.


은근슬쩍 자신의 어깨를 쓰다듬는 레기오르스의 손길을 가볍게 쳐낸 나스챠는 그대로 레기오르스를 노려보았다.


"옛날이야기나 하자고 저를 부른 건 아니잖아요. 여기 있어요."


나스챠는 품속에서 약품 병 하나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목구멍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마스터라도 한동안은 깡통신세에요. 엑스퍼트라면 말할 것도 없구요."


그 말에 레기오르스가 테이블 위에 놓은 약품 병을 품속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나스챠를 향해 가보라는 듯 손짓했지만, 나스챠는 자리에 남아 가만히 레기오르스를 노려보고 있었다.


레기오르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할말이 더 남았나?”


“약속한 내용은요?”


‘아하, 그런 것이 있었나.’


레기오르스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그 모습에 나스챠가 불안한 듯 흠칫거리는 순간, 레기오르스가 입을 열었다.


"일이 무사히 성사된다면 보수는 틀림없이 지급하겠다. 지금은 그런 것보다 어떻게 일을 잘 처리할지 생각하도록 해."


나스챠가 멍한 표정으로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바라보았다. 레기오르스가 그런 나스챠를 향해 손을 휘휘 저으며 침대에 눕자, 결국 참지 못한 나스챠가 그를 향해 소리쳤다.


"개자식 같으니!"


그리고 나스챠는 자리를 벌떡 일어나 레기오르스의 선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분노에 찬 나스챠의 뒷모습을 보며 낄낄거린 레기오르스는 침대에 누워 조용히 계획을 떠올렸다.


나스챠에게는 선택지가 없다. 어차피 나스챠는 이 사건의 공범이다.


“멍청한 것, 왕립 아카데미나 되는 곳에 너를?”


그렇게 레기오르스는 화가 난듯한 나스챠의 발소리를 자장가 삼아, 다시 한 번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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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화 - 탁란공녀 창세기 22.05.22 23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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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7화- 탁란공녀 창세기 +1 22.05.20 28 1 14쪽
17 16화- 탁란공녀 창세기 22.05.19 30 0 18쪽
16 15화- 탁란공녀 창세기 +1 22.05.18 64 1 15쪽
15 14화- 탁란공녀 창세기 22.05.17 45 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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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1화 - 탁란공녀 창세기 22.05.15 45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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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화 - 탁란공녀 창세기 22.05.14 47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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