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응뉴야 님의 서재입니다.

여주가 XX를 못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응뉴야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0
최근연재일 :
2022.07.02 00:14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2,311
추천수 :
45
글자수 :
403,292

작성
22.05.27 12:30
조회
19
추천
0
글자
12쪽

26화 - 거짓과 함께 춤을

DUMMY

일리야 가문에서 나스챠와 렌스를 위한 방을 준비하는 동안 나스챠는 룬의 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하였다.


나스챠가 이불을 정리하는 룬을 향해 말했다.


"야, 그래도 손님인데 소파에서 자라는 건 너무한 거 아니야?"


"나도 손님이나 마찬가지야"


그 말에 나스챠는 짧게 혀를 차고는 소파에 푹 앉아버렸다.


“거기서 자도 세 명은 자겠는데, 그 정도면 됐지 뭘 더 바라는 거야?"


"뎃츠 노노, 넌 너무 낭만이 없어, 원래 이런 날에는 여자끼리 비밀을 만들어야 하는 법이라고."


‘흠, 비밀 이야기라···’


그렇게 생각하며 룬이 나스챠를 유심히 바라보자, 나스챠가 슬금슬금 멀어지더니 눈을 가늘게 뜨며 룬을 바라보았다.


"뭐야, 왜 그렇게 재수 없는 눈으로 날 보는 거지? 불안하게?"


"야, 뭐 하나만 물어보자.”


“뭔대?”


“내가 혹시 남자면 어떻게 할거야?”


룬은 약간 설레는 마음으로 나스챠를 향해 물었지만, 나스챠는 처음에는 질문 자체를 이해 못하는 듯 하다가 이내 빵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아하하! 뭔 소리 하나 했더니, 너도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하긴 하는구나. 시덥잖은 소리 할거면 잠이나 자.”


‘시덥잖은 소리···’


그 소리에 실의에 빠진 룬이 짜증스레 바닥을 툭툭 걷어차기 시작하자, 갑자기 렌스가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아이씨, 깜짝이야. 넌 노크도 할 줄 모르니?”


그 말을 들은 렌스는 얄미운 표정으로 문을 똑똑 두드리더니, 이내 소파로 가 나스챠의 옆에 걸터 앉았다.


"진짜 이게 기사야 아님 용병 나부랭이야?"


"안타깝게도, 정식으로 기사 서임을 받은 어엿한 기사다. 그것도 바로 네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말이지.”


"뭐? 진짜야 룬? 아니 왜 이런 놈한테 기사 서임을 해 줘?"


“흠, 그래도 내가 마법 달랑 두 개밖에 못쓰는 마법사보단 나아보이는데···”


“이 새끼가?”


안 그래도 스스로의 행동거지가 여자와 다름이 없다는 것에 머리가 지끈거려 오던 룬은, 두통을 더욱 심화시키는 두 사람을 향해 나지막히 뇌까렸다.


“둘 다 좀 닥치고 있어봐···”


스산한 울림이 두 사람을 스쳐가자, 두 사람은 흠칫거리며 입을 다물었다. 부산스러움이 가라앉자, 룬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알아 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됐어?”


“예, 정원 주변을 둘러봤는데 특별하게 보이는 부분은 없습니다. 경비 배치도 일반적인 귀족가랑 다름 없고, 기사단에도 들려봤는데 모두 가문에 대한 충성심이 가득하더군요.”


“정원 쪽도 아무것도 없었어. 마법을 곁들인 장치가 있긴 했지만, 시종들 일을 보조해주는 수준이지 특별한 목적을 가진 건 없었어. 주술쪽도 그랬고.”


렌스와 나스챠의 보고를 들은 룬은,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갈파고스의 지배권 자체는 일리야 가문이 가져가기는 했어도, 지금 일리야 가문 내에서 가주 다음으로 큰 세력을 가진 사람은 룬이다.


레기오르스처럼 룬을 노예로 만들려는 시도는 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마술적 개입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룬은 아무런 흔적을 찾을 수 없자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그럼 대체 날 왜 부른거야?’


나스챠 또한 비슷한 생각을 한 것인지 룬을 향해 물어왔다.


“대체 널 왜 부른걸까?”


“ 그러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안 나옵니다.”


물론, 일리야 룬을 가문 내로 끌어들였을 때 얻는 이점은 있었다. 가문 자체의 영향력이 강해질 뿐더러, 당분간 사교계에서 어깨에 힘 깨나 주고 다닐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룬의 존재가 가지는 위협은, 그런 것으로 감수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당장 일리야 가문에는 일리야 호인이라는 정당한 계승자가 있다.


그런데 그 상황에 강대한 세력을 가진 이복동생이 가문으로 복귀하는 것을 달갑게 생각할 세력은 달리 없었다.


나스챠가 고개를 한 번 갸웃거리더니 이내 룬을 향해 물어왔다.


“차기 가주는 호인으로 결정된 거 맞지?”


“어, 내가 킨케이드로 가기 전부터 결정된 일이라 이변은 없을거야.”


“그럼 진짜 이상하네. 나 같으면 굳이 가문으로 안 불러들이고, 아카데미로 보내거나 적당한 영지 하나 쥐어줘서 관리하게 했을 것 같은데 말이야.”


“렌스, 호인 쪽 사람들 움직임은 어때?”


“별 다른 변화는 없습니다. 저희 쪽에도 사람이 붙긴 했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의도를 가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호인 그 사람도 그래. 딱히 너를 견제하거나 그러는 것 같지는 않던데?”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일리야 가문의 의도는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던 중, 룬의 기감에 자신의 방으로 향하는 작은 아이들의 기척이 걸려왔다.


룬은 렌스와 나스챠를 향해 목을 긋는 수신호를 보내 대화를 종료시킨 후, 아이들이 도착하는 것을 기다렸다.


방문 앞에 도착한 아이들은 문고리를 하나씩 잡고 방문을 두드리더니, 이내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가도 될까요?"


'누구지?'


룬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방문을 바라보았다. 이 집안에서 룬의 방으로 향할 어린아이는 달리 없었다.


아무런 대답도 없자 방문이 살며시 열리며 두 아이가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프린이에요"

"마린이에요"


밝은 갈색 머리에 이마를 드러낸 두 꼬마는 일리야의 금발이 아닌, 미호와 같은 갈색을 띠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룬은 두 아이가 미호의 쌍둥이 딸인 프린과 마린임을 직감했다.


호기심 가득해 보이는 두 꼬마의 시선이 룬을 향해 달려들었다.


엄격한 귀족 가문에서 자란 아이들은 경직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 반면, 편안한 가문에서 자란 경우에는 보통 구김살이 없이 밝게 자라기 마련이다.


룬과 다르게 저 두 아이들은 후자에 속했다.


주인의 허락도 없이 문을 여는 행동은 예의가 없는 행동이었지만, 이 아이들에게는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내가 아는 일리야 가문은 그런 스타일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룬은 의문을 뒤로하며 아이들을 향해 다가갔다.


"귀여운 공주님들이구나, 미호님의 딸이지?"


룬의 말에 먼저 대답한 것은 프린이었다.


"네, 제가 언니고 마린이 동생이에요."


"쌍둥이인데 왜 항상 네가 언니라는 거야, 먼저 태어난 것도 나잖아!"


"다 내가 언니같대."


그 말에 마린이 볼을 부풀리며 프린을 향해 손을 휘젓기 시작했다.


그 손길을 이리저리 피해낸 프린이 마린을 보며 작게 키득대자, 마린이 프린을 향해 눈을 치켜뜨며 노려보았다.


룬은 그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아이치고 움직임이 좋은걸.'


그렇게 생각하며 렌스를 바라보자 렌스 또한 같은 생각을 하는 듯싶었다.


프린은 마린을 향해 약오르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룬 뒤로 쏙 숨어버렸다.


룬은 어색하게 웃으며 자신의 뒤로 숨은 프린과 마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몇 살이니?"


그 질문과 동시에 마린이 당황한 듯 안절부절했다. 룬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프린이 당차게 대답했다.


"10 살이에요"


그 모습에서 룬은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아차, 이건 물어봤으면 안 됐는데'


룬의 표정이 변하자, 그것을 본 프린이 마린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엄마가요.”


그 모습은 마치 룬에게서 자신의 동생을 보호하려는 것만 같았다.


“언니랑은 잘 지내래요. 먼저 가서 말도 걸고,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고 또 언니가 모르는 게 있으면 가르쳐 주랬어요.”


프린과 마린은 미호가 일리야의 저택으로 오기 전에 낳은 아이들로, 이전까지는 공식적으로 그 존재가 인정되지 않았다.


저 눈치 빠른 아이들은 분명 자신에 대한 소문을 미리 듣고 온 것이리라.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자 프린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한 번씩 여기 와서 그래도 되나요?"


'똑똑한 아이들이네.'


미호가 보내서 왔다는 저 아이들의 말은 아마도 거짓말일 것이다.


프린과 마린은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었지만 애매한 입지를 가졌다.


그건 미호 또한 마찬가지였고, 힘을 얻은 룬이 자신들의 어머니를 괴롭히더라도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불안하게 흔들리는 아이들의 시선은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용감하기도 하고.'


지금 룬을 수식하는 단어들 중,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고서 먼저 다가올 만한 것은 없었다. 오히려 아이들을 무섭게 만들면 몰라도.


룬은 기특한 아이들을 향해 무릎을 꿇어 앉으며 눈을 맞춰주었다.


"그래, 언제든지 와도 좋아"


영리한 아이들은 룬의 뉘앙스와 제스쳐에서 자신들의 계획이 성공했음을 직감했다.


긴장이 풀린 아이들은 한참을 재잘거리더니, 금새 배가 고파진 것인지 아예 테이블에 앉아 과자를 먹기 시작했다.


나스챠가 그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근데 진짜 닮았다, 머리 아니면 구분도 못 하겠어."


프린은 파헬과 비슷한 단발을 하고 있었지만, 마린은 생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나스챠의 말을 들은 것인지 프린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저도 긴머리 하고 싶은데 항상 마린이..."


마린은 자신을 향하는 프린의 시선을 슬쩍 넘겨버렸다.


렌스와 나스챠가 그 모습을 보며 작게 웃음지었고, 프린이 그 모습을 따라하듯 밝게 웃었다.


그러자 나스챠가 프린을 보며 눈을 빛냈다.


"감각도 좋은 편이네, 마린은 커서 뭐가 되고 싶어?"


"기사요."


'쳇.'


나스챠는 속으로 혀를 찼다.


프린이라는 아이에게서는 마법사로서의 재능이 엿보인다.


'호기심이 많고 사고가 열려있어.'


나스챠가 프린에 대해서 생각하던 와중 옆에선 프린도 지기 싫은 듯 말하기 시작했다.


"저도 기사가 되고싶어요, 기사가 되서 프린을 지켜주고 싶어요"


"지켜주는 건 항상 나잖아 마린"


그러고서 프린과 마린은 다시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여자아이들인데 특이하네. 룬의 영향을 받은건가?'


지금 아케도니아에서 일리야 룬에 대한 소문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다.


단신으로 악마를 토벌한 기사. 거기다가 산하의 용병단의 대부분은 전 킨케이드 기사단원들이다. 아직 성년에도 이르지 못한 여자아이가 어떤 방식으로 그들을 홀린 것은, 그들이 일리야 룬의 전투를 지켜봤기 때문이라고 추측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결론적으로 지금 아케도니아 정계의 폭풍의 핵은 일리야 룬이다.


일리야 룬을 중심으로 모든 변화가 일어난다.


그것이 룬에 대한 세간의 평가였다.


"마법사가 되어도 다른 사람을 지켜줄 수 있어. 마법사가 되는건 어때?"


나스챠는 기대감을 뒤로한채 슬쩍 두 아이를 향해 물어보았다.


두 아이의 자질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렌스가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요, 저는 기사가 될 거에요”

"마법사는•••싫어요•••"


그리고 두 아이에게서 동시에 들려오는 단호한 대답은 나스챠를 당황시켰다.


두 아이가 마법사를 싫어할 이유는 순전히 위치스 가문밖에 없었다.

파헬이 비록 위치스의 출신이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위치스는 일리야에게 많은 무례를 저질러왔다.


그 무례 속에는 기사인 미야와 그 아들인 호인을 향한 업신여김과, 셋째부인인 미호에 대한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룬은 두 아이가 마법사를 싫어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두 아이는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서로 귓속말을 몇 번 나누더니, 나스챠에게 붙어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자, 금새 저녁 시간이 다가왔다.


“어, 벌써 해가 졌어요.”


“진짜네, 이제 곧 있으면 저녁 시간이니까 이제 가보렴.”


그렇게 저녁 시간이 찾아오자 두 아이는 식사자리에서 보자며 방을 떠났다.


그리고 두 아이가 떠난 직후, 룬은 자신의 방으로 다가오는 기척을 하나 더 감지했다.


그는 바로 룬의 생물학적 친오빠, 일리야 데 피그오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여주가 XX를 못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4 33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02 14 0 11쪽
33 32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01 16 1 13쪽
32 31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5.31 12 0 13쪽
31 30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5.30 10 0 12쪽
30 29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5.29 12 0 17쪽
29 28화 - 거짓과 함께 춤을 +1 22.05.28 16 1 11쪽
28 27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5.28 14 0 19쪽
» 26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5.27 20 0 12쪽
26 25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5.26 20 0 13쪽
25 24화 - 탁란공녀 창세기 22.05.25 27 0 20쪽
24 23화 - 탁란공녀 창세기 22.05.25 39 0 21쪽
23 22화 - 탁란공녀 창세기 22.05.24 46 0 22쪽
22 21화 - 탁란공녀 창세기 22.05.23 19 0 15쪽
21 20화 - 탁란공녀 창세기 22.05.22 21 0 19쪽
20 19화 - 탁란공녀 창세기 22.05.22 23 0 15쪽
19 18화- 탁란공녀 창세기 22.05.21 34 0 15쪽
18 17화- 탁란공녀 창세기 +1 22.05.20 28 1 14쪽
17 16화- 탁란공녀 창세기 22.05.19 29 0 18쪽
16 15화- 탁란공녀 창세기 +1 22.05.18 64 1 15쪽
15 14화- 탁란공녀 창세기 22.05.17 44 0 21쪽
14 13화- 탁란공녀 창세기 22.05.16 38 0 20쪽
13 12화- 탁란공녀 창세기 22.05.16 39 0 16쪽
12 11화 - 탁란공녀 창세기 22.05.15 45 0 14쪽
11 10화- 탁란공녀 창세기 22.05.14 41 0 24쪽
10 9화 - 탁란공녀 창세기 22.05.14 47 0 16쪽
9 8화 - 탁란공녀 창세기 22.05.13 57 1 18쪽
8 7화 - 탁란공녀 창세기 22.05.13 54 2 16쪽
7 6화 - 탁란공녀 창세기 22.05.12 60 2 13쪽
6 5화 - 탁란공녀 창세기 22.05.12 62 1 14쪽
5 4화 - 탁란공녀 창세기 22.05.11 74 3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