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663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1.10.30 07:00
조회
381
추천
6
글자
11쪽

10-4

DUMMY

“다행이군요. 혹시나 싶어서 상대 운전자를 확인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박상인 과장이 조사중인데, 결과가 나오는 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최근에 미행이 붙었다든가 하는 의심스러운 정황은 없었습니까?”


정필모가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특별히 의심스러운 정황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누군가 교통사고를 빙자해서 정 사장님을 해코지할만한 원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 생각나는 게 있습니까?”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조영은 황문달이 마치 드라마에서 나오는 형사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원한이라.....예전 일은 시간이 오래 지나서 마음속에 담아둘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고, 최근이라면 아무래도 윤근식 의원 정도 아니겠소?”


“윤근식 의원이요?”


“윤근식이도 귀가 있으니까, 내가 민주평화당에 선을 대고 있다는 것과, 민주평화당에서 윤근식의 장관 입각을 결사반대했다는 내용을 들었을 가능성이 높아요. 여의도가 생각 외로 좁은 곳이라서 말이오.”


“윤근식이라....알겠습니다. 참고하겠습니다.”


황문달이 정필모와의 대화 내용을 수첩에 메모하면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이번에는 여한모가 위로를 건넸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많이 놀라셨겠습니다. 사모님이 고우신데요? 젊었을 때는 한 미모 하셨을 것 같습니다? 흐흐흐.”


“하하하.....아이고.”


여한모의 예상치 못한 말에 웃음을 터뜨리던 정필모가 인상을 찌푸렸다.


“아....이게 배 속을 수술해서인지 갑자기 웃으니까 아프군요. 여 팀장님 말씀은 안사람에게 꼭 전해 주겠습니다. 허허허.”


“사장님이 병원에 계시는 동안 회사는 어떻게 돌아가게 되어있습니까?”


“내부적인 일은 하민호 비서실장이 취합할 겁니다. 경비 실업 쪽은 허대호 사장이 처리하면 됩니다. 원래 전용수 본부장에게 이번 주까지 휴가를 주었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출근해서 일을 처리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회사 일은 제가 하 실장, 허대호 사장과 함께 의논해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장님은 몸조리에 신경 쓰십시오.”


“감사합니다, 여 팀장님.”


병실 문이 열리면서 정필모의 아내가 음료수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


“아직 말씀 나누시는 중이면 이따가 들어올까요?”


조심스럽게 묻는 정필모의 아내에게 조영이 싱긋 미소를 지어주었다.


“아닙니다, 환자 얼굴도 보고 위로도 건넸으니 이만 일어서려던 참입니다. 갑자기 찾아와서 폐를 끼쳤습니다. 다음에 정 사장님 퇴원하시면 함께 식사라도 한번 하시지요.”


“아니, 그래도 음료수라도 드시고 가셔야.....”


“보스, 아름다운 사모님께서 준비해 주신 음료수를 그냥 두고 가는 건 예의가 아닙니다. 주세요, 가면서 마시겠습니다. 흐흐흐.”


여한모가 정필모의 아내에게서 작은 병으로 된 음료수 세 개를 건네받았다.

조영과 일행들이 마지막으로 정필모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병실을 나섰다.

병실 문 밖까지 쫓아 나와서 배웅 인사를 건넨 정필모의 아내는 일행이 엘리베이터에 타는 모습을 확인한 후에야 병실로 돌아와서 정필모의 옆으로 다가왔다.


“여보, 이 침대 좀 다시 눕혀줘. 아직은 허리를 세우는 게 불편하네.”


“아고, 제가 깜박했네요. 잠시만요....”


레버를 조작해서 침대를 원위치시킨 정필모의 아내가 음료와 과일을 냉장고에 집어넣으면서 말했다.


“보스가 엄청 젊으시네요, 여보?”


“응, 젊은 분이시지. 그래도 예의를 잃으면 안 돼. 우리에게 새로운 삶을 주신 분이잖아.”


“그럼요, 당연하지요. 결혼은 하셨어요?”


“아니.”


“그러면 내가 주변에 참한 아가씨들 좀 알아볼까요?”


“하하.....아~~. 여보 나 웃기면 안 돼. 아프다고. 보스는 여자 친구가 있으셔. 큰일 난다고.”


“그렇구나.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죠, 뭐.”


두 사람의 사소한 대화는 간호원이 주사약을 들고 들어오면서 멈춰졌다.

간호원의 손에 잡힌 주삿바늘을 보면서 정필모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박상인은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연립주택 앞에 주차해 놓은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어제 정필모가 탄 차와 교통사고를 낸 화물차 운전기사인 차동수의 집이었다.


덜컥.

차 문이 열리면서 장종만이 조수석에 올라탔다.


“과장님, 여기 음료수 드세요.”


슈퍼마켓 냉장고에서 갓 꺼내온 것인지 장종만이 건네주는 캔 음료는 차가웠다.

딸칵.

캔 뚜껑을 열어젖힌 박상인이 벌컥벌컥 음료수를 마셨다.


“캬아~ 우리 종만이 이제 음료수도 챙겨올 줄 알고, 눈치가 많이 좋아졌네?”


“하하하, 과장님 모신 시간이 얼마인데요. 이 정도야 기본이지요, 기본.”


“그래 슈퍼에서는 뭐 건진 소식이 있어?”


“차동수는 국민학교에 다니는 딸이 하나 있는데 건강이 안 좋답니다. 무슨 심한 병이라서 수술을 해야 한다는데, 차동수의 경제 상황으로는 큰 금액이 필요해서 아직 수술을 하지 못하고 있다더군요.”


“수술? 이거 뭐 드라마에 맨날 나오는 그런 거야? 딸의 병원비를 구하기 위해서 검은 조직의 사주를 받아서 사고를 일으킨다.....뭐 그런?”


“비슷합니다. 차동수의 아내는 동네에서 부업을 주로 했었다고 하더군요. 요즘은 딸이 병원에 입원해 있어서 병간호하러 가 있답니다. 병원비 때문에 전세보증금도 빼서 쓰고, 지금은 월세로 살고 있답니다.”


“병원은? 병원도 알아가지고 왔어?”


“청량리 쪽에 있는 종합병원이랍니다.”


“그래? 딸 병원비가 걱정되어서 저러고 있는 건가?”


“왜요?”


“살짝 내다봐 봐. 차동수 저 놈아, 지금 베란다에서 20분째 줄담배만 피우고 있다.”


장종만이 고개를 살짝 내리자, 연립주택 2층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차동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사는 화물차 운전기사인데, 차도 망가지고 상대도 많이 다쳤다니까 마음이 답답하지 않겠습니까?”


차동수가 운전하던 화물차는 조수석 앞 범퍼와 바퀴 부분이 꽤 많이 망가져서 견인되었다고 들었다.

물론, 정필모가 타고 있던 승용차는 더욱 심하게 파손되었을 테지만.


“좋아, 일단 우리는 이동한다. 2조에게 차동수 잘 감시하라고 해. 동일한 차가 너무 자주 주변에 나타나면 눈썰미 좋은 놈들은 의심할 수도 있으니까, 교대하자. 밥부터 먹어야겠다.”


다 마신 음료수 캔을 찌그러트려서 창밖으로 내던진 박상인이 시동을 거는 동안, 장종만이 휴대전화를 들어서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

박상인과 장종만이 타고 있던 차가 골목을 빠져나가고 얼마 후에 또 다른 승용차가 방금 전까지 박상인이 머물렀던 곳에 멈춰 섰다.

그때까지도 차동수는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날 저녁.

박상인은 사우나에서 수건을 뒤집어쓴 채로 땀을 흘리고 있었다.

어젯밤에 집에도 못 들어가서 씻을 겸 해서 온 동네 목욕탕이었다.

저녁 시간이라 다들 집에 들어갔는지 한가했다.

사우나실 문이 열리더니, 장종만이 빼꼼히 고개를 디밀었다.


“과장님, 차동수가 외출한답니다. 지금 2조가 따라붙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지하철역으로 들어가서 한 명이 따라붙고, 나머지 한 명이 차량으로 대충 따라간다는데요?”


“지하철? 하긴 화물차는 수리 중이고. 택시 타기에는 돈이 없겠지? 알았다, 너 먼저 옷 입고 준비하고 있어. 샤워만 하고 나갈 테니까.”


잠시 후에 샤워를 마치고 탈의실에서 옷을 걸쳐 입은 박상인이 거울 앞에서 머리를 대충 말리고, 로션을 얼굴에 토닥이고 있을 때 장종만이 바나나 우유를 하나 들고 다가왔다.


“캬~ 우리 종만이가 눈치가 정말 9단인데? 목욕탕에서는 바나나 우유가 최고지, 암~”


빨대까지 꽂아서 가져온 우유를 들이마시며 박상인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차동수가 지하철을 타고 남쪽으로 가고 있답니다, 안산행 지하철을 탔다는데요?”


“일단 놓치지 말고 잘 따라붙으라고 해.”


“걱정하지 마십시오, 초짜들도 아니고 그 정도는 다들 알아서 합니다.”


장종만의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대꾸에, 문득 박상인은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유를 한 손에 들고 돌아다본 거울 속에 보이는 남자의 이마에 주름은 없었지만, 왠지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과장님, 왜 그러세요? 얼굴에 뭐 묻었어요? 아무것도 없는데요?”


“종만이 네가 코 흘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많이 큰 것 같아서 내가 얼마나 늙었는지 한번 확인해봤다. 크크크.”


“에이, 과장님도 싱거우시기는.”


차를 타고 이동 중에 차동수를 미행하는 2조 직원들의 연락을 받은 박상인은 운전하는 장종만에게 이야기해서 차를 강남으로 향하도록 했다.


“강남이라....미아리에 살고 있던 화물차 운전기사가 저녁에 강남에 갈 일이 뭐가 있을까?”


박상인이 가끔 혼잣말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가진 것을 알고 있는 장종만은 아무 대답 없이 운전에만 집중했다.


“야! 사람이 말을 하면 대꾸가 있어야 할 거 아냐? 지금 내 말을 씹는 거야? 응?”


갑작스러운 박상인의 호통에 신호에 걸려서 멈춰 선 장종만이 억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거야, 가끔 과장님이 혼잣말할 때 대답하지 말라고 하시니까 그런 건 줄 알았죠.”


“에휴~ 너는 아직 멀었다, 멀었어. 차동수가 이 시간에 강남을 왜 갔겠냐?”


“그야, 약속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그 약속이 뭐겠느냐는 거지?”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과장님도 모르시는걸.”


박상인이 왼손을 들어 올리자, 신호가 바뀐 것을 확인한 장종만이 빠르게 기어를 조정하면서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부우웅.

차가 속도를 올리기 시작하자, 박상인은 차마 장종만을 때리지는 못하고 손을 내렸다.

띠리리.

전화벨이 울리자 입맛을 다시던 박상인이 장종만을 한번 노려본 후에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여보세요”


[과장님, 차동수가 지금 술집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술집? 한 명이 따라 들어가 봐.”“


[그게, 룸살롱인데요?]


”룸살롱? 차동수가? 대충 한 명 들어가서 일행 찾으러 왔다고 둘러대면서 한 바퀴 훑어봐. 지금 가는 중이니까 곧 도착한다.“


박상인의 통화를 듣던 장종만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10분이면 갑니다.“


”야, 10분이면 간단다. 그래, 지금 한강 다리 건너는 중이야. 너희 지금 있는 위치가 정확하게 어디야?“


[역삼역 3번 출구 뒤쪽 골목에 있는 술집입니다. 술집 이름이 퀸비입니다.]


”뭔 비?“


[퀸비요, 퀸비(Queen bee), 여왕벌이요.]


”빌어먹을 놈들, 무슨 술집 이름을 그렇게 이상한 거로 하고 그래? 알았어, 얼른 갈 테니까 잘 감시하고 있어.“


전화를 끊은 박상인이 담배를 꺼내물고 불을 붙였다.

창문을 내리자 한강을 지나치는 바람이 제법 세차게 느껴졌다.


”과장님, 차동수가 술집에를 갔답니까?“


”그래, 그것도 룸살롱이란다. 어제 사고 쳐서, 오늘 일 공친 화물차 기사가 룸살롱이 웬 말이냐? 흥.“


”근데, 이름이 뭐랍니까?“


”여왕벌인데, 그걸 영어로 해서 퀸비란다, 퀸비. 빌어먹을 놈들.“


”퀸비요?“


장종만이 눈을 커다랗게 뜨면서 고개를 돌려 박상인을 쳐다보았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 안내 22.02.04 180 0 -
공지 토,일 연재로 전환 20.05.24 2,115 0 -
256 11-6 22.01.30 228 7 11쪽
255 11-5 22.01.29 174 4 11쪽
254 11-4 22.01.23 181 7 11쪽
253 11-3 22.01.22 194 6 12쪽
252 11-2 22.01.16 204 7 11쪽
251 11-1 22.01.15 203 5 11쪽
250 10-25 22.01.09 234 7 11쪽
249 10-24 22.01.08 224 7 11쪽
248 10-23 22.01.02 223 6 11쪽
247 10-22 22.01.01 215 7 11쪽
246 10-21 21.12.26 239 6 11쪽
245 10-20 21.12.25 226 6 11쪽
244 10-19 21.12.19 267 7 11쪽
243 10-18 21.12.18 257 7 11쪽
242 10-17 21.12.12 289 8 11쪽
241 10-16 21.12.11 282 5 11쪽
240 10-15 21.12.05 295 6 11쪽
239 10-14 21.12.04 296 6 11쪽
238 10-13 21.11.28 317 7 11쪽
237 10-12 21.11.27 312 6 11쪽
236 10-11 21.11.21 332 7 11쪽
235 10-10 21.11.20 336 6 11쪽
234 10-9 +1 21.11.14 340 8 11쪽
233 10-8 21.11.13 344 6 11쪽
232 10-7 21.11.07 369 5 11쪽
231 10-6 21.11.06 366 5 11쪽
230 10-5 21.10.31 385 7 11쪽
» 10-4 21.10.30 382 6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