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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656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1.12.11 07:00
조회
281
추천
5
글자
11쪽

10-16

DUMMY

”응, 구 과장. 들어가 봐. 사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셔.“


”감사합니다. 형님. 구완서입니다, 형님.“


허리를 꾸벅 접은 구완서가 안주머니에서 봉투 2개를 꺼내어서는 문 앞에 서 있는 두 사내에게 하나씩 건네었다.


”어흠흠. 뭘 이런 걸 자꾸.....“


”제가 직접 술이라도 대접해 드리고 싶습니다만, 사장님을 모시느라 워낙에 바쁘신 분들이시니 나중에 시간 날 때라도 한 잔씩 하십사 하는 제 성의입니다. 형님. 구완서입니다. 헤헤헤.“


구완서는 정만용의 측근들에게 틈이 날 때마다 용돈을 찔러주고 있었다.

늘상 있는 일이어서인지 호위들은 능숙하게 봉투를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시치미를 떼면서 방문 앞에서 비켜주었다.

구완서가 노크를 하고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

방으로 들어선 구완서가 허리를 90도로 굽히면서 인사를 올렸다.


”사장님, 나오셨습니까? 구완서입니다.“


소파에 편안하게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정만용이 고개를 들었다.


”그래. 장부 가지고 오고. 술상 좀 차려라. 조금 후에 회장님 오실 거니까, 안주도 신경 써서 가지고 오고. 나가봐.“


”회장님께서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다시 한번 허리를 숙인 구완서가 재빠르게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방에 혼자 남은 정만용이 담배 연기를 내뿜으면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천장에는 색색의 조명이 달려있었다. 손목을 들어 올려서 시각을 확인한 정만용이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끄면서 옷매무새를 확인했다.

이제 잠시 후면 서울의 밤을 지배하는 탁일만이 도착할 시간이었다.


스르륵.

나이트클럽 앞에 검은색의 커다란 승용차가 조용하게 멈춰 섰다.

뒤따르던 승용차에서 먼저 내린 사내들이 좌·우를 살피면서 승용차를 에워싸고, 한 명이 승용차 뒷좌석의 문을 열어주었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탁일만이었다.

나이트클럽 입구에 서 있던 조직원들이 양팔을 늘어뜨린 채로 허리를 숙였다.


”나오셨습니까, 회장님.“


탁일만이 거만한 동작으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클럽의 입구에는 구완서와 웨이터들이 줄지어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오셨습니까, 회장님. 구완서입니다.“


허리 숙이는 인사를 건넨 구완서가 상체는 숙인 채로 종종걸음으로 다가갔다.


”모시겠습니다. 정만용 사장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음~“


고개를 끄덕여서 인사를 받은 탁일만이 스테이지에 붐비는 사람들을 일별한 후에 구완서를 따라서 걸음을 옮겼다.


”요즘도 장사는 잘되나?“


”네. 회장님 덕분입니다. 오늘은 토요일이라서 평소보다 사람이 많은 편입니다, 회장님.“


”그래. 자네가 고생이 많아.“


”감사합니다, 회장님. 구완서입니다, 회장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구완서는 틈날 때마다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상급자들에게 이름을 각인시키기 위해 구완서가 고안한 방법이었는데, 나름대로 효과가 있는지 이름을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구완서의 안내를 받아 탁일만이 1번 방 앞에 도착하자 문 앞을 지키고 있던 사내들도 허리를 숙였다.

구완서는 남들이 보지 못할 정도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마음속으로는 탁일만이 아닌, 자신이 인사를 받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구완서가 문을 열자, 정만용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는지 문 앞에 서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고개를 끄덕여준 탁일만이 성큼성큼 걸어가서 소파의 중앙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구완서가 말을 비빌 틈을 주지 않고, 정만용이 눈짓으로 빨리 술을 준비하라는 신호를 주고는 탁일만의 곁에 가서 앉았다.


잠시 후에 웨이터들이 고급 양주와 안주들을 가지고 들어와서 세팅했다.

정만용이 탁일만의 술잔에 먼저 술을 따라주고, 탁일만이 술병을 받아서 정만용의 잔을 채워줄 즈음에 문이 열리면서 박철구가 들어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회장님.“


”일찍 일찍 다녀라. 회장님을 기다리시게 해서 되겠냐?“


정만용으로부터 한마디 질책을 들은, 박철구가 탁일만의 옆자리에 앉았다.


”일단 한잔하지. 자, 박 부장도 한 잔 받아.“


박철구가 공손하게 잔을 들어 올려서 탁일만이 따라주는 술을 받았다.


”회장님의 건강과 사업의 번창을 위하여!“


정만용이 선창하자, 박철구가 ‘위하여’를 따라 외치면서 잔을 들었다.

가볍게 잔을 부딪친 세 사내가 단숨에 술잔을 비웠다.


”내가 자네들을 보자고 한 건 다른 이유가 아니고, 윤근식 의원 때문이야.“


”윤근식 의원이 무슨 문제를 일으켰습니까, 회장님?“


”정필모의 교통사고 때문에 전화를 해서 화를 내고 있어. 내가 일을 어쭙잖게 처리해서 정필모를 도와주고 있다고 역정을 내더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화물차로 밀어 버려서 수술도 받고 입원까지 시켰는데요?“


”입원이 문제라는 거야, 박 부장. 그동안 쌓아 올린 정필모의 인맥들이 병문안을 핑계 삼아 다들 병원을 들락거리는 모양이야. 병실에 꽃바구니를 둘 곳이 없다는군.“


”아니, 그거야.....“


”윤 의원은 우리가 교통사고로 정필모를 완전히 보내버려 주기를 바랐었던 모양이야.“


”회장님, 사실은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운전기사 놈이 마지막에 마음이 약해졌던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박 부장, 자네 잘못이 아니야. 분명히 윤 의원은 나한테 경고를 보내 달라고 했었지, 죽여달라고 하지는 않았었거든. 그런데, 결과가 나오니까 중간 과정을 뒤집고 싶어지는 모양이야. 본인이 원하는 그림이 아니었던 게지. 윤 의원의 판단력이 예전 같지 않아. 당을 갈아탄 것도 결과가 좋지 않은 것 같고, 장관 자리에서 미끄러진 것도 그렇고. 뭔가 자꾸만 악수를 두는 느낌이야. 좋지 않아.“


”그래도 아직은 끗발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내 머리가 아파지는 거 아닌가? 계속 붙어있자니, 끈 떨어진 뒤웅박인 것 같고. 말을 갈아타자니, 들인 공이 아깝고. 에잉.“


탁일만이 잔을 만지작거리자, 정만용이 재빠르게 술병을 들어서 잔을 채워주었다.

탁일만이 독한 술을 한 모금 목으로 넘긴 후에 술잔을 내려놓았다.


”나도 윤 의원 연락을 받고 나서, 정필모가 입원해 있다는 병원에 사람을 보내서 조금 알아봤어. 정치계, 경제계, 관료들....정말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고 있더군. 내친김에 알아보니, 정필모가 목포 쪽에서 국회의원 출마를 꿈꾼다는 소문도 있어.“


”그래 봐야, 지역구 의원 아닙니까? 저희는 이제 목포보다는 서울의 조직입니다. 그깟 지역 국회의원 한 명 정도는 오히려 저희에게 고개를 조아려야 할 겁니다.“


”박 부장은 아직 대국적인 시야가 부족해. 지역 국회의원은 별것 없지만, 당의 핵심 세력이 주목하고 있다는 게 문제인 거야. 우리는 정치적인 외풍을 막아줄 바람막이가 필요해. 이곳까지 올라오는 동안, 윤근식이가 큰 힘을 써준 것은 사실이지만 언제까지 힘을 갖고 있을지는 알 수가 없어.“


”회장님, 그러면 이제 다른 우산들을 찾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바로 그거야. 정 사장도 이제 나름 거물이 되었고, 주머니도 넉넉하니까 쓸만한 우산들을 찾아서 관계를 맺도록 해. 세상에 돈 싫다는 정치인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회장님.“


정만용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관계를 맺을 때는 항상 증거를 모아 놓도록 해. 놈들의 약점을 쥐고 있는 순간에만 우리 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


”여부가 있겠습니까,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잘 처리하겠습니다.“


”박 부장은 이번 교통사고 관련된 일이 밖으로 퍼져 나가지 않도록 조심해. 정필모가 뒤지고 다니면 피곤하니까.“


탁일만의 지적에 박철구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이내 고개를 숙였다.


”윤근식이가 우리와 손을 놓을 경우를 대비해야 해. 밑에 애들 관리도 신경 쓰고, 지역 경찰서에도 여유 있게 풀도록 해. 혼자 다 먹으려고 하면 체하는 법이야.“


”알겠습니다, 회장님.“


”아, 여기 담당하는 그놈....이름이 뭐더라? 그래, 구완서 그놈은 어때?“


”뭐, 아직까지는 쓸만합니다. 조금씩 뒷돈을 챙기기는 합니다만, 크게 삥땅 치지는 않고 있어서 내버려 두고 있습니다. 목포에서 올라온 우리 애들에게 잘 보이려고 여기저기 기름칠을 해대고 있는 모양입니다.“


”잘 관리해. 내부의 적이 무서운 법이야. 우리가 흡수한 조직들이 많은 만큼, 숨어버린 적들도 많다는 것을 명심해. 예전에 마상녹이 밑에 있던 홍 뭐시긴가 하는 놈은 어때?“


”저희가 은퇴시킨 녀석들 중에, 홍상만이만 운 좋게 빠져나갔었습니다. 이후에도 찾아보았지만, 소식을 들을 수 없는 것을 보면 어디 산 구석에라도 숨어버린 모양입니다. 혹시 모르지요, 밀항선을 타고 일본이나 중국으로 내뺐을 수도 있고요. 회장님께서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만약 놈이 돌아오게 된다면 틀림없이 구완서에게 연락을 할 겁니다. 살아남은 역삼파 애들 중에서 제일 성공한 놈이니까요. 구완서는 저희의 눈 안에 있습니다. 어떤 놈이든지 구완서와 접촉하는 순간 제게 보고가 들어오도록 준비해놓았습니다.“


”그래, 내가 이래서 정 사장을 믿을 수밖에 없어. 일 처리가 깔끔하거든. 박 부장도 많이 배워라. 이 서울 땅이 모두 다 자네들이 움켜쥐게 될 곳인 거야.“


”감사합니다, 회장님.“


”알겠습니다, 회장님.“


똑똑똑.

작은 노크 소리가 있고 난 뒤에 들어온 구완서가 공손한 자세로 두 손으로 받쳐 든 영업 장부를 박철구에게 건넸다.

장부를 들여다보는 박철구의 앞에 고개 숙인 구완서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 * *


1990년 4월 15일 일요일.

김포공항 입국장 게이트를 통과하는 홍상만과 부하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게이트 앞에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는 사람의 이름을 적은 피켓이나 종이를 들고 서 있었지만, 아는 얼굴은 눈에 띄지 않았다.

혹시나 이름이 적힌 푯말이 있나 싶어서 둘러보았지만, 한글과 영어로 쓰인 많은 종이에 홍상만 일행의 이름은 없었다.

당황한 부하들이 홍상만을 바라보았지만, 홍상만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인근에 비어 있는 긴 의자로 다가갔다.

커다란 가방을 의자 앞에 둔 홍상만이 의자에 편안하게 앉아서는 등받이에 몸을 깊숙이 기댔다.


”형님, 연락을 해 보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이상합니다.“


”어디로 연락을 해? 너, 알고 있는 연락처 있어?“


”없습니다. “


”그럼, 미국으로 전화할 거야? 테드 교관한테?“


”거기 전화번호도 모르는데요?“


”그러면 기다려. 마음에 여유를 가져라. 여유를.“


대답을 마친 홍상만이 양팔을 들어 올려 머리 뒤쪽으로 깍지를 끼면서 편안한 자세를 만들고는 눈을 감아버렸다.

내버려 두면 금방 잠이라도 들어버릴 것 같은 자세였다.

혼자 애가 닳은 유창모가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로비를 가로질러 다가오는 체구가 좋은 사내가 눈에 띄었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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