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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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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615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2.01.09 07:00
조회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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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1쪽

10-25

DUMMY

”야, 너는 머리가 없냐? 지금 장례가 문제야? 사건의 자초지종을 파악해야 할 거 아냐? 사무처 놈들한테는 나중에 알려도 되니까. 그쪽 통화할 시간 있으면 미국에나 전화해.“


* * *


1990년 4월 17일 화요일.


똑똑똑.

밤을 새워 충혈된 눈으로 마호석이 호텔 방문을 두들겼지만, 안에서는 인기척이 없었다.


쿵쿵쿵.

이번에는 주먹을 쥔 채로 문을 두들겼지만, 역시 반응이 없었다.


”의원님, 마호석 보좌관입니다.송구하지만 상황이 급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겠습니다.“


마호석의 눈짓을 받은 호텔 직원이 손에 들고 있던 마스터키를 이용해서 문을 열었다.

마호석이 지갑에서 만 원권 한 장을 꺼내더니 직원의 손에 쥐여주었다.


”수고했어요. 가보세요.“


호텔 직원이 고개를 숙이고는 복도를 걸어가는 것을 확인한 마호석이 방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갔을 때도 윤근식은 잠이 깨지 않은 상태였다.

창가로 다가간 마호석이 커튼을 확 젖히자, 눈 부신 햇살이 온 방안을 비추었고, 윤근식이 잠결에도 인상을 찌푸렸다.

마호석이 조심스럽게 윤근식의 어깨를 흔들었다.


”의원님, 의원님. 일어나십시오. 의원님 이제 일어나셔야 합니다.“


”으.....응. 조금만 더 자게 둬.“


”의원님, 의원님.“


계속해서 어깨를 흔드는 마호석의 손길에 힘겹게 눈을 뜬 윤근식이 거친 말을 내뱉었다.


”뭐야, 이 새끼야. 내버려 두라니까. 엉? 마 보좌관? 무슨 일이야? 여기 어디야?“


”호텔입니다. 일이 생겼습니다, 일어나십시오.“


윤근식이 옆자리를 더듬어보다가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상체를 일으켰다.


”아이고, 머리야. 제기랄 내가 얼마나 많이 마신 거야? 간밤에 나 혼자 여기서 잔 거야? 그 누구냐, 이쁘장한 계집애는 어디 갔어? 이런 썅. 밤새 나를 즐겁게 해준다더니 도망간 거야?“


”의원님께서 과음하신 것 같아서 여자 당원은 제가 집으로 보냈습니다. 어서 일어나보십시오.“


마호석이 건네주는 생수병을 받아든 윤근식이 벌컥벌컥 들이켰다.


”어휴, 머리야. 무슨 일이야? 자네 표정이 왜 그래? 눈은 또 왜 그렇게 시뻘겋고? 무슨 난리라도 났어?“


”간밤에 미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드님이 미국에서 총기 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어디서 연락이 왔다고? 뭐야? 지만이? 내 아들 지만이가 어떻게 됐다고?“


”총기 사고로 사망했다는 연락이 있었습니다. 범인은 아직 잡지 못했다고 합니다. 어서 일어나셔야 합니다.“


눈을 뜨자마자 들은 놀라운 소식에 윤근식의 입이 다물어지지를 못하고 있었다.


”일단 씻고 사무실로 가시지요. 지금 결정해야 할 일들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정신 차리셔야 합니다.“


멍하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윤근식을 재촉해서 일으켜 세운 마호석이 윤근식을 화장실로 떠밀었다.

간신히 세수만을 마치고 나온 윤근식에게 옷을 입혀서, 승용차에 태워서 사무실로 들어설 때까지 윤근식은 말이 없었다.


사무실에는 모든 직원들이 출근해 있었지만, 들어서는 윤근식을 향해 고개를 숙일 뿐 입을 여는 직원들은 없었다.

여직원에게 뜨거운 꿀물을 타가지고 오라는 지시를 내린 마호석이 윤근식을 따라서 의원실로 들어갔다.

윤근식은 소파에 널브러져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여직원이 꿀물이 들어있는 컵을 조심스럽게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도망치듯이 방을 빼져 나갔다.

마호석이 윤근식의 맞은편에 앉아서 측은한 눈빛으로 윤근식을 바라보았다.

담뱃불을 재떨이에 비벼서 끄더니, 윤근식이 꿀물을 호호 불어가면서 마시기 시작했다.


”자, 어떻게 된 일인지 다시 얘기해주겠나, 마 보좌관?“


윤근식의 눈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 * *


서울 강남의 회의실.

회의실의 상석에는 조영이 앉아 있었고, 양옆으로 여한모와 황문달, 하민호와 허대호, 전용수, 주용만, 이성찬 등이 앉아 있었다.

여한모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지난밤에 미국에서 작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LA의 대학에 유학 중이던 윤지만이라고 하는 한국인 대학생 1명이 현지에서 일어난 총기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사망한 학생의 아버지가 목포를 지역구로 하는 윤근식 국회의원입니다. 미국 현지의 정보 책임자인 조나단이 뉴욕에서 출발해서 LA에 도착했습니다. LA 경찰 쪽을 확인하고 있는 중입니다만, 현지 한국 총영사관에서 나서서 수사를 지연시키고 있는 모양입니다. 윤근식이 손을 쓴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윤지만의 사망 소식을 들은 하민호와 황문달, 주용만, 이성찬은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고, 허대호와 전용수는 뚱한 표정이었다.


”지난밤에 받은 정보로는 사건 현장에서 마약이 발견되었다고 했습니다. 현지 경찰에서는 부검을 통해서 사망자의 마약 투여 여부를 확인하려고 하겠지만, 한국의 외무부에서 방해한다면 부검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팀장님. 한국 국회의원의 아들이 미국에서 마약 투약과 관련한 사건으로 사망했다면, 국민적 비난이 일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하루에도 수많은 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미국 경찰이 외교적 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얼마만큼의 수사를 할지는 믿기가 어렵습니다. 현지의 언론사에도 취재 협조 요청을 해놓았습니다만, [행운 신문]에서도 취재 기자를 파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능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팀장님. 상황의 전개에 따라 커다란 사건이 될 수도 있는 사안입니다. 바로 준비해서 비행기에 태우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쯤이면 윤근식의 사무실에서도 대응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장례 절차 등에 대한 공식적인 내용은 이성찬 편집장이 맡아서 확인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성찬 편집장이 수첩에 꼼꼼히 지시사항을 메모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황문달 사장님께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윤근식, 탁일만의 주변에 대한 정보 획득에 신경을 써 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여한모의 업무 지시를 듣고 있던 조영이 등받이에서 몸을 일으켰다.


”정필모 사장님이 지난번 목포에 내려가서 최덕술 씨를 만나고 온 일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하 실장님이 최덕술 씨에게 연락해서 윤지만의 사망 소식을 전해주면서 반응을 살펴보세요.“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보스.“


”나는 지난번 정필모 사장에 대한 교통사고의 배후로 윤근식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허대호 사장님은 우리 측 인원들에 대한 경호 인력 배치에 신경을 써 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보스.“


”자, 윤근식의 일은 경과를 지켜보도록 하고 이제 포르투나 경비 실업의 쇼케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회의 자리를 빠져나온 하민호 실장이 자신의 책상에 앉아서 전화번호가 기재된 수첩을 뒤적였다.


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최덕술 서장님과 통화를 하고 싶습니다. 저는 서울의 정필모 사장님을 모시고 있는 하민호 비서실장입니다.“


[내가 최덕술이오만, 무슨 일이시오?]


”저희 사장님께서 전해드리라는 소식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말해보시오.]


”미국 LA에서 유학 중이던 윤근식 국회의원의 아들 윤지만 군이 어젯밤에 미국에서 사망했다고 합니다. 정확한 사인에 대해서는 미국 경찰이 조사 중이라고 하더군요.“


[.......]


”여보세요? 최덕술 서장님? 말씀 듣고 계십니까?“


[듣고 있소. 어젯밤이라고 하셨소?]


”그렇습니다, 현지 시각으로는 새벽이라고 하더군요. 병으로 죽은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어떤 사고가 있었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파악이 되지 않았습니다.“


[사고는.....천벌이겠지. 알겠소, 고맙다고 댁네 사장님께 전해주시오.]


”알겠습니다, 혹시 다른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댁네 사장님은 강녕하시오?]


”저희 사장님은 얼마 전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고 계십니다.“


[음, 그거 안타까운 소식이오. 쾌차를 바란다고 전해주시오. 거리도 멀고, 내가 나이가 있어서 병문안은 갈 수가 없다고 마음만 전하더라고 해주시오.]


”알겠습니다.“


[오늘 연락해줘서 고맙소, 우리 마누라가 좋아하겠군. 이만 끊겠소.]


딸칵.

상대가 수화기를 내려놓는 소리를 들은 하민호 비서실장이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묘한 표정으로 수첩을 내려다보았다.

하민호 실장이 다시 회의실로 들어갔을 때, 회의는 포르투나 경비 실업의 쇼케이스에 초대할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그날 행사장에서 우리 직원들의 무술 솜씨를 간단하게 보여줄 수 있는 시범 행사를 넣는 것은 어떨까요?“


”가능할 겁니다, 보스. 어차피 군에 있을 때 기념일마다 하던 것들이니까요, 이번에 미국 훈련 중에 가다듬은 동작을 연계해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용수 본부장과 대화 중이던 조영이 회의실로 들어오는 하민호 실장에게 시선을 주었다.


”하 실장님, 통화하셨어요? 반응이 어떻던가요?“


”그게 묘합니다, 보스. 마치 기다리고 있던 소식을 들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사망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니까, [천벌]일거라고 하고, 최덕술 씨의 아내가 윤지만의 사망 소식을 좋아할 거라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그렇군요. 수고했어요. 그 얘기는 그쯤으로 하고, 하 실장도 쇼케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눠봅시다.“


최덕술과 윤근식 사이의 얽힌 뒷이야기를 알고 있는 황문달과 여한모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같은 시각 강릉.

고속버스 터미널 주변 공터에 세워진 대형 관광버스에 험상궂은 인상의 사내들이 올라타고 있었다.

맨 앞 좌석에는 곱슬머리가 인상적인 거구의 사내가 앉아 있었다.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사내 한 명이 사내의 앞에 섰다.


”모두 탔습니다, 형님.“


”더이상 기다릴 거 없다. 출발하자.“


”알겠습니다, 형님.“


사내가 운전석에 앉아 있던 기사에게 출발을 신호하자, 대형 버스가 육중한 시동음과 함께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내가 자리로 되돌아와서 곱슬머리 사내, 오상진의 옆자리에 앉았다.

모두들 체격이 일반인을 웃도는지라 조금 비좁아 보였지만, 감히 오상진 쪽으로 궁둥이를 들이밀 수는 없는 사내의 엉덩이가 통로 쪽으로 삐쭉 삐져나왔다.


”형님, 드디어 저희가 서울로 진출한다니. 감개가 거...뭐시기냐. 깊습니다.“


”되지도 않는 문자 쓸 필요 없다. 상만 형님이 나를, 우리를 잊지 않고 불러준 것만으로도 나는 마음이 벅차다. 상만 형님의 실력이면 서울을 되찾는 것은 여반장이다. 그러면 우리는 일등 공신으로 노른자위 땅을 차지할 수 있을 거야.“


”애들도 각오가 대단합니다, 형님.“


”몸 너무 상하지 않도록 하고, 먹을 거 잘 챙겨 먹여라. 돈은 아끼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홍상만 형님은 갑자기 어디서 그런 큰돈이 났을까요?“


”네가 거기까지 신경 쓸 필요 있겠느냐? 하늘이 우리를 돕는 것으로 생각해라. 사내들의 복수는 화끈해야 하는 것이니까.“


”알겠습니다, 형님.“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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