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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622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1.12.12 07:00
조회
288
추천
8
글자
11쪽

10-17

DUMMY

”형님, 기다리던 사람이 오는 것 같은데요?“


홍상만의 옆에 조용히 서 있던 권동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홍상만이 눈을 뜨면서 머리 뒤에 올려두었던 양손을 내리면서 고개를 들었다.

다가오는 사내의 발걸음이 안정된 것이 평소에 많은 체력훈련을 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홍상만 씨가 맞습니까?“


”네. 내가 홍상만이오만?“


”여 팀장님께서 보내서 왔습니다. 홍상만 씨만 모시고 오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홍상만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여기 동생들과 함.께. 갑니다.“


”하지만....“


”연락을 다시 해 보세요. 내가, 홍상만이가 어려운 훈련을 함께 한 동생들과 함께 움직이고 싶어 한다고요.“


홍상만의 강렬한 눈빛을 피해버린 사내가 품에서 휴대 전화를 꺼내더니, 한쪽 구석으로 자리를 옮겨갔다. 홍상만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주위를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을 눈에 담았다.


검은 머리의 한국인들이 이렇게 반가워질 줄 홍상만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통화가 끝났는지, 사내가 다시 다가왔다.


”좋습니다. 함께 오라고 하십니다. 단, 승용차가 한 대밖에 준비되어 있지 않으니 다른 분들은 택시로 이동하셔야겠습니다.“


”어디로 가면 됩니까?“


”이곳에서 멀지 않습니다. 신월동에 있는 K 호텔입니다. 이곳에서 15분 정도면 될 겁니다.“


”알겠소. 갑시다. 어이, 창모야, 이리와 봐.“


부하들을 불러서 목적지를 알려주던 홍상만이 뒤를 돌아서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미안하지만, 돈 좀 있소? 우리가 지금 미국 달러밖에 없어서 택시비가 없는데요?“


홍상만의 능청스러운 요구에 인상을 찌푸린 사내가 상의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만 원권 지폐 2장을 건네주었다.


”이건 빌린 거로 합시다. 이따가 여 팀장님 만나면 받아서 드리리다.“


사내가 홍상만을 외면하면서 몸을 돌렸다.


잠시 후 홍상만과 부하들은 K 호텔의 객실 앞에 있었다.

똑똑똑.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였다.

사내가 홍상만과 일행들을 둘러보더니, 안쪽으로 몸을 비키면서 문을 열어주었다.

일행이 안으로 들어서자 커다란 거실에 식탁으로 쓰일만한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조영과 여한모가 앉아있었다.

문을 열어준 사내와 공항에서부터 홍상만을 데리고 온 사내는 출입문 앞에 단단한 자세로 서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보스.“


홍상만이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자, 뒤따르던 부하들도 모두 허리를 숙였다.

조영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여한모가 입을 열었다.


”우리 보스는 그런 방식의 인사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보스라는 호칭은 적절하지 않군요. 보스가 홍상만 씨에게 내준 테스트 기간은 6개월이었는데, 아직 그 기간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함께 훈련받았던 인원들을 굳이 이 자리에 데리고 온 이유는 무엇입니까? 보스는 홍상만 씨만을 만나보고자 하셨는데요“


”인사 방법은 바꾸도록 하겠습니다. 워낙 이런 인사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만, 새로운 보스께서 원하지 않으신다고 하시니 바꿔야지요. 저는 보스가 주문하신 대로 열심히 훈련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귀국하게 된 것도 훈련을 중도에 중단하게 된 것도 저의 뜻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저는 훈련을 통과하면 [보스]라는 호칭을 허락해주신다고 하셨던 말씀을 기억할 뿐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보스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자리에 함께 훈련을 받은 동생들을 참석시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녀석들이 미국에서 흘린 땀은 보스의 얼굴을 뵐 만큼의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제넘게 길게 말씀드려서 죄송합니다.“


”재밌는 친구군. 몇 달 새에 여유가 생겼어.“


피식 웃은 조영이 입을 열자, 여한모는 입을 다물고 의자 등받이에 허리를 바짝 붙였다.


”좋아, 나도 한 입으로 두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내가 부과한 훈련을 받고 왔으니, 내 품에 거두어주겠다. 자리에 앉아.“


”감사합니다, 보스.“


”감사합니다, 보스.“


홍상만이 먼저 고개를 숙이자, 눈치를 보고 있던 부하들이 다 함께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며 고개를 숙였다.

식탁은 4인용이라서 홍상만과 유창모가 조영의 맞은편에 앉았고, 나머지 3명은 벽 쪽에 있는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모두 그동안 힘든 훈련을 받느라 고생했다. 훈련소의 교관들도 너희들의 노력에 대해서 따로 보고가 있었다. 각자의 과거가 있겠지만, 앞으로는 함께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다. 내가 옆에 있을 것이고, 달콤한 과실을 나눌 것이다. 앞으로의 일은 훈련소에서 겪을 일보다 힘들고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잘 견디고 극복해주기를 바란다. 여 팀장이 간략하게 이야기를 해주지?“


”여한모 팀장입니다. 목포에서 올라온 탁일만의 유달파는 현재 서울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탁일만 쪽에서 보스의 측근 중 한 명에 대한 테러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보스는 탁일만에 대한 응징을 하기로 결심하셨습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그중에서 보스가 선택하신 것은 탁일만과 똑같은 방식으로 응징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제부터 세력을 규합해서 탁일만을 쓰러트리면 됩니다. 보스가 그와 관련한 지원을 해드릴 겁니다. 우선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드릴 것이고, 필요하다면 다른 지원 방안을 강구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미국의 훈련소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은 보스가 갖고 있는 힘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자, 이것을 받으십시오. 앞으로 홍상만 사장이 세력을 모으는 데 사용하면 됩니다.“


여한모가 옆에 세워두었던 검은색 007가방을 들어 올려서 홍상만의 앞으로 밀어주었다.

홍상만과 유창모가 눈을 껌벅이고 있자, 여한모가 살짝 미소를 띠면서 열어보라는 손짓을 했다.


덜컥.

홍상만이 가방의 양쪽 버튼을 누르고, 윗부분을 들어 올리자 가방 안에는 1만 원권 지폐가 가득 들어있었고, 지폐 위에는 작은 서류 봉투가 올려져 있었다.


”현금 1억 원과, 4억 원이 입금되어 있는 통장입니다. 비밀번호는 통장 첫 면에 기록해 두었습니다. 활동 자금으로 사용하시면 됩니다.“


”이 돈을 모두 탁일만을 치는 데 사용해도 되는 겁니까?“


홍상만의 목소리는 다소 떨리는 기색이었고, 유창모는 침을 삼키고 있었다.

조영은 말이 없었고, 대답은 여한모에게서 나왔다.


”그렇습니다. 세부적인 사항은 홍상만 사장이 결정하면 됩니다. 다만, 우리에게 탁일만과 관련해서 모아 놓은 정보들이 있으니, 필요한 정보는 서류 봉투 안에 들어있는 연락처로 물어보면 자료를 건네줄 겁니다.“


”언제부터 시작하면 됩니까?“


”지금부터야. 탁일만이 나를 향해서 방아쇠를 당긴 순간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탁일만은 모를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보스, 탁일만이를 깨부수기만 하면 되는 겁니까, 아니면 탁일만의 구역을 접수하는 겁니까?“


”그건 홍상만 자네가 결정해. 나는 서울의 밤에는 관심이 없어. 자네가 차지한 영역은 자네가 알아서 하면 된다. 단, 마약의 유통과 인신매매만은 원하지 않는다. 아니, 금지야. 나는 마약과 인신매매를 싫어해. 끔찍할 정도로.“


”알겠습니다, 보스.“


가방에서 한 뭉텅이의 지폐를 꺼낸 홍상만이 가방을 닫았다.


”술은 탁일만을 치운 날 탁일만의 사무실에 앉아서 따라 주도록 하겠다. 오늘은 돌아가서 휴식을 취하도록 하고, 앞으로의 연락은 서류에 있는 연락처로 하면 될 거다.“


말을 마친 조영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여한모가 뒤따라서 일어났다.

조영이 앞으로 내민 손을 마주 잡는 홍상만의 오른손을 타고 뜨거운 열기가 전해졌다.

홍상만에 이어서, 유창모를 비롯한 부하들의 손을 한 번씩 잡아준 조영이 호텔을 떠났다.

방문이 닫히자, 현관 앞에 기다리고 있는 공항에서부터 자신을 데려온 사내에게 다가간 홍상만이 3만 원을 건넸다.


”자, 차비를 갚겠소. 2만 원은 원금이고, 1만 원은 이자요. 동희야, 네가 애들하고 이 양반 따라가서 차에서 우리 짐을 가지고 올라와라. 우리는 이곳에서 앞으로의 일에 대해 이야기 하고 나서 이동해야겠다.“


얼떨결에 50%의 고금리 이자를 받은 사내가 홍상만의 부하들과 함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일행의 짐을 승용차에 실어둔 채로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모두 나가고, 방문이 닫히자 긴장이 풀렸는지 소파에 몸을 널브러뜨리며 유창모가 한숨을 쉬었다.


”어~휴. 보스라는 분의 분위기가 장난 아니던데요, 형님. 오줌 지릴 뻔했습니다.“


홍상만은 말없이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창가로 다가갔다.

창밖으로 조영이 보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홍상만이 혼잣말을 내뱉었다.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보스.“


돌아가는 승용차의 옆좌석에 앉은 여한모가 고개를 돌려 조영을 바라보았다.


”홍상만이가 잘 해낼까요, 보스?“


”선택은 끝났다. 이제는 믿고 기다려야 할 시간이야.“


열린 창문으로 조영이 내뱉은 담배 연기가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 * *


한부 건설 비서실.

어제 정필모의 병문안을 마치고 돌아온 엄태형 실장의 비상호출로 출근한 직원들이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엄태형의 책상 앞에 서 있는 박진호 비서는 안색이 창백해져 있었다.


”그러니까, 박 비서 자네 이야기는 이미 그룹 비서실에서도 파악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우리가 갖고 있는 자료를 건네줬다, 그 얘기인 건가?“


”죄, 죄송합니다. 실장님.“


”후우~ 박 비서, 아니 진호야. 너 여기 근무한 지 몇 년 됐지?“


”3년 됐습니다, 실장님.“


”강아지를 데려다 놓아도 3년이면 눈치가 생기겠다. 이건 뭐 사람이라는 놈이 강아지만도 못하니......어휴.....“


엄태형 실장의 입에서 탄식이 새어 나올수록 박진호의 어깨는 움츠러들었고, 각자의 책상에 앉아있는 직원들의 머리도 서류에 점점 파묻혀갔다.

한참 동안 한숨을 내쉬고, 담배만 피워대던 엄태형 실장이 고개를 들었다.


”박진호.“


”네, 실장님.“


”당장 나가서 그룹 비서실에 있다는 네 잘난 입사 동기를 만나. 만나서, 네가 건네준 정보를 바탕으로 추가로 조사한 내용을 파악해. 그리고, 정보 수집한다고 김조영의 여자 친구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는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조리 알아가지고 와. 알겠어?“


”네. 네? 지금 말입니까?“


”그래, 지금. 내가 네 얼굴을 보고 있으면 아침에 먹은 밥이 자꾸 넘어와. 내가 병원에 실려 가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당장 나가서 알아 와. 내일 아침에 맨손으로 오게 될 것 같으면, 출근하지 마. 지금 당장 책상에 사직서 한 장 써서 올려놓고 가서 알아 와. 내일 아침에 내가 출근했을 때, 내 자리에 보고서가 올려져 있지 않으면 네 사직서 수리할 거니까, 너는 다시는 출근할 필요 없어. 알겠어?“


”네. 네. 실장님.“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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