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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565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2.01.23 07:00
조회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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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1쪽

11-4

DUMMY

”회장님, 저도 소식을 듣고 나서부터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마땅히 떠오르는 조직이 없습니다. 부산이나 대구 쪽에 제법 큰 조직들이 있습니다만, 목포까지 인원을 보내기에는 마땅치 않습니다.“


”회장님, 사장님. 혹시 의정부 쪽 애들 아닐까요? 그놈들이 요즘 노원구를 두고 우리와 문제가 생긴 게 여러 번인데요?“


”의정부 애들? 걔네들이 목포까지 내려갈 여력이 있겠냐? 당장 노원을 막아내기도 쉽지 않을 텐데?“


박철구의 의심에 정만용은 회의적으로 보였다.


”무엇보다도 놈들이 우리 아버지가 계시는 요양원 앞에까지 다녀갔다는 것이 심상치 않아. 여차하면 아버지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선전포고 아닌가?“


”일단, 제 밑에 애들 중에 최정예로 8명을 바로 내려보냈습니다. 큰 회장님 계시는 주변에 머물도록 조치했습니다.“


”그래, 잘했어. 역시 정 사장의 일 처리는 깔끔해. 경찰 쪽은?“


”일단, 경찰에는 알리지 않았습니다. 병원도 평소에 구린 곳이 있어서 경찰에 신고하지 못할 만한 곳으로 찾아갔으니까, 병원 쪽도 입막음을 잘하겠습니다. 하지만, 일반인 목격자들이 여럿 있어서 모든 걸 숨길 수는 없습니다.“


”그게 문제야. 이미 우리 조직은 커져서 경찰의 시선 아래에 있어. 이런 폭력 사건이 자꾸 뉴스에 나오면, 경찰이 도끼 눈을 뜨게 될 거고 우리 사업에 지장이 많이 생긴단 말이야. 그런데도 습격한 놈들은 본거지를 모르니까 보복을 할 수도 없고. 난감하군.“


”일단은 습격자들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 힘을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정 사장이 놈들을 알아보고, 박 부장은 오늘부터 당분간 술을 줄이고 밑에 애들 단속하도록 해. 목포를 공격한 놈들이 서울이라고 나타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회장님.“


띠리리리.

휴대전화 특유의 벨 소리가 울리자 탁일만의 시선이 박철구를 향했다.

당황한 박철구가 고개를 조아리면서, 안주머니에서 벽돌만한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받아 봐. 급한 연락일 수도 있잖아?“


맞은편에서 정만용이 마땅찮아 하는 눈빛을 보내는 가운데, 박철구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형님, 여기 사거리 나이트입니다. 지금 습격을 받아서....으아악.]


”여보세요? 야? 뭐라는 거야? 누군데?“


박철구가 목소리를 높였지만, 수화기 건너에서는 간간이 비명만이 들려올 뿐 대답이 없었다. 통화내용을 옆에서 듣고 있던 탁일만과 정만용의 표정도 굳어졌다.


”여보세요?“


박철구가 몇 번이나 소리 지르자, 저쪽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넌 누구냐? 오늘부로 사거리 나이트는 영업 접어야 할 거야.]


”너 누구야? 누구야, 이 개새끼야, 누구냐고? 내가 당장 달려갈 테니까 거기 꼼짝하지 말고 있어!“


[흥이다, 이 새끼야. X이나 처먹어라. 크크크.]


마지막 비웃음을 끝으로 전화가 끊어졌다.


”박철구, 무슨 일이야?“


”사장님, 지금 노원역에 있는 사거리 나이트가 습격받은 모양입니다. 우리 애가 전화했다가 비명만 남기고 끊어졌습니다. 제가 가보겠습니다.“


”마지막에 통화한 건 누구였어?“


”오늘 쳐들어온 놈들 중 하나인 것 같은데, 목소리로는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제가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만용의 질문에 대답하면서도 박철구가 탁일만을 쳐다보자, 탁일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가봐. 전화 내용으로는 이미 끝난 것 같지만, 가서 뒷수습이라도 해야지. 특히 경찰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


”알겠습니다, 회장님.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박철구가 일어나서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는 빠르게 방문을 빠져나갔다.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회장님.“


”자네들 탓이라고 할 수는 없지. 그런데, 자네 박 부장한테 무슨 불만 있나? 대하는 게 예전 같지 않던데?“


”별일 아닙니다, 회장님. 주변에서 가끔 박 부장이 콧대가 너무 높아졌다는 소문이 들려와서 기강을 잡으려고 했던 겁니다. 회장님 신경 쓰시지 않도록 잘 관리하겠습니다.“


”그래, 조직의 이인자와 삼인자가 다퉈봤자, 옆집 어부만 좋은 일 시키는 거야. 잘 다독여서 끌고 가도록 해. 이제 박 부장도 애들이 아니니까, 너무 몰아붙이기만 하지는 말고.“


”제가 신경 쓰겠습니다, 회장님.“


탁일만은 [어부지리]를 말했지만, 정만용의 머릿속에는 [자중지란]을 막기 위해서 서열 정리를 확고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노원으로 달려간 박철구의 연락을 기다리면서 술잔을 기울이던 탁일만과 정만용에게 소식이 온 것은 그로부터 40여 분이 지난 후였다.


[사장님, 박 부장입니다. 여기도 박살 났습니다. 애들 12명이 다쳤는데, 모두 골절입니다. 목포하고 비슷합니다. 이미 쓰러진 놈들에게도 쇠파이프를 휘둘러서 다리를 부러뜨렸답니다.]


”그래서? 놈들 정체는 뭐야?“


[아직은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 의정부 애들이 두엇 섞여 있었다고는 하는데,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알겠다, 일단 뒷정리하고 시끄러워지지 않도록 신경 써.“


[알겠습니다, 사장님.]


박철구와의 통화내용을 보고하자, 탁일만의 이마에 주름살이 생겨났다.


”어떤 놈들일까? 이상하군. 국내에 우리에게 반기를 들만한 조직이 남아 있었단 말인가?“


”회장님, 혹시 여러 조직들이 손을 잡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사업권 분배문제가 간단하지 않을 텐데? 게다가 놈들은 노원 나이트클럽에서는 애들만 상하게 해놓고 떠났다는 거잖아?“


”저도 그게 이상하기는 합니다.“


”고약한 일이군.“


탁일만이 술잔을 들어 독한 술을 입으로 넘기면서도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 * *


1990년 4월 19일 목요일.

조영과 여한모가 평창동의 2층 테라스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조영이 이곳에서 보고 받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여한모도 가급적이면 보고사항을 취합해서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었다.


”지난밤에 목포에 남아 있던 탁일만의 부하들이 두들겨 맞고, 탁정구가 있는 요양원 앞에 내던져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박철구를 감시하는 직원의 말로는 서울 노원구에 있는 나이트클럽 한 곳도 습격을 당한 것 같다고 합니다.“


”홍상만인가?“


”그럴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다만, 당분간은 보안상 홍상만과 연락을 자제하고 있어서 정확하게는 알지 못하겠습니다.“


”알아서 잘하겠지. 너무 시끄럽게 하면 서로에게 좋지 않을 텐데.....“


”그거야 홍상만이가 생각하겠지 않습니까? 그 정도 생각을 못 하는 사람이라면 능력의 한계인 것이겠지요.“


”그건 그렇군.“


”포르투나 경비 실업의 쇼케이스는 4월 25일 수요일에 H 호텔 대연회장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일단은 한국 내 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주요 기업과 은행들에 초청장을 보냈습니다. 보스가 찰스 상원의원을 초대하신다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찰스는 일정을 봐야 한다고 했어. 일단은 미참석으로 생각하고 진행하도록 해. 온다고 했다가 참석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반대의 상황이 낫겠지. 대현 손 회장님 쪽에도 연락했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습니다.“


”다행이군.“


”윤지만의 유골이 비행기를 탔답니다. 사망 사건 처리에 몇 가지 의문점들이 있는데, 지금 유능한 기자가 뒤를 캐고 있다니까 조만간 소식이 있을 겁니다.“


”죽던 날 밤에 마약을 했을 것은 거의 확실한데, 자살이라는 점이 석연치 않군.“


”저희도 그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보스도 아시다시피 마약쟁이가 약을 끊는 것은 어려울 테고, 아마도 윤근식이가 마약 사건을 덮어버리기 위해서 서둘러서 화장한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 정보를 취합하는 것이 중요하겠군, 바쁘더라도 짬짬이 시간을 내서 챙겨보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정필모 사장이 오늘 퇴원한답니다.“


”몸은 괜찮대? 너무 무리하지 않는 게 나을 텐데?“


”그 정도는 판단할 겁니다. 축하 선물로 [맨해튼 트리뷴]지의 기사를 보면 기분이 좋아질 겁니다. 흐흐흐.“


환자복을 입고 병실에서 오전 회진을 기다리는 정필모는 싱글벙글이었다.


똑똑똑.

짧은 노크 소리와 함께 하얀색 가운을 입은 피곤해 보이는 젊은 의사가 문을 열자, 담당 교수가 여러 명의 의료진을 뒤에 거느리고 병실로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환자분 안색이 오늘 좋아 보이십니다? 뭐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퇴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은 거죠, 뭐. 하하하.“


정필모가 밝게 웃으며 인사를 받아줄 때, 젊은 의사 한 명이 담당 교수의 귓가에 뭐라고 속삭이는 모습이 보였다.

담당 교수의 눈이 동그라지는가 싶더니, 곧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지난번 조간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대단한 분이시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미국 신문에도 기사가 나셨다고요? 축하드립니다. 정말 대단한 일을 하셨습니다.“


”아이고, 뭐 그런 소문을 다 들으셨습니까? 하하하. 그저,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도왔을 뿐인데요.“


”환자분의 그런 마음가짐이 상처 회복에도 도움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의학적으로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선한 일을 하는 사람을 돕는 게 하늘이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담당 교수가 아침부터 기분 좋은 농담을 건네면서 회진을 진행하자, 환자인 정필모도 기분이 좋아졌고 뒤따르는 의료진들도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몸 상태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이 오가고, 의료기록들을 주변 의료진에게 확인한 담당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경과가 좋으니, 오늘 퇴원하시도록 조처하겠습니다. 그래도 당분간은 약 챙겨 드시고, 무리한 운동은 삼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물론 음주나 흡연도요.“


”술은 얼마나 금해야 할까요, 교수님. 제가 다음 주에는 중요한 회사 일정이 있어서 술을 마시게 될 수도 있어서요.“


정필모의 질문에 옆에 조용히 있던 아내가 정필모의 옆구리를 살짝 꼬집었다.


”한 4~5일 정도만 금주하시면 될 겁니다. 상세한 내용은 처방전에 기록해 드릴 겁니다. 그동안 애쓰셨습니다. 조심해서 들어가십시오. 가족분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동안 감사합니다, 교수님. 다음에 건강한 모습으로 인사드리러 찾아뵙겠습니다.“


정필모의 정중한 인사에 고개를 숙인 교수가 몸을 돌리자, 막내로 보이는 의사가 부리나케 다음 병실로 뛰어가고 일행들이 천천히 병실을 떠났다.

홀가분해진 정필모에게 옆에 있던 아내가 투덜댔다.


”당신도 참. 퇴원하는 환자가 술 마실 것부터 물어보는 법이 어디 있어요?“


”하하하. 회사 사장이라는 자리가 그렇게 만드는 걸 어떻게 하나, 이 사람아. 자, 내 옷이나 좀 챙겨줘.“


”회사로 바로 가실 거에요? 그래도 집에 가서 며칠 쉬시는 게 낫지 않겠어요?“


”회사 들렀다가 오늘은 일찍 집에 들어갈게. 나, 오늘은 당신이 만들어주는 잡채가 생각나는데 저녁에 먹을 수 있을까?“


”알았어요, 많이 해놓을 테니까 일찍 들어오셔야 해요?“


정필모의 아내가 귀엽게 눈을 흘기면서 옷장에 걸어두었던 와이셔츠와 양복을 꺼내서 건네주었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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