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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629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1.12.25 07:00
조회
225
추천
6
글자
11쪽

10-20

DUMMY

”형님, 저하고 잠깐만 얘기 좀 하시죠.“


손현준이 일행이 앉은 자리에서 동떨어진 자리로 조영을 이끌었다.


”학교생활은 재밌어? 듣자 하니 회사 일도 함께 배우느라 바쁘게 지내는 것 같던데?“


”뭐, 별거 아니에요. 술 마시고 연애할 시간이 부족하기는 하지만요. 하하하. 형님, 다른 게 아니고 지난번 할아버지 생신 때 말이에요. 할아버지께 전해주신 선물의 정체가 뭐였어요? 할아버지는 말씀을 안 해주시고, 신애도 모른다고 하고 궁금해 죽겠습니다.“


손현준의 목소리에 묻어나오는 다급함에 많은 것이 내포되어 있었다.

조영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별거 아니야. 미국에 친구들이 몇 있는데, 귀에 들려온 소식이 왕 회장님께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알려드린 것뿐이야“


”별일 아닌 건 아닌 것 같던데요? 할아버지가 엄청나게 좋아하셨어요. 신애한테는 고맙다고 자동차도 한 대 선물로 주셨단 말이에요. 보통 선물로 그런 반응을 이끌어낼 수는 없어요. 제발 얘기 좀 해주세요. 저도 경영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꼭 알아두고 싶습니다.“


조영이 물끄러미 손현준을 바라보았다.

손현준의 눈동자에서 보이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경영자의 궁금함도 섞여 있다고 생각한 조영이 입을 열었다.


”좋아, 네가 그렇게까지 궁금해하니 말해 줄게. 미국에 잭손이라는 회사가 있는데 이름을 들어봤니?“


”잭손이면 석유사업을 하는 다국적 기업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응. 알고 있구나. 잭손에서 유조선을 발주하려고 준비 중이야. 너희 그룹에서도 유조선을 건조하고 있지?“


”유조선이요? 있죠. 대현 조선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잭손에서 발주할 유조선에서 가장 배점이 높은 분야를 알려드렸어. 이건 시험의 정답을 알려주는 건 아니고, 중점적으로 공부해야 할 부분을 알려드리는 정도라고 할 수 있겠지. 할아버지와 대현 조선이 열심히 공부한다면, 시험에서 좋은 성과가 있을 수도 있겠지. 거기까지는 내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


손현준의 눈이 그야말로 휘둥그레졌다.


”아니, 그 정도면 잭손에서도 고급 정보 아닙니까? 전 세계에서 잭손의 유조선을 발주하려는 업체들이 누구나 탐낼만한 정보이겠군요? 대단하십니다, 형님.“


”별거 아냐. 나는 우연히 알게 된 내용이고, 나에게는 별다른 쓸모가 없어서 알려드린 것뿐이니까.“


”음....형님이 사업을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영에 흥미가 생겨서 배우기 시작했었습니다. 이거 애초의 각오보다 더한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저와는 너무 다른 곳에 머물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답답합니다.“


”옛끼, 이 녀석아. 네가 마음 답답할 게 뭐가 있냐? 너는 그저 공부 열심히 하고, 할아버지가 가르쳐 주시는 거 열심히 배우면 된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네 할아버지 손 회장님은 세계적으로도 대단한 경영자이시다. 많이 배우도록 해. 그런 기회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점심 사주셔서요. 하하하.“


”싱거운 녀석. 가자, 숙녀분들이 기다리신다.“


자리에서 일어난 조영이 손현준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어머, 현준 선배는 왜 우리 잘생긴 제부를 데리고 간 거예요?“


”뭐야? 야, 너희들 나한테는 잘생겼다는 이야기 한 번도 안 해 줬었잖아?“


”흥, 현준 선배는 화장실 가서 거울 좀 보고 오세요.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와도 되는 이야기인지, 직접 확인하고 오시라고요.“


”맞아, 맞아.“


”어휴, 내가 말을 말아야지.“


”호호호.“


여학생들이 조영이 이신애의 옆자리로 들어가서 앉을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었다.

조영이 이신애의 옆에 앉자, 이신애가 살며시 손을 잡아 왔다.

조영도 손에 힘을 주어서 꼬옥 잡아주었다.


”어머, 어머. 신애야. 너 지금 선배들 염장 지르는 거니? 그렇게 대놓고 손을 잡으면, 내 가슴에 대못 박힌다?“


”선배....그게 아니고요.“


정곡을 찔린 이신애가 대답을 못 하고 얼굴을 붉혔다.


”하하하,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워서 그러는 거니까, 아름다운 숙녀분들께서 이해해 주세요. 대신에 제가 후식까지 책임지겠습니다.“


”어머, 제부. 정말이죠? 나는 파르페 먹어야겠다. 여기 파르페 가격이 비싸서, 그동안 입맛만 다셨었는데. 흐흐흐.“


”어머, 정말요? 나도 먹어봐야겠다.“


손현준이 구석에 앉아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카운터로 다가갔다.

카운터의 종업원과 대화를 주고받은 손현준이 수화기를 들어 올리는 것을 흘깃 본 조영이 이마에 힘을 주었다.

왠지 오늘 오후에는 다른 곳에 가서 커피를 마시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신애와 함께 하는 점심 식사는 즐거웠다.

여학생들은 다양한 화제를 꺼내서 이야기는 끝이 없었고, 이신애는 옆에서 음식을 먹는 틈틈이 고개를 돌려 조영의 눈을 바라보았다.

물론 그럴 때마다 여학생 선배들의 질책을 받아야 했지만, 이신애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맛있는 김치볶음밥에 후식까지 마무리한 일행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학생들이 먼저 내려가고, 조영이 계산을 위해서 마지막까지 남았다.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계산을 마친 조영이 계단을 내려가려고 할 때, 기다리고 있던 손현준이 말을 꺼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오후에 시간이 괜찮으시면 회사로 오셔서 커피 한잔하실 수 있느냐고 물어보시는데요?“


”네가 쓸데없는 전화를 했구나? 오늘은 신애하고 온전히 데이트할까 싶었는데, 어쩔 수 없겠군. 몇 시에 가면 되냐?“


”퇴근 시간까지는 집무실에 계실 거라고 하니까, 편하게 움직이셔도 됩니다. 제가 모시고 갈까요?“


”아니야, 사무실 위치만 알려 줘. 차 가지고 왔으니까, 혼자 갈 수 있다. 너는 공부해야지.“


”네, 주소는 여기에 있습니다.“


손현준이 지갑 속에서 명함을 한 장 꺼내서 건네주었다.


[대현 그룹 비서실 손현준]


”이야, 우리 현준이 벌써 명함도 있는 거야?“


”아무래도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명함도 하나의 무기가 되더라고요. 명함 없으면, 직원으로 취급을 안 해주는 경우도 있고요.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주는 명함은 아닙니다.“


”그래, 어련하겠냐. 알았다. 대략 1시간쯤 후면 도착할 수 있겠는데?“


”알겠습니다, 제가 비서실에 연락해놓겠습니다. 먼저 내려가십시오, 저는 전화 한 통 더 하고 내려가겠습니다.“


”그래.“


조영이 계단을 내려오자, 건물 앞에 다섯 명의 여학생들이 재잘거리고 있다가 한목소리로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너무 맛있게 잘 먹었어요, 오빠.“


”고마워요, 제부. 다음에도 또 부탁해도 되죠? 호호호.“


”다들 맛있게 드셨다니 저도 즐겁습니다. 보통은 혼자나 둘이서만 식사하다가 이렇게 여럿이 모여서 식사하니까 더 맛있네요. 게다가 다들 미인 이시라서요.“


”마지막 멘트는 접대성인 게 너무 확 티가 나는데요? 호호호.“


”오빠, 저는 수업이 한 시간 남았는데 어떻게 하실래요?“


”응, 나는 갑자기 약속이 생겼어. 너는 현준이하고 같이 학교 올라가서 수업 들어. 나는 여기서 차로 이동하면 되니까. 나중에 수업 끝나고 전화 통화하자“


”네, 오빠.“


2층에서 내려온 손현준을 바라보는 이신애의 눈빛에서 서늘함을 느꼈는지, 손현준이 시선을 돌리며 딴청을 피웠다.


”형님, 저는 수업이 있어서 올라가 보겠습니다. 오늘 점심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 현준이도 공부 열심히 하고 학교생활 즐겁게 해라. 다들 다음에 다시 뵙죠.“


조영이 학생들에게 가벼운 묵례를 하고 뒤를 돌아보자, 근처에서 기다리던 운전기사가 승용차에 올라타면서 시동을 걸었다.


조영이 다가가자, 기다리고 있던 주홍상 과장이 뒷좌석의 문을 열어주었다.

문을 닫은 주홍상 과장이 조수석에 올라타자 승용차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바로 옆에 있던 또 다른 승용차도 뒤를 쫓았다.


”우와~ 지금 저 오빠, 아니 제부님. 운전기사가 딸린 자가용에 비서까지 있는 거야? 신애야, 저 오빠 정체가 뭐니? 혹시 주변에 애인 없는 친구들 없으시다니?“


미녀 3총사가 이신애를 둘러싸는 것을 본 손현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음 수업이 있는 강의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조영의 차는 40여 분 정도 후에 대현 그룹 본사 건물 앞에 도착했다.

차가 멈춰서자 조수석에 앉아 있던 주홍상 과장이 내려서 뒷문을 열어주었다.

조영이 차에서 내리면서 고개를 들어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직사각형 모양으로 멋없이 올라간 빌딩이었지만, 건물이 주는 느낌은 달랐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 경제계에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인물이 세운 건물이라서인가?’


잠시 상념에 잠겼던 조영이 건물의 중앙 현관으로 한걸음 옮겨 갈 때, 양복을 단정하게 입은 젊은 사내가 경비원 두 명을 데리고 다가왔다.


”실례합니다, 혹시 김조영 사장님이십니까?“


사내의 억양은 정중했고, 행동거지는 조심스러웠다.

대답은 주홍상 과장의 입에서 나왔다.


”맞습니다, 손영주 회장님을 뵈러 왔습니다.“


”인사드리겠습니다, 그룹 비서실에 근무하는 손현수입니다. 회장님 지시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주홍상 과장이 조영을 돌아보았고, 조영이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손현수의 뒤를 따랐다.

데리고 온 경비원들에게 손현수가 고갯짓을 하자, 경비원 중 한 명은 조영이 타고 온 차로 다가가는 것이 주차공간을 안내하는 듯했고, 또 다른 한 명은 건물 안으로 부리나케 뛰어가는 것이 위에 연락을 하려는 가보다 하고 추측했다.


‘회장 손님에 대한 의전인가 보군. 이런 게 필요한 것인지는 생각을 해봐야겠는걸?’


앞장서서 걸어가는 손현수의 걸음은 당당했고, 거침이 없었다.

로비를 오가던 직원들 몇이 길을 피해 주는 모습도 보였다.

로비를 가로지르자 예쁜 여직원들이 서 있는 데스크가 있었는데, 손현수와 뒤를 따르는 조영을 보고는 양손을 앞으로 모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여러 대의 엘리베이터가 있는 중앙 통로에 도착하자, 손현수가 맨 앞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가리켰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단정한 유니폼을 착용한 긴 생머리의 여직원이 다소곳한 자세로 엘리베이터의 문을 열어놓은 채로 기다리고 있었다.


조영과 주홍상 과장이 엘리베이터에 탄 후에 손현수가 들어왔고, 여직원이 마지막으로 타더니 닫힘 버튼을 누르고는 15층 버튼을 눌렀다.

문이 천천히 닫히고 엘리베이터가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15층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여직원이 열림 버튼을 누른 채로 허리를 숙였다.

15층에 근무하는 직원인지 또다른 여직원이 문 앞에 기다리고 있다가 허리를 숙여서 인사를 한 후에, 엘리베이터의 문을 손으로 잡아주었다.

이곳에도 데스크가 있었고, 데스크에는 또 다른 여직원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고개를 갸웃한 조영이 엘리베이터를 나서자, 손현수가 왼쪽의 긴 복도를 손으로 가리켰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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