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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625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1.11.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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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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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13

DUMMY

과학이라고 쓰고, 악이라고 읽고 싶어지는 체력 단련 프로그램을 처음 받던 날 홍상만과 부하들은 프로그램을 끝내지도 못하고 중도에 구토를 하면서 쓰러졌었다.

그때, 훈련을 진행하는 교관들은 냉정한 표정으로 홍상만을 내려다보았었다.

언어가 잘 통하지는 않았지만, 홍상만은 덩치 큰 서양 교관들이 자신을 비웃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이후에는 그야말로 이를 악물고 훈련에 매달렸다.

그렇게 하기를 한 달여 정도 하자, 몸이 젊었던 시절의 한창 좋았던 시절만큼으로 되돌아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잘 먹고, 잘 자고, 많이 뛰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거치면서 몸에 깃들어 있던 노폐물들이 많이 빠져나간 느낌이었다.


격투술에서도 진전이 있었다. 날랜 몸과 타고난 펀치력에 다양한 기술을 접목하자, 홍상만의 실력은 조금씩 늘고 있었다.

요즘은 교관들에게도 일방적으로 밀리지는 않고 대등한 모습을 보여줄 때가 많았다.

어설프게 간단한 단어 몇 개씩만 알아듣는 홍상만이었지만, 교관들이 칭찬해주는 분위기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래. 조금만 참자. 이제 3개월만 지나면 돌아갈 수 있다.’


홍상만이 각오를 되새기고 있을 때, 인기척이 나길래 돌아보니 한국에서 함께 온 녀석이 커피가 담긴 머그잔을 들고 왔다.

몸을 일으키는 홍상만에게 한 잔을 건넨, 녀석도 옆에 앉더니 담배를 꺼내물었다.

체력이 부족한 것을 깨닫고 몸을 추스르기 위해서 술은 줄였지만, 담배는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쩝 하고 입맛을 다신 홍상만이 꽁초를 바닥에 비벼 끄고는 새로운 담배를 꺼내 물었다.

커피는 블랙이었다.

이곳 사람들은 한국처럼 설탕과 크림을 잔뜩 넣은 커피를 즐겨 마시지 않았다.

처음에는 입맛에 맞지 않아서 고생했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형님, 설탕이라도 가져다드릴까요? 여기 커피는 너무 써서 영 입에 맞지가 않네요. 쳇.“


”괜찮다. 나는 이제 이게 적응돼서 설탕 넣어 먹는 게 이상해. 뒷맛도 이게 깔끔하고.“


”형님은 싸움 실력이 늘어나는 것만큼 적응도 잘하십니다, 하하. 조만간 서울 시내 다방에서 설탕 없는 커피가 유행하겠는데요?“


커피를 가져온 홍상만의 부하, 유창모가 킬킬거렸다.

유흥 시설은커녕, 마땅히 한국말로 대화를 나눌 사람도 없는 이곳에서 거친 사내들은 이런 시시껄렁한 농담으로 웃음을 나누곤 했다.


”창모야, 많이 힘들지? 괜한 내 욕심으로 너희까지 고생시키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


”에이, 형님은 또 그러십니까? 제가 따라온 거지, 형님이 끌고 온 게 아닙니다. 다른 애들도 다 같은 생각이니까, 괜한 소리 하지 마십시오. 자꾸 그러시면 정말 서운해지려고 합니다?“


유창모의 농담을 홍상만이 진지하게 받아들이자, 멋쩍어진 유창모가 목소리를 높였다.


”형님, 이상한 생각 하지 마시고 돌아가서 탁일만이 깨부술 생각이나 하시자고요. 오늘 낮에 테드 교관님 보니까, 대견해 하는 눈빛이더구먼요. 조만간 새로운 보스께서도 우리를 부르게 될 겁니다.“


”오우~ 창모 네가 말도 안 통하는데, 그런 것도 알아보는 거야?“


”형님, 제가 미국말을 잘 못 알아들어서 그렇지, 눈치는 어디 가서도 빠지지는 않습니다. 코가 큰 놈이나 작은 놈이나 다들 똑같은 사람인데요, 뭘.“


홍상만이 유창모의 대답에 너털웃음을 웃으며 커피를 한 모금 들이마실 때, 저쪽에서 뛰어오는 사내가 있었다.


”저기 뛰어오는 거 동희 아니냐?“


”어? 그런 것 같은데요? 저 녀석이 왜 뛰어오는 걸까요?“


뜀박질해대는 사내는 잠시 후에 홍상만의 앞에 도착했다.

숙소가 있는 곳에서는 제법 뛰어온 거리가 있었는데도, 사내의 호흡은 평온했다.


”형님, 한국에서 연락이 왔답니다. 교관이 찾습니다.“


”한국? 교관? 누가?“


”테드입니다. 형님을 빨리 데리고 사무실로 오랍니다.“


시선을 돌려 유창모와 눈을 마주친 홍상만이 커피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밤늦은 시각에 교관이 찾는 것도 그렇고, 한국에서 연락이 왔다면 새로운 보스에게서였을 것이었다.

홍상만이 빠르게 건물을 향해서 걸음을 옮기자, 뒤에 남아있던 유창모와 권동희가 커피잔을 챙겨 들고 홍상만의 뒤를 따랐다.

홍상만이 본관 건물의 사무실로 들어가자, 오늘 밤의 당직인지 테드 카필이 혼자 책상에 앉아있었다.


”찾으셨습니까? 테드?“


어설픈 영어로 홍상만이 묻자 테드가 느리고 또박또박한 말로 대답했다.


”한국에서 연락이 있었습니다. 당신과 통화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이 번호로 전화를 걸어 보세요.“


테드가 천천히 이야기를 해주었기 때문에 홍상만은 한국에서 누군가가 자신과 통화를 하고 싶어 한다는 의미를 대충 이해했다.

홍상만이 테드가 건네주는 메모지를 받아들자, 테드가 책상 위에 올려진 전화기를 홍상만 쪽으로 방향을 돌려주었다.

홍상만이 수화기를 집어 들고 메모지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따르르릉.


[여보세요?]


”저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훈련받고 있는 홍상만이라고 합니다. 전화를 주셨다고 전달받았습니다만?“


[아, 홍상만 씨? 서울의 여한모 팀장입니다. 기억하시나 모르겠군요, 지난 2월에 평창동에서 보스를 만나 뵐 때 인사를 나눴었는데요.]


홍상만은 황문달 사장의 안내를 받아서 찾아갔던, 평창동 조영의 집에서 조영의 곁에 있던 날카로운 눈매의 여한모의 모습을 떠올렸다.


”기억합니다.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만, 미국에서의 훈련은 어떻습니까? 성과가 있나요? 보스께서 궁금해하십니다.]


”최선을 다해서 훈련에 임하고 있습니다. 컨디션은 최상입니다. 언제라도 불러만 주신다면, 저희는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팀장님.“


[훗. 다행이군요. 아까 테드와 통화했더니, 홍상만 씨와 부하들의 훈련에 대해서 매우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하더군요. 이곳 상황에 조금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홍상만 씨가 동의한다면, 훈련을 단축해서 바로 귀국했으면 합니다만,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홍상만이 고개를 돌려서 테드를 쳐다보았다.

테드는 양쪽 어깨를 움찔 들어 올리면서, 당신이 알아서 하라는 듯한 제스처를 보여주었다.


”저는 준비랄 것도 없습니다. 아무 때고 상관없습니다. 서울에 어떤 상황이 생겼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큰일은 아닙니다만, 탁일만이가 도발을 했어요. 보스께서는 탁일만을 응징하고자 하시고, 홍상만 씨에게 그 일을 맡기고자 하십니다. 어때요?]


”감사합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거기는 지금 밤늦은 시각이지요? 일단 오늘 밤에 짐을 정리하고 준비를 하고 계세요, 내일 오전에 통역과 기사를 보내겠습니다. 비행기 표는 통역 편에 함께 보내드리도록 하지요. 훈련이 끝나면 휴가를 줘서, 미국 구경이라도 하도록 배려해드리려고 했었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 점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천만의 말씀이십니다. 한가하게 관광하러 이곳에 온 것은 아닙니다. 저도 빨리 돌아가기를 희망하고 있었습니다. 전화를 끊는 대로 바로 짐을 싸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이해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테드를 바꿔주세요. 제가 테드와 이야기하는 것이 빠르겠군요. 한국에 돌아올 시간에 맞춰서, 제가 나가던가 아니면 다른 직원을 공항으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팀장님.“


고개를 크게 끄덕인 홍상만이 전화기를 내밀자, 테드가 수화기를 건네받고는 빠른 영어로 여한모와 짧게 통화했다.

짧은 통화를 끝낸 테드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한동안 홍상만을 응시하는 테드의 눈길에 홍상만도 피하지 않고 마주 쳐다보았다.

이윽고, 테드가 씨~익 미소를 지으면서 커다란 오른손을 내밀었다.

홍상만도 마주 웃어주면서 오른손을 내밀어서 테드의 손을 굳게 잡았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눈빛에서 많은 대화가 오가는 것 같다고 홍상만은 생각했다.

악수를 마치고 되돌아 나온 홍상만의 앞에 유창모와 권동희가 나타났다.

두 사람은 한국에서의 연락이라는 말에 모종의 기대감을 갖고 있는 표정이었다.

차례로 두 사람의 눈을 마주쳤던 홍상만이 입을 열었다.


”짐 싸라.“


홍상만의 입에서 긴 설명이 나올 것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짧은 단어에 두 사람이 주춤했다.


”짐 싸라고, 자식들아. 우리는 내일 서울로 돌아간다. 이제 훈련받은 것을 써먹을 시간이다.“


고개를 돌려 서로의 표정을 확인한 두 사내가 오른 주먹을 얼굴 옆까지 들어 올렸다가 격한 동작으로 내리면서 외쳤다.


”오~ 예“


”옜~썰“


홍상만이 흐뭇한 표정으로 두 사람의 어깨를 토닥여주고는 숙소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 * *


한부 건설 본사 회의실.

강태수 사장이 임원들에게서 보고를 받고 있었다.

한부 건설의 쿠웨이트 건설 현장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쿠웨이트의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곽효상 전무가 국내에 처리할 일이 있어서 귀국한 김에 일의 경과 등을 확인할 겸 해서 모인 자리였다.

쿠웨이트 현지의 진행 상황에 대해 보고를 끝마친 곽효상 전무가 자리에 앉았다.

참석한 임원들이 박수로 곽효상 전무를 위로했다.

강태수 사장도 흡족한 표정으로 몇 번의 박수를 쳐줬다.


”좋아, 그대로만 가자고. 역시 오일밥 먹는 친구들이 결제가 화끈하구먼. 하하하.“


알리카에서는 약속된 기일마다 미리 정해진 대금을 차질없이 지급하고 있었고, 한부 건설의 입장에서는 자금 흐름에 커다란 도움을 받는 중이었다.

출입문 가까이 앉아있던 유만호 이사가 손을 드는 순간, 근처에 앉아있던 임원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지난 주주 총회에서 선임된 유만호 이사는 이른바 [굴러온 돌]이었다.

오랜 시간 강태수 사장의 밑에서 온갖 일들을 겪어왔던 임원들의 입장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주주 총회를 통해서 등기 이사 직함을 받게 된 유만호 이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이후의 회사 업무에서 유만호 이사는 자꾸만 딴지를 걸고 있었다.

기존에 해오던 관행을 무시하기도 하고, 특정 자금 집행에 대해서는 꼬치꼬치 캐물으면서 관련 자료를 요구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몇몇 임원들이 따로 강태수 사장에게 유만호 이사의 행동을 고자질하면서 제재를 요구했지만, 강태수 사장은 묵묵부답이었다.

강태수 사장과 엄태형 비서실장, 곽효상 전무만이 알고 있는 유만호 이사 선임에 대한 비사(祕事)를 일반 임원들에게 공개하기가 껄끄러웠기 때문이었다.

올해 주주 총회는 어찌어찌 넘겼고, 쿠웨이트 공사를 수주하면서 실적이 좋아질 거라는 기대감이 들고 있었지만, 쿠웨이트 공사의 목줄을 쥐고 있는 알리카에서 선임하고, 대주주의 자리에 등극한 정필모가 지지하는 유만호 이사의 행보를 막아서기에는 강태수 사장의 입지가 예전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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