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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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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655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2.01.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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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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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1쪽

10-23

DUMMY

재빠르게 옷을 갈아입는 조영의 뒤에서 여한모가 수화기를 들고 차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보스, 여기 비탈길 내려가서 도로에 진입한 후에 3분 정도 가면 꽃가게가 있어요. 들려서 꽃다발 하나 사서 가세요.“


”응? 꽃가게? 왜?“


”분위기 보아하니, 신애 씨한테 점수 깎인 것 같던데요? 자고로 여자는 꽃을 선물해주는 남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법입니다. 만회하셔야지요? 흐흐흐.“


”그래, 고맙다. 그럼 내가 바빠서 먼저 간다. 밥 챙겨 먹어라.“


”저도 말숙이한테 연락해보고 저녁 먹으러 나갈지 모릅니다.“


”그래, 그래. 알아서 해. 나는 간다.“


계단을 우당탕 뛰어 내려간 조영이 직원들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면서 현관문을 열고 뛰어나갔다.

갑작스러운 소란에 주방에서 나온 하미숙 과장과 직원들이 의아한 눈빛을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별일 아니에요. 보스가 이제야 무서운 분이 생긴 거지요. 흐흐흐. 일들 보세요.“


여한모가 오른손을 흔들어주면서 2층 계단을 올라가자, 하미숙 과장도 미소를 지으면서 주방으로 되돌아갔다.

차에 올라탄 조영이 운전석에 있는 곽종수 과장에게 다급하게 목적지를 알려주었다.


”과장님, 한국대학교 중앙 도서관이요. 신애를 만나기로 했어요. 지금 차가 많이 밀릴까요?“


”제가 알아서 안 밀리는 길로 해서 빨리 가겠습니다.“


”네, 부탁드려요.“


한숨을 돌린 조영이 자신의 정신없음을 자책하면서 창문을 내리고 담배를 꺼내물었다.

평창동 비탈길을 내려와서 도로에 진입한 승용차가 잠시 후에 멈춰 섰다.

고개를 돌리는 곽종수 과장을 보면서 조영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요? 왜 멈추신 거예요?“


”여 팀장이 이곳에서 보스가 꽃을 사실 거라고 했었는데요, 제가 가서 사 올까요?“


”아~ 꽃다발. 아니에요. 제가 다녀올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급하게 꽃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는 조영의 뒷모습을 보면서 곽종수 과장의 입가에도 미소가 생겨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붉은 장미꽃 한 다발을 가슴에 안은 조영이 뒷좌석에 올라탔다.

승용차는 바로 출발했고, 장미꽃에서 나오는 향기가 조영의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곽종수 과장이 운전하는 차를 뒤따르는 경호 차량을 운전하는 배인호는 오늘 죽을 맛이었다. 평소의 곽종수 과장은 항시 느긋하게 운전하는 편이었다.

교통신호도 잘 지키고 차선 변경도 여유를 두고 했기 때문에, 뒤를 따라가야 하는 배인호의 처지에서는 고마운 사람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이 있는지 급해 보였다.

평창동을 떠나서 꽃가게에 들리는 경로는 사전에 전달받았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지만, 그 이후의 운전은 평소의 곽종수 과장의 운전 스타일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 배인호를 당황하게 할 만했다.

교차로에서의 신호 위반이 빈번했고, 급작스러운 차선 변경도 여러 번 있었다.

목적지가 한국대학교인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교차로에서 곽종수가 운전하는 차량을 놓친 후에도 다음번 신호대기 때 따라잡을 수 있었지만, 보스를 놓칠까 봐 입술이 바짝 말라가고 있었다.

마침내 한국대학교 교내로 진입하자 마음이 놓인 배인호의 입에서 커다란 한숨이 새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어휴~ 오늘 곽 과장님 무슨 일이 있으신가? 뒤따라오느라 십 년 감수했네!“


”그러게나 말이다. 오늘 내가 운전 담당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래도 나보다는 네가 운전을 훨씬 잘하잖아. 나였으면 벌써 꼬리 놓치고 말았을 거야. 고생했다, 인호야.“


조수석에 앉은 동료가 위로를 해주었지만, 배인호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단지 조만간 차가 멈추어 설 거라는 사실로 위안을 삼을 뿐이었다.


조영과 미리 통화한 덕분에 이신애는 도서관 앞에 나와 있었다.

새초롬한 표정으로 서 있는 이신애의 긴 생머리가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주위를 지나가는 남학생들이 넋을 잃고 이신애를 바라보면서 지나갔다.


차가 멈춰서자 조영이 뒷좌석 문을 열고 내렸다.

조영의 양손은 뒤로 돌아가 있었다.

조영의 차를 발견한 이신애가 조영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또각또각.

이신애의 구두 굽 소리에 맞춰서 조영의 심장 박동도 뛰고 있었다.

노을을 배경으로 걸어오는 이신애의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조영의 눈으로 들어왔다.


”짜짠~“


이신애가 바로 앞에 왔을 때, 조영이 허리 뒤에 숨겨놓았던 꽃다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어머!“


깜짝 놀란 이신애가 장미꽃과 조영을 번갈아 보다가 손을 내밀어서 꽃다발을 건네받았다.

이신애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자, 조영이 한숨 돌렸다는 표정으로 사과했다.


”미안해, 신애야. 사실은 너에게 연락한다는 걸 깜박했었어. 이건 사과의 의미로 준비한 꽃이야. 용서해줘.“


”피이. 오빠는 그렇게 사실을 말하면 어떻게 해요? 내가 화를 낼 기회를 미리 차단해버리면 재미없잖아요. 화난 척 연기하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호호호.“


”그럼 화 풀린 거야? 미안해. 다음부터는 잊지 않을게“


이신애가 웃으면서 조영의 옆구리를 살짝 꼬집는 시늉을 했다.


”아야야야.“


과장된 조영의 리액션에 참지 못한 이신애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뭐예요? 누가 보면 내가 망치로 때린 줄 알겠어요. 호호호. 잘못을 용서해줄 테니까 나 맛있는 거 사줘야 해요?“


”물론이지. 자, 가시지요. 공주님.“


조영이 뒷좌석의 문을 열어주자, 이신애가 차에 오르면서 곽종수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과장님?“


”하하하. 안녕하십니까? 노을빛에 휩싸여서 여신이 강림하신 줄 알았습니다.“


”어머, 과장님도 그런 농담을 하실 줄 아시네요? 말씀만이라도 감사해요.“


”농담 아니실걸? 내가 봐도 여신 같았어. 봐봐, 지나가는 남학생들이 아직도 쳐다보고 있잖아?“


옆자리에 올라타던 조영이 덧붙였다.


”피이, 자꾸 그러면 놀리는 거 같아서 불편해요.“


”놀리는 거 아냐. 신애야, 집에서 오는 길에 내가 새로운 경험을 했다.“


”무슨 경험이요?“


”F1 경주에 나오는 레이싱카를 타는 경험? 나는 오늘 곽 과장님이 F1 경주의 레이서 출신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조영의 말에 이신애의 눈이 동그래지고, 운전대를 잡은 곽종수는 무안한지 헛기침을 해댔다.


”과장님 운전은 얌전하시잖아요? 나는 과장님이 운전하시는 차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던데요? 갑자기 무슨 말이에요?“


”사실은 말이야.....“


조영이 상황을 설명해 주는 동안 승용차는 캠퍼스를 천천히 빠져나가고 있었다.

뒤따르는 배인호도 운전에 한결 여유가 생긴 모습이었다.


”어머, 그래서 회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다고요? 거짓말 아니에요?“


”아니야, 정말이야. 회장님이 만나본 여자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나한테 신애를 놓치지 말고 꽉 잡으라고 신신당부해주셨다니까?“


시내에 있는 고급호텔의 전망 좋은 레스토랑의 창가에 앉아서 식사하는 동안 조영은 이신애에게 잃은 점수를 만회하기 위해서, 대현 그룹의 손영주 회장을 팔고 있었다.


‘크크크. 노인네 뭐하시는 시간인지, 귀가 좀 간지럽겠는데?’


이신애는 조영의 말을 별로 신뢰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기분은 좋아 보였다.

한참이나 이신애에게 사탕발림 소리를 해주면서 노력하는 조영이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린 것은 식사가 끝나고 후식으로 나온 쿠키를 먹고 있을 때였다.


”실례합니다, 혹시 김조영 사장님이시지요?“


”맞습니다만, 누구십니까? 제가 지금 일행과 식사 중이라서요.“


”죄송해요, 지나다가 얼굴이 낯이 익어서 인사만 드리고 가려고요. 저 기억나세요? 한부 건설 주주 총회장에서 잠깐 인사드렸었는데요, 한부 그룹 전략실에 근무하는 강희수예요.“


”그러셨군요. 식사하러 오신 것 같은데 맛있게 드세요. 제가 대화 중이라서요.“


”제가 명함을 드렸는데도 연락이 없어서 해외에 계신가 싶었는데, 아름다운 친구분과 식사 중이셨군요. 괜찮으시면 제가 와인 한 잔 대접해드려도 될까요?“


조영이 두세 번 거절의 뜻을 비쳤지만, 강희수는 눈치가 없는 것인지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쉽게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신애는 의외의 상황에 두 사람의 대화를 주시하고 있었다.

잠시 고개를 돌려 이신애를 한 번 쳐다본 조영이 시선을 가져와서 강희수와 눈을 마주쳤다.


”상대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으시는군요. 강씨 집안의 내력인가요?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면서도 왔다는 것은 나에 대한 도발로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어머? 김조영 사장님도 어렵게 알아봤는데 앞에 계신 분을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인사시켜주시겠어요?“


천진난만한 표정에 눈을 동그랗게 뜬 강희수가 조영의 눈을 피하지 않으면서 말했다.


”누군지를 모른다고요? 내 여자 친구 이신애를 모른다고요? 직원에게 받은 보고를 다 잊어버린 겁니까? 혹시 기억력이 안 좋아요? 그냥 가세요. 나는 내 소중한 데이트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습니다.“


조영의 날카로운 말에도 강희수는 어깨를 살짝 들어 올릴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저는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드린 것뿐인데, 불쾌하셨나 보군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뵙기로 하죠.“


강희수가 이신애를 흘깃 쳐다본 후에 조영에게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는 몸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조영의 낮은 목소리가 강희수의 귓가에 꽂혔다.


”다음에 나를 다시 보게 되면 긴장하셔야 할 겁니다, 강희수 씨.“


강희수가 자리를 떠나자, 이신애가 조영의 눈치를 살폈다.


”오빠, 왜 그래요? 불편한 사람이에요? 안색이 안 좋아요.“


”응, 별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아는 체를 하니까, 기분이 좀 가라앉네.“


”저분도 재벌가 딸이죠?“


”응? 신애 네가 어떻게 알아?“


”지난번 현준 선배 할아버지 생신 축하 자리에서 인사만 나눴었어요. 무슨 대기업 손녀라고 했던 것 같은데요?“


”응, 그랬구나. 신애 네가 기억할 만한 이름은 아니야. 이만 일어날까?“


”그래요, 저도 다 먹었어요.“


조영이 불편해하는 기색이라서 이신애도 자리를 떠나고 싶어졌다.

자리에서 일어난 이신애가 쪼르르 다가오더니, 조영의 옆에서 팔짱을 꼈다.


”모처럼 데이트인데 기분 풀어요. 나하고 있을 때는 내 생각만 오빠의 머릿속에 가득했으면 좋겠어요.“


이신애가 어깨에 머리를 살짝 기대어 오자, 조영의 얼굴이 펴졌다.


‘그래. 내가 저 여자 때문에 소중한 데이트를 망칠 필요는 없지.’


계산을 마치고 레스토랑을 나가는 조영과 이신애의 뒷모습을 노려보는 강희수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한강 변에 있는 커피숍을 찾아서 커피를 한 잔 더 마시고, 이신애를 집에 데려다준 조영이 평창동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한밤중이었다.

현관을 지나서 계단을 올라가자 2층 거실에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여한모가 보였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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