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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630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1.12.26 07:00
조회
238
추천
6
글자
11쪽

10-21

DUMMY

”저쪽입니다, 사장님.“


긴 복도의 양쪽으로 사무실들이 있었지만, 복도를 오가는 직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손현수는 [그룹 비서실]이라는 작은 명패가 붙어있는 사무실의 문을 열고 옆으로 비켜섰다.

조영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자, 모든 비서실 직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기다리다가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십시오, 김조영 사장님.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흰머리가 듬성듬성 나 있는 중년의 사내가 대표로 인사를 건네고는, 회장실로 통하는 문을 가리켰다.

똑똑똑.


”회장님, 김조영 사장이 도착하셨습니다.“


”모시고 들어와.“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들은 중년 사내가 문을 열고서는 한 걸음 비켜섰다.

조영이 회장실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소파 앞에 우뚝 서 있는 노인의 얼굴이었다.

얼굴에는 온통 검버섯이 피어 있었고, 삐쩍 마른 몸이었지만 두 눈만큼은 날카로웠다.


뚜벅뚜벅.

몇 걸음 다가가는 동안 늙은 손영주 회장이나 조영이나 서로의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


”인사드리겠습니다, 회장님. 김조영이라고 합니다.“


”음, 지난번 깜짝 선물을 받기는 했지만, 얼굴을 보는 것은 처음이로군. 반갑네, 손영주일세.“


노인의 손은 살이 없어서 뼈만 앙상했지만, 조영의 손을 잡아 오는 손길에는 따뜻함과 함께 쉽게 넘보지 못할 무언의 힘이 있는 듯 느껴졌다.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흥, 자네의 시간이 비싸다고 선수 치는 건가? 내 시간도 만만치 않다네. 자, 자리에 앉게나.“


조영이 자리에 앉자, 손영주 회장이 조영의 맞은편에 앉았다.

조영이 일반적인 주인용 자리를 쳐다보자, 손영주 회장이 내뱉듯이 입을 열었다.


”잘난 자네 얼굴을 보려면 마주 앉는 것이 더 잘 보일 뿐이라네.“


”하하하. 어린 사람의 얼굴에 금칠하는 취미가 있으시군요.“


”음. 자네도 사업한다는 다른 녀석들처럼 말장난하는 취미가 있는 건가? 그런 습관은 나쁜 것일세. 물들기 전에 빨리 고치도록 하게.“


손영주 회장의 이마에 순간적으로 주름살이 하나 더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


”내가 감히 손 회장님께 허튼 말을 하겠습니까? 앞으로 말조심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자네는 나를 어려워하지 않는군? 내 앞에 양복을 입지 않은 사람을 보는 것은 정말 오래간만이라서 하는 말일세. 아, 흉보거나 타박하는 건 아닐세.“


조영이 씁쓸한 미소를 만들며 대답했다.


”어쩌다 보니, 여자 친구와 점심 식사하다가 끌. 려. 와. 서 그렇습니다. 복장이 마음에 안 드신다면 죄송합니다. 다음번에는 격식에 맞게 차려입고 뵙도록 하죠.“


”거 사람하고는. 젊은이가 젊게 입은 모습이 부러워서 노인네가 건넨 말 가지고 골내는 건가? 하하하. 자, 지난번에 자네가 이야기한 커피일세. 외국의 어디에서 들어온 거라는데 입에 맞으려는지 모르겠군. 자네가 블랙커피를 좋아한다고 해서 준비는 했는데 나는 쓴 건 영 입에 안 맞는다네.“


”하하하, 감사합니다. 신경 써 주셔서. 내가 블랙커피를 좋아한다는 건 또 언제 알아내셨습니까? 하하하.“


”그거야 늙은이가 어찌 알겠나? 밑에 사람들이 알아가지고 와서 준비하는 거지.“


”하하하, 어째 스산해지는데요? 나에 대해서 알고 계시는 게 또 있습니까?“


”오늘 아침 신문 기사는 잘 봤네. 주변에 능력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정필모를 정계에 진출시킬 생각인가?“


”하하하, 회장님은 당해 낼 재간이 없군요. 그런 것까지 생각하실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정말 놀랍습니다, 회장님.“


”이 자리에 오래 앉아 있다 보면 이런저런 소식들을 가져오는 쥐와 새들이 많다네. 그러니까 자네도 조심하게나. 벽에는 항상 귀가 있음이야“


”마음에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권갑노 그 친구도 너무 많이 믿지는 말게나. 정치꾼들은 모두 다 똑같아. 이쪽이나 저쪽이나 그저 조금의 이익을 내보여주면 득달같이 달려오는 게 그놈들일세. 지금이야 자네 편에 서서 도움을 주는 것 같을 수도 있지만, 기회가 생긴다면 서슴없이 자네의 등에 비수를 꽂을 수 있는 존재들인 게야. 물론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이용하기는 해야겠지만 말일세.“


조영은 검버섯이 가득한 이 노인이 한국에서 손꼽히는 권력자라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해야 했다.

넓지 않은 집무실에 앉아 있는 노인이 조영의 행동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조영은 새삼스러운 마음으로 회장실을 둘러보았다.

손영주의 뒤쪽 벽에는 대한민국 전국 지도가 붙어있었고, 옆에는 세계지도가 펼쳐져 있었다.

조영이 앉아 있는 소파는 오래되어 보였고, 테이블은 흰색 광목천으로 덮여 있었다.

책상도 크기는 했지만, 오래되어서 손때 묻은 곳이 반질거리고 있었다.

이 오래되고 낡은 집기로 가득한 작은 사무실로 대한민국의 온갖 정보들이 모여들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나는 회장님의 적으로 방문한 것은 아닙니다. 혹시 오늘 아침에 댁에서 사모님께 바가지를 긁히다가 출근하신 겁니까?“


”뭐라고? 음하하하. 재밌는 친구군. 내가 이 정도로 이야기를 꺼내면 대부분 바들바들 떨면서 고개를 조아리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자네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군?“


”나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회장님은 이승에서 가진 힘이 손가락 사이로 모래처럼 빠져나가고 계시는 분이시잖습니까? 지는 태양을 보면서 아름다움을 찾을지언정 동굴 속으로 숨는 것은 내 성격이 아닙니다.“


조영의 대담한 발언에 손영주 회장이 잠시 침묵을 지켰다.

호르르륵.

조용한 가운데 조영이 커피를 들이마시는 소리만이 회장실에 들려왔다.

손영주 회장의 낮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맞네, 맞아. 나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늙은이일세. 내 평생 열심히 살아왔고, 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 것이 몇 가지 없네만, 자식 복이 없네. 그래서 이 나이에도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 우리 현준이와 친분이 있다고 들었네. 자네가 보기에는 어떠하던가?“


”좋은 눈빛을 가졌더군요. 그리고 상대를 파악하는 눈이 있습니다.“


”우리 현준이가 상대를 파악하는 눈을 가지고 있다고? 무슨 말인가?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주겠나?“


”내 여자 친구는 만나보셨죠?“


”음, 자네가 보내준 선물을 받던 날 만나보았지.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가진 아가씨이더군.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신애가. 아, 내 여자 친구 이름이 이신애입니다. 신애가 한국대학교 국문과에 입학했을 때 많은 남학생들이 관심을 보였었습니다. 물론 현준이도 그중에 한 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내가 현준이와 술을 한잔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나와 몇 마디를 나누더니 현준이가 바로 두 손을 들더군요. 신애를 향한 이성으로서의 관심을 접겠다고요. 그래서 나는 현준이를 동생으로 삼았습니다. 현준이가 나를 알아보는 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신애를 포기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뭐야? 겨우 여자 하나를 쟁취하지 못하고, 상대를 보자마자 포기했다는 말인가?“


”눈앞에 나타난 산이 넘을 수 있는 산인지, 넘지 못할 산인지를 빠르게 파악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굳이 온 세상의 모든 산을 정복할 필요가 있을까요? 넘지 못할 산이라면 빠르게 포기하고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겠습니까?“


”에잉~ 내 손자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더니, 결국에는 자화자찬으로 끝나는 것인가?“


입에서는 투덜대는 내용이 흘러나왔지만, 손영주 회장의 표정은 좋았다.

노인도 조영이 손자를 칭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었다.

입에서는 투덜대는 내용이 흘러나왔지만, 손영주 회장의 표정은 좋았다.

노인도 조영이 손자를 칭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살아온 삶도 짧고, 사업을 해온 기간도 부족합니다만, 결정적인 상황에서의 빠르고 정확한 판단이 중요하다는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이야 회장님께서 충분히 전수해주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현준이에게 타고난 재능은 충분히 있다고 나는 감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


”회장님께서 거두실 생각이 없다면, 내가 데리고 가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언제든지 말씀만 해주십시오.“


”흥, 내일이라도 정규직원 채용 계약서를 써야겠군. 자네 같은 장사꾼이 이미 계약서가 있는 계약을 파기하라고 달려들지는 않겠지?“


”하하하, 물론입니다. 나는 남의 떡에 침을 바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한부 건설은 임자가 없어서 침을 바르는 중인가?“


조영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회장님, 화제가 조금씩 위험해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왜? 내가 한부의 강 회장한테 쪼르르 달려가서 일러바치기라도 할까 봐 걱정되는가?“


”그런 상황이 생긴다고 해서, 강정훈 회장과 한부 그룹이 나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번거로워질 뿐이겠지요.“


”자네. 강정훈이에게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겐가?“


”개인적인 일일 뿐입니다. 자세한 말씀은 드리고 싶지도 않고, 회장님께서 관심을 두실 만한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알겠네. 늙은이의 호기심은 이쯤에서 멈춰두지. 이건 내가 자네를 탓하려는 게 아니고, 순수한 호기심에서 물어보는 거라네. 자네가 국내에 들어오고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여기저기 부딪치는 곳들이 상당하더군. 윤광 그룹 손주하고도 문제가 있었다면서?“


”젊은 사람들끼리 오가다가 어깨를 부딪친 정도의 해프닝입니다. 나는 크게 마음에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상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네. 특히 한국의 재벌가라는 놈들은 이상하게 배배 꼬인 생각들을 갖고 있어. 마치 자신들이 수백 년간 이 나라를 지배해온 것인 양, 자신들이 선택받은 가문이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들을 갖고 있다네. 나도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나는 법관도 아니고 정의의 사도도 아닐세. 나를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나도 건드리지 않는 것뿐일세. 하지만, 자네는 조심해야 할 거야. 재벌가의 공격은 야비하고 오래간다네.“


”나를 걱정해주시는 마음은 고맙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나도 저에게 들어오는 칼날을 ‘네,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들이는 성격은 아니올습니다. 나를 건드린다면 그에 합당한 대응을 해줄 뿐입니다.“


”생각보다 사연도 있어 보이고, 자신감 있는 젊은이였군. 말 나온 김에 하나 알려주겠네. 자네의 여자 친구를 뒤쫓던 녀석들은 한부 그룹 비서실 직원이었어. 희수라고 강 회장의 손녀딸이 지시했다더군. 현준이가 우리 비서실 애들을 움직여서 막아낸 모양이었지만, 뒤처리가 어설펐네. 녀석은 아직 조직의 생리를 몰라. 제 딴에는 자네를 도와주겠다고 직원들을 움직인듯하지만, 내 귀에 들어올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은 것 같아. 어쨌든 자네 여자 친구가 한부의 레이더 안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자네가 약한 모습을 보이는 순간 바로 물어뜯는 것이 늑대들의 본성일세.“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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