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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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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661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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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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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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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1쪽

10-12

DUMMY

”우리는 깡패가 아니기 때문에, 회사 직원들을 그런 일에 투입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넘어가기에는 속이 쓰립니다. 무리한 부탁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나는 주용만 사장님과 이성찬 편집장님께 복수를 부탁하고 싶습니다.“


”네? 저희에게요? 하지만.....“


”물론 강남에 가서 주먹질하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옛말도 있잖습니까? [행운 신문]에서 조직폭력배의 폐해에 관한 기획기사 정도를 내보내면 어떨까 싶습니다. 정부를 압박하는 것이지요.“


”보스.....의 뜻은 알겠습니다. 사실 지금 시국이 정치적으로 어수선하기 때문에 정부와 여당이 민생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때에 책임 있는 언론으로서 일반 시민들에게 불편을 일으키고, 위협을 하는 조직폭력배에 대한 실체를 밝히고 경고를 함으로써 정부, 여당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신문사에 돌아가면 관련 부서의 기자들과 의논해서 피해사례를 수집하고, 기사화할 방안을 논의해 보겠습니다. 뒤를 파보면 이런 일들이 일상에서도 비일비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기사가 독자들과 사회를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기도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주용만 사장은 아직은 젊은 조영에게 [보스]라는 호칭을 붙여서 부르는 것이 어색한 듯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작은 열망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오늘 처음 만난 자리였지만, 젊은 보스는 본인이 매입한 신문사의 대표를 배려해주는 느낌을 충분히 받고 있었다.

국내 언론사의 사주들은 더 강압적인 방법으로 데스크를 압박하는 일이 흔한 세상이었는데도, 젊은 보스는 자신들의 의견을 묻고 합리적인 설득의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주 사장님께서 흔쾌히 받아들여 주시니 고맙습니다. 다만, 이것은 사주로서 데스크에 지시를 내리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저의 의견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좋은 방향으로 고민해주시기를 바라고, 설령 내부 회의에서 제 의견이 부결된다고 해도 어떠한 불이익도 없을 것임을 미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조영의 말에 주용만 사장과 이성찬 편집장이 고개를 숙였다.


”자, 그럼 다들 나가서 일들 보세요. 그리고, 황문달 사장님과 경비실업의 허대호 사장님과 전용수 본부장님은 잠시만 남아 주세요. 다른 이야기를 할 게 있습니다.“


조영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조영에게 묵례하고는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조영이 하민호 실장을 붙잡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추가로 부탁했다.


”전용수 본부장님은 훈련받느라 고생하셨는데,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지도 못하고 출근하게 해서 미안하군요. 훈련은 어땠어요?“


”천만의 말씀이십니다. 정필모 사장님의 경호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자책하고 있는 중입니다. 가족들도 모두 이해해주고 있습니다.“


전용수 본부장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조영에게 허리를 깊게 숙이며 인사하더니,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조영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 인사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 겁니까?“


”사실 저는 저와 군대 있을 때의 제 부하들이 최고의 전사들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한 자부심이 없이는 견디기 어려운 상황들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보스가 보내주신 훈련을 받으면서 그야말로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보스가 저를 미국에 보내주지 않으셨다면, 저는 평생 좁은 시야와 경험에 갇혀 지냈을 것이고, 많은 부하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판단을 하게 되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보스께서 저와 제 부하들의 미래와 생명을 구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감사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하하하, 눈앞에 앉아서 금칠을 해 주시는 전용수 본부장님의 모습은 상상해 본 적이 없었는데요? 훈련의 성과가 있었던 듯하니 저로서도 기쁩니다. 사실, 그 훈련장에 들어간 돈이 생각보다 많았거든요. 하하하.“


조영이 가벼운 농담을 섞어서 대답했지만, 전용수는 여전히 진지한 표정이었다.


”아니, 전 본부장님. 오래간만에 보스가 농담을 건네면 좀 웃어주고 그러세요. 너무 딱딱하시네요. 보스, 다음번에는 전 본부장님을 코미디 훈련소에 보내셔야겠는데요? 흐흐흐.“


여한모가 옆에서 농담을 거들었지만, 전용수는 요지부동이었다.

여직원이 조영이 부탁한 커피를 가지고 들어오면서 잠시 대화가 멈춰졌다.

여직원이 나가자, 조영이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에 입을 열었다.


”여러분을 조용하게 뵙고자 한 것은 탁일만 때문입니다. 아까 주용만 사장에게는 언론의 힘으로 탁일만을 응징하겠다고 했지만, 두 분도 아시다시피 그런 일로 탁일만에게 잠깐 타격을 줄 수는 있겠지만 응징했다고 말할 정도의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겁니다. 나는 좀 더 직접적인 응징을 원합니다.“


여한모는 조용히 커피잔을 들어 올리고 있었고, 전용수는 뭔가를 결심하는 듯한 표정이었으며 황문달은 조영의 단언에 흠칫 몸을 떨었다.


”물론 응징을 여기 두 분이 직접 하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미국에서 훈련받고 있는 홍상만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전 본부장님, 미국에서 홍상만을 본 적이 있습니까?“


”직접 만나 본 적은 없고, 테드 교관과 대화하면서 얼핏 들은 적은 있습니다. 보스, 차라리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사실 저는 사무실에 앉아서 서류를 들여다보는 것보다는 현장에서 뛰는 게 적성에 맞습니다. 제가 부하 직원들 몇 명과 함께 움직여서 탁일만 일파를 응징하겠습니다.“


”전 본부장님. 내가 본부장님의 실력을 믿지 못해서 이러는 것은 아닙니다. 본부장님의 실력은 다른 사용처가 있습니다. 탁일만과 싸우는 일은 지저분한 일입니다. 똥통에서 뒹구는 상대와 싸우는 일은 내 몸에 똥물이 튀는 것을 감수해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홍상만은 그런 세상에서 살아왔던 인물이고, 본인이 자원한 사람입니다. 나는 탁일만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 홍상만을 쓰는 것이 아니고, 홍상만이 원하는 것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입술을 앙다물고 있는 전용수는 조영의 말을 전적으로 수긍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조영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조영이 보기에 전용수는 자존심이 삶을 지탱해주는 커다란 기둥인 사내였다.


”본부장님, 조만간 중동에서 큰일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그때 본부장님이 활약할 기회가 생길 겁니다. 홍상만이는 서울의 밤거리에는 투입할 수 있지만, 중동에 보낼 수는 없습니다. 본부장님은 탁일만에게 보낼 수도 있지만, 중동의 일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본부장님이 지휘관이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중동 말씀이십니까?“


허대호와 전용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들려오는 정보에 의하면 중동에서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깡패들의 구역 다툼이 아닌, 국가 간의 전쟁 말입니다. 총알이 오가고,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전쟁 말입니다. 이런 곳에 주먹을 휘두르던 홍상만을 내가 보낼 수 있겠습니까? 임무를 맡길 수 있겠습니까? 자중하면서 기회를 기다려 주세요. 머지않아 본부장님과 직원들의 실력을 만천하에 공개할 상황들이 생길 겁니다. 그동안은 정필모 사장님을 비롯해서 국내의 중요한 인물들을 보호하고, 우리 회사의 보안을 지키는 일에 신경 써 주세요.“


조영이 차분하게 이야기하자, 이제야 전용수는 조금은 납득하는 표정이었다.


”죄송합니다, 보스. 제가 너무 성급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깡패들이 우리 사람들을 건드리지 못하도록 주변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그래요, 나는 본부장님과 직원들의 실력과 지금까지 흘려온 땀의 의미를 믿습니다.“


조영이 전용수 본부장에게 흐뭇한 미소를 보여주다가, 황문달에게 시선을 돌렸다.


”홍상만의 투입 시기는 미국에 확인한 후에 결정하겠습니다. 그때까지 황 사장님이 탁일만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확보해 주세요. 여러 번 드리는 말씀이지만, 정보가 중요한 세상입니다. 인원과 장비의 투자에 아끼지 마세요. 필요한 자금을 설명하면 여기 여 팀장이 조치해드릴 겁니다. 이번 사건을 보니 윤근식이와 탁일만이 조급해하는 것이 보입니다. 발버둥을 치는 것이겠지요. 이럴 때일수록 적의 급소를 찾는 일이 중요합니다. 황 사장님께서 하셔야 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알겠습니다, 보스.“


짧은 대답을 하는 황문달의 표정을 본 조영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두 분을 뵈니 든든합니다. 앞으로도 작은 어려움들이 있겠지만, 두 분과 함께라면 잘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만 나가서 일들 보세요.“


일행들이 묵례하고는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여한모가 담배를 꺼내어서 조영에게 건네주고는 한쪽 구석에 있던 재떨이를 가지고 왔다.


”자, 이야기는 잘 들었을 테니 한모 네가 해야 할 일이 꽤 많아졌다는 것을 알겠지?“


담배 연기를 뿜어내면서 건네는 조영의 말에, 담배에 불을 붙이던 여한모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포르투나 훈련소

고된 훈련과 저녁 식사를 마친 홍상만이 마당에 놓여 있는 기다란 비치 의자에 누워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비록 바닷가에 누워있는 만큼은 아니었지만,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담배 피우는 분위기가 괜찮아서 최근에 홍상만이 애용하는 자리였다.

얼마 전에 한국에서 온 훈련생들이 퇴소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세계 각국에서 온 다양한 인종의 훈련생들로 항상 시끌벅적한 곳이었다.


보름이 지난 지도 며칠이 되어서 조금씩 작아져 가는 달을 쳐다보던 홍상만이 잠시 상념에 잠겼다.

어린 시절부터 몸이 날래고 주먹이 세서 동네에서 맞기보다는 때리는 위치에 있던 홍상만이 처절하게 패배를 인정한 것이 김조영이었다.

강릉의 산골에서 얻어맞고 나서, 치료하는 기간에 모시고 있던 마상녹이 깨져서 은퇴했다는 소식을 들었었고, 이후에 조영을 수소문해서 찾아간 것은 다소 치기 어린 결정이었었다.

단지 자신을 1:1 대결에서 이긴 사람에게 앞으로의 일을 승낙받아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이었고, 자신만한 실력이면 능히 조영의 밑으로 들어갈 수도 있으리라는 자신감도 어느 정도 있었다.

하지만, 조영은 자신에게 테스트를 제안했고, 얼떨결에 이곳 미국까지 날아오게 된 것이었다.


이곳은 모든 것이 홍상만의 상상을 벗어난 곳이었다.

훈련장의 규모부터 상상 초월이었고, 교관들은 세계 각국의 격투술을 가르쳐 주었다.

동네에서 권투와 유도 도장을 기웃거린 적은 있었지만,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본 적 없이 강남 주먹 세계에서 인정받았던 홍상만이었지만 이곳에는 강자들이 많았다.

아니, 싸움은 어느 정도 통하기라고 했지만, 체력은 아니었다.

안일한 싸움 실력에 자만해서 술과 담배, 여자에 빠져있던 몸뚱어리가 보여주는 체력이 형편없다는 것을 이곳에서 절실하게 깨달았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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