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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662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1.11.20 07:00
조회
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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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1쪽

10-10

DUMMY

“아따, 내가 뭔 신경을 쓰것냐. 자, 후딱후딱 들어가그라. 자, 아그들아 느그는 뭐하냐? 저기 손님들 오시잖냐?”


입구를 지키던 사내들은 다가오는 아가씨들을 향해 영업용 미소를 지으면서 이신구와 일행들을 외면했다.

이신구와 송영진, 원호진이 계단을 내려오자 쿵쾅거리는 음악 소리와 함께 번쩍이는 조명 불빛 아래로 나비넥타이를 맨 새끼 웨이터들이 다가왔다.

뒤따라 내려온 민구가 웨이터 한 명을 불러서 귀엣말을 하자, 웨이터가 일행을 플로어가 잘 바라다보이는 중앙의 테이블로 안내해 주었다.

얼떨결에 자리에 앉은 원호진이 이신구를 바라보았다.


“목포에서 얼굴만 알고 지내던 동네 형이다.”


음악 소리에 묻혀서 잘 들리지 않았는지, 원호진이 빤히 쳐다보자 이신구는 원호진의 귀를 잡아당기고는 큰 목소리로 같은 말을 해주었다.

그제야 고개를 끄덕인 원호진이 고개를 돌려 무대로 시선을 가져갔다.

빠른 템포의 음악이 귀청을 찢을 것처럼 울리는 가운데, 많은 남자와 여자들이 무대에서 괴성을 질러대며 몸을 흔들고 있었다.

담배를 입에 물고 마뜩잖은 표정의 이신구와 신이 난 원호진의 표정이 묘하게 대조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일행을 자리로 안내했던 젊은 웨이터가 맥주를 가지고 와서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이거 우리가 안 시켰는데요?”


원호진이 웨이터에게 가까이 가서 큰 소리로 묻자, 웨이터가 원호진의 귀에다 대고 역시나 큰 소리로 외쳤다.


“민구 형님이 대접하는 거랍니다. 추가 주문은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술값이 굳었다고 킬킬거리는 원호진이 술병을 집어 들고 잔에 가득 따라주었다.

다행히 민구가 술값을 생색낸다고 다시 나타나지는 않았다.

맥주로 목을 축이고 담배를 피우고 나자, 원호진이 이신구와 송영진의 팔을 잡아끌기 시작했다. 모자를 자리에 벗어놓고 무대로 올라간 이신구도 원호진을 따라서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정해진 동작도 없고, 박자에도 맞지 않았지만 커다란 음악 소리가 모든 것을 가려주는 듯했다.


군 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라도 하겠다는 듯 이신구는 미친 듯이 몸을 흔들어댔다.

몇 곡의 신나는 음악이 끝나고 조용한 블루스 음악이 나올 때, 무대를 내려오는 세 명의 군인들은 모두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흘린 땀만큼 목이 마른 이신구가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맥주를 들어 병째로 들고 마시며, 갈증을 달래고 있을 때 조용하게 다가오는 사내가 있었다.

민구였다.


“어? 민구 형? 오늘 고맙습니다. 덕분에 땀 좀 뺐습니다.”


“그래? 별거 아닌데, 네가 즐겁다면 다행이고. 그런데 신구야, 나하고 잠깐만 같이 가줘야겠다. 룸에 부장님이 오셨는데, 네가 와있다고 하니까 얼굴을 보자고 하시네?”


“부장님이면 정 부장님 말이십니까?”


땀으로 번들거리는 이신구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이신구의 눈길을 받은 민구가 잠시 멈칫했다.


“아니, 박철구 형님 말이야. 서울 올라와서 부장님 되셨다. 네가 말하는 정만용 부장님은 사장님 되셨고 말이야. 하하. 별일 아니니까, 고향 선배한테 인사하는 셈 치고 얼굴만 보여주라. 네가 가지 않으면 내가 쪽팔려져서 그래.”


민구가 아니었다면 나이트에 입장도 못 하고 쫓겨날 뻔했던지라 이신구는 민구의 부탁을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옆에서는 맥주병을 든 채로 원호진과 송영진이 궁금한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룸에 고향 형님이 오셨다니까, 잠깐 가서 인사만 드리고 올게. 술 마시고 있어라.”


이신구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민구가 환하게 웃으며 앞장섰다.

테이블 사이를 요리조리 지나치자 좁은 골목처럼 생긴 곳에 여러 개의 룸들이 나타났다.

그중 한 곳에 덩치 큰 양복 사내 두 명이 서 있는 룸 앞에서 민구가 옷차림을 매만졌다.


“부장님 손님이야.”


민구의 말을 들은 사내들이 이신구를 위아래로 훑어본 후에 문을 두들겼다.

민구가 앞장서서 문을 열면서 실내로 몸을 집어넣었다.


“부장님, 이신구 데리고 왔습니다.”


이신구가 민구의 뒤를 따라서 룸으로 들어서 보니, 커다란 소파의 중앙에 거만한 자세로 앉아있는 박철구가 눈에 들어왔다.

박철구의 옆에는 아슬아슬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아가씨가 두 명 앉아있었고, 험상궂은 인상의 사내들도 몇 명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커다란 양주병에 과일 안주들이 어수선하게 놓여 있었다.

이신구가 시선을 박철구에게 고정한 채로 들어서서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이야~ 정말 이신구네? 나는 민구 저 새끼가 또 구라치는 줄 알았더니만 진짜였구나. 군복이 제법 잘 어울리는구나. 휴가 나왔냐?”


“네”


“언제 제대하냐?”


“1년 남았습니다.”


“지금은 무슨 부대에 있는데?”


“특공....대에 있습니다.”


“오~ 특공대, 빡세겠는걸? 크크크.”


“저 새끼, 딱 군바리처럼 생겼구만....흐흐흐.”


둘러앉은 사내들이 실없는 소리들을 해대었지만, 이신구는 표정의 변화도 없이 박철구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다들 쓸데없는 소리들 말고, 입 다물어. 여기 있는 놈들 중에 저 새끼 원펀치 받을 놈 얼마 없다.”


“아니, 부장님. 병아리 새끼를 너무 띄워주시는 거 아닙니까?”


“부장님, 말씀만 하시면 제가 지금이라도 저 새끼 꿇려보겠습니다.”


또다시 시끄러워지는 주변을 인식하며 이신구가 입을 열었다.


“철구 형이 여기 계시다길래 인사만 드리러 온 겁니다. 그만 가보겠습니다.”


“아, 그 새끼. 뻣뻣한 건 예전하고 똑같네. 이리 와. 오랜만에 만났으니 내가 술이나 한 잔 주마.”


박철구가 양주병을 가리키자, 옆에 앉아있던 아가씨가 한 명 재빠르게 술병을 집어와서 박철구에게 건네주었다.


저벅저벅.

이신구가 군홧발 소리를 내면서 박철구를 향해 다가가자, 아가씨가 빈 술잔을 들어 이신구에게 건네주었다.

이신구가 술잔을 받아들자, 박철구가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면서 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신구야, 제대하고 나면 내 밑으로 와서 일하는 건 어떠냐? 네가 오케이만 하면 내가 큰 자리 하나 떼어줄란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너, 군대 있느라고 우리 소식 못 들었지? 회장님이 서울을 거의 다 먹었다. 내가 넘버 쓰리야. 내 밑으로 오기만 하면 내가 노른자위 구(區)를 하나 뚝 떼어주마. 영등포구 하나만 관리해도 목포시 전체 관리하는 거보다 짭짤하다. 잘 생각해봐라.”


박철구의 입에서 서울의 밤 세계를 거의 다 차지했다는 말을 들은 이신구의 눈빛이 살짝 변했지만,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저는 군 생활이 체질입니다. 말뚝 박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총 쏘고 낙하산 타는 게 재밌습니다.”


“군인이 체질이라. 말뚝 박겠다면 스카우트하기가 쉽지 않겠는걸? 하하하. 좋아. 반대파에게만 안 들어가도 좋은 일이니까. 자, 한잔하자. 건강하게 군 생활 잘해라.”


박철구가 마시던 술잔을 들자, 이신구가 가볍게 잔을 부딪치고는 독한 양주를 단숨에 들이마셨다.


“어머, 군인 오빠. 너무 박력 있다. 호호호. 자, 여기 안주 먹어요.”


술잔을 건네주었던 아가씨가, 수박 한 조각을 집어 들어서 이신구에게 건네주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오야, 잠시만 기다려라.”


박철구가 상의 안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더니, 지갑을 꺼내 들었다.

지갑에서 한 움큼의 지폐를 집어 든 박철구가 오른손을 불쑥 내밀었다.


“옜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워서 주는 용돈이다. 맛있는 거 많이 먹고 들어가라잉.”


이신구는 자리를 빨리 떠나고 싶었기 때문에, 박철구가 건네는 돈을 금액도 확인하지 않고 받아든 후에 고개를 짧게 숙이고는 뒤돌아서 방을 나와버렸다.

이신구가 방을 떠나자, 주변에 앉아있던 사내들이 투덜대기 시작했다.


“부장님, 어린놈의 새끼가 너무 버릇없는 거 아닙니까? 제가 손을 좀 봐줄까요?”


“아서라, 네 놈들 실력으로 통할 것 같으면 내가 불러서 술 따라주지도 않았다. 저놈 눈빛과 자세를 보고도 실력을 눈치채지 못하는 머저리들 같으니라고.”


“저놈이 그렇게 셉니까, 부장님?”


“군대 가기 전에는 나한테 두어 수 뒤질 것 같았는데, 군대 가더니 자세가 더 좋아졌군. 너희들한테는 몇 수 정도 앞설 거다. 내 밑으로 오면 좋겠지만, 군대에 말뚝 박는다니 더 신경 쓸 것 없겠군. 자, 술이나 마시자.”


박철구가 후련하다는 듯이 외치고 술잔을 들자, 사내들과 여자들이 다 같이 술잔을 들어 올렸다.


자리로 돌아온 이신구가 주머니에서 지폐 한 뭉치를 꺼내어 테이블에 올려놓자, 원호진이 호들갑을 떨면서 웨이터를 불러서 술과 안주를 주문했다.

이신구는 박철구에게 군대에 계속 있겠다는 핑계를 댄 것이 나름 적절했다고 생각하며, 맥주를 집어 들었다.

나이트클럽은 어느새 현란한 조명에 커다란 음악 소리가 가득해지고 있었다.


* * *


1990년 4월 14일 토요일.

평창동 집에서 자고 일어난 조영이 아침 식사가 차려진 식탁에서 여한모와 마주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보스, 어제저녁에 황문달 사장에게서 연락이 있었습니다. 정필모 사장 차를 들이받았던 운전기사인 차동수 씨를 만나서 자백을 받았답니다. 탁일만의 부하인 박철구의 사주를 받아서 일어난 사건이라더군요.“


”용케 자백을 받아냈군?“


”차동수가 순박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국민학교에 다니는 딸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범행을 저질렀던 것인데,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약속했던 성공 보수는 받지 못하고 쫓겨났답니다.“


”그래? 안타까운 일이군. 어떻게 뒤처리를 했으면 싶어? 경찰에 넘겨야 할까?“


”경찰에 넘겨봐야, 저쪽에서 시치미를 떼면 법적인 처벌은 어려울 수도 있고 시일도 오래 걸릴 겁니다. 다른 적당한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래, 여 팀장이 좋은 방법을 강구해 봐. 역시 한식은 집에서 먹는 게 가장 맛있군.“


식탁에 올려진 찌개를 숟가락으로 떠먹으면서 조영이 만족스러워했다.


”그것보다도 차동수를 심문했었던 박상인 과장이 재미난 제안을 했습니다. 차동수의 딸 수술비를 도와주고 싶은 모양입니다.“


”왜?“


”우선은 차동수의 가정 형편이 어려운 점이 마음에 걸린 모양입니다. 하지만, 수술비가 의외로 큰 금액이라서 망설이던 황문달 사장이 어렵게 얘기를 저에게 꺼낸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나 되는데? 무슨 병이길래?“


”소아 심장병이라고 하더군요. 수술만이 유일한 치료 방법인 모양입니다. 수술비가 3천만 원에 달한다고 하더군요.“


”일반인들에게는 적지 않은 금액이겠군.“


”제 생각에는 차동수가 정필모 사장을 방문해서 사고에 대해 사과를 하고, 차동수의 형편을 알게 된 정필모 사장이 선행을 베푸는 것으로 해서 신문 기사를 띄우면 향후 정필모 사장의 행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침, 차동수가 목포 출신이기도 하니까요. 돈은 목포 청소년을 돕는 것과 비슷한 방식의 이유를 붙여서 건네주면 될 것 같습니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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