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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628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1.11.13 07:00
조회
343
추천
6
글자
11쪽

10-8

DUMMY

박상인이 담배꽁초를 털어 버릴 때, 장종만이 다가왔다.


”과장님, 차동수가 밖으로 나왔다는데요?“


”그래?“


박상인이 장종만과 걸어가자, 저쪽 주차장 한구석에 자리 잡은 흡연 구역에서 자판기 커피로 보이는 종이컵을 들고 담배를 피워 문 차동수가 눈에 들어왔다.

입술을 꽉 다문 박상인이 장종만을 손짓으로 제지하고는 차동수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벤치의 옆자리에 종이컵을 둔 채로 고개를 숙이고 담배를 피우던 차동수가 눈앞에 다가온 박상인의 구두를 보고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박상인을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차동수를 향해 박상인이 입을 열었다.


”차동수 씨 되시지요? 정필모 사장님 회사 직원입니다. 어젯밤에 차동수 씨가 운전하던 차와 부딪쳐서 병원에 입원하신 분이 저희 사장님 되십니다.“


”아....“


”잠시 말씀을 나눠도 될까요?“


”죄송합니다. 거시기....사장님은 많.....이 다치셨겠죠? 제가 찾아뵙고 사과를 드려야 하는데, 일이 있어서 못 가봤습니다. 혹시 어디 병원에 계시나요? 얼마나 다치셨습니까?“


”응급 수술을 받으셨는데, 다행히도 일주일 정도 입원하시면 된다고 하더군요. 그리 걱정하실 정도는 아닙니다.“


”아....그런데, 어떻게 여기까지? 저는 경찰 조사도 받았고 사고는 보험사에서 치료비를 준다고 들었었는데요....“


”경찰 조사에서 말씀 안 하신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왔습니다.“


”사고는 죄송합니다, 제가 깜박 졸았어요. 죄송합니다, 요즘 딸아이가 아파서 병간호하느라 제가 잠을 많이 못 자고 있어서 그랬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딸의 병간호 때문에 잠이 부족한 것은 사실인지, 차동수의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경찰에서 하신 얘기는 들었습니다. 보험사 쪽에서 연락도 받았고요. 저는 조금은 다른 일로 왔습니다. 고향이 목포시라고요?“


”아...네....거시기. 뭐냐, 어린 시절을 목포에서 보냈습니다만 서울 올라온 지가 한참 되었습니다....고향이래봐야 아는 사람도 얼마 안 남아 있고.....“


”박철구 씨도 그중에 한 명입니까?“


깜짝 놀란 차동수가 입으로 가져가던 담배꽁초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조금 전에 박철구 씨 만나고 오는 길 아닙니까?“


”그걸......그게.“


”박철구가 돈도 주었더군요?“


”돈이요? 돈? 아...네...고향 후배입니다. 제가 딸아이 병원비 때문에 돈을 빌리러 갔었습니다.“


”그래서 박철구가 흔쾌히 빌려주던가요?“


”아, 네. 빌려...맞습니다. 빌려주었습니다.“


”박철구가 지금 뭐 하고 지내는지 아시지요?“


”네? 아....그게. 강남에서 사업을 한다고....“


”이봐요, 차동수 씨.“


박상인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지레 놀란 차동수가 고개를 들었다가 박상인과 눈이 마주치자 바로 고개를 숙였다.


”다 알아보고 왔습니다. 차동수 씨 집의 전세 보증금도 모두 병원비로 썼고, 아내분은 부업을 하고 있고, 지금 저기 병실에 있는 수민이는 수술을 받아야 하는 큰 병을 앓고 있고. 박철구는 목포에서 올라온 조직폭력배라는 것도 다 알고 있습니다.“


”그....그게...“


”박철구가 수민이 수술비를 줄 테니까, 저희 사장님을 화물차로 밀어버리라고 시키던가요?“


”아....아니....그게.“


”차동수 씨 혼자서만 교통사고로 감옥에 가면 수민이가 치료받을 수 있다고 꼬드기던가요?“


다그치는 박상인에게서는 날카로운 기세가 풍겨 나왔다.

마치 과거 형사로 생활할 때, 범죄자를 취조하는 분위기였다.

차동수는 아무런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듣고만 있었다.


”휴~우. 내가 얼마 전까지 형사였습니다. 차동수 씨 같은 분들을 여럿 봤었어요. 범죄로 얻은 돈으로 가족의 목숨을 살리면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까? 남을 죽이고 받은 돈으로 수술받은 수민이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과연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이런 사실이 평생 숨겨질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건 대한민국 공권력을 너무 쉽게 보시는 겁니다. 이런 일쯤은 조금만 조사하면 다 밝혀집니다. 모든 것이 밝혀지면, 차동수 씨는 어린 수민이 앞에 수갑을 찬 모습을 보일 수도 있어요. 일이 커지기 전에 진실을 말하세요. 다행히 저희 사장님은 죽지도 않았고, 크게 다치지도 않았습니다. 이쯤에서 일을 수습하시는 게, 차동수 씨 본인에게도 좋고 수민이를 위해서도 좋을 겁니다.“


박상인의 입에서 계속해서 어린 딸의 이름이 언급되자 차동수의 어깨가 흔들렸다.

박상인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어 불을 붙이고는 입을 다물었다.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들썩거리던 차동수가 갑자기 박상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수민이 수술비를 생각하다가 그만, 눈이 뒤집혔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아니요, 제가 감옥에 가겠습니다. 형사님,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차동수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보던 박상인이 헛기침을 하면서 바지 뒷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차동수의 손에 쥐여주었다.


”크흠흠. 저는 지금은 형사가 아닙니다. 하지만, 차동수 씨가 진실을 밝히는 것은 중요합니다. 수민이를 위하는 길은 수술비를 훔쳐 오는 것이 아니라, 성실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용기를 심어주는 것일 수도 있어요. 자, 마음을 안정시키고 사실을 모두 말씀해 주세요.“


박상인이 차동수를 부축해서 벤치에 다시 앉혔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낸 차동수가 의자에 앉아서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박상인이 담배를 꺼내어 불을 붙인 후에, 차동수의 손에 건네주었다.


”자, 담배라도 한 대 태우면서 마음을 가라앉히세요. 저는 지금 차동수 씨의 잘못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누가 뒤에서 사주했는지를 확인하고 싶은 겁니다. 사실을 모두 얘기해주면, 차동수 씨의 잘못은 눈감아 드릴 수도 있어요.“


”죄송합니다. 철구. 박철구가 아는 동생을 통해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고향 사람들한테 들었다면서, 자기 말을 들으면 수민이 수술비를 모두 마련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어제, 삼청동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차 번호를 알려 주면서 적당한 지점에서 제 차로 밀어버리라고. 근데 제가 마지막 순간에 마음이 약해져서 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정말이지 제 딸을 살리기 위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죽인다는 게 양심에 걸려서. 흑흑흑. 선생님, 죄송합니다.“


”그런데, 오늘 찾아갔을 때 박철구가 수술비를 안 주던가요?“


”거시기, 뭐시냐. 승용차에 타고 있던 사장님이 살아 있다고, 일을 실수했다고 안 주더군요. 제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사정했습니다만, 돈 백만 원 던져주는 거 받아 가지고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일에 대해서 입을 열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과 함께요. 죄송합니다, 제가 감옥에 가겠습니다. 다만, 우리 수미에게만은......“


”따님한테 얘기하지는 않겠습니다. 따님도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되면 아빠를 자랑스러워할 겁니다. 조직폭력배의 협박에 굴하지 않고 사실을 밝힌 용감한 아빠라고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박철구는 저희가 알아서 조치하겠습니다. 차동수 씨와 가족들에게 위해를 가하지 못하도록 할 테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흑흑흑, 감사합니다. 저기, 사장님은 어디 병원에 계십니까? 제가 찾아가서 무릎 꿇고 사죄하겠습니다. 용서를 빌겠습니다.“


”그건 차차 생각해 보지요. 잠시만 계십시오, 제가 윗분께 보고를 좀 해야겠습니다.“


박상인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차동수에게서 떨어진 곳으로 가자 장종만이 다가왔다.

장종만은 아무 말도 없었지만, 장종만의 눈빛에서 존경의 염을 읽은 박상인이 피식 웃으면서 어깨에 말없이 힘을 주었다.

휴대 전화를 꺼낸 박상인이 신호음이 울리는 동안 담배를 꺼내물었다.

장종만이 잽싸게 라이터를 꺼내서 불을 붙여 주었다.


[여보세요]


”접니다, 사장님.“


[아, 거 왜 자꾸 밤늦게 전화야? 차동수 만나보라니까. 만나서 얘기해보고 전화하라고.]


”차동수가 다 불었습니다. 박철구가 지시한 일이 맞답니다. 딸아이의 수술비를 빌미로 해서 살인을 교사한 건데, 일에 실패했다고 수술비는 안 주고, 백만 원으로 입막음을 시도한 모양입니다.“


[뭐야? 박철구?]


”네, 탁일만이네 조직 넘버 쓰리, 박철구가 맞습니다. 어떻게 박철구를 잡아다가 족칠까요?“


[야, 가만있어봐. 박철구가 움직인 게 맞다고?]


”네, 맞습니다. 차동수가 모두 불었습니다.“


[이렇게 빨리? 거짓말하는 것 같진 않아?]


”아, 진짜. 사장님, 저 박상인입니다. 박상인. 영등포에서 잘 나가던 강력계 형사 박상인이라고요. 제가 이런 조사를 허투루 할 것 같습니까? 자꾸 못 미더워하시면 섭섭합니다.“


[아니, 내가 박 과장 너를 못 믿는 게 아니고. 알았다. 내가 여 팀장님한테 보고하고 다시 전화할 테니까, 차동수 어디 못 가게 잡아놓고 전화 기다려.]


”네. 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느긋하게 대답한 박상인이 휴대 전화를 품 안에 챙겨 넣으면서 앞턱을 내밀며 장종만을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차동수의 옆으로 다가간 박상인이 차동수와 담배를 피우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차동수는 박상인에게 딸아이가 병에 걸린 이후의 일을 구구절절 얘기하면서 마음이 많이 진정된 모습이었다.

차동수의 형편을 듣는 박상인도 가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해 주었다.

한참 동안 차동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박상인의 휴대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네, 사장님. 말씀하십시오. 네. 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바로 옆에 앉아서 박상인의 통화를 바라보던 차동수가 긴장되는지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박상인이 희미한 미소를 띠며 차동수를 쳐다보았다.


”제가 모시는 윗분이십니다. 다행히 이야기가 잘 된 모양입니다.“


”아...네....뭐라고 하시던가요?“


”내일 날이 밝은 후에 조금 더 의논을 해봐야 확정이 되겠습니다만, 경찰에는 따로 알리지 않고 조용하게 일을 덮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수민이 수술비도 제가 말씀을 드려놨으니까 기다려 보십시오. 제가 모시는 분들이 마음이 따뜻한 분들이라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과장님. 제가 어찌 그런 것까지 바랄 수가 있겠습니까? 사람의 탈을 쓰고 그러면 안 되는 거지요. 암요. 그저, 저쪽 사장님께 사죄할 수 있는 기회만 주셔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감사합니다.“


차동수가 박상인에게 연거푸 고개를 조아리자, 박상인이 흐뭇하면서도 어색한 표정으로 근처에 앉아 있는 장종만을 쳐다보았다.

장종만이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올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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