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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626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2.01.30 07:00
조회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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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1쪽

11-6

DUMMY

”뉴스라. 소식이요? 네. 나도 뉴스를 들었습니다. 소식을 알려주는 사람이 있었어요. 누구였을까요? 누가 미국에서 일어난 사고를 시골에 있는 뒷방 늙은이에게 알려주었을까요? 네? 정식이였습니다. 정식이요. 지금쯤 구천을 헤매고 있을 내 아들 정식이가 알려주었습니다. 됐습니까? 이제 됐어요? 속이 시원하십니까? 죽어서도 눈을 제대로 감지 못한 내 아들 정식이의 이름이 내 입에서 나오는 것을 보니까, 속이 시원하시냐고 내.가. 이 최덕술이가. 전라남도 치안국 보안과장인 이 최덕술이가 묻고 있는 겁니다. 의.원.님.!“


최덕술의 목소리에는 광기라고 불릴 수도 있는 기운이 들어있었다.

최덕술의 시선을 마주하던 윤지원의 몸이 떨려오고 있었다.


”아니, 이 사람이. 남의 상갓집에 와서 이 무슨 추태인가. 거기서 최 서장이 왜 나와?“


윤지원의 언성이 높아졌지만, 그의 음성이 떨리고 있음을 최덕술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크크크. 의원님이 내 앞에서 떨 때가 다 있군요? 천하의 윤지원 의원이 사람은 안 무서워해도 귀신이 된 내 아들 정식이는 무서운 건가요? 크크크. 하하하.“


갑자기 최덕술이 소리를 내 웃기 시작하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몰려들었다.


”이.....이 사람이 정신이 나갔구먼. 정신이 나갔어. 남의 초상집에서 소란 피우지 말고, 썩 물러가게. 당장. 에잉.“


윤지원이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으면서 주위를 둘러보고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자, 서둘러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덕술의 시선은 윤지원을 향해 있었지만, 최덕술의 눈에는 윤지원이 보이지 않았다.

다시 소주 한 잔을 따라 마신 최덕술이 이번에는 고개를 숙이고는 조용해졌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윤지원이 자리를 떠나자, 수군대던 사람들의 시선도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행동을 지켜보던 조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한모가 고개를 들어 쳐다보자, 조영이 오른손을 들어 신호를 주고는 최덕술이 혼자 앉아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쪼르륵.

최덕술의 앞에 놓인 술잔에 술이 채워지는 소리를 들으며 최덕술이 살짝 고개를 들었다.

눈가에 뭐가 낀 듯이 희끄무레한 모습이 시야에 들어올 뿐, 눈앞에 앉은 사람이 누구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쪼르륵.

이번에는 맞은편에 앉은 사람이 빈 잔을 가져오더니 자신의 술잔에 술을 따랐다.

꿀꺽.


탁.

이내 상대의 목젖을 타고 술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상대의 목소리가 최덕술의 귀에 들려왔다.


”윤근식의 아들이 죽은 것을 보니 속이 시원하십니까?“


”누구요?“


최덕술이 왼손등으로 자신의 눈가를 훔쳐냈다.

이내 앞에 앉아 있는 젊은 사내를 알아본 최덕술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지난번에는 최 씨네 상중(喪中)에 봤는데, 이번에는 윤 씨네 상중(喪中)에 보게 되는군요. 우리의 인연은 악연이 틀림없는가 봅니다.“


”자네가 이 자리에는 어쩐 일인가?“


”글쎄요. 죽은 최정식 씨가 최덕술 씨에게 이곳에 가보라고 얘기해준 것처럼. 나도 돌아가신 외삼촌께서 이곳에 가보라고 이야기해주셨는가 보지요.“


”으으음.....“


조영의 입에서 외삼촌인 조성수의 이야기가 나오자 최덕술의 굳게 닫힌 입에서 작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옆자리에 앉아서 보고 있자니, 나름대로 재미가 있더군요. 일흔 넘은 노인들의 복수극. 드라마로 만들면 시청률이 높게 나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나에게는 의외로 신선한 재미가 있습니다. 그래,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가 될 거랍니까? 윤 씨네 집을 찾은 죽음의 사신은 이것으로 끝이랍니까?“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군.“


”글쎄요, 미국 LA에서 있었던 일은 나보다는 최덕술 씨가 더욱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틀렸나요? 윤지만이가 사망한 곳에서는 왜 탄피가 두 개나 발견되었을까요? 자살하는 사람들은 보통 한 발로 끝내지 않나요, 과거의 경찰관 나으리?“


”그......무슨?“


”글쎄요, 나도 정확한 과정은 알지 못합니다. 사실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요. 오늘은 윤 씨 가족들의 모습을 눈에 담고 싶어서 왔는데, 이곳에서 최덕술 씨를 만나게 된 것이 의외일 뿐이라고 할까요? 목포 출신 유력한 집안 자제들의 연이은 자살이라. 목포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라도 하나 나올 분위기입니다. 크크크.“


말을 마친 조영이 최덕술과 한번 눈을 마주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덕술은 멍한 표정으로 조영의 뒤를 따라 시선을 옮겼다.

식당 입구 신발을 신는 곳에 조영의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그중에는 최덕술이 알고 있는 얼굴도 있었다.


잠시 후에 조영의 일행이 사라졌고, 최덕술도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다리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노쇠한 몸은 그마저도 쉽지 않았고, 양손으로 바닥을 짚어가면서 힘겹게 몸을 일으킨 최덕술이 장례식장을 빠져나왔다.

상주 가족들 중 누구 하나 최덕술을 아는 체하지 않았다.


”왜 그러셨습니까, 보스?“


장례식장을 나와서 차에 올라타자 여한모가 조영에게 물어왔다.


”그냥. 돌아가신 외삼촌이 최덕술의 얼굴을 한 번 더 보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아서.“


”보스도 참....“


”윤지만의 죽음에 어떤 식으로든 최덕술이 연관된 것이 틀림없다. 최덕술 늙은이의 눈에 분명히 그렇게 씌어 있었어.“


”미국에서 조만간 소식이 있을 겁니다, 보스.“


고개를 끄덕인 조영이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창문을 내렸다.


* * *


1990년 4월 23일 월요일.

조영은 여한모와 함께 평창동 자택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윤지만의 장례식장에 방문했던 이후에 기분이 좋지 않았던 조영이었지만, 오늘 아침 식사 분위기는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역시 보스의 기분을 풀어줄 사람은 신애 씨뿐인가 봅니다, 보스. 흐흐흐.“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지난번에 장례식장에서 최덕술이를 만나고 와서 보스 기분이 계속 다운되어 있었잖아요? 저야 그러려니 했지만, 다른 직원들은 사실 보스의 눈치를 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어제 신애 씨하고 데이트하고 돌아온 이후부터 보스의 기분이 다시 좋아진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흐흐흐.“


”쓸데없는 소리!“


”정말이라니까요? 하 과장님, 저 국 한 그릇 더 주세요.“


여한모의 부름을 받은 하미숙 과장이 새 국그릇을 가지고 와서 조심스럽게 올려놓고는, 빈 그릇을 집어 들었다.


”하 과장님, 말씀 좀 해 보세요. 지난 주말에 보스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아서 집에 있는 분들도 모두 보스의 눈치를 봤었는데, 어제 데이트 이후에 보스 기분이 좋아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잖아요, 제 말이 맞죠?“


”저희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팀장님. 다만 보스께서 신애 아가씨를 많이 사랑하시는가 보다 하고 생각할 따름이지요. 맛있게 드십시오.“


”어유~ 하 과장님이 해주시는 음식들은 다 맛있어서 맛있게 먹지 않을 수가 없는걸요? 그거 봐요, 보스. 제 말이 맞죠? 흐흐흐.“


”음식 식기 전에 밥이나 먹어.“


조영이 머쓱한 듯 여한모의 입을 제지했다.


”보스, 동독이 무너지는 속도가 빠릅니다. 아놀드에게서 연락이 있었는데, 동독이 가지고 있던 무기들을 경매 형식으로 매각한다고 합니다. 아놀드가 관심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동독의 무기라고?“


”네. 우선은 개인 화기류라고 하는데, 평소 정상적인 루트로는 구하기 어려운 물건들도 있고, 무엇보다도 양이 많습니다. 아놀드의 판단으로는 향후 PMC 운용을 위해서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이 든답니다. 제 생각에도 미군이나 무기 암거래상을 통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이 좋을 겁니다.“


”나쁘지 않군. 자세한 계획과 예상 비용을 보고서로 올려달라고 해. 긍정적으로 검토하자.“


”알겠습니다. 찰스 의원이 오늘 도착하는 건 기억하고 있으시지요?“


”응, 오늘은 정해진 일정이 있어서 시간을 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양해를 구하더군.“


”수요일에 있을 포르투나 경비 실업의 쇼케이스에만 참석해줘도 고마운 일이죠.“


”그건 찰스도 적극적으로 일정에 반영한다고 했었으니까, 기다려봐야지. 정치인들과의 약속은 항상 변수가 많으니까.“


”일단 준비는 해 두겠습니다.“


”그래. 오늘 국이 맛있군. 하 과장님? 저도 국 한 그릇 더 주세요.“


하미숙 과장이 금방 국이 담긴 그릇을 쟁반에 담아서 가지고 왔다.


”두 분이 항상 맛있게 음식을 드셔 주셔서 주방 직원들이 모두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나도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모두 별일 없죠?“


”그럼요.“


”혹시라도 어려운 일이 생기거나 하는 분들이 있으면 나한테나, 여기 여 팀장에게라도 꼭 말씀해주세요. 주변이 평안해야 음식이 더 맛있게 될 거라고 생각해서 그러는 거니까, 부담은 갖지 마시고요.“


”말씀으로도 감사합니다. 제가 잘 챙기다가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팀장님께 보고드리겠습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하미숙 과장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는 주방 안쪽으로 사라졌다.


”아 참, 이신구 씨는 부대로 돌아갔어요?“


”응, 엊그제 토요일에 부대 복귀한다고 전화 통화했었다. 아, 내가 이야기해줬었나? 신구가 탁일만이 밑에 있는 박철구를 우연히 만났었다는데?“


여한모가 고개를 가로젓자 조영이 이신구에게 들은 이야기를 정리해서 전해주었다.


”큭. 그 친구는 아직도 이신구 씨를 스카우트하고 싶은 욕심이 남아 있나 보군요?“


”그런가 보더라고. 물론 신구야 마음이 없는 것 같고.“


”홍상만의 세력이 활개 치고 다닐수록 박철구의 마음이 타들어 가겠는데요? 흐흐흐.“


조영도 피식 웃으며 숟가락으로 국을 떠먹었다.


* * *


그날 밤늦은 시각, 조영은 시내의 5성급 호텔 바에서 찰스 상원의원을 만날 수 있었다.


”오우~ 데이빗. 오랜만이요. 그간 어떻게 지냈어요?“


”찰스, 서울에서 찰스를 만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요, 하하. 장거리 비행을 해서인지 피곤해 보이는데 시간을 내줘서 고맙습니다.“


”비행기를 타는 것도 피곤하지만, 정치인들과의 미팅이 있어서 피곤해 보일 겁니다. 가면을 쓰고 무도회에 참석하는 듯한 기분이거든요. 하하하.“


”가면무도회에 선 찰스는 항상 중심에 있으실 겁니다.“


반갑게 악수를 한 두 사람이 자리에 앉았다.

웨이트리스가 다가오자 가벼운 술과 안주를 주문한 두 사람은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서울에는 어쩐 일이세요, 찰스?“


”미국과 한국의 국회의원들 간에 오래된 친목 모임이 있습니다. 한국의 여당이 합당을 통해서 바뀐 건 알고 있겠지요? 한국의 의원들은 우리와의 만남을 통해서, 미국이 여전히 한국의 정권을 지지하고 있다는 홍보를 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하하하.“


”어느 곳에나 미국의 지지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있군요?“


”그렇지요. 나는 개인적으로 데이빗의 지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예?“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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