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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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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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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93,490

작성
22.01.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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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1쪽

11-2

DUMMY

* * *


맨해튼 트리뷴의 LA 주재원인 크리스 테일러가 LA의 시신안치소에 도착한 것은 오후 3시경이었다.

안내 데스크에 신분증을 보여준 크리스가 잭의 앞에 나타났을 때, 잭은 한가로이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기자 신분증을 꺼낸 크리스가 잭에게 신분증을 보여주면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맨해튼 트리뷴의 기자인 크리스라고 합니다. 몇 가지 여쭤볼 게 있어서 왔습니다만?“


”무슨 일이시오, 기자 양반?“


”어제 새벽에 총기 사고로 들어온 동양인 시신이 있다지요? 부검의와 대화를 나눌 수 있겠습니까?“


잭이 인상을 찡그리는 모습을 크리스의 예리한 눈이 놓치지 않았다.


”시신은 이미 반출되었소. 아마, 어딘가의 화장장에서 한창 불타오르고 있을지도 모르지.“


”무슨 말씀이신가요? 내가 담당 경찰을 만나고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요?“


”경찰? 경찰의 일은 모르겠고, 나는 서류로 일하는 공.무.원.이라오 기자 양반. 반출 명령서를 가져온 사람들에게 시신을 넘겨주었소. 내 일은 그것으로 끝이오.“


”음....사망한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시신을 찾아가다니. 이례적인 일이 아닌가요? 미스터....?“


”잭이오. 잭 워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잭?“


”나는 할 말이 없소.“


잭의 입이 굳게 닫혔고, 잭의 고집스러운 표정을 쳐다보는 크리스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때, 하얀 가운을 입고 다급하게 뛰어오는 흑인 사내가 있었다.


”이봐요, 잭. 어떻게 된 일이에요? 내 시신 어디 갔어요?“


”제이콥스. 그 시신은 당신 소유가 아니에요. 어디 갔었어요? 내가 아까 전화를 몇 번이나 했는데 받지 않더군요.“


”헤어진 아내가 찾아와서 잠깐 외출했다 오는 길이에요. 내가 그 시신을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분명히 말씀드렸잖아요? 누가 가져간 거예요?“


”진정해요, 제이콥스.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고요. 시청의 앤드류가 전화했었소. 내가 말을 꺼내려고 했지만, 앤드류가 하는 말이 뭐였는지 아시오? 당신도 이미 여러 번 들어본 말이었을 겁니다. [닥치고 서류대로 해요] 였소. 내가 무슨 힘이 있겠소?“


대답하는 잭의 얼굴에는 피곤과 짜증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었다.


”빌어먹을 앤드류. 또 뭘 얻어 처먹었을지도 모르겠군. 에이, 다시 확인해야 했었는데....“


제이콥스도 앤드류의 이름이 거론되자 포기하는 분위기였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크리스가 조심스럽게 대화에 끼어들었다.


”저, 말씀 중에 실례합니다. 두 분이 나누는 대화의 시신이 혹시 어제 새벽에 총상으로 들어온 동양인 젊은 남자가 맞나요?“


제이콥스가 크리스를 위, 아래로 훑어보았다.


”누구십니까?“


”아, 저는 맨해튼 트리뷴의 기자인 크리스 테일러입니다. 어제 새벽에 들어온 윤이라는 젊은이의 시신에 관해서 확인할 게 있어서 왔습니다.“


”뭐가 궁금한 거요, 기자 양반?“


기자라는 단어에 관심을 표명하는 제이콥스를 보면서 잭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마도, 제이콥스는 기자를 이용해서 앤드류에게 빅엿을 먹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을 하는가 보았지만, 잭이 생각하기에 앤드류는 그리 녹록한 공무원이 아니었다.

적어도 앤드류가 작성하는 서류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러지 말고, 저쪽에 가서 이야기합시다, 기자 양반.“


제이콥스가 크리스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잠시만요, 가기 전에 잭에게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잭, 시신을 인수해 간 사람들이 누구였습니까?“


”몰라요, 기자 양반. 그들은 동양인 사내 두 명이었소. 이름을 말해 줄 수는 없어요, 개인정보라서 말이오.“


”이해합니다. 혹시 특징이 있던가요?“


”음....그들에게도 앤드류의 냄새가 났었소.“


”앤드류의 냄새요?“


”잘난 공.무.원.의 냄새가 났었다는 뜻이오. 물론 이건 전적으로 나의 추측일 뿐이오.“


”고맙습니다, 잭. 자, 제이콥스, 가시지요.“


제이콥스와 크리스가 앞마당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잭은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뭐니 뭐니 해도 공무원으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서류 정리가 우선이었다.


”담배 피우시오, 기자 양반?“


”네, 편하게 크리스라고 불러주세요.“


”좋아요, 크리스. 답답할 때는 담배가 도움이 되지요. 제이라고 부르시오.“


두 사람은 커다란 나무가 자연스럽게 그늘을 만들어 낸 곳에 놓인 벤치로 걸어갔다.


”자, 내가 먼저 묻겠소. 당신은 뭐가 궁금해서 온 거요, 크리스?“


담배를 꺼내무는 제이콥스에게 불을 붙여주면서 크리스가 제이콥스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실은 나도 취재 지시를 받았어요. 당신과 내가 화제에 올리고 있는 윤이라는 젊은이의 아버지가 한국이라는 동양 나라의 유력한 정치인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사망 사건에 대해서 상세하게 취재를 해 보라는 지시를 받고 왔습니다. 제이는 어떤 도움을 원하시나요?“


”음...아까 잭하고 얘기 나누던 부분인데, 나는 시청의 앤드류라는 공무원을 고발하고 싶소. 서류상으로 우리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감독하는 사람 중 하나인데 이 사람의 뒤가 구리다는 것이 내 추측입니다. 시신안치소에 들어오는 시신을 내어줄 때, 시신을 찾으러 오는 사람들과 뒷거래가 있지 않나 의심스러운 상황들이 종종 있어서 말이오. 하지만, 내 능력으로는 뒤져볼 수가 없으니 기자 양반의 도움을 받고 싶은 겁니다.“


담배 연기를 뿜어내는 제이콥스의 얼굴에도 지친 기색이 완연했다.


”비슷한 일들이 종종 있나 봅니다? 내부 감찰 부서 쪽으로 의견을 전달할 수도 있지 않았나요?“


”그게, 앤드류의 일 처리가 깔끔합니다. 적어도 서류상으로는 말이지요. 두어 번 찔러봤지만, 나만 욕을 먹었고. 이후로 앤드류와의 관계도 더 껄끄러워졌을 뿐이오.“


”윤이라는 시신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지요. 그를 직접 검시하셨습니까?“


”아니요. 어제 당직은 다른 의사였소. 말콤이라는 사람인데, 일을 설렁설렁하는 것으로 유명하오. 서류를 보니까, 권총을 사용한 자살로 기재되어있더군요. 혹시 경찰을 만나고 왔습니까?“


”네, 처음 신고를 받고 출동해서 보고서를 작성한 경찰관을 만나보고 오는 길입니다.“


”경찰관은 뭐라고 하던가요?“


”권총에 의한 자살로 생각하더군요. 권총에서도 사망한 윤의 지문만이 검출되었다고 하고요.“


크리스의 말에 제이콥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경찰 보고서에는 마약 이야기가 있었소?“


”물론입니다. 사고를 신고하고 현장에 있던 여자도 마약 복용상태였던 것으로 보아, 사망자도 마약을 복용했을 것으로 추측하더군요. 팔목에 주사를 놓았던 흔적들도 여러 개 발견되었다고 하더군요.“


”혹시 사망자가 왼손잡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소?“


”그렇습니까? 몰랐는데요. 그게 당신의 의구심과 연관이 있습니까?“


”아, 나도 말콤이 기록한 서류만 보고 추측하는 겁니다. 기록에는 사망자의 팔목에 있는 주삿바늘 자국은 모두 오른팔에 놓여 있었다고 하더군요. 만약 다른 사람이 주사를 놓아준 게 아니라면, 사망자가 평소에 직접 왼손으로 오른손 팔에다가 주사를 놓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아~“


크리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사망자는 오른손으로 권총을 잡고 쐈어요. 꽝하고.“


제이콥스가 담뱃불을 왼손으로 옮겨 든 후에, 오른손으로 엄지와 검지 두 개의 손가락을 권총 모양으로 만들어서 자신의 오른쪽 옆머리에 가져다 대었다.


”자살하는 왼손잡이가 오른손으로 총을 잡는다? 평범한 일은 아니오. 나는 나중에 서류에서 그 점을 발견하고, 다시 검시하려고 했었던 것이오. 제기랄, 레바만 찾아오지 않았더라도.“


”레바가 누굽니까?“


”이혼한 전처요. 갑자기 찾아왔소. 양육비 때문이라나 제기랄. 내 급여를 얼마나 뜯어가야 만족하려는지 모르겠소. 이런 건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 거 아니오?“


이야기가 갑자기 다른 곳으로 번지려고 해서, 크리스가 제이콥스를 만류했다.


”그래서 제이가 전처를 만나러 자리를 비운 동안에 두 명의 동양인 사내가 와서 시신을 가져갔다. 그런데, 중간에 앤드류라는 시청 공무원이 전화해서 빨리 처리하라고 모종의 압력을 행사했다 이런 거네요?“


”그렇소. 역시 기자 양반이라서인지 명쾌하구먼. 앤드류를 뒤져 보시오. 분명히 동양인들에게 대가를 받았을 거요. 웬만하면 잭이 내 부탁을 들어주는 친구인데, 그 친구가 순순히 시신을 내주었다는 게 그 증거요.“


”고맙습니다, 크리스. 다른 상황이 취재되면 결과를 알려드리도록 하지요.“


제이콥스가 해준 얘기를 꼼꼼하게 수첩에 기록한 크리스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오른손을 내밀었다. 제이콥스가 크리스의 손을 마주 잡고 흔들었다.


* * *


1990년 4월 18일 수요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1번지 국회의원회관 412호실.

사무용 책상에 딸린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은 윤근식이 눈을 감고 있었다.


똑똑똑.

노크 소리가 있고 난 뒤에 문이 열려서 윤근식이 눈을 떴다.

마호석 보좌관이었다.


”의원님. 아드님의 시신은 현지에서 화장을 마쳤다고 합니다. 가장 빠른 비행기 편으로 국내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잡음 없게 했나?“


”네, LA 총영사관의 영사관에서 직접 시신을 받아서 화장장으로 모셨답니다. 언론이나 주변의 시선을 신경 썼지만, 나름대로 예우를 갖췄다고 보고를 받았습니다.“


”음.“


”장례는 일단 시내의 대형 장례식장을 섭외해놓았습니다. 아무래도 조문객들이......“


”간소하게 진행하도록 하지. 굳이 여기저기 부고를 띄울 필요 없어.“


”알겠습니다.“


”언론 단속도 신경을 쓰도록 해. 괜히 이상한 소문 나면 안 돼.“


”신경 쓰겠습니다.“


보좌관이 고개를 숙이고 되돌아나가자, 윤근식이 담배를 집어 들었다.

아들의 죽음을 들은 아내는 몸을 가눌 수 없어 해서 병원에 입원시켰다.

목포에 있는 아버지에게는 아직 전화도 하지 못했다.

윤근식의 답답한 마음을 대변하듯, 책상 위 재떨이에 담배꽁초가 쌓여만 가고 있었다.


똑똑똑.

보좌관이 나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시 노크 소리가 들려오자 윤근식의 이마에 절로 내 천(川)자가 그려졌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온 여직원이 윤근식의 눈치를 살피면서 입을 열었다.


”저....의원님. 목포의 큰 의원님께서 전화하셨습니다. 지금 기다리고 계시는데 연결할까요?“


”아버지가?“


잠시 망설이던 윤근식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직원이 방문을 닫고, 얼마지 않아 윤근식의 책상에 있는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아버지?“


[내가 허튼 소식을 들었다. 미국에 있는 지만이는 잘 지낸다더냐?]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전에 훅치고 들어오는 윤지원의 한 마디에 윤근식이 아무 소리도 하지 못한 채로 침묵이 흘렀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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