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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632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1.12.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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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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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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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14

DUMMY

한부 건설의 임원들도 거친 공사 현장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능구렁이들이었다.

그들은 금세 유만호 이사에게 알려지지 않은 힘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되었고, 회의 자리에서도 유만호 이사에게 공개적인 반발을 자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반발하지 않는 것과 인상을 쓰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질문이 있습니다. 곽효상 전무님, 이번 회차에 받은 공사 대금에 관한 자료에서 여기 이 항목은 무엇을 뜻하는 겁니까? [쿠웨이트 현지 공무원 미팅]이라는 항목에 1만 달러나 기재되어 있는 이 항목 말입니다.“


유만호 이사의 지목을 받은 곽효상 전무가 검게 그을린 얼굴에 주름살을 만들어냈다.


”유 이사님, 그건 말 그대로 현지 공무원들과 미팅하면서 위로금을 전달한 겁니다. 유 이사님도 과거에 공사 현장에서 다 겪었던 일이었잖습니까? 100만 달러도 아니고, 10만 달러도 아니고, 1만 달러입니다. 그런 금액까지도 걸고넘어지시면 현장에서 업무를 진행하기가 곤란합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곽 전무님. 말씀이 좀 그렇군요? 걸고넘어지는 게 아니라 투명하게 가자고 하는 겁니다. 알리카에서 이 부분을 지목하게 되는 상황이 오면 그들을 설득할 자신이 있으십니까? 알리카나, 그 뒤에 있는 잭손이 우리 한부 건설이 관행이라고 해오는 행동들을 받아들여 줄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알리카가 이에 대해서 클레임을 제기하면 어떻게 해결하실 생각이십니까? 대책은 있는 겁니까?“


”하.....하지만.....하아......“


곽효상 전무가 대답을 하다 말고, 커다란 한숨을 내쉬면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유만호 이사의 기세등등한 표정과 곤란해하는 곽효상 전무와 눈치를 보면서 옆 사람과 수군거리는 임원들을 보면서 강태수 사장이 아랫입술을 보이지 않게 깨물었다.


”유 이사, 그 건에 대해서는 나중에 나하고 따로 이야기합시다. 곽 전무는 유 이사가 물어본 건에 대해서 나한테 먼저 보고하도록 해. 다들 쿠웨이트 공사에 회사의 사활이 걸렸다는 점을 명심하고, 당분간 모든 업무의 최우선에 올려놓고 일하도록 하세요. 엄 실장과 곽 전무는 내 방에 들렀다 가도록 하고,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칩시다.“


강태수 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임원들이 서둘러 일어나면서 고개를 숙였다.


쾅.

회의실을 빠져나와 사장실로 들어온 강태수 사장이 사장실 방문을 거칠게 밀어젖히고 방으로 들어가자, 비서실에 있던 직원들이 다들 자라목을 하면서 시선을 피했다.


”휴~우“


강태수 사장의 뒤를 쫓아오던 엄태형 실장이 큰 한숨을 내쉬면서, 여직원에게 시원한 음료를 준비하라고 지시한 후에 사장실로 들어갔다.

곽효상 전무가 죽을상을 한 채로 뒤를 따랐다.

사장실 문이 닫히자, 비서들이 수군댔다.


”왜 또 저기압이신 거야?“


”유만호 이사님이 회의 시간에 또 걸고넘어지셨어요. 어휴~ 그 양반도 참.“


”또? 그 양반 빽은 도대체 얼마나 세길래, 우리 사장님께서 저렇게 오래 참으신대?“


”모르죠.“


”시끄러워, 실장님한테 깨지고 싶지 않으면 입 다물고 일들 해.“


고참 비서의 낮지만 단호한 목소리에 비서들이 책상 위로 고개를 처박았다.

여비서가 시원한 음료를 테이블에 내려놓자, 강태수 사장이 바로 집어 들더니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조용하게 음료 잔을 들고는, 여비서가 문을 닫고 나갈 때까지 가만히 있던 곽효상 전무가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제가 조심해야 했는데.....“


”곽 전무가 죄송할 일이 뭐가 있어? 유 이사 그 작자가 날이 갈수록 오만방자해지는군.“


”사장님, 전무님. 아직은 유 이사를 대놓고 쳐낼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쿠웨이트 공사가 끝날 때까지는 참으셔야 합니다. 유 이사의 행동이 지나친 부분은 있습니다만, 이번에 잭손이 제안한 지분 투자 건도 유 이사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려하셔야 합니다.“


”그건 그렇지만······. 끄응. 내가 자꾸 혈압이 올라서 그래.“


”지분 투자라니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곽효상 전무가 눈치를 보면서 엄태형 실장을 바라보았다.


”유만호 이사가 알리카의 전언을 가지고 왔습니다. 잭손이 알리카를 통해서 우리 회사에 지분 투자를 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보였습니다.“


”잭손이 말입니까?“


곽효상 전무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렇습니다, 이번 쿠웨이트 공사가 잘 마무리되면 지분 투자를 하면서 향후 중동의 공사 현장에 함께 참여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그.....세계적인 회사인 잭손의 제안이라면 고마운 일 아닙니까?“


”네, 저희도 내부적으로는 긍정적인 점이 많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만, 오늘 전무님께서도 보셨다시피 유만호 이사 같은 임원이 한 명만 더 들어온다고 가정해도 회사 분위기가 더 어수선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고민 중입니다.“


엄태형 실장의 짧은 설명을 들은 곽효상 전무가 이해가 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구의 기업과 한부 건설이 사업을 운영해가는 방법에서 많은 차이가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새 화를 가라앉혔는지 평온한 표정을 회복한 강태수 사장이 입을 열었다.


”곽 전무, 내가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이번 공사는 우리 회사에 정말 중요한 프로젝트야. 공사를 진행함에 있어서 절대 실수가 있으면 안 되고 무슨 일이 있더라고 공기를 단축해서 마무리를 지어야 해. 알겠지?“


”네, 사장님. 명심하고 있습니다. 차질 없이 마무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곽효상 전무가 각오를 되새기는 듯, 오른 주먹을 굳게 움켜쥐었다.


”사장님, 엊그제 목요일 밤에 정필모 사장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강남의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소식입니다. 생사가 위중한 상태는 아니고, 수술이 잘 되어서 1주일 정도 입원 치료를 받을 거라고 합니다. 제가 병문안을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필모 사장이? 으음....오후에 내 스케줄에 특별한 게 있나? 없으면 내가 직접 가보도록 하지. 유만호 이사 건도 의논을 해볼 수 있으면 좋고.“


”사장님의 오후 일정은 가능합니다. 그러면 병원에 가시는 것으로 일정을 조정하겠습니다.“


”그래요. 곽 전무도 힘내서 남은 일정 조율하고 일찍 퇴근해서 쉬세요. 얼굴이 많이 상했습니다, 쯧쯧쯧.“


”면목 없습니다. 사장님.“


곽효상 전무와 엄태형 실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강태수 사장이 테이블 위에 있던 담배와 재떨이를 끌어당겼다.


* * *


강태수 사장이 엄태형 실장의 안내를 받아서 정필모 사장이 입원한 강남의 병원에 도착해서 병실 앞에 도착했을 때, 두 사람의 앞을 막아서는 사내들이 있었다.

강태수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걸음을 멈추었고, 엄태형 실장이 앞으로 나서서 신분과 방문 목적을 밝혔다.

사내 중 한 명이 병실 안으로 들어가서 보고를 하고는 바로 나와서 병실 문을 열어주었다.


강태수가 병실 쪽으로 한걸음 옮겼을 때, 병실에서 나오는 일단의 무리와 마주쳤다.

앞장선 사람의 얼굴이 낯이 익다고 생각하면서 양미간을 모으는 순간, 엄태형 실장이 귓가로 입을 가져와서 속삭였다.


”사장님, 민주평화당의 권갑노 의원입니다.“


강태수 사장이 시치미를 떼고는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권 의원님, 이런 곳에서 뵙는군요. 한부 건설의 강태수입니다. 기억하시겠습니까?“


”오~ 이런 이런. 저도 낯이 익다 싶으면서 바로 떠올리지를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강정훈 회장님도 안녕하시지요?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우리 정 사장님을 병문안 오신 겝니까? 허허허.“


강태수 사장은 자신과 악수하면서도 아버지인 강정훈 회장을 먼저 언급하는 권갑노 의원의 말에 마음이 상했다.


‘노물 같으니라고. 흥, 나는 체급이 낮아서 상대하고 싶지 않다, 이건가? 우리 정 사장? 이 노물이 정필모와도 한배를 탄 건가? 확인해야겠군.’


속마음과는 다르게 강태수 사장의 안면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아버님은 정정하십니다. 언제 한번 필드로 모시고 싶습니다. 제가 아버님께도 연락해서 시간을 맞춰 보겠습니다. 정필모 사장님과는 비즈니스 관계로 친분이 있습니다. 허허허.“


”그러시군요, 우리 정 사장님 같은 유능한 인재가 급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해서 제가 깜짝 놀랐지 뭡니까. 저는 돌아가는 길이니, 어서 들어가셔서 담소 나누십시오. 다음에 강 회장님과 함께 한 번 뵈었으면 합니다. 하하하.“


수행원들끼리도 서로 묵례를 하면서 스쳐 지나가는 권갑노 의원의 뒤통수를 노려보고 있는 강태수 사장에게 엄태형 실장이 옷깃을 잡아당겼다.


”사장님, 병실 안에서 정필모 사장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커흠흠. 들어가자고.“


강태수와 엄태형이 병실 안으로 들어가자, 방문을 미리 알았기 때문인지 앞서서 권갑노 의원이 다녀가서인지, 정필모는 환자복을 입은 채로 환자용 침대를 세우고는 기대앉아 있었다.

따라온 비서가 꽃바구니와 과일 바구니를 건네자, 대기하고 있던 정필모의 비서가 받아서 한쪽으로 다소곳이 모아 놓았다.

이미 병실의 곳곳이 꽃과 과일, 음료로 가득 차서 둘 곳이 마땅찮아 보였다.


‘흠. 정필모 이 인간의 발이 제법 넓은가 보군.’


강태수 사장이 침대로 다가갔다.


”교통사고를 당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서 달려오는 길입니다. 얼마나 놀라셨습니까? 몸은 괜찮으십니까?“


”바쁘실 텐데 와주셔서 감사하고 송구합니다. 귀갓길에 졸음 운전하는 화물차와 사고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여러분들이 걱정해주신 덕분에 수술이 잘 되어서 일주일 정도 요양하면 퇴원할 수 있을 거라고 의사가 얘기해주더군요.“


”천만다행입니다. 졸음운전이라니요. 이거 참, 문제에요. 문제. 졸음운전과 음주 운전을 하는 기사들을 좀 더 강하게 처벌하는 법이라도 있어야지, 이것 참. 아, 방금 보니까 권갑노 의원이 다녀가시던데 입법을 부탁드려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하하하.“


”하하하, 권 의원님을 만나셨군요. 제가 미국에서 번 돈을 고향 목포를 위해서 조금 사용했더니, 권 의원님이 칭찬을 해주러 오셨습니다. 입법까지야 해야겠습니까, 그 기사도 사정을 들어보니까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뛰어다니다 보니까, 잠이 부족해서 졸았노라고 하더군요. 일반 서민들의 삶이 참 고달파서 그런 걸 어찌하겠습니까?“


”하하하, 역시 우리 정 사장님은 마음이 넓으십니다. 기업이 아니라 정치를 하셔도 잘 어울리실 것 같은 마음을 가지셨어요, 으하하하.“


”감사합니다. 이거 주말인데도 번거로운 걸음을 하게 해서 미안합니다, 엄 실장님도요.“


”아닙니다, 사장님. 부디 잘 치료받으시고 쾌차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아이고, 말도 마십시오. 우리 엄 실장이 정 사장님 덕분에 요즘 흰 머리가 늘고 있습니다.“


”네? 아니, 강 사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 때문이라니요?“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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