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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659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2.01.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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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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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1쪽

10-24

DUMMY

여한모의 앞에 있는 재떨이에 여러 개의 담배꽁초가 들어있었다.


”무슨 일이야?“


”보스, 미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윤근식의 아들 윤지만이 사망했습니다. 사인(死因)은 총상인데, 마약을 복용한 흔적이 발견된 모양입니다. 현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윤지만? 총상이라고?“


조영이 여한모의 맞은편에 앉으면서 담배를 입에 물었다.


”조나단의 이야기로는 LA 현지시각 새벽 2시 경이었답니다. 여자와 함께 호텔에 투숙해 있었는데, 괴한이 침입해서 총을 쏜 것으로 일단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윤근식에게도 연락이 갔겠군?“


”아마도 그럴 겁니다. 일단 급한 대로 황문달 사장에게 연락해서 윤근식의 집과 보좌관들에게 사람을 붙였습니다.“


”현지 갱들과 트러블이 있었으려나?“


”아직은 정확한 전말을 알 수가 없습니다. 마약쟁이들 내부에서 총질이 일어나는 일이 흔하긴 합니다만,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조나단이 LA로 이동한다고 했으니까 기다려보면 소식이 있을 겁니다.“


”음....윤지만의 일로 윤근식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를 주시해봐야겠군. 나는 오늘 저녁 먹던 레스토랑에서 한부 그룹의 강희수를 만났어.“


조영이 강희수를 만났던 이야기를 해주자 여한모는 어이없어하는 표정이었다.


”좀 모자라는 여자 아닙니까? 그야말로 안하무인이군요.“


”재벌가에서 오냐오냐하면서 자란 결과일 수도 있지. 강도수와 비슷한 부류인듯해. 신애가 말리지 않았다면 데이트를 망칠 뻔했다.“


”강씨 집안은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네 말이 바로 내 마음속에 있는 말이다“


”윤 씨네건 강 씨네건 들어오는 소식들을 취합하면서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겁니다.“


”그래. 우리 오래간만에 맥주나 한잔할까?“


”그럴까요? 제가 주방에 얘기해서 준비시키겠습니다. 아, 오늘 꽃다발은 효과가 어땠어요?“


”어휴. 고맙다. 너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역시 이래서 보스에게는 제가 없으면 안 된다니까요, 흐흐흐.“


여한모가 특유의 웃음소리를 남기면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조영이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입으로 가져가서 깊게 빨아들였다.


* * *


윤근식의 밑에 있는 보좌진 중에서 최고참인 마호석 보좌관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발단은 미국 LA의 총영사관 직원에게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였다.

여의도 사무실로 걸려온 전화를 받은, 목포 사무실 직원이 윤근식을 수행해서 목포에 내려와 있는 마호석 보좌관에게 알려주었다.

직원이 찾아왔을 때, 마호석은 식당에서 당원들과 술을 마시는 윤근식을 기다리다가 승용차에서 설핏 잠이 들어있었다.

선잠에서 깨어난 마호석 보좌관은 직원이 헛소리를 하고 있거나, 자신이 잠이 덜 깨서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뭐라고? 아니, 미국에서 멀쩡히 놀고먹던 윤지만이 죽어?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엉?“


”그게, 미국 LA에서 전화가 왔답니다. 서울 여의도 의원님 사무실로 연락 온 것을 이쪽으로 전화해 줬길래 제가 지금 쫓아온 겁니다. 자세한 내용은 보좌관님이 서울 사무실에 연락해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목포 사무실에서 나온 직원도 상세한 내용을 모르고 있는 눈치였다.

차에서 뛰쳐나온 마호석이 식당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멈칫 걸음을 멈췄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나눌 대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마침 식당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공중전화가 있었다.

주머니를 뒤적여본 마호석 보좌관이 목포 사무실에서 나온 직원에게 소리 질렀다.


”야, 주머니에 동전 있어? 있는 거 다 줘봐.“


직원의 주머니에서 나온 몇 개의 동전을 받아 챙긴 마호석이 공중전화로 뛰어갔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전화벨이 몇 번 울리고 여직원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야. 거기 누가 나와 있어?“


[지금은 이중일 보좌관이 있습니다만, 미국하고 통화 중이십니다.]


”내가 기다릴 테니까, 통화 끝나는 대로 바꿔줘 봐.“


동전을 더 집어넣은 마호석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서 물고 불을 붙였다.


”씨발, 그러기에 휴대 전화 하나씩 사달라니까. 지 꺼만 챙기고. 어휴 내 팔자야.“


마호석이 들고 있는 담배가 절반 정도 타들어 갔을 때, 수화기 건너에서 굵은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좌관님? 저 이중일입니다. 방금 미국 LA 총영사관과 다시 통화했습니다. 총기에 의한 사망자 윤지만. 21세. USC에 재학 중인 대학생. 현지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고 개인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우리 의원님과 가족 관계라는 것을 확인해서 연락했다고 합니다.]


”뭐? 총기?“


자기도 모르게 큰 목소리로 되물었던 마호석이 흠칫 놀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야, 그게 무슨 소리야? 총이라니? 아무리 미국이 총기 소유가 자유로운 나라라고는 하지만, 뜬금없이 총에 맞아 죽었다는 게 무슨 말이야? 갱이라도 만났대?“


마호석은 목소리를 낮춘 상태로 다그쳐 물었다.


[그게....보좌관님.]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중일이 말을 잇지 못하고 뜸을 들였다.

순간 뒷목으로 싸한 느낌이 지나는 것을 느낀, 마호석이 담배꽁초를 바닥에 내던지며 구둣발로 거칠게 밟아버렸다.


”말해, 이 보좌관.“


[총영사관에서도 조심스럽게 확인하는 중이라고 하는데, 미국 경찰에서 마약이 시신 주변에서 발견되었다고 했답니다. 정밀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서 자세한 상황은 알지 못한답니다.”


“헉! 미친....야, 지금 영사관에 누가 있대? 경찰서에 나가 있대?”


[보좌관님, LA는 지금 새벽 4시입니다. 영사관에도 당직자만 있답니다. 새벽 4시라고요.]


이중일의 목소리에서 짜증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시끄러워, 총영사를 깨우든 미국 대사를 깨우든 현장에 가용한 인원 총동원해서 경찰서 쫓아가서 상황 정확하게 파악하라고 해. 응? 협박을 하든, 꼬드기든 빨리 내보내라고. 내가 다시 전화할 테니까, 전화기 옆에 한 사람 꼭 붙여 놔. 빌어먹을, 이럴 때 휴대 전화라도 있었으면 좀 좋아. 일단 끊어.”


거칠게 수화기를 내려놓은 마호석 보좌관이 공중전화 앞에 주저앉았다.


“에이, 씨팔. 마약이면 안 되는데. 그러면 X 되는 건데. 에이. 이러다가 영감님 뺏지 날아가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야?”


혼자 중얼거리던 마호석이 양손을 들어 머리를 쥐어뜯었다.

고개를 돌려 식당을 바라보는 마호석의 귓가에 식당 안에서 갑자기 와~하는 환호성이 들려왔다.


조간신문에 정필모에 관한 기사가 대서특필된 것을 확인한 윤근식은 보좌관들을 재촉해서 목포로 내려왔다.

잠재적 경쟁자의 인지도가 올라가기 전에 지역구를 다독이기 위해서였다.

아버지인 윤지원 의원 때부터 다져놓은 조직은 탄탄했지만, 가끔 얼굴을 들이밀고 격려해줘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식당 안에서는 윤근식 의원이 경력이 오래된 핵심 당원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안주로 삼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마호석이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담배 하나를 다시 피우고, 새 담배가 꽁초가 되어서 바닥에 버렸을 때 식당 문이 열리면서 사람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마호석이 굳은 표정으로 식당 출입문으로 향하자, 나이 든 당원 중에 몇몇이 아는 체를 해왔다.


“아니, 보좌관님. 함께 오셨으면 들어오시지, 왜 밖에 계셨어요? 꺼~억.”


“많이 드셨나 봅니다?”


“아우~ 오늘 오래간만에 맛있게 먹고 많이 마셨어요. 의원님도 많이 취하셨을걸요? 꺼~.”


현관에서 신발을 찾아 신는 당원들은 누구 할 것 없이 술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마호석이 당원들을 헤치고 식당 안으로 들어갔을 때, 널찍한 홀에 상을 여러 개 붙여서 만든 모임 자리의 맨 끝에 앉아 있는 윤근식이 보였다.

한숨을 크게 내쉰 마호석이 윤근식에게 다가갔을 때, 윤근식은 옆에 앉은 이쁘장한 아줌마 당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어머, 보좌관님. 의원님이 오늘 기분이 좋으셨는지 평소보다 좀 많이 드셨어요, 보좌관님이 고생 좀 하셔야 하겠는데요? 호호호.”


이쁘장한 아줌마가 눈웃음을 살살 흘리면서 건네는 말에 마호석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입을 열면 저 불여우 같은 여자에게 한마디 쏘아낼 것만 같았다.

한 번 숨을 들이마신 마호석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애쓰셨습니다, 이제 의원님은 제가 모시지요”


“어디로 가세요? 호텔로 가셔야지요? 사모님은 함께 안 내려오셨잖아요?”


윤근식을 걱정하는 듯한 표정과 물음에 마호석의 머리에 저 여자 당원이 얼마 전에 이혼하고 혼자가 되었다는 쓸데없는 정보가 떠올랐다.

마호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평소에야 윤근식이 무슨 짓을 하고 다니건 묵묵히 쳐다만 보고 있었지만, 차마 오늘은 아니었다.


“오늘은 제가 모셔야겠습니다. 그만 가보세요.”


마호석의 목소리에서 이상한 눈치를 챘는지, 여자 당원이 윤근식의 머리를 받쳐서 바닥에 조심스럽게 눕히고는 주춤주춤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마호석을 한번 노려보는가 싶더니 나가 버렸다.

기대고 있던 어깨도 사라지고, 이제 아예 바닥에 누워버린, 모시고 있는 국회의원을 쳐다보면서 마호석 보좌관은 말이 없었다.

식당 사장을 불러서 계산을 마치고,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목포 사무실에서 나온 직원과 운전기사까지 부른 마호석은, 술에 취해 정신이 없는 윤근식을 가까운 호텔 방에 눕히고 사무실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상태였고, 아내는 시골에서의 생활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역구인 목포에는 형식적으로 아버지 집에 주민등록을 올려놓았을 뿐, 주로 생활하는 집은 서울에 마련해놓은 윤근식이었다.

호텔 침대에서 코를 고는 윤근식을 내려다보던 마호석이 발길을 돌렸다.


지금은 상황을 파악해야 할 때였다.

전라남도 목포시 시내에 있는 국회의원 윤근식의 사무실.

밤늦은 시간이었지만 보좌관과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이, 미스 김. 어떻게 됐어? LA 영사관은 통화됐어?“


보좌관의 물음에 긴장한 표정으로 여직원이 대답했다.


”지금 경찰서를 뛰어다니고 있다는데 새로운 소식은 없어요. 전화를 너무 자주 했더니 저쪽에서도 짜증을 내고 있어요.“


”짜증? 어떤 놈이야? 이것들이 약을 처먹었나? 다음번 국정감사에서 증인석에 앉고 싶지 않으면 똑바로 하라고 해. 별 거지 같은 것들이. 빨리 경찰서 가서 자세한 소식 알아보라고 해.“


”보좌관님, 신문사는 어떻게 하죠? 지금 LA 특파원 쪽에서 소식이 돌고 있나 본대요?“


”일단 확인중이라고 하고, 기사화는 멈추라고 해.“


”보좌관님, 국회 사무처에도 알려야 하나요? 장례는 어떻게 하실 거에요?“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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