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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554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1.11.14 07:00
조회
339
추천
8
글자
11쪽

10-9

DUMMY

* * *


조영과 헤어진 이신구는 강남역 근처의 술집 앞에서 부대 동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로에서 두 블록이나 들어온 골목길이었지만, 서울의 한복판답게 꽤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골목길이었다.

혹은 연인끼리, 혹은 친구끼리 지나는 사람들이 군복을 입고 서 있는 이신구에게 흘깃 눈길을 한 번씩 던져주고 갔다.

애써 사람들의 시선을 외면하고는 있었지만, 이신구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져서 불편해지고 있었다.


”에이, 이 새끼들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손목에 차고 있는 전자시계를 들여다보았지만 약속 시각까지는 아직 10여 분이 남아있었다.

부대 PX에서 구입한 싸구려 전자시계를 쓰다듬은 이신구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짧은 치마를 입은 젊은 아가씨와 눈이 잠깐 마주쳤는데, 이신구의 군복을 위아래를 훑어보는 듯하던 아가씨는 홱 하니 고개를 돌려 버렸고 이신구는 머쓱해졌다.

그때 뒤에서 이신구의 어깨를 치는 손길이 느껴졌다.


”어이, 군바리 아저씨. 서울로 휴가 나와서 군복은 웬 말인가? 촌스럽기는.“


이신구가 고개를 돌려보니 부대 동기인 송영진이었다.

송영진은 서울에 있는 모 대학교 체육교육학과 1학년을 마치고 입대한 동기였는데, 나이는 이신구보다 1살이 많았지만, 어차피 군대는 나이보다는 군번이 우선이었다.


”야, 서울 사는 녀석이 약속 시각에 맞춰서 미리미리 나와서 형님을 기다려야지, 이렇게 늦게 오냐?“


”큭, 너는 서울 사는 녀석 아니냐? 동생이 서울에 살고 있다며? 그리고, 내가 약속 시각보다 5분이나 먼저 온 거다. 군복 입은 채로 지나다니는 여자들 보면서 침 흘리는 모습이 가관이던데? 하하하.“


”침을 흘리기는.....새끼. 원호진이는 언제 온다냐?““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시간 되면 오겠지. 그나저나 군복은 왜 입었어? 물리지도 않냐? 휴가 나와서도 군복 입는 놈들 드물던데? 너, 혹시 선임하사 얘기처럼 말뚝 박고 싶어진 거냐?”


각종 특공무술과 부대 훈련에서 괄목한 만한 성적을 보여주는 이신구에게 부대 선임하사가 말뚝 박고 하사관을 지원해볼 것을 제안했던 이후로 동기들과 고참들이 툭하면 이신구에게 건네는 멘트중 하나였다.


“미친놈. 말뚝은 무슨. 꼭 인사드려야 할 형님하고 저녁 식사하느라고 군복 챙겨입은 거야. 군에 입대한 이후에 처음 인사드리는 자리라서 나름 신경 쓴 거다. 왜 군복 입은 군바리하고 같이 술 마실 생각하니까 불편하냐?”


“아냐, 불편하긴. 가슴에 특공 마크 붙이고 있는 군바리랑 같이 있으면 주변에 찝쩍거리는 놈들 없어질 테니 오히려 환영이기는 하지. 하하하.”


활짝 웃는 송영진은 청바지에 셔츠를 걸쳐 입은 복장이었지만, 짧은 머리에 다부진 인상이 [나 군인입니다]라고 써 붙인 것처럼 보였다.

이신구와 송영진이 시시덕거리고 있을 때, 화려한 꽃무늬 남방에 기지 바지에 구두를 신은 원호진이 등장했다.


“이 새끼는 또 뭐야? 차라리 군복이 낫지. 동네 양아치도 아니고 옷차림이 그게 뭐냐?”


“왜? 이게 어때서? 우리 동네에서는 먹어 주는 옷인데. 크크크. 시끄럽고 술이나 빨러 가자.”


오래간만에 자유로운 분위기에 웃음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 세 명의 군인이 근처에 있는 찌개집으로 몰려 들어갔다.

부대의 고참들과 간부들을 안주 삼아 마시는 술은 입에 착착 달라붙었다.

간혹 옆자리에 앉은 아저씨들이 목소리를 높여서 떠드는 군인과 일행들을 노려보기는 했었지만, 꽃무늬 남방을 입은 원호진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무마시켰다.

찌개를 안주 삼아, 여러 병의 소주를 비운 이신구와 친구들이 술집을 나왔을 때는 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야, 어디 가서 한 잔 더하자. 어디로 갈래?”


“글쎄, 나야 서울에 아는 데가 없어서. 너희들이 정하면 같이 갈게. 2차는 내가 쏜다. 하하하.”


“오우~ 정말? 상병 달았는데도 휴가 나왔다고 집에서 용돈 주시디? 우리 엄마는 첫 휴가 때는 반가워하시더니만 이제는 너무 자주 나오는 거 아니냐고 하시더라. 휴~우.”


원호진이 한숨 섞인 한탄을 내뱉었다.


“엄마는 아니지만, 용돈을 두둑이 받은 건 사실이다. 너희들 먹고 싶은 거 있으면 가자. 오늘, 이 형님이 쏠 테니까. 하하하.”


이신구의 호언장담에 갑자기 눈을 빛낸 원호진이 눈가를 가늘게 만들더니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영진아, 신구야. 우리 나이트 가자, 나이트. 어때? 요즘 강남역에 물 좋은 곳이 있다는 정보를 내가 가지고 왔는데. 술값도 걱정 없겠다, 오늘이 딱이네. 어때? 오래간만에 굴곡진 몸매로 눈 호강 좀 시켜보자.”


“응? 나이트?”


송영진도 귀가 솔깃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신구 이 새끼가 군복 입고 있는데 입장시켜 줄까? 입구에서 뻰찌 먹는 거 아니냐?”


“그런가? 아이....이 새끼는 왜 오늘따라 군복을 입고 나오고 지랄이야. 어디 가서 옷을 사 입혀야 하려나?”


송영진과 원호진이 투덜거리는 동안, 이신구는 뚱한 표정이었다.

뱃속에 집어넣은 알콜이 부족한 이신구에게 나이트클럽은 크게 땅기는 메뉴가 아니었는데, 군복을 트집 잡는 동기들이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야, 나는 나이트 별로 안 땅기기는 하는데, 동기들이 원한다니까 같이 가서 계산은 해주마. 단, 입구에서 쫓겨나면 그냥 군소리 없이 다른 곳으로 술 마시러 가는 거야. 어때, 오케바리?”


“오케바리, 가자~”


원호진이 가운데 서서 양팔을 이신구와 송영진의 어깨에 걸치고는 걸음을 내디뎠다.

횡단보도 앞에서 보행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큰 길가에는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과 택시들이 뒤엉켜서 많이 복잡했다.


“이야, 서울은 차도 많구나. 우리 부대에 있는 차들 몽땅 합쳐도 여기 도로에 있는 숫자만큼도 안 되겠는데? 흐흐흐.”


“에이, 새끼.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어디 쪽이야? 길은 알고 가는 거야?”


“당연하지, 나만 믿고 따라오라고.”


원호진이 앞장서서 길을 건넌 후에 골목을 하나 꺾어 돌자, 번쩍이는 네온사인 앞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입구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 둘이 서 있었다.

원호진이 치아가 드러나도록 활짝 웃으면서 사내들에게 다가갔다.


“이야~ 형님들 안녕하세요? 안에 돼지엄마 있죠? 오늘 물 좋아요?”


원호진이 친한 척 다가섰지만, 사내들은 일행을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이마에 주름을 만들었다.


“잠시만요, 손님. 죄송하지만 군복을 입은 분은 입장이 곤란하십니다.”


“에이~ 형님, 제 친구가 오늘 휴가 나와서 그래요. 조용히 놀다 갈 거니까, 한 번만 눈감아 주세요. 아니면 돼지엄마 형님 좀 불러 주세요. 제가 다 설명해 드릴게요.”


“안됩니다. 손님. 가서 옷을 하나 사서라도 갈아입고 오세요.”


“에이, 형님들 왜 이러실까. 서로 웃고 삽시다. 허허허.”


원호진이 주머니에서 지폐를 하나 꺼내더니 사내의 오른손을 잡아끌면서 손바닥에 올려놓고는 사내의 손가락을 접어서 지폐가 가려지도록 했다.

꽤나 능숙한 모습이었다.

이신구와 송영진은 뒤에서 멀뚱멀뚱 원호진의 하는 행태를 구경하고 있었다.


“어허~ 젊은 아그들이 이러면 안 된다니까. 오늘은 주말이라 안 돼. 평일이면 내가 어떻게 눈 감아 주겠는데, 오늘 군바리 들여보내면 내가 혼난다고. 좋게 말할 때 돌아가라.”


원호진이 사내와 실랑이를 하는 동안에 젊은 아가씨들 세 명이 다가오자, 사내는 환한 영업용 미소를 얼굴 가득 띄우면서 인사를 건네고는 양손을 들어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가리켰다.

짧은 치마에 하늘하늘한 옷을 입고 계단을 내려가는 아가씨들을 쳐다보던 원호진은 입맛을 쩝쩝 다셨다.


“아, 형님, 그러지 마시고 한 번만 도와줍시다. 방금 들어간 아가씨들한테 한 번만 대시했다가 뻰찌 먹으면 술만 마시고 바로 나올게요, 네?”


“어허~ 안 된다니까. 문 앞에서 영업 방해하지 말고 가라, 아그야.”


나이트에 오기 전에 큰소리치던 것과 다르게 원호진은 입구의 사내들에게 매달리는 모습이었다.

뒤에서 원호진의 모습을 바라보던 이신구가 한쪽 입가를 치켜올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야, 호진아. 가자. 오늘은 술이나 마시고, 나이트는 다음에 오자.”


“아냐, 잠깐만 기다려봐. 내가 형님들하고 금방 얘기 끝낼 테니까.”


원호진이 고개를 돌려 이신구에게 윙크를 날렸지만, 원호진의 형님들은 세 명을 입장시켜줄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다.

이신구가 송영진을 돌아다보면서 다른 곳으로 가자고 이야기를 건네고 있을 때였다.

지하 계단에서 올라오는 사내가 있었다.


사내는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있었다.

사내는 입구에서 원호진과 실랑이하는 사내들을 쳐다보면서 인상을 찌푸리더니, 군복 입은 이신구 쪽을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이신구가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리자, 사내의 눈이 커진다 싶더니 성큼성큼 걸어서 이신구에게 다가왔다.

이신구가 의아한 눈빛으로 사내를 바라보다가 사내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따, 신구 아니냐? 신구 맞재? 군대 갔다고 들었었는데 군복이 잘 어울리는 거 보니, 군 생활이 편~~안한가부다?”


“오랜만입니다, 민구 형. 목포에 있는 줄 알았는데 서울로 올라오셨습니까?”


“아따~ 우리 소식 못 들었냐잉? 우리 서울 올라온 지 솔찬히 되었는디. 너는 어디 보자, 작대기가 세 개인 거 보니까 상병이구마잉? 언제 제대허냐?”


“한 1년 남았습니다.”


“워메~ 겁나게 힘들 때이네잉. 그려, 오늘은 휴가인겨? 친구들하고 가시내들 엉덩이 보러 왔냐? 근디 왜 안 들어가고? 아하~ 여그 아그들이 못 들어가게 하드냐? 에이, 느자구 없는 놈들. 아야, 신구야. 걱정 말그라. 나가 오래간만에 동향 동상을 만났는디 술 한 잔 사주마. 아야, 여그 군인 아그가 내 고향 동생이니께 입장시켜라.”


“하지만, 형님. 부장님한테.....”


“아따, 내가 잘 말씀드릴 테니께 걱정 말그로. 일단 입장시켜라잉.”


민구가 하와이안 셔츠가 펄럭이도록 오른손을 들어 올리자, 몸을 움찔한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원호진에게 눈짓을 했다.

원호진은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이신구는 여전히 마뜩잖은 표정으로 망설이고 있었다.


“아따, 신구야. 망설일 게 뭐 있냐? 딴 뜻 암시랑토 없구마잉. 그냥 간만에 얼굴 봐서 반가워서 그러는 것이니께 들어가서 술 한 잔 마시고, 가스나들 구경하고 가라. 나가 이래 봬도 오래전 일로 꽁하고 그런 놈은 아니다.”


민구가 다가와서 이신구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친한 척을 해댔다.

짧게 입맛을 다신 이신구가 작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고맙습니다, 민구 형. 조용히 놀다 갈 테니까 신경 쓰시지 않아도 됩니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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