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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658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1.11.06 07:00
조회
365
추천
5
글자
11쪽

10-6

DUMMY

우렁찬 대답을 시작으로 이신구가 접시에 올려진 고기를 칼로 썰더니, 입안으로 가져갔다. 이신구의 먹는 모습을 바라보던 조영이 물었다.


”어때? 맛이 괜찮아?“


”음....맛있.....슴다.“


입안 가득히 고기를 채워 넣은 이신구의 대답이 이상하게 들렸다.


”풋“


손으로 입을 가리고 살짝 웃은 이신애가 눈가를 반달로 만들면서 환하게 웃었다.


”오빠는 아기 같아. 오늘은 아무도 뺏어 먹는 사람 없으니까, 천천히 많이 먹어도 돼. 뭘 그리 급하게 먹어?“


”그래, 천천히 먹어라. 여기요.“


이신구는 조영과 이신애의 말에 움찔하면서도 쉬지 않고 칼과 포크를 이용해서 고기를 입으로 운반했다.

몇 번 칼질하지 않았는데도 접시 위의 스테이크가 거의 다 사라져 가고 있었다.

조영의 부름을 들은 종업원이 다가와서 테이블 옆에 조심스럽게 섰다.


”여기 저 군인 친구가 먹는 스테이크로 네 접시 더 주세요. 오랜만에 맛있는 고기를 먹으니, 군인의 식욕이 돋나 보네요. 하하하.“


”네 접시요?“


직원의 눈이 순간 커다래졌지만, 조영은 무시하고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직원이 묵례하고 되돌아서서 주방으로 향하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조영이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아직 손도 대지 않은 스테이크를 이신구의 앞쪽으로 밀어주었다.


”신구야, 이거 먼저 먹어. 나는 사실 배가 많이 고프지는 않아. 여기 음식이 너무 조금씩 나오기는 하네.“


”안 그러셔도 됩니다. 여기 음식의 양이 적은 건 사실이지 말입니다. 이렇게 주면서 얼마씩 받는 거야, 신애야?“


”오빠 한 달 월급보다 비쌀지도 몰라. 여기 주방장이 외국에서 배워 온 나름 유명한 분이라던데?“


”엉? 겨우 요만큼 주면서 그렇게 비싸게 받는단 말이야?“


”가격 신경 쓰지 말고 맛있게 많이 먹으면 된다. 재료도 상등품이고 주방장 실력도 있고, 이곳 분위기를 꾸며놓은 가격도 모두 음식값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그러는 거야. 우리 군인 아저씨는 맛있게만 먹으면 된다.“


귀로는 조영과 이신애의 말을 들으면서도, 어느새 이신구의 손은 빠르게 움직여서 앞에 놓인 빈 접시를 한쪽으로 치우고, 조영이 건네준 스테이크를 가져와서 칼로 썰고 있었다.

이신구의 먹는 모습을 바라보던 이신애와 조영이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환하게 웃었다.


”그동안 몇 번 한국에 들어왔어도,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서 만나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다행히 얼굴 볼 수 있어서 좋구나. 휴가라고?“


”네. 상병 진급 휴가라서 9박 10일입니다.“


”군인은 휴가 기간에도 군복을 입고 다녀야 하는 거냐?“


”그건 아니지 말입니다. 다만 형님께 군복 입은 모습을 한 번은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입고 나왔지 말입니다.“


”군복 입은 모습을 보니 의젓하기는 하구나. 목포에도 한 번 다녀와야겠네?“


”진관이하고 장섭이는 군 복무 중이라 만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고, 홍관이는 목포에 있으니 얼굴 보러 한번 다녀올까 생각 중입니다.“


”아, 진관이면 그 쌍둥이?“


”네. 홍관이는 그때 왼쪽 눈의 시력을 잃어서 군 입대가 면제되었습니다. 집에서 어머니 가게 일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그렇구나. 군대에서 배우는 건 어때? 재밌어?“


연신 스테이크를 입으로 가져가던 이신구가 고개를 갸웃했다.

군 생활이 힘들지 않냐, 어려움은 없냐, 배고프지는 않냐 등등의 질문을 받은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재미가 있냐는 물음을 받은 기억은 없어서였다.


”보통은 재미없지 말입니다. 삽 들고 땅 파고 나무 베고 하는 것이 재미있겠습니까? 다만 격투술이나 침투 훈련 등은 재밌지 말입니다. 사격도 재미있고 말입니다.“


”격투?“


”특공 무술이라고 저희 부대에서 중점적으로 배우는 격투술이 있거든 말입니다. 제가 꽤 실력이 좋아서, 다음 달부터는 부대 자체 훈련 시간에 조교를 맡게 되었거든 말입니다.“


이신구의 반복되는 특이한 어투에 스테이크를 썰면서 대화를 듣고 있던 이신애가 다시 한번 피식하고 웃음을 지었다.

이신애를 한 번 노려본 이신구가 고개를 돌려 조영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어갔다.


”격투술은 부대 안에서 열리는 대회에 몇 번 나가서 메달도 따고 그랬거든 말입니다. 그래서 받아놓은 휴가증이 몇 장 더 있습니다. 이번에도 진급 정기휴가에 붙여서 나오려고 했었는데, 밑에 쫄따구 녀석이 사회에 두고온 애인이 고무신 거꾸로 갈아신은 것 같다고 울먹울먹하길래 한 장 나눠줬지 말입니다.“


이신구의 입에서 나오는 용어도 낯설고, 어투도 어색한 것은 조영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띄엄띄엄 나오는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와 문맥으로 미루어 짐작할 뿐이었다.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면서 이신구에게 물었다.


”응, 그러니까 네가 얻은 휴가 갈 권리를 부하에게 양보했다는 거지? 부하 여자 친구에게 일이 생겨서?“


”비슷하지 말입니다. 쫄따구는 부하는 아니고 후임입니다. 저보다 군에 늦게 입대한 녀석을 말하는 겁니다.“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다는 건, 사회에 있는 여자 친구가 군대에 가 있는 남자 친구를 버리고 새로운 남자를 사귄다는 의미에요, 오빠.“


이신애가 친절하게 해설을 덧붙여주었다.


”그래? 군대에 있는 동안은 외부 출입이나 연락이 쉽지 않은데, 여자 친구가 변심을 했다면 마음이 많이 아프겠구나. 신구 네가 잘 좀 챙겨줘라.“


”조영 오빠는 군대 안 가니까, 여자 친구가 고무신 바꿔 신을 일도 없겠는데요? 호호호.“


”아, 그렇게 되나? 내 여자 친구는 군대가 아니어도 남자를 바꿀 것 같지는 않은데? 하하하.“


”어머, 그런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거예요?“


”음.....외모?“


”호호호“


”하하하“


군복을 입고 고기를 썰면서 두 사회인의 농담을 듣고 있던 이신구가 고개를 살짝 가로저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서울로 떠나버린 동생이, 우물안에 갇혀 지내던 자신에게 넓은 세계가 있음을 보여준 형님과 연인 사이가 되었다는 것도 당황스러웠지만, 휴가 나온 군인 앞에서 저렇게 대놓고 애정행각을 벌일 줄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이신구였다.

급하게 집어넣은 고기가 목에 걸리자, 이신구가 옆에 놓인 와인잔을 들어서 벌컥벌컥 마셨다.


”쳇, 이 술은 너무 순해서 물 같습니다. 소주가 낫지 말입니다.“


”하하하, 그래, 술은 소주가 맛있지. 내 인생에서 기억나는 술 중에 하나다. 특히 신구 너와 함께 목포에서 낙지와 함께 마신 그 술은 정말 맛있었다.“


”형님도 기억나십니까? 캬~ 저도 가끔 그때 일들이 생각나곤 합니다. 하하하.“


잠시 예전의 기억을 떠올린 조영과 이신구의 얼굴에 미소가 생겨났다.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는 이신애도 흐뭇한 표정으로 고기를 입으로 가져갔다.


”군대 끝내고 나오면, 아 이걸 제대라고 표현하던가? 맞지, 신애야?“


”네, 오빠. 제대라고 해요. 전역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고요.“


”음, 한국어는 한자가 정말 많이 사용되는군. 그래, 신구는 제대하면 뭐 하고 싶은 일이 있니? 생각하는 게 있어?“


조영의 질문에 이신구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아직 없습니다. 사실, 군대에서의 생활은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다입니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까지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 현실이 힘들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말이다. 현실 탓을 하면서 미래를 생각하지 않으면 바뀌는 것은 없다. 현실이 힘들고 어려울수록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도 제대하면 사회에서 생활을 해야 할 나이이고, 예전처럼 동네에서 시간을 보낼 수는 없잖아?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도록 해라. 네가 원한다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을 거고.“


”하고 싶은 일 말입니까?“


”응, 해야 하는 일 말고, 하고 싶은 일. 의무감으로 하는 일은 오래 하기 힘들다. 해내고 나도 마음이 허전해. 너는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라.“


조영이 하는 말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이신구는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왠지 모르게 조영의 말이 멋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 조영과 만나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종업원이 추가로 주문한 음식들을 가지고 왔다.

주문한 음식에 비해 테이블이 좁아서, 먼저 먹은 접시들을 가지고 종업원이 사라졌다.


”에이, 역시나 조금씩이네. 신애야, 이런 음식점은 곱빼기나 이런 거는 없냐? 커다란 접시에 고기는 요만큼 담아주다니. 자고로 음식점은 푸짐하게 차려주는 게 정(情)인데 말이야.“


투덜거리는 이신구를 보면서 미소를 입가에 담은 조영도 포크와 칼을 들어서 앞에 놓인 스테이크를 썰기 시작했다.

식사하는 시간 동안의 대화는 주로 이신구의 입에서 나왔다.

군대에서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이지 끝이 없어 보였다.

훈련받은 얘기, 지난 겨울에 눈 치운 이야기, 축구한 이야기, 괴롭히던 고참을 골탕 먹인 일, 옆 중대와 사이가 안 좋아서 티격태격한다는 이야기 등등.


군사 훈련에 대해서 조영이 가끔 관심을 표명했지만, 이신애는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그녀는 군대라는 제도 자체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

단지 오빠가 현역 군인이라는 이유만큼의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지루한 화제에서 벗어나고자 이신애가 도움을 청하는 눈길로 조영을 바라보았다.

이신구의 끝없는 수다를 듣고 있던 조영이 이신애의 눈빛을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


”뭐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잘 적응했다 싶어서 마음이 놓인다. 혹시 군사 훈련 받는 데에 관심이 있다면, 제대 후에 미국에 가서 좀 더 전문적인 훈련을 받아볼 생각도 있을까?“


”전문적인 훈련 말입니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응, 내가 사업차 미국에 훈련장을 하나 만들었다. 시설과 인원에 대한 경호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차렸거든. 그곳에서 일할 직원들을 위해서 만든 훈련장이야. 교관은 전직 FBI나 미국 특수부대 출신들이라서 훈련을 받았던 직원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아, 훈련받았던 직원들도 대부분 한국 특수부대 계통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이었어. 그런 훈련이 적성에 맞았던 사람들이라고 할까?“


”신구 오빠 얘기 들어보면 절대 사람이 받을만한 훈련들이 아닌데, 그런 훈련이 적성이 맞는 사람들이 있다고요?“


이신애의 깜짝 놀라는 반응에 조영이 웃음 지었다.


”내가 여기 오기 전에 들은 말이 있어.“


”누구한테요?“


”음...경호팀 직원이었어. 오늘 일정을 알려주다가 군대에서 휴가 나온 동생을 만나러 간다고 하니까, 그 친구가 웃더구나. 그러면서 해준 말이 있었는데, 그게 갑자기 생각나네. 하하하.“


”뭐라고 했는데요?“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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