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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몽키님의 서재입니다

세레나와 불가사의한 미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글래스몽키
작품등록일 :
2017.03.09 18:09
최근연재일 :
2018.12.25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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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81,064

작성
18.10.2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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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신탁 6

DUMMY

세레나는 5황자의 말을 재미없고 센스없는 악질 농담이라 치기로 했다. 설마 제국에 배당된 1인을 황자로 채울 리 없기 때문이다. 다만 역전된 주종 관계가 마음에 걸렸다.

‘보통 소설에서 보면 사실 변장한 시종이 5황자고 그렇던데.’

다행히 세레나에겐 사실 확인을 해줄 인물이 있었다. 졸지에 팔자에도 없는 연기를 하게 된 랜디 백작이었다. 랜디 백작이 제국편에 서는 척 한다고 부부 침실에에서 나오는 건 아니다. 덕분에 세레나는 휴식하러 온 랜디 백작과 만날 수 있었다.

“황제 폐하께서 5황자님께 정확히 어떤 지령을 내리셨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현재 제국의 계획은 이렇습니다.”

5황자의 반반한 면상과 만렙 찍은 연기력을 바탕으로 세레나에게 이성적 호감이든 우정이든 끌어내는 한편 미궁 탐사에서 입지를 다질 것. 이게 5황자가 내세운 지침이었고 시종이 헛소리를 하기 전까진 유지되었다. 시종의 말 한 마디로 죄다 날려버려서 그렇지.

“5황자가 본인인 건 확실한가?”

“네? 예, 확실합니다.”

“모습을 바꾸는 약이나 마법 도구로 변장했을 가능성은 없고?”

“제 눈으로 봤을 땐 5황자님이 확실합니다. 바뀐 건 시종입니다. 동갑 자작이 시종이었는데 최근에 시종이 바뀌었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성도 처음 듣는 성이고 작위도 없는 것 같고. 꽤 고위 귀족은 맞을 겁니다. 사람 부려먹는 게 도가 튼 느낌이었습니다. 심지어 저한테까지 잔심부름을 시키는데 스승님 생각이 날 정도였습니다.”

세레나는 랜디 백작에게 5황자와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랜디 백작은 고개를 열성적으로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 시종이 싸가지가 바가... 크흠, 죄송합니다. 꽤 건방집니다.”

“역시 농담이겠지?”

“공주님 생각대로이실 겁니다. 5황자님과 사적으로 교류가 없어 그렇게 농담을 못하시는지는 몰랐습니다. 황제 폐하께선 센스가 괜찮으신데...”

랜디 백작이 5황자에 대해 미리 귀띔해준 바에 따르면 5황자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게 사는 존재감 없는 황자라고 했다. 어쩌면 농담 센스가 괴멸적이라 사교 활동을 금지당했을지도 모른다.

재미없는 농담과 싸가지가 바가지인 시종에 대한 얘기는 집어 치우고, 랜디 백작은 제국에서 추천할 만한 직업군을 말했다.

“마법사를 추천드립니다.”

“제국 마법사들의 수준이 높다는 얘기는 익히 들었다.”

“그도 그렇고 5황자님의 외조부가 현 황실 마법사단의 단장입니다. 폐하의 아낌없는 총애를 받는 인물이죠. 최근 활동이 뜸해졌다는 얘기가 있는데 아마 미궁 공략 때문일 겁니다.”

오랜 기간 사람의 목숨을 흡수하며 지지부진하던 미궁 공략에 리처드란 새바람이 불었다. 제국은 미궁 공략의 최우수자원을 모조리 마굴에 투자하고 있었다.

“제국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공주님. 황제 폐하는 욕심이 많은 분이고 그럴 자격이 있는 분이십니다. 지금은 리처드 공을 자유롭게 두시지만 분명 수를 쓰시려 들 겁니다.”

“리처드가 소드마스터인 걸 모르나?”

“세상에 시도해보지 않고 포기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황제 폐하가 아랫사람을 꾸짖을 때 제일 자주하시는 말입니다.”



랜디 백작부부의 침실을 나온 세레나는 루카스 경과 만나 남은 호위 인력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당연히 자길 데려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네.’

루카스는 미지의 영역인 미궁에 대한 공포보다, 갑자기 신탁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세레나와 호위 인력이 줄게 될 세라프 걱정이 앞선 듯 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남은 기사가 다섯 명 밖에 없었다.

‘열 명 데려왔는데 다섯이 남았네.’

컵에 물이 절반 찬 것을 보고 긍정적인 사람은 물이 절반이나 있다고 하고 부정적인 사람은 물이 절반 밖에 없다고 한다. 세레나는 부정적인 사람이라 기사가 다섯 밖에 없는 현실에 한탄했다. 남은 기사들 실력이 함께 미궁을 걸었던 비에타의 기사만 못한 것도 부정적인 인식에 한몫했다.

흐지에 실력 있는 기사가 없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누가 놀러가면서 나라의 인재를 쏙쏙 빼가겠는가. 서로 대륙의 끝과 끝이라 여정이 길긴 하지만 대륙 정세가 위태로웠던 것도 아니니 평범한 기사 열이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전대의 비극으로 왕족의 씨가 마른 상태에서 왕세자와 공주가 가는 여행에 수행 인력이 적다고 딴지를 거는 사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세레나는 그 의견을 ‘응~ 과보호~’ 로 묵살했다.

과보호를 받을 걸 그랬다. 세레나는 리처드가 정권을 잡는 와중에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를 실력파 인재들을 회상하며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저와 마리나, 행크가 공주님을 수호하고 프랑과 밀레를 남겨 세자 전하를 경호하는 건 어떠십니까. 그리고.”

루카스는 잠시 망설이다 말을 이었다.

“용병을 고용해 세자 전하의 경비를 늘리거나 전하의 안전에 대한 확답을 받아두는 게 좋겠습니다. 공주님이 미궁에 계신 사이 전하가 인질로 잡히시면 큰일입니다.”

“그 문제도 있구나.”

니도 여왕은 그 정도로 치사하게 나오지 않을 것 같지만 신관 연합과 제국은 치사한 수를 쓸 것도 같았다. 신관들은 세계를 구한다는 엄청난 명분이 있었고 제국은 강대국이란 입장에 어울리지 않게 치사한 수를 잘 썼으니까.

비에타에 부탁하는 건 어떨까 싶었지만 너무 비에타에만 의존하는 것도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용병을 믿기엔 신뢰도가 부족했다.

“공주님, 용병 고용은 걱정하지 마세요.”

세레나의 걱정은 눈을 반짝이며 지갑을 털 기세인 필리아 덕에 사라졌다. 용병의 충직은 돈으로 사면 된다. 그러라고 있는 용병이었다.



세레나, 루카스, 마리나, 행크에 영. 이렇게 다섯 명이 정해졌다. 세레나는 둘은 비에타, 둘은 신관연합, 하나를 제국인으로 배정하기로 마음먹었다. 비에타에서 기사 한 명과 마법사 하나, 신관연합에서 신관만 둘, 제국에서 마법사를 한 명 데려오면 대강 파티 구성이 맞아 떨어졌다.

‘길잡이가 없는데.’

기사를 한 명 줄이고 길잡이를 들이면 딱 맞아 떨어질 것 같지만 아는 길잡이가 없었다. 제국에 길잡이를 요구하자니 길잡이처럼 사기치기 좋은 위치에 제국인을 앉히는 건 피하고 싶었다.

올리브는 유능하지만 속셈을 모르겠으니 재고용은 할 수 없었다. 미궁에서 올리브에게 또 죽는 건 사양이었다.

비에타야 정보력에서 왕따 당하는 처지이니 길잡이가 있을 리 만무하다. 결국 남은 건 신관연합이었다. 신관은 미궁의 필수 요소라 불릴 만큼 미궁에 자주 들어가니 길잡이를 할 수 있는 신관이 있거나 친분 있는 모험가를 소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길잡이 고용이 가능하다면 기사를 한 명 빼면 되었다.

‘영 고용비는 신관이든 제국이든 알아서 내주겠지? 모험가 고용비가 어느 정도 하는 거야? 용병이면 모를까 모험가 고용비는 본 적이 없으니.’

영이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올리브나 영이 비에타의 미궁을 계속 탐사하고 싶단 욕망을 종종 내비쳤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엔 영이 좋아하는 동종직업군이 파티에 추가된다. 영은 반드시 재계약할 것이다.



다음날부터 파티 자리를 따내기 위한 시간이 준비되었다. 첫 타자는 비에타였다. 세레나는 미궁에서 나온 이후 처음 보는 오네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잘 지내셨습니까, 공주님.”

“오네 경이야말로.”

가벼운 인사로 시작된 대화는 물 흐르듯 흘러갔다. 세레나야 이미 세 명의 기사와 두 명의 마법사의 실력을 알고 있었고 그들이 미궁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알고 있는 터다. 오네는 비에타의 기사와 마법사가 제국만 못할 수 있는 걸 알지만 미궁에서 중요한 건 개개인의 실력보단 합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낯선 사람보단 익숙한 이가 낫다는 것이다.

세레나도 오네의 의견에 동의했다. 사실 오네보단 세레나가 그들에게 붙인 정이 컸다. 참 많이 죽었던 미궁 2층부터 현재 뚫은 5층까지, 그들이 기억하지 못하고 겪지 못한 일들을 세레나는 기억하고 경험했다. 올리브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내려가 땅도 뚫고 가 기세라면 비에타의 사람들은 믿을만 했다. 그럼에도 기사 한 명, 마법사 한 명으로 구성하려는 건 그들의 충성과 사명감은 세레나에게 속해있지 않기 때문이다.

“혹 모험가를 고용할 의사가 있으십니까?”

“아직 모르는 일이네. 추천인을 모두 살펴보고나서 결정할 생각이야.”

“그러시군요. 실은 길잡이와 궁수가 재계약 의향을 밝혔습니다. 실력이 입증된 베테랑이니 고려해보시는 것이 어떨까합니다.”

오네는 이제까지와 비슷하게 파티가 구성되었으면 하는 욕망을 미약하게 내비쳤다.

다음 타자는 신관연합이었다. 세레나는 많고 많은 고위 신관 중 누가 찾아올까, 혹시 이름 까먹은 존재감 없는 이가 대표로 오면 어쩌나 고민했는데 쓸데없는 고민이었다.

“대지의 신을 섬기는 종, 캐서린입니다.”

신관연합의 대표로 온 자는 회의장에서 세레나에게 가장 먼저 무릎 꿇은 전투 신관이었다. 여전히 중후하고 낮게 깔리는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회의장에서 볼 때도 체격이 크다 싶었는데 작은 테이블을 사이에 놓고 보니 정말 체격이 좋았다. 체격이 오네보다 약간 작은 정도였고 근육은 더 단단하게 느껴졌다. 신관복은 대부분 펑퍼짐한데 그런 신관복으로도 캐서린의 몸매를 감출 수 없었다.

‘난 이런 사람이 좋으면서 싫더라.’

사명감으로 불타는 강직한 사람은 세레나가 선호하는 인간상임과 동시에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그대였다. 이런 타입은 멀찍이서 동경만 해주는 게 최선이거늘, 캐서린은 당당하게 주장했다.

“절 파티에 넣으시면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작가의말

세레나와 불가사의한 미궁은 자유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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